-
[기자의 눈] 공단, 특사경 부작용·효과 자료 왜 안만드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숙원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몇 차례에 걸쳐 통과 보류 판정을 받고 있다. 보류 배경은 비공무원인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불법 사무장병원과 약사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줬을 때 자칫 국민 권리 침해라는 위헌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즉 법안의 안전성 측면에서 의문을 완벽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아울러 과연 건보공단 임직원이 사법경찰 권한을 갖게 됐을 때 사무장병원, 면대약국을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그 결과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지 효과 측면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못한 게 법안 보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를 향해 공단 특사경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과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세히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거듭했다.그럼에도 공단은 지난 10일 법제사법위 법안소위에서 막연히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도 국민 침익적 위헌 문제가 없고, 불법 요양기관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적발률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을 반복했다. 오죽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답답하다"고 까지 했을까.법무부마저 공단 임직원에 특사경권을 줘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신중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단이 입법을 진지하게 원한다면 여야 의원들이 의료계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확실한 명분을 줘야 한다. 어째서 공단은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만 호소하고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만드는 데는 소홀한 것일까. 제3자로서 입법 진행사항을 바라보는 기자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다.지금까지 비공무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준 사례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임직원, 기장·선장, 금융감독원 임직원, 민영교도소장·직원 등 4가지 사례에 그친다. 해당 4가지 사례는 각자 관할 분야 내 불법에 대해 직접 단속하는 등 규율 유지 권한을 보유한 상황에서 특사경권을 부여받았다. 반면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료 지급·환수 사례를 꼼꼼히 심사하는 기관으로 의료기관·약국 등 관할 분야에 대한 직접 단속 권한이 있다고 보기 모호하다. 그런데도 국민 침익적 수사를 허용하는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타당성을 공단 스스로 내보여야 한다.결국 입법을 위한 관건은 비공무원인 공단 임직원에게 막강한 수사권을 갖는 특사경 권한을 줘도 탈이 나지 않을지 여부다. 공단은 이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제대로 입증해야 법사위를 통과해 숙원을 이룰 수 있다. 공단 특사경이 과도하게 국민 권익을 침해하거나 의료기관·약국을 옥죌 가능성이 낮은 근거와 함께 불법 개설 요양기관 감시·수사·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촘촘히 만들어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보일 때다. 부작용 방지 근거와 수사력 강화 사례를 제대로 내밀지 못한다면 21대 국회에서도 입법 실패가 불가피하다.2024-01-24 06:01:08이정환 -
[기자의 눈] 실시간 공개하는 공급중단보고 의약품 목록[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지난 1월 10일부터 공급부족이나 중단이 우려되는 의약품 목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분기마다 공개하던 생산·수입·공급중단 의약품 정보 시스템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그 결과,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 뿐 아니라 공급 정상화 예상일자, 공급중단 이유, 대체의약품 품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그동안에는 식약처가 제약업체로부터 60일전까지 보고 받은 생산·수입·공급 중단 내용을 분기마다 공개하면서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확인하는 정보는 '뒷북'인 경우가 허다했다.결국 의료기관, 약국 등 현장에서는 거래하는 도매업체를 통해 공급부족 및 중단 의약품 목록을 확인해왔다. 하지만 거래하지 않는 의약품의 경우, 언제 무슨 이유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의약품 공급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부족하다는 의약품을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식약처의 의약품 공급중단 목록 공개 이후 뇌기능개선제 '사미온정(니세르골린)'이 설비 이슈로 공급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던 사실을, 천식치료제 '몬테루칸속붕해정10mg(몬테루카스트나트륨)'의 판매급증으로 인한 공급부족이 1월 26일 쯤 정상화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식약처의 의약품 관련 정보 공개 확대는 소비자 뿐 아니라 임상, 제약업계 현장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동안 다양한 정보 공개를 꺼려했던 식약처가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선회한 건 2022년 부터다. 비공개 처리됐던 조직도 내 부서별 담당자 연락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신약 허가 정보를 실시간 보도자료로 공개하고 있다.매주 의료제품별 허가현황과 매달 정보공개 대상 의약품의 현황 또한 공개 중이다. 공급중단 의약품 실시간 보고는 오유경 식약처장이 2022년 임명된 이후 '열린 식약처'를 지향하며 만들어 온 긍정적 변화라 생각된다.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총선 시즌만 되면 나오는 '총선용 개각' 때문인지 식약처장 퇴임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누가 식약처장으로 오든 현재까지 이뤄진 긍정적인 변화가 다시 회귀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2024-01-23 06:45:13이혜경 -
