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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06만건 처방 바꾼 약사들…처방중재수가 신설 근거로

  • 김지은 기자
  • 2026-08-13 12:00:25
  • 요약
  • 의약품정책연구소, 전국 약국 처방중재 사례 분석…평균 중재율 0.7%
  • 중재 85.7% 실제 처방 수정·변경으로…과소·과다 처방 조정 최다
  • 해외선 약물관리·처방변경 등 보상…약사회 "연구 토대로 수가 신설 추진"
약국 인사 노무 직원 근무약사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약사의 처방중재를 별도의 전문 행위로 인정하고 보상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대한약사회가 '처방중재 행위료' 신설을 목표로 연구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전국 약국에서 실제 이뤄지는 처방중재 규모와 유형을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 결과 약국의 평균 처방중재율은 0.7%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85.7%는 실제 처방 수정이나 변경으로 이어졌다. 이를 지난해 전국 약국 처방조제 건수에 적용하면 약사의 중재를 거쳐 처방이 수정·변경된 사례가 연간 약 306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약사가 일상적으로 수행하지만 조제 과정의 부수 업무로 여겨져 별도 보상이 없었던 처방중재의 규모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대한약사회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 수가 신설 논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다음 과제로 떠오른다.

수가 신설 위한 연구용역…전국 약국서 처방중재 실태 확인

약사회는 지난해 약사의 전문적 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처방중재 행위료 신설을 위한 근거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약사회는 당시 '약사행위기반 수가개발 추진 TF'를 운영하며 조제 수가 항목의 개선·신설 과제를 검토했고 오류 처방 등을 바로잡는 처방중재 행위료를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연구는 의약품정책연구소가 맡았다. 처방중재 행위와 국내외 보상 현황을 살피는 한편 실제 약국의 중재 사례를 수집·분석해 수가 신설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근 발간된 의약품정책연구소 정기간행물 '의약품정책연구'에는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약국 처방중재 현황 및 과제' 등이 공개됐다.

연구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전국 50개 약국 가운데 조사 기간 중 보고가 없었던 4곳을 제외한 46개 약국의 사례가 최종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총 887건의 사례가 수집됐고 단순 오기나 환자정보, 보험 관련 오류 수정 등을 제외한 약물 관련 중재는 600건이었다. 처방중재 대상은 70대와 60대 등 고령층이 많았으며 진료과별로는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처방 비중이 높았다.

특히 중재의 72.8%는 약사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거나 환자·보호자, 의료기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중재 유형은 과소·과다 처방 조정이 가장 많았다. 용법이나 처방일수 등을 조정한 사례다. 이어 중복투약·상호작용 등 주의·금기 우려 약제 조정, 제형을 포함한 부적절한 의약품 선택 조정 등이 뒤를 이었다.

약사 중재 85.7% 실제 처방 바꿨다…연간 306만건 추정

눈에 띄는 것은 약사의 중재가 실제 처방 변경으로 이어진 비율이다. 연구에서 전체 처방조제 건수 중 처방중재가 이뤄진 처방전 비율을 의미하는 '처방중재율'은 평균 0.7%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5.7%는 의사가 약사의 중재를 수용해 처방전 수정 또는 변경·재발행으로 이어졌다. 세부적으로 처방전 수정이 52.5%, 변경·재발행이 32.9%였고 의사가 중재를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2.5%에 그쳤다. 나머지 12.1%는 환자 복약지도나 모니터링 등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평균 처방중재율과 실제 수정·변경 비율을 2025년 국내 약국 전체 처방조제 건수에 적용했으며 그 결과 약사의 처방중재를 거쳐 처방이 수정·변경된 뒤 조제된 사례가 연간 약 306만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약국 처방중재는 전체 처방의 0.7~11.5% 범위에서 발생했으며 대체로 1% 안팎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는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실제 처방중재 사례를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했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논의에 활용할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처방중재의 역할은 확인된 바 있다.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고된 약물 관련 환자안전사고는 1만4318건으로, 이 가운데 1만2354건(86.3%)이 처방 단계와 관련됐다. 보고된 사례 대부분은 처방변경과 교육, 기록, 재조제 등 약사의 중재를 거쳐 환자 위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외선 이미 '약사의 중재' 보상…방식은 '제각각'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해외 주요국의 약사 처방중재 보상체계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처방중재'라는 하나의 독립 수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약물검토와 복약관리, 만성질환 관리, 퇴원 후 약물관리 등 전문 약료서비스 안에서 약사의 개입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은 Medicare Part D의 약물치료관리(MTM) 등을 통해 약물치료관리와 만성질환 관리, 협력진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약사 중재를 보상한다. 영국은 NHS 지역약국 계약체계 아래 신약서비스(NMS), 퇴원약물관리서비스(DMS), Pharmacy First 등을 통해 신규 처방이나 퇴원 후 약물 변경, 상담·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약사의 개입을 보상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주별로 약물검토와 처방 갱신·조정 등을 보상하고, 호주는 다제약물 복용자와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약물검토와 처방자 권고를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 제도와 상대적으로 직접 비교해 볼 만한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건강보험 조제보수 체계 안에서 처방 확인 이후 실제 처방 변경이나 잔약 조정, 중복투약·상호작용 예방 등에 대해 가산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방식을 토대로 국내에서도 '처방 확인→실제 변경'이라는 결과를 초기 보상 요건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처방 검토와 확인이 약사에게 법적·실무적으로 요구되는 업무임에도 이를 별도의 전문서비스로 평가하는 보상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현재 약국 수가에는 조제기본료와 복약지도료, 조제료 등이 포함돼 있지만 처방중재의 난이도와 소요시간, 처방 변경 여부, 문서화나 추적관리 결과를 별도로 평가하는 전국 단위 수가는 마련돼 있지 않다. DUR 역시 처방·조제 단계에서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일 뿐 이를 토대로 약사가 처방의에게 확인하고 실제 처방 변경을 이끌어낸 행위까지 별도로 보상하지 않는다.

"어떤 중재, 어떻게 보상할까"…수가 신설 위한 첫발

결국 향후 논의의 핵심은 처방중재를 별도 보상할 것인지 여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중재를,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 것인가'가 될 전망이다.

연구진 역시 일반적인 처방검토와 별도 보상이 필요한 처방중재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중재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 처방의사·환자와의 소통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상 범위 역시 처음부터 모든 중재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실제 처방전 수정·변경으로 이어진 사례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후 조제 시점에 한정된 보상에서 벗어나 환자의 약물치료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약물관리와 성과 기반 보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재 유형별 기록 기준과 표준화된 청구·평가체계, 처방의사와 약사의 협력 절차, 고위험 환자 중심의 서비스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이제 관심은 연구 결과가 실제 수가 신설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린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연구 결과와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과 처방중재 행위에 대한 보상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처방중재는 약사회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약사의 전문 행위를 발굴해 별도의 수가로 연결하기 위해 검토한 과제 가운데 첫 번째 우선순위로 선정한 신수가 개발 과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부회장(약사행위기반 수가개발 추진 TF 위원장)은 "처방중재는 그동안 약국에서 수행해왔고 업무량도 많은 행위임에도 관련 수가가 부재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TF에서 우선 과제로 선정해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회장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약사 행위들을 모아 우선순위를 검토했고, 그중 1순위로 선정된 주제가 처방중재 행위였다"며 "이번 연구 결과와 최종보고서를 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에 제공하고 관련 수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로 처방중재 수가 신설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첫발을 뗀 것"이라며 향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제도화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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