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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료기기 업체들이 던진 정책 과제

  • 황병우 기자
  • 2026-03-26 06:00:36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6)' 전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 흐름이 드러났다.

이제는 필수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늘어난 것은 물론, 무게중심이 기술을 넘어 '어떻게 활용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기술 이후의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히 AI의 정확도를 강조하기보다 병원 시스템(PACS/EMR)과의 연동성, 축적된 데이터의 재활용, 그리고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수익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는 의료 AI 산업이 '도입 여부'를 논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가 곧바로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장에서 확인된 냉정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 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업 현장의 흐름은 최근 출범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2기'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1기 사업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산 의료기기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2기 사업은 해당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임상, 인허가, 사업화 등 '시장 진입 중심'의 지원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산업의 흐름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기 사업은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검증 단계'로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현장의 실무자들은 여전히 각 단계의 단절을 우려하고 있다.

기술 개발 이후 병원 도입, 수가 적용,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결국 향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연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장에서는 기술의 안착을 온전히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시간이 오래걸리고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키메스 전시장에서 강조된 플랫폼 전략이나 구독형 모델 역시 수가 체계나 제도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확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KIMES 2026에서 확인된 산업의 지향점과 범부처 2기 사업의 정책 방향은 일치한다. 그러나 두 흐름 사이에는 여전히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정책적·실무적 간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K-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D의 성과가 전시장 부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진료실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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