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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원료약 자급도 제고, 정책 의지는 있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첨단 부품·원료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50% 아래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에 쓰이는 핵심 185개 품목의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아래로 낮추는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된 '요소수 사태'와 같은 상황을 근원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바이오 분야에선 바이오배지와 바이오의약품 일회용백 등이 선정됐다. 다만 소재·부품·장비 위주로 품목을 선정했기 때문에 원료의약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선 정책의 추진 배경이 여러 모로 국산 원료의약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문제의 골자는 필수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특정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원료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24.4%에 그친다. 원료약 국내 자급도는 2008년 이후 평균 20%대로 유지 중이다. 원료의약품 수입액 1위는 중국으로, 2021년에만 7억4023만 달러(약 9500억원)에 달한다. 2위인 인도(2억2535만 달러)와 3배 이상 차이 난다.요소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원료의약품 공급 물줄기가 막힐 경우 완제의약품 생산·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에 따라선 올해 내내 반복된 아세트아미노펜 등의 수급불안 현상이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그럼에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높여야 한다’는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상황이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적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떤 원료의약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도 논의된 바 없다. 큰 단위에서의 원료의약품 생산금액·수입금액·수입국가 등의 통계만 있을 뿐, 어떤 원료가 얼마나 국내에서 생산되고 해외에서 수입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사정이 이렇다보니, 특정 의약품의 국내 공급이 문제가 되면 TF팀을 꾸리는 등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이어지고 있다. 국가 필수의약품 지정이나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있으나, 애초에 완제의약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제도이기 때문에, 원료의약품의 자급도와는 큰 관련이 없다.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는 구호만 있을 뿐, 아직 제대로 된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한 상황이다. 어떤 원료의약품을 필수로 국내에서 생산해야 하는지, 해당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는 얼마나 되는지, 국내 자급 대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정책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 산업부가 185개 소부장 품목을 선정한 것처럼, 복지부 주도로 필수 원료의약품을 지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제약사들이 값싼 중국산 원료의약품이 아닌,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도록 정책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했을 때의 약가우대 폭과 기간을 현행보다 더욱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2023-12-18 06:16:41김진구 -
[기자의 눈] 비대면진료 법안 국회 논의 거부는 난센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오늘(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허용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오후 6시 이후부터 심야 시간대 초진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지고 6개월 이내 방문한 의료기관이라면 어려움 없이 전 질환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면서 사실상 24시간 비대면진료 시대가 열린다.보건복지부가 중폭 이상의 시범사업 개편안을 꺼내 들면서 당황한 쪽은 의료계와 약사회, 야당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 개편안 전면 폐기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오진율이 급등해 환자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오진으로 인한 피해 책임을 자칫 의료진이 모두 지게 될 우려도 커진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복지부가 시범사업 개편안 확대를 강행하면서 의료계와 약사회 간 갈등도 촉발되는 양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복수 의사단체 대표들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등 비대면진료 실무진을 직접 만나 비대면진료 시 원내조제를 허용하고 처방약을 배송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의 원내조제, 약배송 요구에 뿔난 약사회는 경증 질환에 대해 약사가 직접 조제를 하겠다며 감정싸움으로 맞서는 상태다.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복지부의 시범사업 확대 개편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은 재진 중심, 초진 제한 비대면진료를 기반으로 전자처방전 부실 문제 등 미흡점을 보완하는 방식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을 촉구해 왔는데 복지부 개편안은 이와 정반대 행보를 걷기 때문이다.이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은 오는 18일 열릴 법안소위에서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해 대폭 확대된 시범사업안을 입법으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안심사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8일 법안소위 안건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포함됐냐는 기자 질문에 "협의 중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대로라면 12월 임시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은 국회 심사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야당의 심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끝내 버틸 경우 소위 심사 안건에 포함될 수 없는 영향이다.국회에서 복지위 여야 의원들이 비대면진료 법안 심사 필요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 속 복지부는 표정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미 시범사업 확대 개편안을 확정한 복지부 입장에서 입법 심사로 다시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도로아미타불' 되는 결과를 반길 리 없지만, 공개적으로 법안 심사에 반대표를 던질 수도 없는 처지다.