[기고] 약대 혁신신약학과 설치 수수방관 안된다교육부의 혁신신약학과 신설로 약대 내 4년제 학과 우후죽순 늘어날 전망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부에서 혁신신약학과 신청을 2월 초까지 받고 있어 4년제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들이 추가될 전망이다. 작년에는 다수의 대학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가천대, 서울대, 경북대에 262명만 승인받았다. 이외에 계명대는 자체적으로 학내 정원조정을 하여 신설했다. 4년제 비약사를 양성하는 학과가 생기면서 약대는 약사를 배출하는 대학이라는 불문율은 이미 깨졌다. 그런데도 약계가 평온하기만 하여 무관심인지 아니면 방관인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이들 학과가 늘어나면 약사의 제약산업 진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도 볼 수 없다. 혁신신약학과 졸업생은 산업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6년제 약사 인력의 산업 분야 진출과 겹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서는 제조관리자, 품질관리자, 안전관리책임자 등 약사 면허자의 역할과 필요성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또한, 4년제 학과를 졸업한 후에 약사가 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17개 6년제 약대 무더기 신설, 이제는 4년제 산업인력 양성으로약대는 2+4년제와 통합6년제의 두 차례 학제개편이 있었다. 이 시기에 입학정원 30명 미만의 소규모 약대 17개가 무더기로 신설되었다. 이때 교육부는 산업약사 부족분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양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정 심사에서 약과학자 양성에 비중을 두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설 약대 졸업생은 대다수가 임상약사로 진출하여 원활한 산업 인력수급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약대 신설은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교육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어찌 보면 4년제 학과 신설은 6년제 학제개편보다 약계의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6년제 약사양성과 4년제 비약사 배출 사이의 역할 분담 내지는 교육 차별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 약대 내에 6년제와 4년제 학과를 병행하는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 등 앞서간 국가들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상당 기간 학계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 있었고, 임상약사와 약과학자 양성이 구분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다수가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약사회와 약학교육협의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6년제 약대의 산업약학 교육과, 4년제 제약산업 인력 교육이 서로 겹치기만 한다.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약계와 약학교육계는 2000년대 전후의 격변기를 겪으며 굵직한 사안들을 함께 헤쳐왔다. 한약분쟁. 의약분업, 약대6년제와 같은 큰 산들을 넘을 때 보였던 무게감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높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고산병의 무력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인다. 약학교육을 교육계가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의 판단이나 외부의 입김에 여전히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 당사자들의 몫이다.교육부의 자율혁신 정책으로 학과 신설을 허용한데 대해 교육계의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역작용이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여 뚝딱뚝딱 날림으로 약학교육의 집을 짓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4년제 혁신신약학과 신설이 확대되어 가는 데 대해 약계와 무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체성을 가지고 양립하게 하던, 차별성을 가지고 별도 운영하던 약계와 교육계가 공감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필자 약력 - 성균관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장- 현 대한약사회 총회의장- 현 약학교육평가원 이사장2024-01-22 09:22:03김대업 약평원 이사장 -
[데스크 시선] 대기업의 색다른 시도와 기대감[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 굵직한 투자 소식이 연이어 등장했다. OCI그룹은 한미약품그룹과 통합 지주회사 출범을 예고했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OCI와 오리온 모두 투자 규모가 5000억원을 상회하는 파격적인 거래다.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 확보하며 개인주주로는 OCI홀딩스의 최대주주에 등극한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신주와 구주를 매입하는 비용은 5300억원 가량이다.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인수에 5485억원을 투입한다. 레고켐바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주 796만3282주를 4698억원에 취득한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수석부사장이 보유한 구주 140만주를 787억원에 매입한다.타 산업 기업이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해 5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OCI는 2022년 부광약품 인수에 투입한 자금 1461억원을 포함해 2년 새 제약바이오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7000억원에 육박한다.기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타 산업 기업들이 소규모 기업 인수나 자체 사업부 설립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적인 행보다.최근 삼성과 SK가 제약산업에서 점차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 제약산업은 대기업들이 번번이 쓴맛을 봤다. 한화는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고 2004년 에이치팜을 흡수 합병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6년에는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드림파마의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케미칼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드림파마를 미국 제약사 알보젠에 매각했다.CJ는 1984년 유풍제약, 2006년 한일약품을 각각 인수하며 의약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4년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했다. 2018년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CJ그룹은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했다.지난 2013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했다. 롯데는 지난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의약품 시장에 진입했지만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OCI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펼치는 기업을 활용한다는 점이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을 연거푸 성사시키면서 연구개발(R&D) 잠재력을 글로벌 무대에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국내 처방약 시장에서 R&D성과로 개발한 복합신약을 앞세워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에 입증한 경쟁력이 미국, 동남아, 일본 등 OCI그룹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통큰 투자다. 