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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인 1개소 대법 판결 실제 적용범위 제한적2019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결들을 소개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특히 신의료기술 평가대상 관련 판결 및 부당이득 환수 관련 판결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1인 1개소법 위반과 요양급여비용의 환수 여부 – 네트워크병원 사건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취소청구]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839 판결 [의료법위반, 사기] - 동일취지)"판결 요지=비록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중복개설금지 조항), 제4조 제2항(명의차용개설금지 조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및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또한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하여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위 각 의료법 조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위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위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이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판단함에 있어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의 차이를 고려하여야 함을 전제하여, 비록 1인 1개소법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질적인 차이가 없는 진료행위를 하였다는 실질에 주목합니다.다만 이 판결의 결론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형사처벌 규정은 차치하더라도 현행 의료법령이 1인 1개소 개설 원칙에 위반되어 설립된 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업을 행하는 것을 정지시키는 등 별도의 행정처분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특정한 의료기관에 이와 다르게 의료법에 따른 의료업 정지, 개설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의 폐쇄와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가정한다면, 그 경우에도 그 진료행위의 질적인 차이가 없음만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사무장병원 사건들의 결론에 비추어 더욱 그렇습니다. 궁극적으로 실시된 진료행위가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였다는 점은 후향적으로 요양급여를 평가한 것으로, 의료법에 위반되어 개설된 의료기관을 왜 요양기관의 범주 안에 포섭시킬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는 점 역시 이 판결의 적용에 있어 고려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기존 의료기술의 변경과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 여부 판단 – 혈맥약침 사건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두34585 판결 [과다본인부담금확인처분취소]"판결요지=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2항, 부칙(2007. 4. 11.) 제14조, 구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2015. 9. 21. 보건복지부령 제3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의 규정 등을 종합하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시행일인 2007. 4. 28. 이후에 새롭게 시도되는 의료기술이 시술의 목적, 대상, 방법 등에서 기존 의료기술을 변경하였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 되어, 법령의 절차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변경의 정도가 경미한지를 판단할 때에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의료기술평가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입법 취지가 고려되어야 한다."신의료기술평가 제도와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의2 및 동 규칙 제10조는 서로 연계되어 새로운 행위에 대하여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아니하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실시될 수 없도록 강제합니다. 다만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도입 전 등재되어 실시되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간주는 요양기관 혹은 치료재료의 제조/수입업자로 하여금 자신이 개발한 특정한 의료기술을 기존에 등재된 의료행위와 동일하다고 판단 받고자 하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비급여항목 중 일부는 상당히 광범위한 행위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와 관련하여 기존기술 여부를 다툴 실익이 존재합니다.동 판결은 특정한 의료기술이 기존기술과 서로 동일 또는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비록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혈맥약침술과 약침술을 그 시술의 근거, 대상, 방법 및 목적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비교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련 소송에서 이 판결에서 판시된 비교방법이 통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식품위생법 위반과 요양급여비용의 환수 여부 – 집단급식소 사건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9284 판결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판결요지=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2. 3. 법률 제13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민건강보험법’이라고만 한다)은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출산,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의료법 등 다른 개별 행정법률과는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참조). 