비대면진료는 국민의 질환 치료 방식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정책이다. 안전망을 두텁게 만들지 않은 채 허용 범위만 늘리면 오진 환자가 늘어나고 불필요한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촉진한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비대면진료 제도 설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달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약국 생태계 붕괴를 촉진할 위험도 있다는 점이다.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2월 임시국회 기간 내 복지위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해야 한다.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복지부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을 국회 심사에서 재점검하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야 중지를 모아야 한다.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이후 수십번에 걸쳐 요구했던 사안이다. 시범사업 확대 개편안 강행을 위해 국회 법안심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여당과 복지부가 국민 건강·생명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을 위한다면 의료계와 약사회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한 채 비대면진료 확대 개편안에 골몰하고 국회의 법안심사를 회피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법안을 살펴 안정적인 제도 운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대면진료 확대 시행에 대한 우려와 비판 목소리는 두 귀를 막고 양 눈을 감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2023-12-15 06:27:37이정환 -
[기자의 눈] 시럽제 품질감시 강화...정작 기준은 없다[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품질 부적합이 확인된 '포 포장' 제품에 대해 내년도에도 수거검사 등 품질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자로 '쌀 포(包)'를 쓰는 포는 물건을 감싸다는 뜻으로 '포 포장' 형태는 액상 시럽제 제품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지 안에 넣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스틱 포장지로 된 커피믹스가 떠오르는데, 의약품에는 감기약, 위장약 등 1포씩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되고 있다.하지만, 편의성이 높고 밀봉 포장으로 대용량 시럽제 보다 선호도가 높은 포 포장이 요즘에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4월 동아제약의 '챔프시럽'은 갈변현상으로,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은 상분리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 7월에는 종근당의 '모드콜코프시럽' 포 포장 제품 절취선 부분의 흰색 약액 누출 신고에 따라 시험검사를 지시한 결과 성상 부적합이 확인되면서 '모드콜콜드시럽'과 함께 회수조치가 이뤄졌다.결국 식약처는 3분기 기획합동감시 품목을 포 포장 액상 제품으로 특정하고 무작위로 30품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30품목 중 1품목에서 또 다시 미생물 한도 초과로 품질부적합 결과가 나왔다. 식약처는 약사법령에 따른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한편, 품질 부적합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폐기토록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품질 부적합 발생 품목에 대한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책임은 고스란히 제약회사 몫이다. 제약회사는 자료를 제출하고 제제 개선 등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야 잠정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 받을 수 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제조·판매를 재개를 위해 해당 품목에 발생한 원인 규명과 제제개선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식약처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 문제해결의 책임을 모두 제약회사에게 맡기고 손을 놓고 있는 느낌이다. 포 포장에서 지속적인 품질 부적합 이슈가 발생하는 이유를 식약처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적합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포 포장 액상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2023-12-14 06:23:56이혜경 -
[기자의 눈] 국산 혁신신약에 대한 염원과 거품[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신약에 대한 관심은 이제 '환자'를 넘어섰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국내 산업 발전에 대한 염원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현재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 속도와 국산신약 개발은 순항 중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일깨우기 위해 생겨나는 거품은 결코 발전과 성공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신약 개발이 쉬웠다면 이렇게 '핫'해질 일도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임상 실패, 중단, 혹은 효능 논란 등과 연관된 소식이 인터넷을 달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상에 성공했다면 그야말로 대서특필이 이어진다.그럴 수 있다. 삼성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과 유럽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방안이라는 대전제 아래 국산 신약 약가우대방안을 내놓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하지만 분명히 해야 한다. 성공이 쉬우면 애초에 신약이 아니다. 미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 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상 1상의 성공률은 63.2%, 2상의 성공률은 30.7%, 3상은 58.1%다. 이를 계산해 하나의 신약이 상용화되는 확률을 추려보면 9.6%밖에 안 된다.개발중단과 임상실패는 얼마든지, 아니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다만 정직함이 문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수많은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편승효과를 노린 것 역시 사실이다.어떤 약인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는 개발 물질의 임상 진입·완료 자료, 해외 학회 발표자료는 지극히 투자 심리 만을 조준하고 있다. '000 약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최초의 00암 치료제다', '생존기간을 많이 개선했다' 등등.내용은 매력적인데 근거를 안 보여준다. 몇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 만큼의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 결과, 비교군과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수치 상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좋은 약'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코멘트가 약에 대한 설명의 전부인 사례도 있다.신약은 과학이다. 환자가 최종 소비자다. 국내사의 신약개발 성공례 자체가 고무적이다. 오픈하고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IR(Investor Relations)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주식 갖고 장난친다는 오명 역시, 리베이트의 굴레처럼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2023-12-13 00:00:50어윤호 -