오리온은 지난 2020년 3대 신사업 진출을 밝히면서 그중 하나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지목했다. 이후 수젠텍, 지노믹트리 등과 손 잡고 신사업을 모색했고 이번에 대형 투자를 결정했다.레고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기업 중 잠재력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의 큰 관심을 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전문기업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말 얀센 바이오텍과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으로만 1억달러를 수취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 ADC 분야에서 총 10건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최근 들어 바이오벤처 1세대가 뚜렷한 신약 성과를 내지 못하고 주인이 바뀌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부분 신약 개발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창업주가 본인의 주식을 팔며 사업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레고켐바이오는 높은 가치가 각광을 받을 때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았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독립경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 입장에선 5485억원의 R&D 재원을 확보하면서 당분간 추가 투자 유치 없이도 안정적인 신약개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산업 재진출도 크게 눈에 띄는 행보다. CJ는 2002년 바이오기업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과 네덜란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롯데는 지난 2022년 미국 뉴욕 동부에 위치한 BMS 공장을 1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제약산업에 재진출했다.한미약품과 레고켐바이오의 빅딜은 최대주주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나 빈약한 지분율, 주식 처분 등의 숙제가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시선도 많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통큰 거래는 충분히 매력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견줘 아직 열악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규모 자금이 신규 유입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색다른 투자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2024-01-22 06:15:25천승현 -
[기자의 눈] OCI-한미 통합, M&A 생태계 바꿨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 오리온의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연초부터 제약업계에 빅딜이 연이어 터졌다. 그동안 덩어리 큰 M&A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 사례와는 비교가 안된다.특히 국내제약산업 최상단에 위치한 한미사이언스의 선택은 파격적이다. 일부는 제약산업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표현한다.두 건의 딜 모두 향후 절차가 남아 있고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남매의 난 등 갈등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약업계 빅딜의 생태계를 바꿨다는 점이다.긍정과 우려가 공존한다. 긍정은 대기업의 자금력과 제약사의 R&D 능력 간 시너지다. 신약 개발 호흡이 긴 업계 특성상 '자금력=기술력'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이 용이해질 수 있다.이번 통합에 대해 양 사 통합을 주도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일견 이종기업집단으로 보이는 두 그룹이 각자 전문적인 영역에서 한층 강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고, 나아가 안정적인 지배구조 하에 상호 보완 기능과 유기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전망했다.아울러 이사회를 통해 공동 경영이라는 큰 틀에 비춰 자발적 오너십 포기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선진 기업문화 정착도 기대했다. 또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동반경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새로운 지배구조의 본보기와 한국 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상당수의 기업집단이 참조할만한 모범사례로 평가했다.우려도 나온다.제약사들이 향후 한미약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종기업에 지분을 넘기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합병을 사실상 OCI의 한미사이언스 매각으로 판단한다. 특히 한미약품처럼 R&D 등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향후 상속·증여 시 오너 일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해질 수 있다.실제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의 발단은 한미약품그룹의 5400억원 규모 상속세 자금 유치로 알려졌다. 삼성, 현대기아차, LG그룹 등도 국내 대표 기업도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미약품 그룹의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많다.대기업 혹은 캐시카우가 필요한 다른 업종의 전통제약사에 대한 사냥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제약사의 세대교체 때문이다. 업계는 오너 3~4세로 가업이 이어지면서 매각을 생각하는 오너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은 적게는 몇백억원에서 많게는 몇천억원만 쓰면 제약사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한미-OCI의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그간 가능성만 운운했던 일이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현실로 벌어졌다. 향후 두 기업이 어떤 시너지를 내고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른다. 다만 그간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은 향후 유사 사례를 남길 공산이 크다. 생각의 전환은 새로운 물줄기를 트고 실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OCI-한미사이언스 통합이 제약업계 M&A 생태계를 바꿔 놨다.2024-01-22 06:00:00이석준 -
