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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희목 전 의원은 제약협회장 적임자일까

  • 조광연
  • 2017-02-08 06:14:56

원희목 전 대한약사회장이 '마음의 고향인 약사회관'을 떠나 300미터 쯤 떨어진 한국제약협회로 출근할 것같다. 제약업계 이익단체인 제약협회가 그를 차기회장으로 낙점했다. 이사회 등 절차는 남아있다. 서른 여덟 나이에 서울 강남구약사회장에 올라 약사 사회에 데뷔한 이래 20년도 훨씬 넘게 그의 정신 세계와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키워드는 약사(藥師)와 약사(藥事)였다. 행적과 경력이 말해 주고 있다. 한약조제권 분쟁을 겪었고, 의약분업 도입 과정의 한 중간에 있었다. 첫 직선제 회장으로 연임했고 늘 약사의 전문성 강화에 기반한 미래상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해서 보건의약계에 비친 그의 이미지 역시 뼛속까지 약사다. 그래서일까. 차기 제약협회장에 그가 호명되었을 때 산업계 일부 인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국회의원 경력은 강점인데, 약사회라는 타 직능의 이익단체장이었고, 제약산업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과 즉시 선이 닿는 고위 관료출신이 아닌 탓이었다. 산업을 잘 이해하겠느냐, 물음표도 찍혔다. 그는 적임자일까?

일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참 집요하다. "일을 하겠다, 하고 있다고 떠벌이는 건 의미가 없다. 일이 되게 끔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잘 되어 99%의 성공 확률이 눈 앞에 보일 때도 1% 변수를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한다.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아 그 확률이 1% 밖에 보이지 않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다. 1%의 가능성을 스스로 버릴 수는 없다. 그건 여전히 기회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논의가 한창일 때, 약학교육 6년제 시행을 위해 매달릴 때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닌 말들이다. 그는 이상만 되뇌이지 않는 현실주의자이자, 목표로 삼은 일엔 무섭게 집중하는 캐릭터다. 사소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일례가 있다. 어느 해 데일리팜 신년 특별기고를 요청했을 때 전화통화만 열차례 가까이 했다. 원고의 조사 하나를 두고 이해관계자들이 달리 느낄 수 있다며 고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면서 말이다.

그가 추진하는 일엔 명분이 따른다. 내게 좋아보인다고 다짜고짜 밀어붙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목표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는 식이다. 세를 믿고 우격다짐하다 처절하게 당했던 1993년 약사회의 한약조제권 분쟁은 그의 반면교사였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부의 안을 두고, 나는 강경 투쟁 쪽으로 기울었다. 약국 폐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투쟁 방식은 여론의 역풍을 몰고 왔고, 전체 약사들이 아주 어려운 처지로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나는 매일 새로 태어난다, 2011년, 원희목 지음)". 그는 자전적 에세이집에서 통렬히 반성했다. "국민들의 견해와 약사들의 견해가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끊없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이다. 실제 그는 의약품 오남용 예방과 처방·조제의 투명화를 통한 소비자 알권리를 앞세워 의약분업 제도 도입과정에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었고, 결국 완전 의약분업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했다.

'화두를 붙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기를 즐기고 맡겨진 일에 몰빵하'는 그에게 제약업계를 위해 일할 새 기회는 일단 마련됐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3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을 만들었던 만큼 국내 제약산업의 비전과 과제를 그는 잘 알고 있다. 실제 이 법률은 최근 혁신형 제약회사 정부 지원의 근간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그가 견지해야 할 비전과 과제는 크게 두 줄기다. 한 줄기는 윤리경영의 확립이다. 모처럼 가능성 높은 창의산업으로 떠오른 제약산업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지켜내는 일이다. 회원사들의 윤리경영 실천을 이끌어내며, 정부와 사회속에서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설득하고 뿌리 깊이 심는 일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 그리고 제약산업의 국가적 기여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설파함으로써 범 정부 지원의 토대를 굳건하게 하는 것이다.

제약협회장이란 타이틀은 제약산업계를 대표하는 분명한 리더지만 오너가 있는 기업의 전문 CEO와 비슷한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해서 그 역할에 제한적인 점도 있다. 그러나 산업발전에 관해 오너 격인 현직 이사사들의 산업발전에 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은 희망적 요소다. 그렇다고 해도 내부로부터 신뢰와 협력, 지지를 끌어내는 설득의 영역은 언제나 필요하다. 제약협회라는 한지붕 아래엔 대기업군이 있고, 중소기업군이 함께 존재한다. 때때로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다를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도 출근하면 당장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협회가 어느 어느 제약회사 영향력 아래 있다는 식의 편견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경계도 해야 한다. 밖으로는 보건산업의 중추인 의사와 약사 등 보건의약계 구성원들이 제약산업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새 제약협회장에게 부여된 역할일 것이다. 제약산업계의 선택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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