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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약값과 전쟁중"…제네릭 활성화 사활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내외 제네릭 약가비교 연구' 결과는 일부 방법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연구책임자인 권순만 서울대 교수는 "저가 제네릭 활성화와 사용량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실제 한국의 제네릭 가격이 절대가격만 비교하면 비교국가 16개 나라 중 하위권,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비율도 중간에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종합적인 변수를 반영한 가격지수 비교에서는 약가수준이 상위권에 속했다. 접근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을 전제하고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절가가격은 낮은 데 반해 가중평균가를 반영한 가격수준은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는 다양한 약제비 절감노력에도 불구하고 약제비 관리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권순만 교수가 고가 제네릭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면서 저가품목 활성화와 사용량 통제 필요성을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떤 제도로 약제비를 관리하고 있을까? 물론 각국이 각기 다른 제도적 툴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은 환기해야 한다. 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원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약제비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제도 변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약가결정 방식 뿐 아니라 이후 사용량 정보를 활용한 총액관리에도 힘을 쓰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권순만 교수는 이중 제네릭 활성화를 위한 국가별 정책을 3개 유형으로 나눠 정리했다. 미국과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등 5개 국가에 대해 ' 참조가격제 또는 제네릭 대체조제 의무화'를 통해 가장 강력히 제네릭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됐다. 또 프랑스, 이태리, 벨기에, 호주, 대만, 네달란드는 '참조가격제 또는 제네릭 대체조제 장려'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반면 스위스와 영국, 오스트리아, 일본, 한국은 아직 이런 유형의 정책을 아직 수용하지 않았다. 권순만 교수팀는 “비교결과 대체적으로 참조가격제 또는 제네릭 대체조제를 의무화하는 국가 그룹의 가격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영숙 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은 OECD 국가의 약제비 관리방안을 정리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지난해 내놨다. '약제비 증가요인 분석 및 관리방안'이 그것인데, ▲의사를 대상으로 한 정책 ▲약사를 대상으로 한 정책 ▲환자본인부담제도 의약품 ▲가격규제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김영숙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해외 국가들의 약제비 관리방안을 살펴봤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정책= 김영숙 연구원에 따르면 의사 처방행태에 대한 관리방안은 국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교육과 처방 가이드라인 개발.보급, 의약품 권장목록 혹은 선별목록, 의약품 사용평가, 처방예산제 활용 등이 그것이다. 스위스와 캐나다의 경우 의료전문직이 처방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노력을 수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정부 정책은 강제조치보다는 교육에 치중한다. 스웨덴은 의약품·치료학위원회(DTCs)가 처방약의 1차 선택 권장목록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적정의약품 사용과 관련해 보건소에서 교육자를 파견, 의사들의 처방을 관리해왔다. 김영숙 연구원은 그러나 "DTC의 노력은 효과가 크지 않으며, 권장 리스트에 대한 순응도는 재정적 인센티브와 연결될 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은 1993년 지역 일반의(GP)를 대상으로 집단처방예산제를 도입해 의사처방이 예산을 초과한 경우 제재를 가했다. 이를 통해 수년 동안 처방건 수와 보험약제비가 감소했지만 진료의 질에 대한 효과 논란이 제기됐고 다른 의사의 처방행태로 인해 개인이 책임을 지는 집단 제재방식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따라 2001년부터는 개별목표 처방예산제로 변경했다. 영국은 국제성분명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또 임상진료 지침은 의료전문가에 의해 개발돼 의사의 임상현장에서 의사결정 지침으로 사용된다. 캐나다는 진료지침을 심사하고 평가함으로써 의약품 처방과 사용에서 최적의 진료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사용을 촉진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이와 함께 스웨덴과 스위스는 제약사와 의료전문가들의 교육과 판촉활동에 대한 지침과 이를 제한하는 '코드 오브 굿 컨덕트'(code of good conduct)를 채택했다. 물론 스웨덴의 일부 주에서는 의사와 제약사간 직접 접촉을 금지하고, 다른 교육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질 서클'이 의사의 처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방법으로 활용된다. 이는 5~8명의 의사와 1명의 약사가 자발적으로 정기 모임을 갖고, 집합적 증거기반 지침을 개발해 이를 진료 권고안으로 만든다. ◆약사를 대상으로 한 정책=김영숙 연구원은 많은 국가들에서 환자가 동의하고 의사가 반대하지 않는 경우에 약사가 제네릭을 대체할 수 있도로 허용해 제네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웨덴의 경우 의사가 처방전에 ‘대체불가’를 명시하지 않는 한 약사는 의무적으로 저가약으로 대체해야 한다. 