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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능력보다 입지로 평가받는 시대"…분업의 딜레마

  • 약국경제팀
  • 2020-05-31 21:35:09
  • 약국, 의료기관 종속 심화…병원과 가까운 약국이 ‘인정’받아
  • 약품명처방, 불용재고로 귀결…성분명처방·INN 도입 ‘필요’
  • 처방 검수 가능, 환자 알권리 향상…처방전 의존 탈피해야

[데일리팜=김지은·김민건·정흥준 기자] 의약분업 20년. 분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에 대해 약사들은 대체적으로 ‘약국의 의료기관 종속’을 꼽았다.

의약분업 이전은 대체적으로 약사의 능력으로 약국이 평가받는 시대였다면, 의약분업 후는 병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이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됐다는 것이다.

약국의 병원 종속으로 파생되는 문제는 다양하다. 약국 개설 초기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올라간 것은 기본이고 대체조제는 묘연해진 데다 처방 검수 기능도 퇴색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진료, 약국은 조제란 역할 분담으로 처방전 검수, 복약지도 기능이 추가됐고, 약물 오남용과 오투약을 방지한 데 일조한 측면은 인정할 만하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병원, 약국 간 종속과 담합이란 검은 그림자가 팽배해지고 있는 지금, 의약분업 본래 취지인 감시와 견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과 가까운 약국이 1등"…개설비용 천정부지로

의약분업으로 생긴 약사사회 신조어를 꼽자면 문전약국, 층약국일 것이다. 분업 이후 대형 병원 인근에서 처방 조제를 위주로 하는 약국이 늘어났고, 병·의원이 위치한 층에 입점해 이들 병의원 처방 조제를 주 업무를 하는 약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병의원과의 인접성을 중시하는 것은 이들 약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상 현재는 모든 약국이 병·의원 인근에 위치해야 살아남는, 입지가 곧 약국의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이는 곧 약국의 의료기관 의존, 나아가 종속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신성주 약사는 “일부 품목 도매상과 부동산 컨설턴트 등의 주도로 약국을 개설할 때 병의원에 불법 지원금을 상납하는 게 하나의 관례처럼 돼 가고 있다”면서 “여기서 병원과 약국 간 담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처방에 대해 서로 견제하려는 분업 취지에 어긋나고 약국 개설부터 종속관계로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처방조제 건수가 약국의 가치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처방 수혜 진료과 인근 약국 자리의 개설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병각 약사는 “약국이 병의원 처방전에 의존하다 보니 개설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는 곧 약국 간 자리를 둔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이 됐고, 결국 출혈경쟁이 보편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최귀옥 약사도 “약국을 개설하기 위한 초도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따져봐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적은 상황”이라며 “매년 1800명 이상의 약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전국 병의원과 약국은 한정된 처방전을 갖고 나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컨설팅 업체와 엮이게 되면 출혈이 발생하고, 병원으로 흘러가게 되는 돈도 생긴다.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부풀려져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명무실한 대체조제에 불용재고만…성분명처방 '필수‘

약국이 병원의 종속돼 있는 구조 속 상품명 처방은 결국 수많은 불용재고 약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대체조제를 권장한다지만,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일 뿐이라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말이다.

김인혜 약사는 “의약분업 후 문제 중 하나는 병원의 잦은 처방 변경과 과다처방이다. 이것은 곧 불용재고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환자 개개인 상황에 맞춰 처방을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 약사도 “약사가 약의 선택에서 배제되고 병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다가 병·의원의 처방 리스트 공개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약국은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됐고, 이는 곧 불용재고를 양산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은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성분명 처방이나, 국제일반명처방(INN)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발사르탄, 라니티딘에 이어 메트포르민까지 이어진 의약품 안전성 논란도 성분명처방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약사들은 당장 성분명처방의 갈길이 멀다면 유명무실한 현행 대체조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과 처방약 리스트 등부터라도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대용 약사는 “일반명 내지는 성분명처방은 의약분업 목적 달성을 위한 원칙"이라며 "약제비 절감, 조제 시 접근성 향상은 성분명이 아니면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약국은 동일 성분 약을 15개나 갖고 있다. 의사들은 동일성분의 동일효능을 인정하면서도 상품명 처방만을 고집해 의약분업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약물 남용, 불용재고, 환경 오염, 소포장 생산비용 문제로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 약사는 “불순물 의약품 등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이들 약에 대한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질 때마다 결국 환자 응대와 재고정리, 대체약 품절까지, 곤란을 겪는 건 약국”이라며 “결국 상품명 처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심화되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이었다면 크게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주 약사도 “문전처럼 로컬도 지역별 의약품 목록을 정하는 게 개선책이 될 수 있다. 지역 의사회 등에서 1년치 약을 심의‧조정해 성분당 품목수를 정해 리스트를 만드는 방법”이라며 “불용재고약 등 처방 상 문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분명처방, 국제일반명처방을 위해 대국민 운동도 필요하고, 제네릭 난립에 대한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잉 처방 해결에는 일조…환자 ‘알권리’ 충족에 도움

약사들은 의약분업이 가져온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의약분업은 국민건강을 위해 일조한 부분이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이병각 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국민건강 측면에서는 개선된 부분이 있다”며 “병원과 약국, 환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약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약국의 검수와 복약지도 기능이 추가됐고, 이는 환자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약의 오남용과 오투약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의약분업 전에 비해 과도한 처방을 줄이는 기능도 했다”고 말했다.

약사들은 의약분업이 과잉 처방 문제를 개선하는데 일조했다는 점도 일정 부분 동의했다.

신성주 약사는 “의약분업이 없었다면 과잉처방 문제가 계속 됐을 것이다. 의사가 진단, 처방, 처방검토까지 하는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더불어 약국은 한방이나 건기식, 대체의학 쪽으로 치우쳐졌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도 심화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방전에 매몰된 약국 …“탈피가 필요해”

의약분업 제도 아래서 매약, 상담 위주 약국은 좋게 말하면 특별하고, 실제로는 외골수나 괴짜 약국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 됐다.

하지만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 대유행 속 경영 위기를 겪게 된 약국들은 처방전에만 매몰돼 있는 현재의 상황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직감하고 있다.

이준 약사는 “의약분업 전 매약이나 상담을 전문으로 해 왔던 약사, 약국은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다. 약국 입지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소위 처방전 수혜 진료과 인근에 위치하지 않거나 못한 약국은 소위 안 되는 자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의약분업 전 약사의 능력으로 환자에 인정받고 약국이 평가받았다면 의약분업 후에는 입지가 좋은 약국을 결정 짓는 기준이 됐다”면서 “약국의 기능이 다변화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대용 약사도 “의약분업으로 약사가 놓친 건 상담 기능이다. 한약, 건기식 등을 확용하는 약국 약학이 많이 쇠퇴했다”면서 “약국은 처방 조제로 상담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약국 한약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건기식도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약국에서 결국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신성주 약사는 “현재로선 약국이 조제 중심, 상담 중심, 드럭스토어 형식으로 크게 나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약국이 상당 부분 조제로 집중돼 있는 것은 안타깝다. 다양한 형태의 약국이 환자 건강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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