따라서 다른 개별 행정법률을 위반하여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한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개별 행정법률의 입법목적 및 규율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령상 보험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법률에 의한 제재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하여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네트워크 병원 판결에 이어 이 판결로 우리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상 부당이득 환수의 공익상 필요성을 넓게 보지 않는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판결은 식품위생법 상 집단급식소의 사전 신고 의무 해태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요양급여에 부수하는 적합한 식사의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인 것이므로, 요양급여의 기준으로 타 법령의 준수 여부가 포괄적으로 설정된 모든 경우가 이 판결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약사법 또는 의료기기법 등 해당 법령에서 정한 신고 또는 허가 등이 직접적으로 행위, 치료재료 혹은 약제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과 직결되는 경우 이 판결의 적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한편 이 판결의 취지는 요양급여기준 적합 여부를 조사함에 있어 단지 식품위생법 상 요구되는 신고 등이 해태되지 않았는지 만을 확인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므로, 이 판결로 인하여 향후 조사가 식품위생법이 정한 개별 기준에의 부합 여부를 보다 자세히 살피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사료됩니다.위 판결들 외에도 ‘직장가입지 자격상실 및 자격변동 안내’의 통보 등의 처분성이 부정된 판결(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고액 소득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월액에 대한 보험료 외 소득월액에 대한 보험료 추가 납부 규정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9. 2. 28자 2017헌바245 결정) 등 역시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하여 작년에 내려진 참고할만한 판결과 결정이 되겠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하급심 판결들이 존재합니다.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2020-01-28 07:17:11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약사국시 시험일 아침은 유독 춥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오늘은 전국에서 약사 국가고시가 치러지는 날이다. 올해도 기자들은 새벽부터 시험 현장에 나가 상기된 얼굴의 수험생과 이들을 응원하는 재학생들의 모습을 취재한다.매년 취재를 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시험 당일의 아침은 유독 춥다. 전날까지도 포근했던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다기보다는 심적인 요인이 크다. 추측컨대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추위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여기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뒤엉켜 있으리라 생각한다.최근 3년간 약사국시 응시인원은 약 2000명이고, 이중 1800여명이 시험에 최종 합격해 약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현재 의료기관별 약사 분포 비율로 단순 계산해보자면, 새롭게 배출될 약 1800여명의 약사 중 70% 이상은 약국으로 집중된다. 대한약사회 회원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2만5082명으로 전체 3만4879명 중 71.87%다.약사가 늘어날 때마다 약국과 약사의 수요 공급은 점점 더 불균형해지고, 이같은 쏠림현상이 지역 약국가에선 각종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기성약사들이 신규 약사의 배출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약사를 준비해 온 학생들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약국장을 꿈꾸는 예비 약사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약사 쏠림 현상과 약국 시장 환경의 개선이 모두 이뤄지지 않는다면 약사를 꿈꾸는 수험생들과 기성약사 모두에게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먼저 약국으로의 인력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선 통합6년제 전환의 시점에 맞춰 약대 교육의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4년제와 달리 약사 양성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산업약사와 병원약사, 공직약사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교과목의 보완이 필요하다.최근 약대생 단체인 PPL이 전국 약대생 4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제약산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91.5%에 달했지만, 진출 의향이 있는 학생은 48.7%에 불과했다. 주된 이유로 ‘접할 기회 부족으로 흥미가 없고,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 부재’ 등을 꼽았다.약대 재학생들이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말하고 싶은 주된 메시지는 '현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다채로운 관심사를 만족시켜주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산업과 병원, 공공기관 등으로 약사가 고르게 진출하기 위해 이뤄져야 할 각 분야의 처우개선만큼 중요한 것이 교육의 내실화다.또한 이와 더불어 약국 시장을 좀먹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편법약국과 불법브로커, 병원지원금 등의 문제는 약국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역 약국에서도 편법약국을 전수 조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상황에까지 왔다.최근 창원경상대병원 원내약국 개설취소와 관련한 대법원의 결정, 복지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만들고 있는 약국개설가이드라인 등은 뒤틀린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준이 돼야한다.물론 약학대학평가인증과 전문약사제도 등 약사 직능과 약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들도 곧 마련될 전망이다.이에 맞춰 정부와 약학계, 약사단체는 약사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인력이 고르게 나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약국 시장의 오점들을 하나씩 지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약사 인력 배출이 모두에게 보다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2020-01-21 17:00:35정흥준 -
