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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회사 목조르는 복지부

  • 데일리팜
  • 2011-08-23 06:44:50

복지부가 '반값 약가' 정책을 내놓으며 그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제약산업을 마구 깎아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영세하고 무능력한 국내 제약회사들이 건강보험재정만 축내는 '식충이'라는 것이다. 새 약가 인하 정책으로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면서 국민 마음 속에 제약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마저 심어주고 있다. 제약산업계의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이토록 오도된 산업관을 갖고 있었는지 경악할 지경이다.

▶뒤죽박죽된 약가정책과 산업정책 =그동안 복지부가 보험약가에 손을 댈 때는 새로운 제도에 기반했다. 고시가에서 실거래가로 전환하면서 30.7%의 가격을 인하해 의사 수가를 보전할 때 그랬다. 최초 20% 약가를 깎는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제도도 그렇다. 2006년 12월29일 시행에 들어간 일명 '5.3약제비 적정화'도 마찬가지다. 제도가 나왔고, 그에 따라 약가가 인하됐다.

하지만 이번 약가 일괄 인하 정책은 완전히 다르다. 오리지널 약가를 100%로 할 때 2013년부터 특허만료된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을 공히 53.55%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인하 목표선은 뚜렷한데 무슨 제도인지 모른다. 다만, 약품비 비중이 높다는 것과 선진국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추론이 다다. 약품비 비중만 해도 모수(분모)인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 따른 착시 현상이라거나, 환율기준으로 국내 약값이 비싸지 않다는 반론이 엄존한다. 그런데도 업계에 대고는 토달지 말라며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호통을 치고, 국민들에게는 제약산업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기 바쁘다.

▶모순투성이 인 일물일가(一物一價) 정책 =복지부는 특허만료된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동일가로 하면, 향후 제약회사들이 품질경쟁에 나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물일가(一物一價)는 오리지널을 보유한 다국적제약회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반면 제네릭이 많은 국내 제약회사에게는 아주 불리한 제도다. 국산 신약 프리미엄 약가의 필요성은 통상문제를 내세워 거절하는 정부가 역차별에는 눈을 감고 있다. 품질 문제만해도 제약회사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저가원료를 쓰면 썼지 더 나은 원료를 쓸리 만무하다. 일물일가는 외형과 실질이 일란성일 때나 가능한 것이다.

특히 일물일가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계단식 약가체계가 많은 문제점의 근원으로 지목됐지만, 계단식 약가체계를 가지면서 참조가격제로 합리적인 소비를 이끄는 선진국은 대체 뭔가. 건보재정도 아끼면서 제네릭이 갖는 긍정적 가치도 걷어차지 않고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재정과 산업을 모두 살리는 합목적적인 정책을 왜 우리나라는 가질수 없는지 답답하다.

▶영세 제약사가 많고 신약개발 실적도 저조? =세계 제약업계의 기린아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나 중국에는 제약회사가 1만개도 넘는다. 글로벌 제약회사부터 소규모 제약회사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도전이 혁신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국산 신약이 15개에 불과하며 보험청구액 기준으로 1%에도 못미친다고 한탄하지만 이는 '의도적 과장'이다. 국산 신약개발이 움튼 것이 19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부터니까 25년 밖에 되지 않았다. 문턱이 높다는 미국 FDA를 통과한 의약품도 있고, 위궤양치료제도 있으며, 기술수출도 적지 않다. 복지부 발표 며칠후 16호, 17호 국산 신약이 승인됐을 뿐만 아니라 진행중인 임상시험 품목 등 파이프라인도 많다. 정부가 모르고 이 같이 말을 했어도 문제고, 계산된 폄훼라도 문제다.

복지부는 '글리벡과 매출액대비 17% 규모를 연구비로 쓴다'는 다국적사를 절대선으로 놓고 국내 제약산업을 재단했다. 삼성전자도 처음부터 컬러TV를 만들지는 못했다. 실제 다국적사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 국내사 평균의 2배가 넘는 고부가가치다. 판매관리비가 과도하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그건 제약산업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다국적본사나 국내사간 별반 차이가 없다. 제품을 만들어 종합 판매상에 넘기는 것으로 그만인 일반 공산품의 판관비를 잣대로 들이대 '국내 제약사 판관비는 리베이트 덩어리'라는 식으로 몰아치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혁신형 제약기업에게는 약가혜택을 줄 것이며, 이로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생길것이라고 순진한 주장을 펴고 있다. 예컨대 개인의 주머니에 10만원이 있다고 가정할 때 먼저 2만원을 빼앗고, 열심히 하면 지원해준다는 약속을 유치원생들은 믿을 수 있을까. 실제 그렇게 한다해도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며 허울이다.

▶영세 제약회사는 죽어 마땅한가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강조했다. 이는 경제생태계에서 크든 작든 살아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매출 1000억 미만 영세기업이 죽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고용의 저수지로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뿐인가. 헌법 123조 3항이 뭔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죽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체 어디로부터 파생된 것인지 출처가 없다. 진수희 장관은 '중소기업이 죽어야 제약산업이 산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고용이 증가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이다. 참 편리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약가 인하방향은 옳다. 문제는 급진적 조치 =제약산업계 스스로도 정부의 단계적 약가인하와 이로인해 기업들이 적자생존하도록 하는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관건은 속도다. 각종 정책에 유예 요구를 반복해 온 제약업계의 2014년까지 유예론을 일방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애써 가꿔온 제약산업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을 눈앞에 둔 작년 9월 28일 복지부 보험약제 담당 과장은 제약산업 전문기자 대상 강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우리에 비해 경제력이 약한 태국의 약값이 오히려 훨씬 비싼 현실은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는 자국 제약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 산업 무시하다 태국의 일이 우리일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보험약가 정책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집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아 조정하기 쉽지 않다"며 "약값을 깎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부가 밝혔듯 건보재정에 위험 싸인이 오고, 앞으로 고령사회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건보재정 못지않게 건강한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역시 미래 건보재정을 튼실히 만드는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해볼만한 투자다. 신약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듯, 큰 기업만 존재가치가 있는 것 역시 아닐 것이다.

산업정책은 콩나물을 키우듯 정성드려 물을 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복지부는 그동안 신약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꾸준히 물을 줘 왔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 제약회사들도 세계 시장을 노크할 수준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 막 글로벌 시장에 이르는 사다리를 놓았는데, 물을 주던 복지부가 표변해 '왜 기대에 못미쳤느냐'며 앞장서 사다리를 걷어차면 국내 제약산업은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세계 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들이 잠재적 경쟁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마당에 복지부가 전면에 나서 한몫 거들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약가인하 좋다. 제약산업 선진화 좋다. 하지만 숨 고르며 단계적으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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