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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확대냐 중단이냐…'주판알' 튕기기

  • 홍대업
  • 2008-01-09 07:44:09
  • 의약계, 차기정부 정책에 '촉각'…'리베이트 척결' 관건

성분명처방은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중단될 것인가. 지난해 어렵게 첫발을 뗐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올해에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은 국립의료원(NMC)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결과가 주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성분명과 관련된 시나리오들…확대시 국공립병원부터

오는 6월 시범사업이 종료된 뒤 하반기 실시될 평가작업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성분명처방은 확대 실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다. 이경우 성분명 확대실시와 관련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볼 수 있다.

NMC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우선 국공립병원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공립병원 96곳과 국립병원 23곳, 국립대병원 11곳 등 130곳이 그 대상이다. NMC에서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탓이다.

이는 지난 2006년 10월 당시 유시민 복지부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에서도 언급된 것이다. 유 장관은 “민간병원을 강제할 수 없다면 공공의료기관부터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의 답변에 이어 NMC 강재규 원장이 국감에서 “복지부의 지시가 있다면 성분명처방을 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올해 9월 시범사업이 전격 실시됐다.

현재 NMC처럼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는 국립병원은 국립재활원과 국립춘천병원 2곳이 있다. 물론 이같은 시범사업의 확대실시는 20개 성분, 32개인 대상품목을 더욱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국 보건소로 확대?…아테놀올 등 품목확대 전제

국공립병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전국 235개 보건소에서 확대 실시될 수도 있다. 지금도 일부 보건소에서는 이미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품목도 NMC의 시범사업 대상을 벗어난 것도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성분명처방 실적을 가지고 있거나 실시하고 있는 곳은 서울 9곳, 지방 8곳이다.

특히 성분명으로 처방되고 있는 품목도 NMC에서는 하고 있지 않은 고혈압약인 아테놀50mg은 물론 무좀약인 플루코나졸, 소화제인 레바미피드, 혈압강하제인 카르베딜롤, 이뇨제인 스피로노락톤25mg,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등 전문약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일부 품목에 대해 성분명처방이 나오고 있는 서울 광진구보건소 인근의 한 약국가.
NMC에서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있는 일반약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알마게이트, 시메티딘, 라니티딘 등도 있다. 이런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전국 보건소로의 성분명처방 확대는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19일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중구청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소속 김은숙씨가 “중구보건소부터 성분명처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밖에 성분명처방의 효과를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과거 의약분업처럼 특정지역을 선정, 실시하는 것과 건강보험환자가 많은 민간 병·의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 의약계 인사는 “정부의 정책이 약제비 절감을 위해 한쪽으로는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성분명처방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성분명 확대실시는 의료계의 엄청난 저항을 수반하는 만큼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부정적 결과도출시 성분명 앞으로 못 나아간다”

복지부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의 확대 또는 중단 등의 전망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성분명처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일단 시범사업 결과를 지켜본 뒤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오는 6월까지 진행되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히려 NMC 의료진의 부정적인 태도나 제한적인 품목으로 인해 정부가 기대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약제비 절감효과’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NMC와 선정된 품목의 대표성 부재 등으로 인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즉, 단편적 현상은 살펴볼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수가 따를 수 있다.

이런 탓에 의협에서도 “약제비 절감효과가 없는 시범사업은 무의미하다”고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이명박 정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의료계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 당선자는 지난해 11.25 전국약사대회에 참석, 성분명처방 확대실시와 관련 “의약계 협의 하에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의사협회가 국립의료원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며 전시했던 피켓.
올해 의료계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바로 ‘4월 총선’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의료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싸움을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정치적 영향력은 올 하반기 실시될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의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의약계, 성분명 놓고 ‘주판알 튕기기’

성분명처방에 대한 의약계의 태도는 다소 상반된다. 의료계는 지난해말까지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약사회는 너무도 조용하고 차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양쪽의 상황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의협의 경우 성분명처방과 관련 최대한 목청을 키워, 약사회를 전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기존 전략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으로 급선회했다.

지난해 12월14일 좌훈정 보험이사가 갑자기 ‘1인 시위’를 중단한 것이나 정권 인수위 과정에서 입김을 넣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더라도 상황은 의료계로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꽃놀이패’인 것이다.

약사회는 ‘침묵이 금’이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라면 굳이 약사회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실용성’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에서 성분명처방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갑자기 바뀌지 않기를 기대하면서도 향후 약사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4월 총선에서 의약사 중 어느 직능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느냐가 성분명처방의 지속성 여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특히 보건복지위원회에 어떤 인물이 포진하느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리베이트 없어지면, 성분명 저절로 된다"

약사들이 가장 희망하는 정책은 성분명처방의 확대실시다. 이는 데일리팜이 지난해말 2차에 걸친 여론조사에서 55% 이상의 약사가 희망정책 1순위로 성분명을 꼽았다. 그러나, 여정이 녹록치만은 않다. 성분명처방이 의약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경우 앞으로 나아가기 더욱 어렵다.

지난 2006년 4월 생동조작 문제로 촉발된 의약간 일간지 광고전.
의약계 관련 인사들은 그 해법을 리베이트 척결로 꼽고 있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제공되는 리베이트만 사라진다면, 의사가 의약품 선택권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는 탓이다.

사실 의료계에서도 성분명처방이 이뤄질 경우 리베이트가 약사에게 수평 이동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3차 의료기관 약제부의 한 약제과장은 “리베이트 척결이 성분명처방의 핵심”이라며 “의약사간 서로 싸우는 한 성분명은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약사가 고가약을 처방할 경우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중저가약 조제를 유도하기 위해 ‘중저가약 군’을 선정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 고가약을 조제할 경우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참조가격제’가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계의 주장대로 약제비 절감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챙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최대의 화두는 성분명처방임은 틀림없다. 정부는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과 약제비 절감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성분명처방을 강제화할 수 없다면, 제도 시행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복지부의 고민이 있다.

하지만, 국민여론만 받쳐준다면 못할 것도 없다. 철저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확대실시를 통해 제도를 검증해나간다면 국민의 약값부담 절감과 동네약국의 활성화,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정부의 의지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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