[기자의 눈] 포시가 철수와 한국 패싱 우려[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영국계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국내서 철수한다. 지난 2013년 국내 허가된 이후 10여년 만이다. 포시가는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첫 선을 보였지만 이후 심부전, 신장병 치료로 적응증을 확장해 나가며 국내서 승승장구했다. 포시가는 지난해 매출 550억원을 돌파했다.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연 매출 500억원을 포기하고 포시가 철수를 선택했다. 단순 공급 중단이 아닌 허가와 급여를 모두 철회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포시가 철수 배경에 약가인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포시가는 지난해 특허 만료로 인해 약가인하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까지 현 약가가 유지된다.다만 2월 이후 약가 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730원대인 포시가의 약가는 특허 만료로 약 30% 인하될 수 있다. 여기에 급여기준 확대와 사용량-약가연동 제도로 인해 추가 약가인하 가능성이 있다.현재 포시가의 한국 약가는 미국의 3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약가가 인하되면 생산성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시가는 심부전, 신장병 등으로 적응증이 확장되고 있기에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또 우리나라 약가가 떨어지게 되면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 가격을 참고해 회사에 약가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제네릭 출시로 인한 경쟁 과열 등이 철수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이번 포시가 철수가 어쩌면 글로벌제약사의 한국 패싱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현재도 글로벌제약사들이 동아시아에 진출할 때 한국 진출을 가장 까다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혁신신약들이 각종 약가 인하와 보험급여 정책에 묶이면서 글로벌 본사의 입장에서도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우리나라는 단일 국가보험이다 보니 정부 측에서도 재정절감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해가 된다. 다만 전 세계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글로벌제약사가 한국만 위한 ‘특별 약가’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임상재평가, 사용량-약가연동,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등 약가인하를 위한 수단은 즐비하다.기술이 발전한 만큼 앞으로 지속해서 혁신신약은 만들어질 것이다. 생존율이 낮았던 질환에서 환자가 오래 살기도 하고, 난치성·희귀질환에서도 환자가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기도 하다. 이런 혁신신약들이 앞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환자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혁신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제약사 간 많은 대화가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방향적인 통보가 아닌 환자의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2024-01-19 06:15:34손형민 -
[기자의 눈] 건기식 활성화, 약사가 편승할 일일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최초로 시행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전문가 과정에 5000여명의 약사가 몰렸다. 약사회에서도 약사들의 이 같은 관심은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이며, 일각에서는 약사들의 절박함과 목마름이 이번 반응에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일반의약품 시장은 침체해가는 반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확장하면서 약사사회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건기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광훈 집행부 위원회 구성에서도 증명된 부분이다. 약사회 내 21개 위원회 중 일반약 전담 위원회는 없어도 건기식 위원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기식위원회는 최광훈 집행부에서 신설됐다.약사회, 개국 약사들의 이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과연 건기식 시장이 지역 약국에 호의적일지는 미지수다. 건기식 시장에서는 비교적 홍보, 마케팅이 유연한 약국 밖 채널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제약사도 예외는 아니다.현재 정부 주도 규제특례 실증사업으로 진행 중인 맞춤형 건기식 소분사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약국 주도 건기식 소분이 별도의 실증특례로 진행 중이지만 사업 시행 2개월이 되도록 참여 약국에서 실제 진행된 상담 건수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가운데 위원회를 신설하며 약국 안 건기식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던 약사회도 방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건기식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위원장, 부위원장이 잇따라 사퇴하며 조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핵심 사업인 약국 맞춤형 건기식 소분 실증사업도 애초 추구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과정에서 지난 전기 건기식 전문가 과정에 기대 이상으로 회원 약사들의 참여가 몰리면서 약사회는 곧이어 후기 과정 모집에 들어갔는데, 관련 사업의 활성화가 묘연한 상황에서 유료 교육 과정에 집중하는 약사회 행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그렇다면 건기식에 관심을 갖는 지역 약국 약사들은 어떨까. 약국 밖 채널에서 이미 시장성을 확보한 건기식에 대해 과연 약사는, 약국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다 자부할 수 있을까. 전문성이 무기라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정보력,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부 채널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느 약학 전문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전문가로서 약사의 역할은 약물의 안전 감시에 있다. 환자, 소비자가 약이나 건기식을 많이 복용하게 하는 게 약사 역할이 아닌 안전하게 복용하도록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는. 지역 약국 약사들도, 이들을 대표하는 약사회도 건기식의 감시와 안전을 위한 관리 이전에 활성화에만 몰두한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정부도, 시장도 건기식 활성화에 몰두한 상황에서 이런 시류에 편성할 것이 아니라 약사사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영역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2024-01-17 21:23:18김지은 -
