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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신약 개발중단' 제약사, 연구자에 배상 책임 있을까

  • 천승현
  • 2024-05-28 06:19:32
  • 유한, 복합제 연구자와 법정공방...1심 승소 ·2심 2.7억 배상
  • 1·2심 "제약사, 상업적 가치 하락 등으로 개발중단 문제없어"
  • 연차료 미납부로 해외특허 소멸...제약사 손배 책임 여부 1·2심 엇갈려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국내 연구자가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신약이 상업적 가치가 낮아져 개발이 중단됐더라도 제약사가 원개발자에 별도의 배상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허권을 독점한 제약사의 특허유지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제시됐다.

유한양행, 기술도입 후 개발 중단에 원개발자, 160억 손배 소송...1심 기각·항소심 2.7억 배상

28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최근 설 모 교수가 유한양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2억7000만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1월3일부터 2024년 4월17일까지는 연 6%의 이율,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설 모 교수가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이후 개발 중단과 해외특허 소멸에 대한 손해배상 16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유한양행의 승소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유한양행에 2억7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나머지 내용은 기각했다. 소송비용의 2%는 유한양행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원고가 부담하라고 재판부는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연구자가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의약품이 상업화가 불발된 이후 제약사가 연구자에 물어줄 책임 범위에 대한 논쟁이다.

1심과 2심 판결문을 종합하면 유한양행은 기술 도입 이후 상업성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개발을 중단한 결정에 대해 연구자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유한양행이 개발 중단 이후 특허유지 노력을 하지 않아 소멸된 특허로 인한 손해 배상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렸다.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설 교수는 지난 2007년 10월 항우울제 클로미프라민, 서트랄린, 플루오세틴 등 3개 성분을 결합해 조루증치료 복합제를 개발하는 공동 연구 계약을 유한양행과 체결했다.

유한양행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1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임상시험계획이 최초 승인되면 1억원을 추가로 제공한다. 품목허가와 시판에 대한 추가 기술료도 각각 1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계약에는 조루증 복합제의 연간 순매출액이 100억원 이하인 경우 5%를, 100억을 초과할 경우 순매출액의 6.5%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계약 체결된 이후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 유한양행은 설 교수에 기술료 2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유한양행은 이후 조루증 복합제의 국내외 특허등록 절차를 진행했고 국내 및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특허등록이 이뤄졌다.

유한양행은 설 교수로부터 조루증 복합제에 관한 자료를 제공받고 2008년부터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유한양행은 2009년 11월 식약처로부터 조루증 복합제의 임상1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임상시험 결과 안전성 및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2011년 1월부터 남성 24명을 대상으로 조루증 복합제의 1/2상 임상시험계획에 착수했는데 2012년 8월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임상시험 결과 안전성 및 내약성은 양호하다고 판단했지만 유효성 평가는 통계적인 차이를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유한양행은 2016년 10월부터 조루증 복합제 해외특허에 대한 연차료 납부를 중단했고 이후 해당 해외특허가 모두 소멸됐다.

이에 설 교수는 지난 2019년 유한양행이 조루증 복합제의 상업화 의무와 특허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한양행, 상업적 가치 떨어져 개발 중단...1·2심 모두 상업화의무 불이행 문제없어

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쟁점은 크게 상업화의무 불이행과 특허유지의무 불이행 2개로 압축된다.

유한양행이 조루증 복합제의 상업화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문제없다고 판시했다.

설 교수는 임상경험을 통해 조루증 복합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돼 상업화가 충분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유한양행은 복합제를 상업화할 의무가 있는데도 임의로 개발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유한양행은 복합제 개발을 중단할 당시 조루증치료제 시장의 상황, 임상시험의 결과, 신약개발 비용 및 기대수익 등을 고려하면 복합제의 상업적 가치가 전무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복합제가 확정적으로 상업화될 것으로 전제로 할 수 없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상업적 가치를 판단해 신약개발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에 속한다”라며 유한양행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때와 달리 시장 성장 예측이 빗나가면서 조루증치료제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유한양행 측 주장에도 힘을 실어줬다. 임상시험의 결과와 무관하게 상업성이 떨어져 개발을 중단하는 결정이 원 개발자에 손해배상을 물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조루증 복합제 기술이전 계약 체결 당시 조루치료제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 50억달러, 국내 잠재시장은 약 3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국내제약사들도 조루증치료제에 착수했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의 조루증치료제가 시장 형성에 실패했고 국내사들의 조루증 치료제 판매실적도 매우 저조했다.

