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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휴온스 합병, 주주 소통의 정석

  • 이석준 기자
  • 2026-06-11 06:00:44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자본시장에서 지주회사의 물적 분할이나 자회사 간의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은 늘 뜨거운 감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법정 공방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종종 주주를 상생과 소통의 대상이 아닌, 넘어서거나 극복해야 할 ‘규제’나 ‘장벽’으로 여기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주주 소통에 있어 정석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을 전달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일련의 긴 시간이다.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주와의 소통은 기업 경영에 있어 투명성과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최근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휴온스그룹의 행보는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합병 결정 공시부터 주주환원책 발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일련의 과정은 주주 소통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시장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단기적 비판을 직면할 수도 있으나 지속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 있어 배경과 목표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 어찌 모든 주주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사실을 바탕으로 숨김없이 성실하게 소통을 이어가 신뢰를 얻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단기 주가가 아닌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휴온스글로벌의 전략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통’과 ‘설득’에 있다.

합병에 대해 이견이 있는 주주들을 임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룹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함께 성장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이에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그들의 우려에 귀 기울여 응답하려 노력한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간담회를 열어 소통하고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해온 행보도 이러한 경영 철학을 반영한다.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이사회가 수용한 부분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임시주주총회 및 선제적인 의결권 제한 조치다. 휴온스글로벌은 자회사 간 합병 안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위원회 권고에 따라 합병 당사 회사뿐 아니라 지주회사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직접 묻기로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의 의견이 더욱 확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오는 7월 3일 지주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자회사 중복상장이나 지배구조 개편 시 지주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법적인 강제 의무가 아니며 금융당국의 최종 가이드라인조차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규제라는 울타리가 세워지기도 전에 기업이 먼저 일반주주들의 표심에 지주사의 의결권 방향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본시장에서 극히 보기 드문 선례다.

최근 확정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도 같은 결이다. 휴온스글로벌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취득할 휴온스 신주 중 일반주주 지분율의 30%에 달하는 26만여 주를 일반주주에게만 현물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자사주는 배당에서 전면 배제된다. 그 규모는 과거 지주사 분할 과정에서 합병신주 20%를 현물 배당했던 덕산하이메탈의 사례와 비교해도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이미 배당 정책 공시를 통해 매 분기 배당 200원씩 연간 800원의 현금배당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현물배당이 더해지면 연간 배당 총액은 약 315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는 주주와의 상생을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자산 가치로 응답하기 위한 기업의 결정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곧 합병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합병의 타당성과 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주주들의 몫이다. 실제로 주주들이 충분한 설명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병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합병의 배경 역시 시장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휴온스랩은 뛰어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계열사 배당 및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휴온스글로벌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 중복상장 금지 기조 속에서 외부 투자 유치 역시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연구개발비용 마련이 시급한 휴온스랩을 휴온스가 흡수하는 방안은 그룹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된다. 휴온스 역시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 확대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가능성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휴온스가 합병 자체보다 주주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그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결과를 강요하기보다 과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합병이 옳은지 그른지는 결국 주주들의 판단이 결정할 것이다. 합병이 성사될 수도 있고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와 별개로 주주를 설득의 대상이 아닌 경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설명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다. 주주의 목소리를 듣고, 우려에 답하고, 판단을 존중하는 과정이다.

결국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주 소통의 정석은 멀리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시장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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