독일도 강제 대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사가 대체불가를 명시한 경우만 예외를 인정한다. 헝가리는 저렴한 제네릭으로 대체할 것을 환자들에게 제안할 의무를 약사에게 부여했고, 환자는 이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 ◆환자 본인부담금 제도=소비자에게 의료비 일부를 부담케 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감소시키고 의료비 증가를 막기위한 노력이다. 부담방식에 따라 정액제와 정률제로 나뉘는 데 김영숙 연구원은 의약품 특성별 상환율 차등화, 수급자별 본인부담금 차등화, 약가기준 본인부담금 차등화로 재분류했다. 먼저 의약품 특성별 상환율 차등화는 필수의약품까지 억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효과가 적거나 비합리적인 약물사용에 초점을 맞춰 선택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페인, 이태리, 포르투칼,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등이 이 제도를 사용한다. 수급자별 본인부담 차등화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중증질환 또는 만성질환자들의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취약계층이나 만성질환자 등의 본인부담금 감면 정책을 취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연령, 저소득층, 사회적 취약계층, 질환별로 경감 또는 면제 정책을 채택한다. 약가기준 본인부담금 차등화 정책은 1989년 독일에서 시작돼 확산된 참조가격제가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제네릭 사용을 장려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면서 기업과의 거래에 구매력을 발휘할 목적으로 3층 본인부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약품 이용과 비용이 감소했지만, 저소득층 같은 취약계층의 의료이용 보장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 ◆가격규제= 유통마진 규제, 외국 가격참조, 국내 가격참조, 제네릭 약가연동, 경제성평가, 위험분담 합의, 가격-사용량 합의, 조달과 입찰 방식 등 유형과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스웨덴은 의약품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없으며, 국영 독점소매약국체인 제도를 통해 낮은 수준의 등재가격을 달성했다. 이중 OECD 국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는 의약품의 상환가격을 제한하기 위해 외국 가격을 참조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의 경우 제약산업의 혁신을 도모하고 국내 연구개발 제약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한다. 독일과 영국은 혁신적 신약에 대한 자유가격제를 실시한다. 또 일부 국가들은 선별목록 등재시 국내 가격참조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규제한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이후 특허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최소 50% 이하로 제네릭의 가격을 결정한다. 스위스에서는 비율이 30%로 더 낮다. 호주는 1993년부터 의약품 상환에 경제성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많은 국가들이 경제성평가를 가격결정 혹은 상환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범위로 활용한다. 프랑스의 CEPS는 예상 판매량이 높은 의약품에 대해 가격-사용량을 합의하며, 가격인하를 하는 대신 환급(리베이트)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스위스, 멕시코, 슬로바키아,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은 병원 자체 규정집을 개발해 사용하고, 구매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개별 혹은 집단적 구매를 하고 있다. 미국 보훈부의 경우 제약사와 의약품 대량 계약 구매를 통해 전 지역의 수급자에게 표준화된 급여를 제공하고 동시에 낮은 가격을 추구한다. 뉴질랜드는 제네릭 가격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전자입찰제도를 도입했다. 김영숙 연구원은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후 (해외처럼) 국내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초기형태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안론으로 의약품 유통거래 투명화 조치, 처방량 감소 및 제네릭 활성화 방안, 약제비 모니터링 방안 등 종합적인 관리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과대학의 성분명 처방교육을 장려하고 수련병원의 제네릭 처방률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마련해 의사가 자율적으로 처방량을 감소시키고 비용효과적인 제네릭을 처방할 수 있도록 처방행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이탁순 기자]2010-06-03 06:57:59의약행정팀 -