재판부는 “유한양행이 복합제 개발을 위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기존에 투입한 개발비용 약 20억원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시판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수익보다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인정했다. 유한양행이 조루증복합제 개발 중단을 검토하면서 시장과 경쟁품 현황을 조사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결과 상업적 가치가 낮다는 분석에 내린 개발중단 결정이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2심 재판부도 제약사의 신약개발 목적에 상업성이 포함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제약사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신약을 개발하는 목적은 단순히 임상시험의 성공이나 신약허가를 받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궁극적으로 신약을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제약사는 임상시험을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이외에 개발 의약품의 장래 시장성, 사업성 등을 검토·확인하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기존에 투입한 개발비용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유한양행이 시판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수익보다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2심 재판부에서는 조루증복합제의 1/2상 임상시험 결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개발 중단 사유로 고려됐을 것으로 인정했다.

해외 특허등록 이후 연차료 미지급으로 소멸 책임인정...손해배상 여부 판단 엇갈려

1심과 2심 재판부는 특허유지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해 일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설 교수는 유한양행이 조루증 복합제에 대한 특허 등록 유지 의무가 있는데도 연차료를 지급하지 않아 특허가 소멸됐다며 손해 배상을 주문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조루증 복합제 기술이전 계약에 특허 유지·관리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 정하지 않고 있어 공동특허권자인 설 교수와 유한양행이 특허 유지 의무를 각자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한양행은 조루증 치료제의 특허유지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개발 계약은 2012년 11월 묵시적 합의에 의해 종료됐기 때문에 특허 유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특허권의 유지·관리의무는 유한양행에 있다고 해석했다. 해당 기술이전 계약에서 유한양행이 특허권의 실시, 전용실시권 설정, 질권 설정 등 특허권 행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내용의 독점적 행사권한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유한양행이 2016년 10월 설 교수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해외특허에 대한 연차료 납부를 중단해 특허에 대한 권리가 소멸했다는 점을 들어 유한양행의 특허유지의무 불이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허 소멸에 따른 설 교수의 손해배상 의무는 인정하지 않았다. 설 교수는 유한양행의 특허유지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액은 특허의 기술가치(2914억9500만원)를 포함해 국내 특허 및 특허 존속기간을 토대로 환산한 2012년 기준 특허의 가치를 약 1조53억원으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한양행의 특허유지의무 불이행으로 설 교수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특허등록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특허가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복합제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고 국내 조루증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10년 이상 30억원대에서 성장하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해외특허가 존속하고 있었더라도 실시되거나 제3자에게 양도돼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고 보인다”라고 제시했다. 설 교수는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료 2억5000만원을 이미 지급받았다. 유한양행이 해외특허의 출원·등록·유지비용을 모두 부담했고 특허권 행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기 때문에 설 교수의 해외특허와 관련한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해외특허에 대한 설 교수의 권리 소멸에 대해 유한양행에 특허유지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일부 있다고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특허유지의무 불이행은 인정하되 추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과 다른 견해다.

재판부는 “조루증 복합제 특허에 대한 상업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 “원고는 해외특허 소멸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봤다. 특허등록에 대한 경제적 가치에 대해 1심과 반대 논리를 펼친 셈이다.

향후 조루증 복합제의 상업화에 성공했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전망을 고려하더라도 복합제의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봤다. 오히려 조루증 복합제의 경제적 가치가 없었다면 유한양행이 5년여의 기간동안 약 16억원을 들여 임상시험을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는 논리다. 개발 초기와 시장 환경의 변화로 복합제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다른 견해다.

다만 재판부는 복합제 개발이 중단됐을 당시 복합제의 상업화 가능성이 불확실했고 시장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소요된 비용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특허의 가치는 특허를 등록하기까지 기술개발 등으로 소요된 비용으로 책정했다. 설 교수가 진료기록 작성에 소요한 노력과 비용, 유한양행이 부담한 임상시험 비용과 설 교수에 지급한 기술료 2억5000만원 등을 고려해 유한양행의 특허유지의무 불이행으로 설 교수가 입은 손해액을 2억7000만원으로 판단했다.

유한양행과 설 교수 모두 2심 판결 직후 상고심을 제기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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