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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믿고 쓰는 입랜스, 기저질환 환자도 부담 없어"

  • 박경화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 입랜스 등장으로 환자 무진행생존기간 큰 폭으로 개선
  • 기저질환 환자서도 안정적으로 효과…40개월 이상 유지 가능
  • "차세대 내분비요법·PIK3CA 삼중요법 연구 진행 중…입랜스 역할 기대"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화이자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이 한국에서 쓰인 지 5년. 첫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 4/6 억제제로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인 전이성·재발성 환자의 치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후 '버제니오', '키스칼리' 등 같은 기전의 후속 제품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입랜스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입랜스는 5년간 데이터가 쌓이면서 의사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약제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부작용이 걱정되는 환자에서 입랜스는 '걱정없이 쓸 수 있는 약'으로 꼽힌다. 안정성이 높은데다 기저질환 환자에서도 일관된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데일리팜과의 만남에서 "입랜스는 현장에서도 적은 부작용과 오랜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간이 좋지 않거나 고령인 환자, 간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서도 쓰기 적합한 약제"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의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입랜스도 다양한 약제와의 병용으로 쓰임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경화 교수
-최근 국내 유방암 환자의 진단 현황은?

=환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넘어 한국이 여성 인구당 발생률 1위가 됐다. 다행인 점은 한국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아직 의료보험이 안 되는 약도 있지만, 치료나 의료 서비스, 약제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본다.

-유방암 중에서도 수술이 힘든 전이성·재발성 환자의 치료 성적은 어떻게 변화했나.

=유방암은 진단 당시 조기인 환자가 훨씬 많고 4기로 진단되는 환자는 10%가 안 된다. HR+인 전이성·재발성 환자들은 지난 몇 십년간 개발된 치료법이 없어 무진행생존기간(PFS)이 9~10개월 언저리였다. 요새 임상에서 대조군의 데이터를 봐도 12개월쯤 나온다. 그런데 5년 전 CDK4/6 억제제가 나오면서 1차 치료에서 평균 약 2년 반을 기록하고 전체생존기간(OS)은 거의 5년에 육박하고 있다. 암 재발 환자 대부분이 먹는 약으로 탈모 등의 부작용 없이 평균 2년 반 정도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유지된다는 건 아주 획기적인 변화다.

이제는 암이 재발한 환자들도 폐나 간 등 내부 장기에 전이가 있더라도 크게 증상이 없고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먹는 약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가 있게 됐다. 본인의 환자 중 40개월 이상 이 약을 복용하는 분도 있다. 오랫동안 먹는 약으로 유지를 하면서 일상, 가정,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입랜스가 나온 지 5년이 됐다. 그간 약을 써보면서 기대했던 효과나 안전성을 확인했는지?

=성적이 워낙 좋아 의료진은 이 다음 약을 고민할 정도다. 편하고, 쉽고,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이 약에 환자들도 좋은 의미로 적응되어 다음 약도 그러려니 기대를 많이 한다. 그런데 다음 약은 아직 마땅한 대안이 없다. 1차 치료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2년 반이었으면 2차 치료제는 1년은 가줘야 하는데 그런 약은 잘 없어서 숙제가 됐다. HR+ 환자들은 먹는 약으로 머리도 안 빠지고 잘 지내다가 이후 항암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과정을 겪게 될 때 보이는 저항이 심하다. 워낙 좋은 약이 나오다 보니 오히려 숙제가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입랜스를 필두로 CDK4/6 억제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입랜스는 데이터가 많고 의사들의 처방 경험도 쌓이면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약제로 꼽히는 것 같다.

=그렇다. 입랜스는 CDK4/6 억제제 중 가장 먼저 승인받은 약제로 의사들의 임상 경험이 많고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가장 많아 이런 저런 걱정이 되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예를 들어 기저질환, 고령, 설사 등 부작용 염려가 있는 환자는 약 적응기간이 필요하거나 여러가지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타 CDK4/6 억제제를 선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키스칼리는 간이 원래 나쁜 환자에게 쓰기가 걱정이 되고, 흔하지 않지만 심전도에 문제가 있으면 사용할 수 없다. 실제 환자 중 간 독성 수치가 높게 올라 깜짝 놀란 경우가 있다. 버제니오는 장이 좋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

-입랜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도 일관된 효과를 입증했다. 현장에서도 이 점을 느끼는지?

