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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국 품은 에스프레소 바…도심 힐링 공간으로

  • 강혜경
  • 2023-06-30 15:14:19
  • [주목! 이약국] 서울 서초구 파마시아약국
  • 커피에 진심인 약사, 두 공간을 하나로…진정한 업덕일치
  • 일반약·건기식 진열 대신 태블릿PC 활용…MZ세대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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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커피가 좋아 현지까지 가 직접 좋은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해 직접 메뉴를 개발해 판매했던 정화용 약사(43·중앙대 약대). 그가 꿈꿔왔던 약국+에스프레소 바(Bar)가 현실화됐다. 진정한 업덕일치라고 할 수 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에스프레소 바와 약국이 결합된 '힙한' 약국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파마시아약국은 정화용 약사의 오랜 꿈이었다.

카페와 약국을 결합한 'Caffe Farmacia'. 파마시아약국과 카페파마시아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 "커피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언젠가 카페와 약국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바람을 이루는 데 15년이 걸렸네요."

정 약사의 커피 사랑은 2008년으로 돌아간다. '먹는 데' 관심이 많아 학창시절부터 맛집을 찾아다니던 그의 꿈은 요리사였다. 조리기능사 자격증까지 보유한 그였지만 약사의 꿈을 뒤로한 채 홀연히 요리 유학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플랜 B로 막걸리나 칵테일 등 술을 만들기도 했지만 기성품을 섞는 개념이다 보니 성에 차지 않았다. 그때 만난 게 커피였다. '이건 약사와 함께 병행할 수 있겠다!'

카페 공간에서는 정화용 약사의 각종 자격증 및 내공을 느낄 수 있다.
# 이때부터 본격적인 커피 공부가 시작됐다. 생두, 원두의 맛이나 특성을 감별해 커피 등급을 결정하는 커피감별사 자격인 큐그레이더 자격도 미국에서 따왔다. 낮에는 약국에서 환자들을 대하고, 밤에는 커피 연구를 하며 완벽한 이중생활을 해온 끝에 그는 현재 카페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약국과 카페의 공용 공간.
# "파마시아약국과 카페파마시아는 저와 아내가 함께하는 공간이예요. 약사인 아내가 약국을 전적으로 맡고, 제가 카페 공간을 책임지고 있죠."

위안, 위로라는 뜻의 'consolatio'가 적힌 카페공간과 카페파마시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메뉴들.
# 인근에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가 위치해 있고, 개인카페가 즐비해 있는 동네지만 에스프레소 바인 카페파마시아는 직장인이나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카페 콘 판나(에스프레소+수제크림), 카페 로마노(에스프레소+설탕+레몬 한 조각), 카페 마시멜로우(에스프레소+수제크림+마시멜로우), 아란시아(생 오렌지 1개+에스프레소+수제크림) 등과 같이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카페파마시아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파마시아 역시 '약국'과의 콜라보를 최대한 강조하고 있다. 이름부터 진열장, 커피잔까지 약국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Pharmacy라는 영어식 표현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에서는 약국을 Farmacia로 표기합니다. 카페 역시 Cafe가 아닌 Caffe로 쓰죠. 이탈리아 감성을 가득 담아 Caffe Farmacia(카페 약국)라고 이름을 지었죠."

입구에는 고대 처방전과 파마시아가 새겨진 커피잔, 영양제 등이 진열돼 있다.
# 입구에는 고대 처방전과 Farmacia가 새겨진 커피잔, 영양제 등이 감각있게 진열돼 있다.

카페와 약국을 접목함으로써 얻는 이점도 적지 않다.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약국의 모습을 탈피하다 보니 카페나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은 물론, 정 약사 부부도 새로운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신다고 할만큼 커피공화국이잖아요.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오셨다가 필요한 약을 사가시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건강 상담을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아무래도 약국은 목적이 있어야 가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면 커피를 마시다가, 마시고 나가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커피향 가득한 공간으로 출근하는 길이 이전보다 즐거워졌다는 게 정 약사의 얘기다. 또 자잘한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고민도 있었다. 통상 약국은 다양한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진열해야 하지만, 형형색색 약을 들여놓는 순간 에스프레소 바의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곤혹스러웠습니다. 약국이다 보니 약이 있는 게 당연한데, 49.5㎡(15평) 남짓으로 공간이 제한적이고 콘셉트를 해치게 될 것 같고."

다빈도 제품은 매대 위에, 나머지 일반약과 건기식 등은 매대에 놓인 태블릿PC를 이용해 상담하고 있다.
#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방식이 태블릿PC였다. 감기·숙취해소·피로회복·생리통 등 다빈도 약만 매대 위에 진열하고 나머지 약과 건기식은 조제실 안쪽 공간에 두되 태블릿PC로 고객과 상담하고 그때 그때 약을 꺼내주고 있다. 가급적 약을 쌓아두지 않기 위해 필요한 만큼씩 약을 주문하고, 정리하고 있다.

파마시아약국은 미니정원도 있다. "도심 속 힐링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록색을 포인트 컬러로 하고, 나무와 꽃도 심었어요. 3일에 한 번씩 정원에 충분히 물을 주는 데 저에겐 힐링의 시간이 됩니다." 또 곳곳에 위안, 위로라는 뜻의 'consolatio'라는 주제를 적어뒀다.

# "약국과 카페의 공통점이 의외로 많아요. 약국이 누군가를 낫게 해주는 공간이듯, 카페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이예요. 사실 약사가 준 약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해 낫게 하는 경우보다는 얘기를 들어드리고, 공감해 드리는 데서 더 큰 위로를 받는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한 잔의 커피가 위로가 되어 주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게 힐링이 아닐까요? 커피가 간암 위험을 낮추는 유일한 음식이라는 논문도 있고, 항산화와 진통제 역할도 하다 보니 약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요."

그는 파마시아약국, 카페파마시아가 위안과 위로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훈 바리스타, 정화용 약사, 이기환 바리스타.
# "약사라는 제 직업이 커피에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약사들이 모였을 때는 제가 그저 평범한 약사지만, 머무르는 사회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유일한 약사가 되더라고요. 저는 자유롭게 영역을 넘나들었고, 약사였기 때문에 커피업계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는 현재 커피아카데미 강사와 커피협회 시험출제위원과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작을 했으니 끝까지 가봐야겠죠. 파마시아약국, 카페파마시아가 새로운 형태의 약국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고, 저와 같은 새로운 공간에 관심갖는 선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약사사회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게 되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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