[기자의 눈] 제약사 후계자와 신비주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 오너 3세(후계자)의 경영 보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대주주에 오르거나 승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다만 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관찰하기 힘들다.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며 인터뷰를 추진하려 해도 홍보팀으로부터 '아직 때가 안됐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관련 기사 작성으로 오너 3세 사진을 달라고 하면 '없다'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설마 후계자 사진 한 컷이 회사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황당한 일도 많다. 일례로 대형 A사 3세는 공식석상인 주주총회에서 기자가 사진을 찍자 급히 달려와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오너 3세이자 단독대표다. 위치에 오른 만큼 외부 노출은 필연적이지만 극도로 노출을 꺼렸다. '신비주의' 단어가 떠오른다.이해는 된다. 후계자는 단독대표 등 직급, 직위는 높지만 아직 어리다. 30대 후계자도 최근 많아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공식석상에 노출됐을 때 행여나 섣부른 발언으로 구설수를 탈까 걱정할 수 있다. 상장사는 오너 일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요동칠 수 있어 조심 또 조심 그 자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후계자도 자연스레 몸을 사리는 습관이 들었다.이런 상황에서 3세 김정균(38) 보령 대표의 행보는 눈에 띈다. 여느 제약사 3세와는 달리 신비주의를 벗고 현장과 직접 소통하고 있어서다.김 대표는 올 초 주주총회에서 직접 주주와 만나 우주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 최근에는 미국우주산업 컨퍼런스(ASCEND)에도 참가해 우주 사업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그룹 창업주 김승호 회장 손자이자 김은선 회장 장남이다.중소형제약사 B, C사의 행보도 흥미롭다. B사 오너 2세는 최근 기업설명회 주제발표를 맡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그에게 직접 발표하는 대표를 오랜만에 봤다고 인사를 건네자 오너의 발언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또 향후 실적에도 자신이 있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오너는 시장과 직접 소통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도 했다.C사 오너 3세는 시상식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대부분 실무자를 보냈지만 그는 달랐다. 기자도 말로만 듣던, 공시로만 만났던 오너 3세를 보고 명함을 건넸다. 역시나 명함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으레 오너 3세들의 행보가 그랬기에 그려러니 했다. 하지만 30분 뒤 곧바로 자신의 연락처를 기자에 공유했다. 향후 소통을 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됐다.제약업계는 바야흐로 오너 3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태생이 늦은 곳은 오너 2세, 빠른 곳은 오너 4세까지 가업승계가 이뤄졌다.다만 아직까지도 아버지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오너 3세들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경우가 많다. 최대주주, 단독대표 등 사실상 실권을 잡았지만 이래저래 신비주의가 여전하다. 시대는 변했다. 가업을 이어받으려면 과감히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회사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오너의 시장 소통 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2023-12-12 06:00:51이석준 -
[기자의 눈] 임상용 의약품 허가 후 지원중단 딜레마[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국내 정식 허가 이후 제공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던 환자가 치료제로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하루아침에 비급여 가격으로 투여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나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에게 치료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환자에게 소위 오프라벨(허가 범위 외 처방)을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제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다만 해당 의약품이 국내 정식 승인되거나 적응증이 추가되면서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최근 노바티스는 폐암 이외의 BRAF 양성 고형암 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공급하던 라핀나(성분명 다브라페닙)와 매큐셀(트라메티닙)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해당 치료제들은 BRAF 변이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허가됐다. 그간 두 약제는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외에도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BRAF 변이 고형암 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었다.지난달 15일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BRAF 변이가 확인된 수술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고형암 대상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노바티스는 적응증이 추가된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의 의약품 제공이 더 이상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이에 일부 의료진들은 노바티스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회사 측은 의약품 공급을 6개월 연장했지만 그 이후 공급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해당 사례는 노바티스가 처음이 아니다. 화이자는 ALK와 ROS1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유효성을 나타낸 로비큐아(롤라티닙)가 지난 2021년 정식 국내 승인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치료제 공급을 중단하려고 했다. 화이자는 의료진의 지속적인 요구를 귀담아 들어 해당 약제의 공급 중단을 번복한 바 있다.