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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약 '초기 2년 원내조제' 뇌관…의약분업 원칙 충돌

  • 김지은 기자
  • 2026-09-10 11:58:00
  • 요약
  • 정부, 도입 초기 의료기관 관리 후 원외처방 전환 구상…약사회에도 설명
  • 의약분업 예외부터 조제 주체·사용보고·이상반응 관리까지 과제 산적
  • 약사회 "회원 원내조제 부정적…안전관리 원칙 제시돼야 의견 가능"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약사사회도 향후 제도 설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프진 허가 여부만 놓고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 단계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이어 의약품을 누가, 어디에서 조제하고 환자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도입 초기 약 2년 간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를 거친 뒤 원외처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프진은 의약분업 원칙과 약사의 조제권, 약국의 환자 안전관리 역할까지 연결되는 약사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최근 대한약사회에도 이 같은 검토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놓고 정부와 약사회가 공식 협의에 들어간 단계는 아니다.

'2년 원내조제' 왜?…의약분업 예외 불가피할까

약사사회가 우선 주목하는 부분은 미프진 도입 초기 검토되고 있는 원내 조제다. 정부의 현 구상대로라면 국내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에서 처방부터 조제까지 이뤄지고 일정 기간 안전성과 관리체계를 확인한 뒤 의사가 처방하고 환자가 약국에서 조제받는 일반적인 원외처방 체계로 전환하게 된다.

미프진은 일반적인 전문의약품과는 달리 임신 주수 등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복용 이후 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등 상황에 대한 의료적 대응도 필요하다. 정부가 초기 원내조제를 검토하는 데도 이 같은 안전관리 필요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원내조제가 당연한 결론이 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만큼 미프진에 대해 일정 기간 의약분업 예외를 적용한다면 왜 예외가 필요한지,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 것인지, 한시적 운영 이후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원외조제로 전환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최근 관련 내용에 대한 복지부의 설명이 있었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예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부정적 입장"이라며 "부득이 약 2년 정도 한시적으로 분업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미프진의 사용보고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전반적인 대책이 먼저 정해지고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대해 약사사회가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을 때 약사회도 구체적인 의견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전관리에 대한 원칙 없이 단순히 분업을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만 놓고는 현 단계에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내 조제 한다면 '누가 조제하나'도 쟁점

원내 조제 방안이 현실화하면 또 하나의 질문이 뒤따른다. 실제 의약품 조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다. 단순 병원에서 처방하고 조제한다는 원칙만으로는 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기 어렵다.

병원약사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약사가 조제를 담당하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약사가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미프진 처방기관에 포함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처방 의사가 직접 조제하도록 할 것인지, 미프진 처방 의료기관에 별도의 조제·관리요건을 둘 것인지 등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

어떤 의료기관까지 미프진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할지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산부인과 등 특정 진료과 또는 일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제한할 지에 따라 실제 조제 체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약사들의 설명이다. 

결국 2년 간 원내 조제라는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기간 동안 어떤 의료기관에서 누가 의약품을 조제하고, 사용내역과 환자 안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라는 지적이다. 약사회가 원내조제 여부에 대한 즉답보다 안전관리체계 마련을 우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구상대로 일정 기간 이후 미프진이 원외처방 체계로 전환될 경우 약사와 약국의 역할을 포함한 구체적인 안전관리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모든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하도록 할지, 별도의 교육이나 관리요건을 갖춘 약국으로 취급 범위를 제한할지부터 약사의 복약지도 범위, 처방 의료기관과 조제약국 간 연계, 사용보고 방식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임신중지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복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한 안내와 의료기관 연계, 환자의 민감정보 보호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결국 원내·원외조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앞서 도입 초기부터 처방·조제·복약지도와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안전관리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현재는 복지부로부터 검토 중인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전달한 정도로 구체적인 협의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라며 "약사들은 의약분업 예외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부득이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한다면 사용보고와 관리방식 등 안전관리 대책이 먼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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