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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약 등재 제도 개선의 무가치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매해, 아니 이제는 매분기 들려 온다. 약이 있어도 환자수가 적거나 혹은 기준 대비 환자수가 살짝 많아 비용효과성 입증과 재정소모 예측이 어려워 보험급여 등재 과정이 험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국회에서는 두달에 한번 꼴로 특정 희귀질환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부는 항상 검토를 약조하고 개선방안도 내놓지만 의료현장과 환자의 갈증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왜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일까.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진정한 급여율이 상승하려면 결국 현재의 평가 방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 수를 알기 어려운 질환이다. 대상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자체가 어려운 사례도 허다하다.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렵게 신약개발에 성공해도, 경평을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평가기간의 단축은 신속 등재를 보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이다. "우리도 노력했다. 검토하겠다"는 말의 반복은 무가치하다. 현 상황을 반영한 평가방식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그에 대한 결과를 내놓을 때다.2026-06-08 06:00:46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네트워크약국 방지법 시행과 남겨진 과제[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한민국 약국가의 오랜 근간이었던 ‘1인 1약국’ 원칙이 한층 더 촘촘하고 강력한 법적 방어벽을 갖추게 됐다. 약사나 한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른바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를 거쳐 오는 11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본회의 통과와 발효는 단순한 문구 수정을 넘어선다. 기존 약사법이 표면적인 ‘명의 대여’나 교묘한 위법 행위를 잡아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면, 개정안은 ‘운영’이라는 두 글자를 명문화함으로써 자본을 앞세운 복수 약국의 실질적인 지배 구조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입법의 시계추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지금, 약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의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우선 약사 사회와 보건의료계는 이번 법안 시행이 약국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자본이나 특정 조직이 청년 약사들의 명의를 빌려 편법적인 체인형 네트워크 약국을 확장하거나 지분 투자를 감행하는 행위는 공공연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 개설한 체인형 창고형약국도 네트워크 약국 아니냐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이러한 편법 네트워크 약국은 필연적으로 과당 경쟁을 유발하고,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약품 오남용이나 무리한 일반의약품 판매를 부추겨 보건안전망을 위협해 왔다. 법안이 시행되면 자본 중심의 약국 운영 구조에 제동이 걸리면서, 독립적인 동네 약국들과 청년 약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돈'이 아닌 '약료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는 시대의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의 이면에는 법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숙제는 과거 의료계가 ‘유디치과 사태’ 등에서 겪었던 것처럼, 약국판 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한 우회 범법 행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이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경영 컨설팅이나 자문 계약, 혹은 독소조항이 담긴 임대차 계약의 형태를 띠면서 실질적인 약국 운영 수익을 특정 법인이나 자본가가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를 과연 수사당국이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단순한 이자 지급이나 정상적인 체인 가입 체계를 넘어, ‘실질적 지배 및 경영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면 자칫 현장의 법적 분쟁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일각에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이나 약국 개설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강력한 보완 장치가 연동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1월 27일은 약국이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 보건의료 기관으로서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가 곧 불법 네트워크 약국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 당국은 남은 기간 동안 편법 경영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꼼꼼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하며, 사법당국 역시 복잡한 임대 구조 뒤에 숨은 진짜 운영자를 찾아낼 수 있는 전문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사 사회 스스로가 자본의 유혹에 면위를 대여하거나 가담하지 않는 엄격한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6개월 뒤 마주할 새로운 약사법이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짜 ‘방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2026-06-01 06:00:39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글자 같다고 유사 의약품? 금지만이 능사 아냐[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이제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유명 의약품과 유사한 명칭으로 하는 제품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비만치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이름을 교묘하게 본뜬 유사 명칭 제품들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고시 일부 개정안을 각각 행정예고했다. 이에 국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규제는 소비자가 일반 식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오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명칭 및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식품에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지 대상 명칭은 '약사법'에 따라 허가·신고된 의약품 및 한약 처방명과 유사한 이름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사 의약품 광고 행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의약품 모방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식약처의 규제 방침이 지나치게 넓고 무차별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는 단지 유명 의약품과 철자가 일부 유사하거나, 발음이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중소 식품업체들의 브랜드 네이밍까지 ‘유사 명칭’이라는 틀에 가두고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식약처 행정예고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많다. 