[기자의눈]신약 코리아패싱, 식약처가 못해서라고?[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코리아 패싱', 한국과는 대화 혹은 논의하지 않는다는 '코리아 패싱'이 요즘 부쩍 언론으로부터 자주 쓰인다. 어떤 상황에 쓰든 코리아 패싱은 어느 한 쪽의 잘못을 지적할 때 가장 큰 압박 수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반대로 다른 한 쪽을 옹호할 때는 이만한 '단어'가 없다. 2017년 북핵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과 논의한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나온 '코리아 패싱'은 보수 진영이 진보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된 것처럼 정치적 수사가 강한 단어다.그래서 '코리아 패싱'이라고 지적이 나왔을 때는 일방적이면서, 균형잡히지 않은 주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최근 국내 업체들이 한국을 건너뛰고 외국에서 신약개발을 한다는 주장의 '코리아 패싱'도 등장했다. 코리아 패싱의 원인은 한국 식약처가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없어서란다.일부 현상만 보면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해 미국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는 개발하지 않았다. 또한 다수의 바이오벤처들도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이나 유럽 등을 대상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코리아패싱'의 주된 근거가 되는 예다. 하지만 반대 쪽 예가 훨씬 많다. 국산 신약이 해외를 건너뛰고 한국에서 먼저 허가받는 사례 말이다. 먼저 현재까지 30개가 나온 국산신약은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먼저 허가를 받는 약물이다.최근 해외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도 국내에서 먼저 나왔다. 또한 2000년 초반 면역세포치료제, 심지어 작년 주성분 세포가 바뀌어 허가취소된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도 한국에서만 허가를 받았다. 이런 걸 볼 때 식약처가 신약 심사를 제대로 못해서 해외에서 개발한다는 논리는 불공정한 주장이다.물론 식약처가 미국 FDA나 유럽 EMA보다 조직도 작은 데다 신약 심사 경험도 일천한 것은 맞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 식약처에서 먼저 심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큰 무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미국 FDA나 유럽 EMA 승인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일부 국내 제약사들과 벤처들이 한국을 건너뛰고 신약개발을 하는 데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의 눈에 뛰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그들이 익숙한 무대에서 신약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 말이다. 물론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처럼 직접 FDA 승인을 받는 희귀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 시장 영업·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아 개발 중간 신약을 파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도 영업·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반대로 한국 영업·유통망을 갖춘 회사들은 한국 시장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30개가 나온 국산신약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그 반증이다.한국을 건너뛴 신약개발 전략은 기업과 자본에 의해 판단되는 것 뿐이지, 국가 심사 시스템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에 신약개발의 코리아 패싱 주장은 일부 기업의 하소연 정도 일 뿐이다. 그 기업이 과연 해외에서도 신약개발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어느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요즘 나오는 공기청정기처럼 확실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언론이나 단체 등이 이런 필터링 역할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2020-01-20 15:53:53이탁순 -
[데스크시선] 분업 20년, 의약 담합의 전성시대[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간단한 명제로 축약되는 의약분업이 오는 7월 1일이면 시행된 지 정확히 20년이 된다.의약분업 시행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보험약가 30.7% 인하, 수가인상, 대체조제 허용 기준 설정, 복약지도 의무화, 조제기록부 작성 의무, 전문-일반의약품 분류 재정비, 담합금지와 사례 명시, 시민포상금 지급 기준 설정,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 등의 일련의 후속조치가 이뤄졌다.그러나 분업 20년을 맞이했지만 의약분업과 관련된 미해결과 과제도 산적해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처방전 2매 발행,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미제출에 의약담합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담합은 심각하다. 약국이 같은 건물에 의원이 들어올 때 건네는 개설의사 지원금은 하나의 옵션이 됐다.약국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은 약사에게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개원하는 의사는 바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실제 현장에서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지원금이 오간다. 첫번째 유형은 병의원 개업 시 인테리어비로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다.