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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치과 사태가 남긴 교훈…약국판 '경영지원회사' 차단 관건

  • 김지은 기자
  • 2026-05-02 06:00:59
  • 병원은 줄었지만 ‘우회 구조’는 진화…의료법 개정의 명암
  • 유디치과 사태가 남긴 것, 약국 입법의 거울 되나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이 입법에 성공하면서 의료계의 선례로 꼽히는 유디치과 사태로 촉발됐던 의료법 개정 효과에 다시 시선이 쏠린다.

네트워크 형태 의료기관을 둘러싼 논란은 약국보다 먼저 병·의원 시장에서 불거졌었고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규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우회 구조를 낳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약국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의 예고편으로 읽힌다.

유디치과 사태, 네트워크 의료기관 논란의 출발점

네트워크 의료기관 문제는 유디치과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수의 치과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과잉진료 논란과 경영 개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영리성 사이의 충돌이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됐다.

특히 의료인이 아닌 자본이 의료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명의 대여와 사무장 병원 논란과 맞물려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졌다.

이 사건은 결국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원칙을 보다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추진된 의료법 개정의 핵심은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데 있었다. 

유디치과 사태로 1인 1개소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 2017년 부산 지역 한의사회장, 건강보험공단 부산지사장, 치과의사회장, 약사회장이 공동으로 '1인 1개소법을 사수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에 대해 ‘1인 1개소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 또는 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 ‘개설’만이 아닌 실질적인 ‘운영 관여’까지 금지한다는 점에서 규제 강도가 한층 강화된 조항이다. 의료인이 복수의 병·의원을 지배하는 구조를 명확히 불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행위를 보다 강하게 규제하고 사실상 동일한 자본이나 조직이 다수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이 정비됐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의료기관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되는 경우를 제재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네트워크형 병원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의료 질서를 회복하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질서 회복vs풍선효과…"법보다 중요한 건 실효성”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대규모 네트워크 병원의 확산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문제 사례가 정리되면서 시장이 일정 부분 안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규제가 강화되자 또 다른 형태의 운영 구조가 등장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관 운영을 지원하는 별도의 법인 형태인 일명 ‘경영지원회사(MSO)’ 모델이 확산되며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독립된 의료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경영·마케팅·구매 등을 외부 조직이 통합 관리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의료계에서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유지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결국 규제가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법 개정 이후 또 하나의 쟁점은 집행의 문제였다. 네트워크 구조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법 여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안임에도 해석과 처분이 엇갈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규제의 일관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법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 역량과 기준의 명확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의료 전문 법률 전문가는 “법 테두리 안에 있는 MSO 구조의 적법성은 단일 요소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계약서나 지분구조, 자금 흐름,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에 따른 이 같은 흐름은 현재 추진 중인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과 맞닿아 있다. 약국 역시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자본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료법 개정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남긴다. 규제는 일정 부분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우회 구조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국가에서도 이미 경영 지원, 공동 구매, 브랜드 공유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이 존재하는 만큼 법 시행 이후 이들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은 과거 의료법 개정의 반복 될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며 “제도의 방향성은 유사하지만 적용 대상과 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결과도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가지 분명한건 규제를 피한 회색지대의 생성 가능성”이라며 “그만큼 이번 법 개정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약사회가 머리를 맞대어 하위 규정을 최대한 촘촘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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