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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무시한 1.7% 수가인상

  • 데일리팜
  • 2007-10-22 06:30:45

최초의 유형별 수가협상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역시 반쪽자리로 1차 마침표를 찍었다. 약사회, 치협, 한의협은 합의를 이뤘냈으나 최대 재정지출 부문을 차지하는 의협과 병협은 끝내 시한을 넘기고 결렬돼 건정심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전례를 보아 건정심의 합의를 또한 기대하지 않기에 올해 수가협상은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절반 이상의 실패로 본다. 모범적인 최초의 유형별 합의라는 선례는 온전하게 잘 매듭지어지지 못했다. 의·병협이 건정심에서 그나마 표결로 간다면 유형별 수가협상은 취지를 못살린 완전한 실패작이다.

그럼에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하는 인사들이 있으니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각개협상의 장점은 각 단체별 특성에 맞는 환산지수의 정확한 도출이지만 그 보다는 세싸움 내지 기싸움 양상이 우선이었던 것이 예년과 하등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되레 의약5단체 간의 신경전이 더했다. 타 단체의 협상진행 경과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작전이 더해지면서 각 단체는 강력한 배수진을 치기가 어려웠다. 반면 보험공단은 마지노선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보험공단의 협상력은 돋보였지만 환산지수의 정확한 산출 노력이 보이지 않았기에 유형별 협상은 역시 겉만 번지르르 했다. 먼저 타결된 내년도 약국 보험수가 1.7% 인상을 잘 바라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이번 인상률은 일괄협상이 이뤄진 지난해 2.3% 보다 훨씬 떨어졌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일각에서는 선방했으니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니 따지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크게 보아 세 가지를 잣대로 놓고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물가상승률, 두 번째는 상대적 인상률, 셋째는 원가반영률이다.

우선 1.7%는 상식적으로 물가인상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는 물가인상률이 수가인상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지난해 물가인상률은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전국평균이 2.2%였다. 반면 올해 물가동향은 전혀 다른 상황이기에 1.7%는 정말 의외다. 통계청이 지난 8월 기준으로 집계한 주요 생필품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이해가 갈 일이다. 이 기간중 전년 동기 대비 라면 값은 8.9%, 목욕료는 3.7%, 립스틱 값은 15.1%, 시외버스 요금은 10.7%, 사립대학 등록금은 7.1% 등이 각각 올랐다. 거기다 각종 원자재 가격의 폭등과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판매가격은 올 들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공공요금 인상압력은 피하기 어려운 대세다. 다시 말해 총체적인 물가불안 요인이 가중되는 기간 중에 진행된 수가협상이었다. 올해 물가인상률은 3~4%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 물가대비로만 본다면 내년도 약국의 수가인상률은 최악이다.

또 살펴봐야 할 것은 상대단체의 인상률이다. 치협과 한의협은 2.9% 인상에 합의해 약사회와는 대조를 이뤘다. 유형별 계약이라는 점에서 단체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원가계산을 정확히 했는지 여부다. 하지만 협상진행 경과를 보면 원가계산 보다는 수치조정에 주력했다. 공단 재정운영위는 애초부터 협상팀에 내년 수가인상 범위를 2% 미만으로 제한하도로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건정심으로 넘어간 의·병협에도 이 같은 보고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또한 털어놨다. 이 말은 유형별 원가분석 보다는 절대수치를 갖고 배수진을 쳤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결국 어느 한쪽이 많아지면 다른 한쪽은 작아지는 제로섬 게임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약사회의 1.7% 합의는 더더욱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이상의 두 가지를 덮어두고 약사회가 그래도 합의를 한 이유가 그래도 있지 않을까를 고민해 본다면 그간 일각에서 제기돼 온 약국수가의 상대적 고평가다. 원가반영율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지난 몇 년 동안 약국은 일괄협상을 통해 그만큼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식인데, 과연 그러한가. 설사 상대적 고평가라고 해도 그 이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훨씬 커지고 많아졌다. 분업 이후 처방수주 경쟁과 입지경쟁으로 약국의 직·간접비용은 그야말로 폭증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관련 보증금, 월세, 권리금 등이다. 덧붙이면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이를 경쟁원리라며 원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정부논리는 방조 내지는 방임행위다. 이로 인해 분업정착의 최대 장애물인 약국과 의료기관과의 담합을 확대시키고 아예 일상화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약국은 현재의 수가로는, 그것이 상대적 고평가라고 해도 일정 부분 변칙을 쓰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겨운 구조다. 그 책임을 약국에만 전가해 원가에 일체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약사회가 이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면 불가피한 현실에 쫓겨 다닌 약국현실을 간과하고자 했거나 그 현실을 정부의 논리처럼 약국의 책임으로만 인정하고 만 것이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약 4천여억원 적자로 전망되고 있다. 분업 직후 수조원대에 달한 것 보다는 그 적자규모가 작지만 당초 전망한 1,532억원 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건보료 이외에 국고지원과 담배지원금까지 합해도 이처럼 적자가 나는 마당이라면 공단이 씀씀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인지 복지부는 내년 건보료 인상률을 6.5% 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유에는 물가인상률 등이 들어 있다. 수입부문의 인상률은 참 높고 그 이유에도 물가인상률이 들어 있는데, 지출부문중에 약국 수가인상률은 참 낮고 물가인상률 보다 한참 쳐진다. 약사회가 1.7%로 합의한 배경의 전모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야 하는 이유다. 그 공과를 가리지 않으면 내년 협상에서도 여의치가 않아 더 많은 약국들이 어려움에 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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