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의 요구 금액이 높은 편이고 그중에서도 내과가 가장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과는 서울 기준 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8000만원에서 1억까지도 돈이 오가고 있었다. 반면 1인 정형외과의 경우 약 2000만원의 금액이 암묵적으로 책정돼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두 번째 유형은 병의원 임대료를 매달 약국이 대납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처방 건당 Fee를 의원에 제공하는 방법이다.이는 의원이 있어야 약국도 생존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배짱과 안정적인 약국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라는 약사들의 생각이 합쳐진 상부상조 식의 결탁이다.이러니 분업 정신인 의약 견제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부산지역의 한 환자는 자신이 다니는 약국이 사실상 의료기관에 종속된 약국이라며 소송을 냈을까?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원과 약국의 검은 거래를 보건복지부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복지부는 약정협의체에서 의약담합 근절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약사회도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가진 환자의 약제비 전부 또는 일부를 할인 ▲처방전을 대가로 의료기관에 금품이나 경제적 지원을 주거나 요구 약속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특정 약국에서 조제 받도록 유도하는 경우 등을 주요 담합사례로 보고,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복지부와 약사회는 분업 20년을 맞아 의사협회가 참여하는 담합근절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캠페인도 좋고, 자발적인 신고도 좋지만 의약담합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규제완하 등이 이뤄지면 환자가 의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을 가야 조제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없어지고, 서비스가 가장 좋은 약국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지금 분업의 가장 큰 맹점은 서울 강남 의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서초동 약국에서는 조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만 이뤄져도 처방환자의 지역 이동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2020-01-19 23:23:44강신국 -
[기자의 눈] 정부는 왜 직영도매에 칼날을 들이대나[데일리팜=정혜진 기자] 병원 49%, 도매업체 51% 지분의 직영도매 설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 한 대형의료원이 A도매업체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직영도매 형태는 최근 10년에만 10개 안팎의 대형병원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편법이라 할 수 있어도 불법이 아니기에 누구도 제재를 걸지 못했다.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교육부는 36개 사립대 부속 대학병원에 의약품 납품업체와의 계약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두달 후에는 서울의 모 대학병원의 직영도매 문제가 종합편성채널 뉴스에 등장하며 이슈가 되었다.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BtoC 거래인 '의약품 도매업체' 문제가 공공연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정부가 실태조사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는 알 수 없으나, 직영도매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과거에 병원들은 입찰을 통한 낮은 의약품 공급가를 확보하는 것을 병원의 이익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병원들은 언제부터인가 또 다른 더 큰 이익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 안에서 도매업체에 투자해 이 도매업체와의 수의계약으로 약을 받기 시작했다. 병원의 선택을 받은 특정 도매업체는 제약사나 또 다른 도매업체로부터 병원에 필요한 약을 조달해 안정적인 고정 이익을 확보했고, 이 이익 가운데 일정부분을 또 다른 투자자인 병원에 돌려주게 되었다.문제는 이 '특정 도매업체'가 독점 공급권을 무기로 제약사로부터 더 많은 마진, 즉 전보다 낮은 공급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입찰은 복수 도매업체들의 경쟁에 따라 저가 낙찰로 건보재정을 아낄 수 있었지만, 직영도매 방식은 병원이 높은 가격에 약을 구입해 청구하므로 건보재정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 직영도매와 병원의 이익을 건보재정 안에 포함시킨 셈이다.최근 만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직영도매가 설립되면 제약사도 힘들다. 전보다 낮은 공급가를 요구하기 때문인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병원에 약을 넣지 않을 수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공급가를 인하한다"며 "대체제가 많은 제네릭일 수록, 원내에서 많이 쓰는 품목일 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그렇다고 직영도매가 의약품 도매업계에 이익을 준다고도 말할 수 없다. 입찰 방식에서는 서로 경쟁을 하더라도 도매업체들이 각자 병원 공급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영도매는 그 가능성을 아예 박탈하기 때문이다. 적은 마진이라도 확보하려면 직영도매에 도도매를 제안할 수 밖에 없다.이런 문제점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유통협회와 도매업체들이 주장해온 것들이다. 하지만 매번 찻잔 안의 태풍으로 끝났고 직영도매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정부의 건보재정에서 약품비가 날로 늘어나고, 병원들이 환자서비스와는 동떨어진 도매 설립·투자를 통해 이익을 축적해가면서 비로소 이제와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하다.그렇다면 직영도매만 해결한다고 왜곡된 의약품 유통이 회복될까. 직영도매가 출현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병원의 권력 비대화다. 