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치료제를 공급 중단하는 것은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비윤리적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의견이다. 평소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중요하시는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의 의약품 제공은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제약사의 입장도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오프라벨로 의약품을 제공한 만큼 치료제가 정식 승인이 되면 당연히 허가 절차에 따라 투여 받는 것이 맞다. 다만 하루아침에 비급여 투여로 통보하기 보다는 합의를 통해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크고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다. 환자를 위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지원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의 기본 자세일 것이다.2023-12-11 06:15:29손형민 -
[기자의 눈] 처방약 10종 이상 복용 117만명의 의미[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하루 처방약 복용량 10종 이상 117만, 20종 이상 3만명’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해당 글에는 다제약물 복용 실태를 우려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공감하는 내용의 다수의 댓글이 달렸다.실제로 정 이사장의 ‘맛 보기’식 게시글은 보건의료계에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던 모양이다. 해당 글이 게재된 이후 공단으로는 해당 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풀 데이터를 요청하는 다수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후문이다.당시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던 건보공단은 4개월여만인 지난 6일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단 주도로 대한약사회와 함께 진행 중인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 현황이 주 내용인 이번 보도자료에서 공단은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이번 자료에서 공단은 2022년 상반기 건강보험 가입자 진료 기준 10종 이상의 다제약물 상시(두 달 이상) 복용 중인 환자는 117만5130명이라고 밝혔다.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2021년도 기준 국내 75세 이상 환자 중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 중인 노인 비율은 64.2%로 OECD 평균(48.6%)보다 높고, 포르투갈(73.0%), 이탈리아(64.7%)에 이어 3번째로 높다고도 강조했다.국내 다제약물 복용 문제는 수년 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특히 노년층, 만성질환자의 다제약물 복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며 그 정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지난 2018년 시행 이후 6년째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있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커뮤니티케어 사업들에서 약물관리, 약물 복용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약사의 역할은 번번이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다제약물, 다제병용 관리에 대해서는 정부, 국회, 국민, 보건의료인이 모두 한마음으로 해결돼야 할 보건의약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 역할을 가장 전문적으로 수행할 직역이 약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지난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다제약물 관리사업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지적되자 정기석 이사장은 “다제약물관리사업의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며 "현재 약물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10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국민이 약 117만명이다. 두고만 봐서는 안될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정부는 이제라도 환자 안전과 더불어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다제약물 관리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간 약사들이 병원에서, 약국에서, 또 지역사회에서 다제약물 관리와 더불어 처방중재를 위해 해온 역할,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바로 알고 정책 수립에 나서기를 바란다.2023-12-07 18:50:32김지은 -
[기자의 눈] 코로나19, 엔데믹은 '끝'이 아니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엔데믹'은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년 가량 전세계를 덮쳤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사투 끝에 엔데믹이 선언됐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상황에 맞게 방역체계를 조정하고 있다.우리나라 정부 역시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완화 계획을 통해 2024년 상반기 내 치료제의 보험급여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위기의식도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다.코로나19는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변이를 거듭, 기저질환자 및 고령 환자 등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협하고 있다.10월 질병관리청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한 '코로나19 초과 사망자 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 코로나19의 여파로 초과 사망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6만5000명이 넘는데 '초과 사망'은 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추가 사망을 말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경험했다면 이제는 대비해야 할 차례다. 전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임 인원까지 제한해야 했던 시절을 잊어선 안된다. 치료제, 백신의 꾸준한 공급과 환자 관리는 그중 가장 중요한 준비라 할 수 있다.하지만 인식 저하는 쉽게 변환되지 않는다. 위기단계 완화는 무상공급 중인 코로나19치료제가 일반적인 의약품처럼 유상공급 대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체계를 더욱 완화하는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하게 되면,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다.즉,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베클루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의약품들의 일반 의료체계 편입이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2단계 로드맵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무상제공 기간이 언제까지 될지는 알 수 없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지난 10월 이들 약물의 보험급여 신청을 제출,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시간은 흐르고 위기단계 조정은 다가오고 있다. 당장 비급여 약물로 투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환자의 부담금은 크게 치솟는다. 문제는 위기의식의 악화로 '굳이 이 돈을 주고 투약해야 하나?'란 기조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늑장을 부릴 때가 아니다. 정부는 신속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제약사는 이제 장기전으로 접어 든 상황을 반영, 감내할 수 있는 약가 제안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2023-12-06 06:00:00어윤호 -