유사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철자, 발음,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겠다는 모호한 기준 아래,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멀쩡한 제품들도 한 순간에 ‘모방 제품’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성분명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전개하거나 기업명을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명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모방 제품’으로 낙인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현재 의약품 제품명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 중인 업체는 15개, 품목은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잉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히 포장 교체 비용만 문제되지 않는다. 그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알려온 기업들은 다시 고비용을 들여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간 공들여 브랜드를 알리고 쏟아부은 마케팅∙브랜딩 비용이 하루 아침에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셈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있겠으나 건전한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 업계가 짊어질 부담의 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및 고시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유예기간도 없는 셈이다. 이 또한 혼란을 자초하는 격이다. 관련 부담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또, 업계에서는 어디까지를 유사 명칭으로 볼 것인지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규제영향분석서 내 규제대안과 같이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또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거나 규제가 적용되는 의약품 명칭을 고려한 심사를 통해 제품 등록 단계에서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의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다. 시행에 앞서 식약처는 획일적이고 압박 위주의 단속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야 하겠다. 관리당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2026-05-28 06:00:38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K-톡신 묶은 16년 쇠사슬, 끊어야 산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 내부에서 해제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남은 것은 결론이다.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생명공학위원회는 현재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등 79개 국가핵심기술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한 정기 검토로 보지 않는다. 16년 동안 이어진 규제 논란이 처음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서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생명공학위원회가 해제 의견 중심으로 논의를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산업부가 일부 장기 연임 위원을 교체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변화는 작지 않다. 그동안 톡신 국가핵심기술 논란 중심에는 특정 위원의 장기 연임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전문위원회 폐쇄성과 특정 인사 중심 구조 문제가 지적됐다. 산업부 인적 쇄신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된 신임 전문위원들이 해제에 의견을 모았다는 뜻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지금 논의는 기술 하나를 풀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낡은 규제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느냐다. 그동안 국내 톡신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과도한 중복 규제라고 주장해왔다. 이미 약사법과 감염병예방법, 대외무역법 등으로 관리 체계가 작동하는데 국가핵심기술 규제까지 겹치며 행정 부담만 키웠다는 논리다. 해외에서는 범용 생산기술로 인식되는 분야를 한국만 국가핵심기술로 묶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균주 역시 글로벌 유전자 정보망에 공개돼 있고 국내 기업 상당수도 해외 균주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수출과 기술협력, 인허가 과정마다 추가 심사가 반복됐다. 결국 산업보다 행정이 앞선 구조였다. 문제는 결과다. 글로벌 톡신 시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 경쟁력을 갖추고도 각종 행정 절차에 발이 묶였다. 해외 진출과 기술이전 협상에서도 불확실성이 반복됐다. 물론 국가핵심기술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규제는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보호 실익보다 산업 제약 효과가 더 커졌다면 손보는 게 맞다. 무엇보다 이번 논의는 또다시 시간을 끌다 끝나선 안 된다. 과거에도 해제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결론을 미루는 일이 반복됐다. 그 사이 시장 불확실성만 커졌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위원회 내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산업부도 인적 쇄신 신호를 보냈다. 이제는 최종 판단만 남았다. 16년 동안 K-톡신을 묶어온 쇠사슬을 이번에도 끊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누구를 위해 규제하고 있는가. 공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번엔 결론을 내야 한다.2026-05-18 06:00:37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한국산 개량 약품, 환자들은 정말 편해졌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형 변경 제네릭은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트렌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특히 정제를 구강붕해정으로 변경해 복용 편의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녹여서 먹는 구강붕해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 연하곤란 환자들에게 분명 편리한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러 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동일성분의 구강붕해정을 개발한다? 소수의 환자층을 생각하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일례로 고지혈증치료제로 사용되는 피타바스타틴 구강붕해정에 오리지널사뿐만 아니라 다수 제네릭사들도 제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로 이미 포화상태 상황인 데 말이다. 구강붕해정 제품 개발 경쟁 이면에는 약가가 있다. 국내 약가 산정은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을 기준으로 한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이들 조건을 갖춘 동일제제가 20개를 넘게 되면 다음 등재되는 제품은 직전 최저가보다 15% 낮게 산정된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가 있기 때문에 현재 최저가인 462원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형이 다른 구강붕해정은 현재 등재된 제품이 없어서 동일 성분 최고가인 561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환자층 자체가 적은데 최고가를 받는다 해서 기업의 이윤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제약사들이 경쟁한다면 파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제약사들은 이윤을 맞추기 위해 구강붕해정으로 알약 복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환자층도 노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일반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구강붕해정을 처방받게 될 수도 있다. 