[기자의 눈] 정부의 약국 사재기 단속이 아쉬운 이유[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사재기 단속이 내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약사회와 현지조사 방법과 행정처분 기준 등에 대한 사전 교감을 나눈 복지부는 내주 중 현지조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복지부는 약사법 제47조 제4항 나목 '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등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사재기 의심 약국·의료기관은 약 400여곳으로, 구매량과 청구량 등을 소명하게 된다.앞서 남후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의약품 사재기 정부 단속은 처음"이라며 "수요에 따라 공급되는 의약품이 있는데, 현장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느 곳에 몰려 있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재기가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 재고량, 사용증빙서류(조제기록부 등) 등을 중점 점검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관할 보건소를 통해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약국에서의 적체가 있다는 것이다. 공급은 되는데, 현장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약이 곳곳에 적채돼 순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하지만 약국 현장에서는 이번 사재기 단속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분회단위별 정기총회에서는 정부의 사재기 단속을 성토하는 움직임이 하나같이 일고 있다.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품절약 문제가 수년 째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마치 품절의 원인이 약국인 것처럼 호도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조제에 쓸 약을 사전에 확보하고, 교품을 통해 어렵사리 구하고, 성분이 같은 약으로 대체하고, 처방을 변경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약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인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정부의 '사재기 단속'이라는 표현이 아쉬운 이유다.약국에서 사재기가 나타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의약품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약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최근 품절 가짜뉴스로 인한 약국의 파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이 품절될 것'이라는 소문의 나비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났다.거론된 약에 대한 트래픽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주문당 수량 역시 평소 2~3개 수준의 17배인 34개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수급에 차질 없는 상황에서는 2~3개만 주문하면 됐던 약을 수급 불안정을 감안해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다.품절약이 늘어나면서 대체조제 역시 보편화되고, 환자들도 약을 찾아 '뺑뺑이'를 돌면서 '특정 약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약 하나 미리 주문 못한 게으른 약사', '매번 약 없는 약국'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써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약국 당 평균 규모는 15㎡으로 넓지 않다. 제한된 공간에 수급 불안정 상황을 예상해 주문량을 늘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일이다. 여기에 결제액까지 늘어나다 보니 그야말로 약사가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오늘까지는 재고가 넉넉했던 약이 단 몇 시간 사이에 품절되고, 몇 달, 길게는 일년 넘게도 수급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 재고확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약국에 적체돼 있는 의약품을 찾아내 품절문제를 해소하기 보다는 의약품 수급 전반에 걸친 상황을 공개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품절약으로 인해 학습된 불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무한정 처방되는 사례를 점검하고 거짓 소문으로 유통 흐름을 교란하는 제약·도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2024-01-16 15:34:16강혜경 -
[기고] 가습기살균제 2심 승소는 과학의 승전고지난 1월 11일의 가습기살균제 CMIT/MIT 제조·판매사의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 판결에서,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제품사용과 폐질환 발생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해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국내 유수의 다수 로펌으로 구성된 기업 측 변론과 피해자 측을 대리한 정부와 학계의 과학적 증명이 맞붙은 법정 공방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를 연상케 했는데 다윗의 과학이 승전고를 울렸다.CMIT/MIT의 질환 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1심 무죄 판결1심 판결에서는 동물독성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연구자들이 조건(농도, 노출방식 등)을 바꿔가며 동물독성시험을 반복했던 것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는 식의 편향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연구 중 무영향 결과가 하나라도 있으면 이것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설 자체를 반증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인과관계가 확인된 결과조차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재판의 대상이 피고의 잘못이었어야 했는데 CMIT/MIT의 질환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바뀌어 버렸다’고 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2021년 12월의 1심 판결 이후 학계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사용과 피해 사이에 인과적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과학적 증거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종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임상의학, 역학, 독성학, 노출과학, 법학 등 분야별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하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질환별로 과학적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각자의 전공 배경에 따라 과학적 증거가 법적 인과관계로 수용되지 못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법률가들이 놓친 쟁점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역학만이 아니라 독성학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역학은 통계적 연구에 기반하여 질환발생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독성학은 실제 노출상황에서 피해를 일으켰는지 실험적 연구를 통해 증명한다. 과거의 독성학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초기에 풍부한 역학적 증거가 수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경우 등으로 인해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그래서 역학의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분으로서 동물독성시험을 통해 생물학적 개연성을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의 독성학은 개별 실험연구가 보여주는 퍼즐조각들을 한데 모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과학적 간접증거들의 종합적 증명력이 향상되었다. 