대구에서 계열사를 가진 기업 가운데 매출 1위를 지켜온 대구은행을 경북대병원이 제친 건 병원 권력의 비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역의 대학병원이 이럴진대, 수도권의 기업형 대학병원 규모는 얼마만큼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환자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대학병원 매출이 매년 최대치를 찍는 때에 도매는 물론 제약사, 약국, 환자 어느 누가 병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는 푸념이 계속된다.어느 산업이든 직능군 간 힘의 균형이 원만해야 건강한 거래와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병의원과 약국, 제약사와 도매업체가 서로 균형을 이뤄야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인 서로 간의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 보건의료계의 모든 힘은 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 직영도매 조사가 이제 시작됐을 뿐이지만, 서로 다른 직능 간 힘의 분배와 균형이 실현되는 첫 계기가 되어야 한다.2020-01-17 06:12:10정혜진 -
[데스크시선] 데이터 3법과 A.I 신약개발 가속화[데일리팜=노병철 기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환자 데이터 확보는 필수불가결 요건이다. 세계 수준의 딥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증상에 대한 처방 내용과 결과값을 시스템에 대입해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닥터-왓슨을 도입해 항암진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며, 머지않은 미래 A.I 닥터의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제시했다.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장벽이 많았다. 바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라는 법/제도를 포함한 사회 통념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상을 반영치 못해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A.I 신약개발 선진국의 눈부신 발전과 도약을 그림의 떡으로만 지켜봐야했다.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물론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의 설득과 이해 작업으로 철옹성 같았던 데이터 3법이 지난 9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발의 14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번 법 개정은 신상을 확인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개인정보를 과학적 연구, 공익적 통계 작성 등의 목적으로 활용토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강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할 만한 혁신적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등을 필두로 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앞장서도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열쇠로 꼽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는 점이다.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는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강국의 초석이 될 이번 법 개정으로 공공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역량이 향상되는 동시에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확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대한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지난해 9/10월, 국내 최초로 딥러닝과 신약 개발을 접목한 실무교육(각 40시간)을 제약사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구글 코랩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개인노트북으로 물질탐색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29종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로드 받아서 유전자, 약물, 질환별 유사도 메트릭스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10월에서 11월까지 약 2달간의 기간이 소요됐고, 어떤 질환에 대해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약물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일일이 페이퍼를 대조하며 1~2년 정도를 탐색해야 발견할 수 있는 결과로 한국형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특히 데이터 3법 개정안은 A.I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의 원활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딥러닝기술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대전제로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데이터병원이란 A.I가 병원 처방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분석해 최적의 신약·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말한다.이 같은 인공지능 솔루션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상당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중순부터 몇몇 군병원, 시립·국립병원과 함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느린 진척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명 '데이터병원 인공지능 솔루션' 도입 당위성은 약물 처방에 대한 환자 질병 결과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약물 개발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향후 시행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개인정보 보안 대책도 병행해 마련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A.I가 인간의 지적수준 초월 시점인 특이점을 2050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좋든 싫든 이제 인공지능 시대는 거부할 없는 생존의 파고다. 경쟁국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20-01-16 12:15:24노병철 -