만약에 두 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약마다 제형이 다를 경우 불편은 더 가중된다. 하나는 물로 알약을 넘기고, 또 하나는 녹여서 먹여야 되는 불편이 생긴다. 특정 환자층에 편하게 복용하라고 만든 약이 일반 환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선택은 오로지 의료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개발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약을 하나에 담은 복합제는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새로운 조합의 제품들이 계속 생겨난다. 복합 개량신약도 약가 가산이 부여된다. 이제 붐을 탄 구강붕해정 개발도 시장 성공이 확인된다면 더욱 진화될 것이다. 약국 진열대는 이러한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약국에서는 한국산 개량 약품이 재고 문제의 골치덩어리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약들이 수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출현은 환자들에게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복합제나 제형변경 등 한국산 개량 약품이 과연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제품개발 경쟁을 약가가 유인하고 있다면 정부는 꼭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지금의 약가 산정 제도를 다시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026-05-11 06:00:40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혁신 희미해진 혁신형제약기업 제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예고한 개편 약가제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면 제네릭 약가가 덜 깎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 100곳 이상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신청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삭감된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제네릭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혁신형과 준혁신형 제약사는 약가를 천천히 깎는 당근을 부여할 계획이다. 혁신형제약사를 대상으로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산정률을 49%로 4년, 준혁신형제약사는 3년간 47%로 특례를 부여한 이후 4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다. 혁신형과 준혁신형에 포함되지 않은 제약사도 4년에 걸쳐 약가인하가 이뤄진다. 내년 49%로 떨어지고, 2028년 47%, 2029년에 45%로 낮아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이번에 새로운 등장한 용어다. 혁신형 제약기업보다는 연구개발을 덜 열심히 하지만 일정 수준의 노력을 입증하면 약가를 덜 깎겠다는 의미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에 따라 많게는 수백억 원의 손실 여부가 갈리는 탓에 인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시행 14년 만에 가장 큰 위력을 갖게 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혁신형제약 인증 제도는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제약산업육성·지원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이 제도의 근거가 마련됐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업체에 대해 세금 감면이나 연구비지원, 약가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신약개발 동력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사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제약사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약가우대를 제외하고는 당초 기대했던 세금감면이나 연구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이뤄지지 않아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제도가 반복되는 약가인하의 충격을 잠시 늦춰주는 완충장치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사전적 뜻을 지니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왕성한 연구개발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제도 취지와는 달리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연구성과나 질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단지 매출 대비 R&D 투자금 비중을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활용하는 현상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업들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방대한 자료 준비에 진을 빼고 공무원들은 해당 자료를 검토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소모적 행정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최근 제네릭 약가재평가를 거치면서 적잖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경험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허가용 제출 자료를 약가 우대 요건에 포함시켰다.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새로운 제네릭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품에도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를 진행했다.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수행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가 시작됐다. 제약사들은 문제없이 잘 팔고 있는 제품의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 2019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는 259건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2년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건당국 인력들은 2만개가 넘는 의약품의 약가 인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된 셈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유례없는 혼란이 펼쳐졌다. 한번에 수천개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고, 유통 현장과 약국에서는 약가가 변동된 제품을 교환하느라 혼선이 불가피했다. 심지어 제네릭 약가 재평가로 인한 변변한 재정절감 효과도 제시된 적도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과 산업 종사자들에 전가됐다. 시행착오가 반복되자 정부의 약가제도 학습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약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반복적인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혁신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도는 가장 반 혁신형 도구로 전락했다. 복잡해지는 제도에 기업과 정부는 더욱 소모적인 시간을 허비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지도 않는다. 도대체 왜 이토록 소모적인 정책 학습효과 없는 무리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2026-05-04 06:00:42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취약지 소아진료 지원, 약국은 왜 배제하나[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보건복지부가 최근 소아 환자의 야간 및 휴일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14개소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필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진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정책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장의 실상을 간과한 ‘반쪽짜리 행정’이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에만 집중된 지원 체계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14개 의료기관에 연간 1억 2000만 원의 운영비를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야간과 휴일에 문을 여는 의료진의 노고를 보상하고 운영 경험을 축적해 향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진료의 파트너이자 처방전의 최종 종착지인 '약국'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전무하다. 