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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FTA 대응 한심하다

  • 데일리팜
  • 2006-10-26 10:35:20

국내 제약업체들이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에 반대 입장을 강도 높게 천명하고 나섰지만 늦었다. 한참 늦은 뒷북도 그렇지만 모양새 조차 참 아니다. 오는 12월 미국서 열리는 5차 협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막이 내리는 단계에서 외치는 항변은 헛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기에 그렇다. 그것도 특급호텔에서 주요 사장단과 제약협회 고위간부들이 얼굴을 내미는 기자회견을 했으니 성명서상의 목소리는 큰 것 같지만 점잖고 배부른 항변이라는 비판마저 인다.

지재권은 이미 미국 쪽에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적잖이 들린다. 이번 기자회견장의 의견도 그렇게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연이은 강공발언에 한국 측 협상단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 온 탓이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어차피 던져진 희생양에 심지어 밑밥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홈 협상의 마지막이자 어웨이 협상만을 남긴 제주도 발 협상소식을 알려고 하거나 정보망을 가동하는 인사들조차 눈에 안 띤다.

한국 제약시장은 사실상 위기국면에 들어가 호랑이 입속에 절반은 발을 담근 상황에 처한 셈이다. 뒤늦은 항변은 미국계뿐만 아니라 전체 외자제약사들로 하여금 되레 여유 있는 미소를 짓게 할 뿐이다. 이제는 효과도 없는 목청을 돋구기 보다는 현실적인 대비책에 나서야 할 절체절명의 국면이다. 그것은 국내 제약업계와 정부가 긴밀한 공조체제로 진행시켜야 하는 마지막 벼랑끝 과제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외자사들을 국내 시장에 토착화 시키는 전략이다.

향후 외자제약사들이 한국 제약시장에서 창출한 많은 부가가치를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중의 핵심이 외자사들의 경영실적 자료다. 현재 23개 외자제약사중 상장을 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고 그로인해 외자사들의 경영현황은 거의 베일에 가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업체들은 배당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1년에 한번 결산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는 것이 고작이다. 순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잉여금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정부는 외자 제약사들의 상장을 끌어내고 유인하는 작업을 통해 경영상황을 국민이 알게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내 제약사들은 호랑이 등을 탄다는 각오로 외자제약사와 공조할 대책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하나가 합작투자 법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정부는 합작투자 법인에 대해서는 각종 직·간접적인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측면지원을 해야만 한다. 이 같은 수순은 자칫 국내 제약사들의 종속화를 가속화 시킬 우려가 없지 않기에 철저하고 치밀한 준비 작업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국내 제약시장이 통째로 넘어가는 것 보다는 낫다.

또 하나 국내 제약사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지렛대 효과다. 외자사들의 오리지널 품목들은 앞으로 국내시장의 전면에 부각해 시장을 종횡무진 누빌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국내사들의 품목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점에서 섣부른 대응은 무차별적인 패배만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재권이 보호되는 환경에서 정부조차 손을 못 쓸 지경이 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은 한국 의약품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지렛대 받침을 만들어 내야 한다. 외자사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지렛대 받침은 국내 제약사들의 마지막 생존 수단일 수 있고 약자가 가진 공존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 하나가 생산 공정이다. 그 전제는 국내 제약사들의 GMP 공정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수준이 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자사들이 국내 공장을 통한 위·수탁 생산이 활성화되도록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지금부터 나서야 한다. 완제의약품뿐만 아니라 원료까지 일정부분 이상 국내 GMP 공장에서 생산토록 한다면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부여잡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부(國富)유출을 제어하고 줄일 수 있는 장치다.

안타깝고 때로는 분한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은 강대국의 논리 속에 한국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돼 왔다. 아니 대통령도 인정한 4대 선결조건을 보면 의약품 분야는 답안지 작성이 끝난 후의 협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천문학적 보험재정 손실이나 국내 제약산업의 초토화 보다 더 큰 파고는 절대로 넘겨줘서는 안 될 약과 건강의 주권이 넘어가는 일이다. 생명을 담보로 한 주권을 넘기게 되면 무한정의 이권을 챙겨갈 여지까지 넘겨주는 것이다. 식량, 에너지, 무력이 그 축이라면 의약품은 그 이상의 담보조건일 수 있기에 약에 대한 주권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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