[기자의 눈] 당신의 약국에도 혹시 '꼰대'가 사나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2020년 새해 화두로 '꼰대’가 떠오르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꼰대들에 맞서는 안티 꼰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요즘 언급되는 일명 꼰대의 대표적 특징을 꼽자면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안주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후배나 부하 직원에 이를 강요까지 한다면, 그는 꼰대 중에서도 A급 꼰대라 할 수 있겠다.최근 만난 한 약사는 "제가 괜히 말을 많이 하면 꼰대가 잔소리한다 할까봐"란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장시간 젊은 약사들을 지적하고 약사사회 걱정을 늘어놓아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말문을 막았던 기억이 난다.약사사회에서도 꼰대 문화는 암암리에 존재한다. 회사나 병원은 물론이고 약국 안, 약사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약사 단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느껴지는 부분이다.연륜에서 나오는 인생의 지혜란 말로 위장된 이른바 선배 약사들의 일방적 생각과 강요는 젊은 약사들에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부분일 수 있다. 나아가 그런 꼰대 선배가 직장 동료나 상사라도 된다면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그렇다고 기성세대를, 선배를 무조건 ‘꼰대’라 치부하며 피하고만 싶은 존재라 할 수 있을까.최근 한 분회의 정기총회장을 찾았던 기자는 그곳에서의 한 장면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이 분회는 40주년 기념 이벤트 중 하나로 그 지역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선배 약사와 올해 새로 개국한 젊은 약사를 한 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이 자리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선배 약사는 그간 약사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30대 초반 젊은 약사는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주민들과 함께 숨 쉬며 약사로서의 소명을 지키다 보니 어느덧 30년이 넘었다는 선배 약사들을 존경하듯 바라보며 자신들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말하던 후배 약사들. 나란히 선 그들의 표정은 달랐지만 약사란 이름으로의 생각은 같은 지점에 있는 듯 했다.의약분업 전과 후, 4년제와 6년제. 그 어느 사회보다 경계와 단절이 많은 약사사회다. 선배 약사들과 그 뒤를 이어가는 후배 약사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 지점에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 그리고 어디에도 부끄럽지 않을 약사로서의 소명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2020-01-14 18:45:19김지은 -
[칼럼] 방문약료 안착 위해 약사 역할 재고돼야유창식 새물결약사회장얼마 전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정책세미나가 있었다. 공단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올약 사업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 사업)의 현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의사와 공단 관계자들도 발표에 참여했기에 약사가 아닌 당사자들의 입장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평소 방문약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가 여기 참석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우선 지금 수행되고 있는 방문약료의 수준과 내용이 약사 간에 심하게 차이 난다(세미나에 참석한 공단 관계자 중 아무도 방문약료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약사회가 선호하는 이 용어를 아직 공단 측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자 가정을 방문해 단순히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해주고 중복 성분 여부 정도만 확인하는 수준부터, 처방의 오류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추천하는 데 이르기까지 실로 천차만별이다. 환자의 만족도도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필자가 듣기에는 식사대접을 할 정도로 신뢰와 감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자신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가 중도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아직 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급하게 방문약사를 모집하다 보니 방문약료를 전문서비스라기보다 일종의 자원봉사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방문약사들도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 하고 역량 있는 방문약사가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올해부터 약사들도 지역통합 돌봄 사업(커뮤니티 케어)에 참여하게 됐지만, 초기에 간호사들로부터 '약 정리는 간호사들도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약사가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었다. 약사가 수행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타 직능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전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방문약료에 참여한 약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처방 검토 부분이다. 환자의 질환이나 상황에 비춰 처방이 부적절하지 않은 지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의약분업 시대의 약사는 이러한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함에도 불구하고 대약의 연수교육이나 약사들이 흔히 접하는 교육 컨텐츠들은 처방 검토 및 중재 능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올해 올약 사업에서는 모든 방문약사들에게 하루 동안 집중적으로 집합교육을 실시했지만 이것만으로 하루 아침에 처방검토 능력이 길러지기는 어렵다. 방문약료를 수행하면서 동료약사들과 토론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해야 한다. 