의료법과 약사법이 엄격히 분리된 국내 의료 체계에서 진료와 조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소아 환자가 야간에 병원을 찾아 힘들게 진료를 받아도, 처방전을 들고 갈 약국이 문을 닫았다면 그 진료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부모들은 조제 가능한 약국을 찾아 인근 시·군까지 다시 ‘뺑뺑이’를 돌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먼 거리의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사업의 본래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야간·휴일 진료를 위해 인력을 가동하고 운영비를 지원받는 병원과 달리, 해당 지역 약국들은 아무런 정책적 배려 없이 개별적인 희생만을 강요받는 꼴이다. 기존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는 약국에도 일정 부분 보상이 이뤄지지만, 이번 취약지 모델에서는 약국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인구 감소 지역의 필수 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옳다. 하지만 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취약지일수록 병원과 약국이 세트로 움직이는 ‘원스톱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대한약사회도 일부 소아청소년과 주변 약국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필수의료 살리기에 정부 대책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약국이 없는 지역, 이른바 무약촌도 이슈다. 이에 대한 정책과 재원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추가 공모 시점 전까지 반드시 약국을 포함한 통합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약국 없는 야간 진료소는 부모들에게 희망고문일 뿐이다. 정부는 '약국 배제'가 부를 현장의 혼란을 직시하고, 진정한 소아 의료 안전망 구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2026-04-27 06:00:38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체력 쌓은 비상장사, IPO 필수 아닌 선택[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비상장 제약사에게 IPO(기업공개)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과거에는 자금이 필요하면 상장을 택했다.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외부서 조달하는 통로였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운영자금 확보까지 상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내부서 현금을 확보한 기업은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투자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상장의 역할도 달라졌다. 상장의 의미도 달라졌다. 자금 조달 중심에서 기업가치 평가와 지배구조 정비로 이동했다. 상장 시점과 밸류에이션 판단이 앞선다. 시장 상황과 업종 밸류, 투자자 수요까지 함께 고려하는 흐름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확보한 기업에게 IPO는 선택지다. 필요할 때 꺼내는 전략이다. 이 변화는 숫자에서 확인된다. 최근 비상장 제약사들은 외형보다 내실에서 차이를 보인다. 매출이 아니라 이익, 이익보다 현금이다.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함께 개선되는 사례가 늘었다. 이익이 장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금으로 이어진다.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일부 기업은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와 배당을 동시에 감당한다. 금융자산을 쌓으면서도 재무 여력을 유지한다. 단기금융상품과 투자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모습이다. 외부 자금 없이도 일정 수준의 투자와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자금 운용 능력이 숫자로 드러난다. 반면 격차도 분명하다.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로 자금이 묶인 기업은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다.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며 현금 흐름이 약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투자 확대와 맞물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익과 현금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다. 같은 비상장사라도 체력의 차이는 뚜렷하다. 일부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거나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다. 이 차이는 선택을 가른다. 현금을 확보한 기업은 투자와 배당, 구조 개편을 스스로 결정한다. 반면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외부 자금에 기대야 한다. 일부는 IPO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장이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IPO를 가르는 것은 숫자(실적)다. 더 나아가 매출이 아니라 이익, 이익이 아니라 현금이다. 이 숫자가 체력을 만든다. 체력을 갖춘 비상장사에게 IPO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선택이다.2026-04-20 06:00:38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이젠 안착한 면역항암제? 갈증은 남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면역항암제는 이제 꽤나 대중적인 단어가 돼 버렸다. 일반인들도 한번은 들어봄 직한 정도니 말이다. 어느덧 국내에 처음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대하며 항암 치료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늘어나는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는 치료 접근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문이 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옵션의 임상적 가치가 급여 체계 안에서 어디까지 반영돼야 하는지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재정적 부담과 신약이 제공하는 임상적 유용성 사이에서 어디까지 균형을 잡을 것인가의 문제다. 다가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역시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는 자리다. 이번 암질심에서는 '옵디보(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및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 급여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암질심에서 해당 요법은 간암과 폐암 모두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최근 간세포암에서는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에 이어 '임핀지(더발루맙)'와 '이뮤도(트레멜리무맙)'까지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비소세포폐암 역시 이미 4년 전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단독 및 병용요법에서 급여 적용되며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 전략이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등재된 상황에서 새로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급여 기준 설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간세포암은 여전히 재발이 잦고 예후가 불량해 사망률이 높은 암종이며 환자의 상당수가 간 기능 저하를 동반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질환 특성 때문에 깊고 지속적인 반응과 장기생존, 간기능에 관계없이 장기 생존 이점을 보이는 치료 옵션인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여겨진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가장 긴 생존 데이터를 제시한 치료 옵션이다. 