"통상압박에 약가정책 좌초…약제비 10년간 세배 껑충"정부가 시장형실거래가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의약품 유통투명화와 함께 급증하는 약제비를 제어하겠다는 목표가 근저에 깔려있다. 그만큼 약제비 문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정책이슈다. 실제 건강보험 약제비는 지난 10년간 약 3배 가량 폭증했고, 이는 의약분업 실패 논리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의약분업은 약값절감이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약제비 문제와 연동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처럼 분업을 약제비와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정부의 영향 분석에서도 노인인구 증가와 의약품의 사용량 증가 등이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분업초기 재정파탄 여파로 정부가 약값(약제비)을 낮추기 위한 정책대안을 내놨던 정황을 보면 연계성이 매우 근거리에 있음을 보여준다. 변재환 박사는 "건강보험 약가제도는 의약품의 가격(과 사용량)을 통제하는 제도"라고 정의했다.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이후 모색된 이런 약제비 관리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는 세 번에 걸쳐 이뤄졌다. '재정파탄' 시기와 약가결정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꾼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 올해 2.16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이 그 것이다. ◆재정파탄시 3대 약가제도= 2001년 새해 벽두부터 건강보험에 광풍이 불어낙쳤다. 분업시행 반년만에 재정운영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이른바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는 이렇게 시작됐다. KDI는 당시 '의료보험재정 위기, 원인과 대책' 보고서를 통해 분업과정에서 나타난 제도적 오류와 왜곡이 급속한 재정악화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년대비 72%p 폭증할 것으로 예측된 외래진료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KDI는 "의약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총 의료수가 누적기준을 49%인상하고 원외처방료, 조제료 등 일부항목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급격한 재정악화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또한 "진료비 억제정책의 핵심인 지불보상체계의 개혁을 포기한 것도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KDI는 ▲중단기 대책으로 간이포괄수가제, 수가 재조정, 권장약품목록제 도입, 소액질환 본인부담강화, 공공의료 확충 ▲장기대책으로는 총액예산제, 공보험과 사보험의 균형적 이원화 체계 구축, 소액경질환에 대한 의료저축 구좌방식 도입 등을 개성방안으로 내놨다. 한편으로는 의약계 등을 중심으로 약값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분업직전 약값을 30% 이상 일괄 인하했던 제약계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여론과 정책진단에 힘입어 새 약가제도 도입 방안이 제안됐다. 참조가격제, 최저가실거래가상환제, 저가구매인센티브는 이런 배경에서 처음 이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참조가격제와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2002년 6월과 7월 각각 시행이 예고됐지만 반대여론에 밀려 좌초됐다. 참조가격제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 김홍신 신한국당의원은 같은 해 7월 대정부질의에서 참조가격제를 저지시키기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와 다국적제약협회 등이 1년 동안 26차례나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주장은 당시 복지부장관이었던 이태복 전 장관이 후일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50% 제공키로 했던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또한 참조가격제 논의에 휩쓸려 사라졌다. 또 이태복 전 장관이 가장 힘을 쏟았던 최저가실거래가제는 2002~2003년 1년 동안 시범사업을 마지막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제약업계의 반발도 컸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지나친 규제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결국 재정파탄 3대 약가제도 도입논의는 이렇게 실패했다. 대신 다른 나라에 보험등재된 의약품 가격과 국내 가격을 비교해 가격을 인하하는 약가재평가제도가 같은 해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평수 한의사협회 고문(전 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제도가 'A7 참조가격'이라고 지적했다. A7약가제도는 의약분업과 함께 구성된 약제전문위원회에서 신약의 가격결정 근거로 공식화됐는데, 이 제도 때문에 신약은 물론이고 제네릭 가격거품이 마련됐다고 이 고문은 주장했다. 실제 이 제도는 미국 등의 압력으로 1990년대 중반 비공식적으로 도입됐으며,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무력화될 때까지 10년 이상 한국의 등재가격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거다.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런 여파일까. 재정파탄 이후에도 약제비가 겉잡을 수 없이 증가하면서 우려를 낳게 했다. 실제 정부발표 자료에 따르면 약품비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30%에 육발할 정도로 성장했고, 증가율 또한 연평균 18%를 상회했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약제비 관리시스템에 대한 손질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대대적인 개혁조치를 내놨는데 일명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약가등재 방식이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시스템으로 전환됐고, 비용효과 분석 등을 근간으로 한 경제성 개념을 등재 및 가격결정에 본격 개입시켰다. 또 가격협상 제도를 도입해 가격과 사용량을 동시에 통제하는 장치도 새로 마련했다. 이는 고가약 사용량 증가가 약제비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또 저가구매인센티브, 처방총액인센티브 등 정부가 현재 새로 도입을 예비한 제도들도 이 때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약가정책에 대한 종합판이 나온 적이 없었다"며 "아이템별로 현상을 분석하다가 종합적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전환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위한 인프라도 충분치 않았고 정확한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는 더더욱 없었다"면서 "곡학아세가 따로 없었다"고 비난했다. 