[기자의 눈] 건기식 과장광고 여에스더 문제만이 아니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건강기능식품 관련 시장이 코로나19를 겪으며 팽창한 것처럼, 최근 관련 이슈가 꽤나 '핫'하다.배우를 의·약사로 둔갑시켜 제품 홍보·판매를 하는 건기식 업체가 고발 당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여에스더가 전직 식약처 과장에게 고발을 당했다.전 과장은 여에스더가 운영하는 건기식 업체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식품표시광고법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 1항) ▲식품 등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 2항)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3항)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8조4항)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다.'현직에 있을 때 해당 법률을 위반하는 업체들을 단속했으나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고, 특히 의사 신분을 활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여겨 공익을 위해 신고했다'는 전 과장의 신고 배경은 더욱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물론 쇼닥터 문제는 그간에도 제기돼 왔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대한의사협회는 쇼닥터에 대해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라고 정의내리고 있다.최근에는 방송매체나 홈쇼핑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특정 제품을 광고하거나 공동구매 하는 방식이 의·약사는 물론 연예인이나 일반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도 비일비재해지고 있다.누구보다 건강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의·약사가, 옆 집 언니 같은 연예인이, 아이를 여럿 낳았지만 늘 에너지 넘치고 탄력있는 몸매를 소유한 인스타 친구가 광고하는 제품이라면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서는 의·약사의 건기식 홍보 등을 담고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약사, 대학교수 또는 그밖의 사람이 제품의 기능성을 보장하거나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제한하고 있다.의사 등이 해당 제품의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실만을 나타내는 표시·광고를 제외하고, 특정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광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건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서' 할 수 있는 제품 추천일 수 있지만, 조금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건강과 약에 관한 전문가가 약사인 만큼 환자의 신뢰와 근거를 중심으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2023-12-05 10:21:03강혜경 -
[기자의 눈] CSO, 실적개선과 위험부담 '양날의 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근 몇 년 새 중소형제약사와 CSO(영업대행업체)는 강력한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중소형제약사는 CSO에 일거리를 줬고, CSO는 실적 상승으로 이에 답했다.중소형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CSO와 손을 잡았다. 지난 몇년 간 CSO 활용 여부에 따라 실적이 바뀌는 상황이 이어졌고, 중소형제약사에게 CSO는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CSO들은 특정 제품·지역에 전문화된 영업을 통해 역할을 확대했다. 영업 활동에서의 유연함을 무기로 비용효과성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면에선 ‘리베이트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받아왔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CSO가 리베이트 전달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게 CSO 신고제다. CSO에게 정부·지자체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올해 상반기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약사법은 내년 10월 19일 시행된다.CSO 신고제가 시행되면 의약품 영업대행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에게 CSO의 일탈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할 경우 CSO뿐 아니라 관련 제약사도 일종의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혹여나 형사처벌을 면한다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확정된 국내 모 제약사의 행정처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제약사는 지난 2016년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14개 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CSO를 통한 리베이트 사건이 적발되더라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형사처벌을 면한다 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강력한 행정처분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리베이트 사건이 여러 건 동시에 터졌다면 이 같은 행정처분이 중첩·누적될 여지도 있다. 중소형제약사 입장에선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이제 중소형제약사에게 CSO는 양날의 검이다. 실적 개선과 위험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CSO와 공생 관계를 구축한 제약사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높은 실적을 담보하던 CSO와의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갈지, 아니면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CSO의 역할을 축소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CSO 신고제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10개월 남짓이다.2023-12-05 06:00:00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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