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안전 빠진 비대면 진료,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 강혜경 기자
- 2026-10-13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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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12월 24일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하위법령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그간 초진 환자의 처방 가능 일수를 7일로 제한하고,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을 제한하는 안이 검토됐던 것과 달리 초진 환자에 대한 처방을 최대 30일로 허용하는 안이 논의되면서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참여 거부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여기에 약사단체가 공개한 시범사업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을 넘어 당혹감을 안긴다. 편의성과 산업 육성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정작 보건의료의 최우선 가치여야 할 국민 안전은 실종, 비대면 진료가 '처방 자판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천하는약사회가 발표한 수치는 현재 비대면 진료가 어디로 표류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응답 약사의 98.7%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 취약계층 접근성 개선이 아닌 탈모·여드름·다이어트 등 비급여 쇼핑과 편의성 위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 조게 건수 중 취약계층 비중은 '월 0건'이 91.8%에 달했고 가장 많이 접수된 처방 의약품은 탈모치료제(77.0%)와 여드름 치료제(68.5%) 등 비급여 약물에 편중됐다.
섬·벽지 주민이나 거동 불편 고령층을 돕겠다던 제도가 20~30대 도심 거주자들의 '의약품 최저가 쇼핑몰'로 전락한 셈이다.
중개 플랫폼 역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푸쉬 알림을 통해 비급여 다이어트약 최저가를 안내하고, 인데놀 같은 전문의약품의 처방을 부추기고 있다.
대면 방문시 신분증이 없으면 병의원 진료가 거절되는 것과 달리, 비대면에서는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수십 일 치 약물이 기계적으로 처방된다.
자가투여 주사제의 불법 원내처방 중개 의혹, 하루만에 7개 병원을 돌며 630일치 탈모약을 싹쓸이하는 중복 처방, 마약 원료물질로 악용될 수 있는 슈다페드 대량 처방 정황 등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진단과 검사가 필요한 당뇨·혈압·녹내장약이 '당뇨인 것 같은데', '혈압이 높은 것 같아서', '눈 보호 차원에서' 임의로 처방됐다. 소아 보호자가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필요한 약의 리스트를 줄줄이 나열한 것을 그대로 의원이 처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인공눈물 다량 처방을 실손보험과 연계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일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종의 재테크 팁처럼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난맥상 속에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사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진단도 검사도 없는 비대면 초진에 30일 장기 처방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의약품 오남용과 환자 안전사고 위험을 극대화할 뿐이다.
의사들이 오진 위험과 법적 책임을 이유로 '차라리 보이콧하겠다'며 반발하고, 현장 약사의 85%가 '비대면 처방은 최대 3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밀어붙이기 전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스타트업 육성과 규제 완화라는 경제 논리를 앞세우기 전에 보건의료 대원칙인 '국민 생명과 안전'의 가이드라인을 확고히 세우는 것이다.
시범사업 동안 발생한 비급여 남용과 특정 플랫폼 쏠림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의약품 불법 광고, 환자 유인·알선, 원내처방 중개 등 현행법을 위반한 플랫폼과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의약품은 택배 상자에 담겨 빠르게 배달되는 일반 소비재가 결코 아니다. 안전판 없는 편의성은 의료 혁신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벌이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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