흥미로운 점은 2006~2007년 사이에 진행된 한미FTA 협상에서도 10조원밖에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국내 제약산업, 그중에서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당시 5.3조치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버텼고, 이 정책들은 일부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제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실적만 보면 이 획기적인 조치가 별다른 성과지표를 내놓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약품비 비중을 2005년 기준 29.2%에서 2010년 24% 인하로 감소시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토록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약품비 비율은 2006년 29.4%, 2007년 29.5%로 계속 증가했고 이른 추세는 2009년에도 29.6%로 멈추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데이터를 시장형실거래가제 도입을 위한 포석으로 활용했다. 물론 3년이 지난 5.3조치에 대한 섯부른 재단은 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5.3조치는 그 자체만으로 유의미한 정책이었지만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등 핵심과제들이 지지부진하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형실거래가제로 또 다른 변명거리를 찾을 게 아니라 원칙대로 적정화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실비아 보사연 박사는 "선별목록제, 약가협상제 등 새로 도입된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에는 의약품 사용 적정화에 대한 정책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순만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5.3조치의 정책영향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5.3조치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들, 특히 저가 의약품의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이탁순 기자]2010-06-02 06:59:48의약행정팀 -
"거꾸로 가는 약가제도…'저가구매' 1년이면 바닥"실거래가제, 11년만에 '시장형'으로 탈바꿈 오는 10월부터 실거래가상환제가 시장형실거래가제로 대체된다. 제도 시행 11년만이다. 정부는 시장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거래가제가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데 반해 새 제도는 인센티브 외피를 빌려 의약품 구매에 따른 이익을 새롭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제도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의 다른 이름인 이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오늘(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데로 곧 법령(건강보험법시행령)이 공포돼 10월 시행이 공고화된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약가마진을 인정함으로써 의약분업의 또 다른 갈등소지가 될 수 있다"며, 분업 10년을 맞는 올해 이 제도가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도입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은 원내조제 예외를 외치고 의원은 선택분업을 요구하는 마당에 이런 예외적인 조치로 분업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실거래가상환제와 분업이 아예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약가마진 인정여부와 분업은 별개 사안"이라면서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2전3기 제도화 성공…반대여론 여전히 압도적 사실 실거래가제의 대안 또는 보완정책으로 이 제도가 제안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저가구매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2002년 정부가 처음 내놨고, 2006년에는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정입법안을 대표 발의해 쟁점이 됐다. 저가구매제는 결국 2전3기로 시장형이라는 새 외피를 쓰고 제도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대여론이 여전히 거세다는 데 있다. 이는 당사자들의 수용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제도시행 과정에서도 많은 불협화음이 뒤따를 것임을 암시한다. 정부는 새 제도가 도입되면 실거래가에 근접한 가격을 파악해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 임종규 복지부 국장은 "요양기관이 싸게 사면 살 수록 인센티브가 더 커진다"고 설명하고 "과거에 불법적으로 챙겼던 마진을 앞으로는 인센티브로 정당하게 받으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정부 측 다른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죄가 발효되면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100%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행태 변화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인센티브로 실거래가 파악? 넌센스 불과"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는 '시장'에 대한 교과서적 원리에 착목한 것일 뿐 비현실적인 기대라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세 번에 걸쳐 이 제도 도입안을 꺼내놨지만 실제 작용 가능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바 없다. 