임상 연구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23.7개월을 기록했고, 48개월 시점 생존율은 31%를 보였다. 또한 아시아 환자 하위 분석에서는 mOS 34.0개월과 3년 생존율 49%, 객관적 반응률 37%, 완전관해율 10%가 보고됐다. 기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mOS가 20개월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특히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간 기능이 저하된 ALBI 2/3 등급 환자에서도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25% 유의하게 낮추며, 간 기능이 보존된 환자군과 유사한 수준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세포폐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트루다 기반 요법이 사실상 1차치료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군의 치료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임상에서는 PD-L1 음성 환자군이나 편평상피세포암과 같이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 환경에서 장기 생존 혜택이 제한적으로 보고된 환자군이 존재한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이러한 환자군에서도 PD-L1 발현율이나 조직형과 관계없이 일관된 생존 개선 결과를 제시하며 또 다른 치료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국 암질심 논의의 핵심은 단순한 옵션 추가 여부가 아니다. 현재 급여 체계가 실제 임상에서 충분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특정 환자군의 미충족 치료 수요를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미 옵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면역항암제, 아직은 목이 마르다.2026-04-13 06:00:40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바이오시밀러 고가 보장하는 이상한 정책[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번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결정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목적이라면 바이오시밀러가 개편 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다.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건보재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가 재정절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저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약가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을 80% 목표로 처방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외래 처방의 70%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절감 금액의 일부를 의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21%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처럼 처방률에 대한 목표도 없거니와 정책도 없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2개나 있으면서 처방률이 낮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이 낮은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정부가 애초 수출 경쟁력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약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내수 시장에서는 오리지널과 약가 경쟁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급여 등재되면 기존 오리지널 최고가의 80%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1년이 지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모두 최고가의 70%로 낮아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동일가 구조가 바이오의약품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바이오시밀러가 시장 경쟁력을 위해 오리지널보다 약가를 자진 인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시장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자진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40~50%하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9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상황은 바이오시밀러와 가격차가 크지 않은 오리지널의약품 선호 현상을 강화하고, 국내 환자들만 높은 가격에 바이오시밀러를 부담하는 역차별을 낳는다. 바이오시밀러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오리지널 대비 가격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 최고가 대비 45% 수준에 결정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여전히 70%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70%를 보장하면서 다른 나라처럼 40~50% 수준에서 저가 바이오시밀러로 처방률을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다 보니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 인하 비율 폭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건보재정에도 크게 부담이 된다. 아무리 값싼 제네릭을 가격을 인하해봤자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그대로라면 재정 절감 기여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꾸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2016년 약가를 70%에서 80%로 올린 바 있다. 하지만 2016년과 지금은 국내 시장 바이오의약품 사용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효과와 편의성을 앞세워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프롤리아와 항암 치료의 혁신을 이끈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이 이제 주요 치료제 시장을 점령했다. 문제는 이들 바이오의약품이 합성의약품에 비해 고가라는 점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치열해지는데, 국내 약가 구조상 약값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먼저 동일가 정책부터 폐지하고, 제네릭처럼 바이오시밀러도 약가비중을 인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사실 이는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제네릭의약품에도 필요하다.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하면 재정 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저가의 제네릭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우대해 기업 스스로 가격을 인하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오리지널-제네릭(바이오시밀러) 동일가 기전을 유지하고, 제네릭 일괄 인하 정책만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제네릭의약품 일괄 인하를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고가격 보장 정책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2026-04-06 06:00:40이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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