이는 법률학이나 역학에서 사용하는 증거가중법(Weight of Evidence)을 독성학에 적용한 결과이다.증거가중법(Weight of Evidence)을 독성학에 적용하여 종합적 증명2000년 중반부터 근거기반 의학(EBM)에서 유래한 용어로 등장한 근거기반 독성학(EBT)은 근거가중법을 사용하여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고 규제하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개념은 동물독성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동물독성시험 및 기전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다.실험동물에서 화학물질의 독성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해도 기전연구를 통해 질병의 발생이 추정된다면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로 판정한다는 원칙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진보된 독성학의 개념은 OECD의 화학물질 위해평가와 WHO의 발암등급분류 등에서 반영되는 등 국제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문제해결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규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PHMG와 달리 비특이적인 독성반응이 우세한 CMIT/MIT와 같은 화학물질은 질병발생과의 인과성을 확인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이번 2심을 앞두고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하여 법적 인과관계로서 증명했다.역학은 전국민의료보험체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발생 요인을 신뢰성 높게 분석했고, 독성학은 추가적인 독성시험을 통해 인과성을 확인하고 근거가중법으로 다양한 유형의 연구를 종합하여 노출에서 질병발생까지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약학분야의 독성학자들도 상당부분 기여하였다.기업은 안전성 확보되지 않은 물질로 제품 만들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지구상에는 수백만가지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정부의 규제기관이 모든 물질을 사전에 안전하게 관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이에 기업이 신규 성분을 사용하거나 기존 성분의 용도를 변경하여 제품을 만들 경우, 스스로 안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기업윤리만 믿어서는 안 되므로 선진국은 제조·판매사가 책임을 위반하면 사후에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 법 제도를 두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이번 2심 판결은 우리나라의 법과학과 법률적 이해가 선진화 되었다는 의미와 함께, 화학사고에 대한 법적 인과관계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안전성이 불확실한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들지 않게 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는 이러한 측면에서 2심 재판부가 판결을 바로잡은 점을 환영하고 있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습기살균제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위원장-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센터장-한국환경한림원 정회원-한국약학교육평가원 명예이사장-전)한국약학교육평가원 이사장-전)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전)성균관대학교 대학원장2024-01-16 10:49:17정규혁 성대약대 교수 -
[기자의 눈] 국가 전문약사 1호 배출 뒤 해야 할 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국가가 인증하는 전문약사가 오는 18일 첫 배출된다. 지난달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527명 중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이다.시험운영관리를 주도한 병원약사회 뿐만 아니라 2년 뒤 지역약국을 대상으로 전문약사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대한약사회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전문약사들이 병원과 약국, 제약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다만 새로운 길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려있다. 전문약사 배출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제대로 활용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전문약사들이 의료기관에서 약사의 전문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후학을 위한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약국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주도하려면 전문성을 인정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배출만 계속된다면 전문약사들의 숫자는 늘어나지만 동 떨어진 업무를 하게 되거나, 별다른 보상 체계 없이 관심은 줄어들어 수년 뒤엔 자칫 이름표만 남는 인증 제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기승전 ‘수가’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전문성을 살린 활동에 수가가 뒷받침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새로운 수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갈 길이 멀다.대한약사회는 병원약사회와 함께 수가 외에 어떤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한지, 약사 또는 국민을 대상으로 어떤 캠페인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또 새롭게 배출되는 전문약사들이 면허를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 전문약사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유효한 정책은 무엇인지 정기적으로 의견을 취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전문약사들의 활동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적인 유효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연구해야 한다.보건의료계 전문성을 인증하는 제도는 전문약사 뿐만 아니라 전문의, 전문간호사, 전문한의사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국민의 인식에서는 직능에 따라 편차가 크다.전문약사 제도가 누구의 길을 따라 걷게 될 것인지, 새로운 제도가 국민 신뢰도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기대감을 갖고 있는 약사들을 위해, 약사 직역 강화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금부터 하는 노력들이 새로운 길의 종착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2024-01-15 18:03:54정흥준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약사회 "공단 특별사법경찰권, 지속 가능 위해 조기 입법을"
- 7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8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9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10“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