=리얼월드에는 매우 고령인 환자부터 콩팥 기능이 안 좋은 환자, 심장 기능이 안 좋은 환자, 간경변증 환자도 있다. 당뇨, 고혈압까지 포함하면 굉장히 많다. 이런 기저질환 환자에도 입랜스를 써도 괜찮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본인의 환자 중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환자가 있다. 류마티스약을 오래 복용해 지방간이 심했다. 간을 잘 달래가며 입랜스를 쓰니 환자도 잘 버티고 간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다. 현재 4년째 입랜스를 복용 중이다. 궤양성 대장염같이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장이 잘 허는 질환을 가진 환자도 있는데, 기저질환이 상당히 유의한 레벨로 있으면 경험상 편하게 입랜스를 선택을 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안 좋은 환자를 포함해 기저 질환 환자들에게 상당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는 B형, C형 간염 때문에 간이 나쁜 환자가 더러 있는데, 그런 환자들은 좀 적은 용량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 경우 약을 써보고 백혈구/호중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 등이 생기면 감량을 해나간다.

-현재 입랜스 외 버제니오, 키스칼리까지 총 3개의 CDK4/6 억제제를 쓸 수 있다. 기저질환 외에도 환자의 어떤 점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하는가.

=키스칼리는 심전도에 영향이 다소 있어 두번째 사이클까지는 필수적으로 심전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 드물게 QT 연장이 기저에 있는 환자들에서 사용이 제외되다 보니 제한점이 있다. 다만 폐경 전 여성 중 한 번도 내분비 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키스칼리만 보험이 되기 때문에 그런 환자는 폐경을 진행해 다른 약을 허가 사항 내에서 쓰도록 하고 있다.

또 버제니오는 환자를 잘 교육하면 금방 적응은 하는데, 설사를 못 견딜 것 같은 환자에는 쓰기 어렵다. 반대로 버제니오의 장점은 주요 임상시험처럼 간에 전이가 있거나 예전이라면 항암주사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써보고 싶긴 하다.

HR+암은 뼈에만 전이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예후가 좋다. 물론 CDK4/6 억제제를 같이 쓰면 더 성적이 좋지만, 오랫동안 호르몬 차단제만 써도 기본적으로 예후가 좋은 환자들이 있다. 거기에 욕심을 내서 부작용이 심한 약을 쓰기보다 먹기 가장 쉬운 약을 추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은 버제니오보다는 환자가 처음 약을 먹을 때 괴롭지 않은 입랜스나 키스칼리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입랜스의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1차 치료에서 레트로졸 병용요법으로 PFS와 OS 개선을 확인했다. 한국과 비슷하거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미국의 유방암 환자는 우리나라 환자보다 평균 나이가 약 15살 높다. 미국 인구는 노인이 많고,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임상과 필적하는 리얼월드 데이터가 나왔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연구 기간동안 도달하지 않았다. PALOMA-2에서도 전체생존기간은 아직 안 나왔다. 아마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은 좀 더 젊고 의료 접근성도 좋으며, 자기 관리 능력도 높아 임상시험 결과 중 우리나라 사람들을 따로 분석해보면 항상 성적이 좋다. 한국의 리얼월드 데이터도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리얼월드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으나, 항암요법연구회의 유방암 분과에서 데이터를 따로 모으고 있고, 각 기관의 데이터를 모아서 어떤 지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약을 사용한지 몇 년 안됐기 때문에 1차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

-향후 유방암 치료에서 CDK4/6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이며, 기대되는 연구가 있나?

=20년 만에 나온 CDK4/6 억제제는 획기적으로 성적이 좋아 점점 치료의 앞단으로 가고 있다. 재발 고위험군에서 조기에 추가 치료로 2~3년 정도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 치료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현재 추적 관찰 결과에서도 계속해서 치료군과 표준치료군의 효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해당 내용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받았고, 전반적으로 CDK4/6 억제제 치료가 앞단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입랜스는 현재 새로운 내분비요법 병용 치료에 대한 연구에서 병용요법으로 많이 선택되고 있다. 지금 아로마타제 억제제나 파슬로덱스와의 병용으로 1차 치료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 3세대 경구용 내분비요법(oral third)이 굉장히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모두 입랜스와의 병용요법으로 개발되고 있어 내분비요법 파트너가 바뀌면서 여전히 1차 치료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내분비 내성에 굉장히 중요한 기전이 PIK3CA 유전자 돌연변이다. 해당 타겟을 처음부터 세가지 약제로 병용 치료하는 연구들도 입랜스와 함께 많이 진행되고 있다. 삼중 병용해도 독성이 겹치지 않아 충분히 같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유방암의 치료와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혹 환자들이 의사들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하고 특히 암 치료는 생명과 직결된 영역이기에 비즈니스 관점이 아니라 환자가 오래 살고 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가족 외 어쩌면 나에게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아울러 임상에도 적극 참여하길 권하고 싶다. 과거와 달리 요새는 연구 결과가 빨리 나오고, 유방암에서도 많은 새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의료진도 내 가족이라 생각했을 때 이 환자가 임상에 참여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천한다. 본인 환자 중 아이가 4살 때 유방암 진단을 치료와 재발을 반복했던 환자가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상에 참여하면서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도 잘 치료받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일상을 살아내는 멋진 환자들이 많다. 용기를 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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