새물결약사회는 올해부터 방문약사들의 신청을 받아 처방검토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임이 더욱 확대되고 조직화돼야 한다.처방권자인 의사와의 관계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은 약사가 처방 검토 의견을 처방의에게 전달할 마땅한 통로가 없다. 약사가 환자를 통해 처방변경 의견을 전달했는데 의사가 "당신이 내 말 들어서 손해본 것 있냐"면서 환자에게 불쾌감을 표시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올약 사업에서는 지역별로 의사도 포함된 자문위원회를 두고 방문약사가 자문위원회에 검토 의견을 보내면 자문위원회가 또 다시 검토한 후 처방의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지역도 있는 등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방문약료를 '처방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의사들의 인식은 또 하나의 장벽이다.실제로 의협은 올해 초까지 올약 사업에 반대해오다 9월부터 서울시의사회가 주축이 돼 자체적인 약물검토 사업을 시작했다. 이로써 의사가 주도하는 모델이 기존의 지역약국 약사가 주도하는 모델과 병행해서 올약 사업 안에 나란히 들어가 게 됐다(의사 주도 모델에도 약사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지역약국 약사가 아닌 공단 소속 공무원 신분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역약국은 배제되는 셈이다).의사들의 경계로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약사의 처방 검토 의견을 처방의가 수용하지 않으면 실제 처방 변경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이든 처방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두 모델이 경합하는 모양으로 갈 것이 아니라 약사의 검토 의견이 처방의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약사회가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지역 약국의 역할이 재고돼야 한다. 방문약료 대상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은 본디 어딘가의 지역 약국에서 조제 받은 약이다. 처음 조제 받는 시점부터 환자의 복용 약물이 검토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방문약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리 없다. 지역약국의 약물 검토 서비스 강화 없이 방문약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또한 어떤 경우라도 지역약국이 배제된 형태로 방문약료 제도가 시행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통합의료를 실현한다는 사업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의협이 주도하는 모델이 지속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의 부족한 제언이 방문약료가 안착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2020-01-13 17:12:52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10년 전 약속한 '글로벌 신약 10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의약품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연거푸 따냈을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약바이오 분야 선진국에 근접한 것처럼 모두들 환호했다.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동안 한미약품 이외에 굵직한 기술수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과제 중 일부 권리가 반환되면서 업계는 다시 침통해졌다. 이때 실체보다 과도한 기대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거품론’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그제서야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를 제외하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수준이 예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인지했다.이후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SK케미칼, SK바이오팜,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알테오젠, 인트론바이오 등 전통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도 기술수출 대열에 가담했다. 계약 상대방도 애브비,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또 다시 업계에선 우리나라도 의약품 시장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기 시작했다.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이 FDA 허가 신약을 2개 배출했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제 5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라고 평가받을만한 신약은 아직까지 없다.2018년 완제의약품의 수출 규모는 3조3963억원으로 국내 생산실적 18조5438억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4조8880억원으로 수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완제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75.6%로 예년보다 감소했다.국내 기업이 기술수출한 신약의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포기됐다. 앞으로도 수많은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될 가능성이 성공 확률보다 크다. 글로벌 개발 동향을 보면 이미 국내 개발 신약보다 더 진보된 신약이 개발 단계가 앞선 경우도 흔하다. 기술이전 파트너가 유사 약물을 여러개 장착하면서 국내 기업의 신약에 대한 개발 의지가 빈약해보이는 사례도 엿보인다.지난해 국내에선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실과 희망이 혼재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며 주식 시장은 혼란이 가중됐다.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내리는 사례가 반복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물론 별안간 특정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과일 뿐이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위상이 덩달아 올라가지 않는다.지난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은 성분이 바뀌었다며 허가가 취소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같은 시행착오는 반복돼서는 안된다. 올해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금은 더 성숙해지는 한해가 되길 응원한다.아마 올해도 국내 기업은 수많은 희망과 실패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전체 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해야할 때다.2020-01-13 06:10:46천승현 -
[기자의 눈] 전자처방전과 기득권, 시각을 달리하자[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애플은 지난 2007년 휴대폰에 아이팟(MP3), 인터넷 기능을 넣은 아이폰 1세대를 발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오토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비롯해 차량의 모든 기기와 동작을 전기로 돌아가는 디지털자동차로 구현하고 있다.4차산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우리 주변의 장비와 기기, 사물, 사람을 연결하는 편리성과 혁신으로 삶의 형태 자체를 바꿀 것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 종착점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에어비앤비, 우버, 타다 등과 같은 공유경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약업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전자처방전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최근 서울의료원은 모바일 통합의료정보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서울케어(가칭)' 출시와 관련해 전자처방전 기능을 제외하기로 했다.서울케어는 외래 진료와 건강 진단 등 정보 제공을 주 서비스로 하며 소소하게는 병원에 환자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과까지의 이동 경로가 뜬다. 주차 위치도 볼 수 있으며, 입원 환자는 회진 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이 앱으로 보험청구도 가능하다. 인터넷과 사람, 기기를 연결한 IOT(사물인터넷)를 환자와 의료진 손 안에서 구현한 것이다.그러나 서울시약사회와 중랑구약사회의 반발로 전자처방전 기능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케어는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전국 어느 약국에서나 수용 가능하며, 전송 과정에서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전자처방전을 포함해 준비하고 있으나 약사회와 협의 전까지 구현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처방전 사업은 대부분 민간기업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약사회가 반발하는 이유도 타당하다. 첫째로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가능성이다. 특정 약국으로 처방환자가 몰릴 경우 현재보다 더 큰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앱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약국이 모든 앱을 사용할 수는 없다. 또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개발한 앱은 처방전 전송 수수료, 약제비 결제 대금 수수료 등도 약국에 부담하고 있다.그럼에도 전자처방전 시행을 위한 모든 기반은 갖춰져 있다. 4차산업에서 전자처방전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우리는 전자처방전을 거부하기보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전자처방전은 기존 병원 주위에 안정적으로 자리한 약국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의약분업 이후 병원 처방전에 매달려야 하는 약국의 경영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얘기로 보여진다.의약분업 전 약국은 병원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동네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소통의 장소였다. 사실상 현재 대한약사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약국의 지역사회 약물관리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조제권이 약국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종합병원 문전 약국 분양가는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원내약국, 편법 개설 등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약국 간 호객행위와 택배 발송 등 경쟁 심화로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의약분업 이후 지역주민의 곁에 있던 약국이 병원과의 관계에 매달리도록 경영 환경이 바뀐 것이다.결국 전자처방전의 본질적 문제는 병원과 약국 담합, 수수료 문제라기 보다는 기득권이 가진 '처방전(이익)' 흐름이 어디로 가느냐가 그 기저에 있다고 볼 수 있다.전자처방전을 병원 문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집 근처 약국으로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이 이야기하는 '지역 사회 안전망과 거점으로서 역할'을 약국이 하는데 전자처방전이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환자는 더 이상 문전 약국에서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의약품이 있는 약국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환자는 진료만 받고 내려가면 된다. 돌아가는 길에 집 근처 약국에서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받으면 된다. 종이처방전을 들고 다니거나 수개월치 약을 받아서 집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무엇보다 집앞 약국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약사로부터 전문적인 상담과 평소 건강관리까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약국은 지금과 같이 병원에 목매지 않아도 될지 모를 일이다. 전자처방전이 기존의 종이처방전과 병원에 얽매인 약국의 경영 환경을 바꾸길 기대해본다. 어떻게 하면 전자처방전이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정부도 전자처방전을 공공재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 시스템 설치비용, 수수료, 병원과 전자처방전 사용 약국의 관계 형성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2020-01-12 08:54:06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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