이에 대해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인센티브를 당근으로 제시하면 실거래가를 정확히 신고할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변재환 박사는 "큰 틀에서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마진을 100% 모두 취하게 하더라도 할인된 가격을 보고할까 말까 할 정도인데 30%를 환자에게 주면서 제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 검증된 제도를 모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엉터리로 베꼈다는 얘기다. 일본제도 엉터리로 모방…조사 의지 없어 그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신고한 가격은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된다"면서 "정부 발표에서는 실거래가를 조사하겠다는 의지가 도무지 엿보이지 않는다. 제도만 바꿔놓고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양기관과 국민이 혜택을 나눠 갖는다는 방식은 포퓰리즘적 '인기영합주의'거나 '전시행정'이라고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변 박사의 주장처럼 정부안에는 시장원리 작동과 요양기관의 성실신고라는 맹목적 신뢰 외에 실거래가를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시스템적 접근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맹신'에 의한 함정에 빠져있거나 '면피용' 제도에 불과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김 교수와 변 박사의 이런 주장들에 제약업계나 법률전문가, 경제계 단체들도 모두 공감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 입법안인 건강보험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제약협회-법무법인 세종, 다국적의약산업협회, 도매협회, 경실련, 전경련, 대한상의, 서울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8개 단체들도 이런 이유들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입법안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험약가 일괄인하, 보험약가 인하분 수가반영, 의약품 원가정보 공개, 분업 재평가, 환자 본인부담금 차이로 인한 국민불신 해소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제약-경제계-시민단체 "시장형 폐기" 부동의 목소리 의사협회 관계자는 반대하진 않지만 의원급에 대한 유인동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 대형병원이나 문전약국만 잘 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 시행 전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치적 이유로 정부안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띠고는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이들 단체들은 강기정 의원이 저가구매인센티브 입법안을 내놨을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반대입장을 공개 표명했던 전례도 있었다. 특히 약사회의 경우 서울시약사회가 다른 입장을 표명, 지도력에 흠집을 입었다. 정부 관계자도 "본인부담금 차액에 따른 약국가의 혼란 가능성 때문에 반대할 줄 알았는데 동의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부 내부서도 의구심 "실효성 믿지 않는다" 이 제도에 대한 불신은 정부 내부에서도 존재한다. 1999년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당시 실효성을 우려했던 공무원들처럼 시장형 제도 또한 내부 이견이 비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사실 실효성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둘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산하기관 소속 한 연구원 또한 "작동 가능성은 낮다"면서 "실거래가를 파악하고 인하할 수 있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당초 '의약품 거래 및 투명화 방안'을 설계했던 복지부 TFT에서 성분별 평균실거래가제와 동일성분함량 의약품 동일약가 부여 등 획기적인 정책안들이 논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제약산업에 미칠 파급력과 반발 등을 감안해 중요한 장치들을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정부 측 한 관계자도 이에 대해 "핵심적인 장치들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는 10월 시행이 확정된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제도시행 초반부터 저항에 부딪쳐 또 다시 개선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히 보여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6개월에서 길면 1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게 뻔하다"고 전망하고 "지금의 갈등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제반 노력을 감안하면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형제도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한다" 물론 반대론 일색만은 아니다. 조재국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그렇다고 고시가로 다시 회귀할 수는 더욱 없으니 부분적인 장점을 원용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제도"라고 응원했다. 이의경 숙명여대 약대 교수도 "긍정적인 것도 많고, 우려스런 것도 많지만 그나마 차선책으로서 이 제도가 유의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정부의 시행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영기 보험약제과 서기관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하나만 두고 볼 일이 아니다"라며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후 도입된 다른 제도들, 그리고 앞으로 새로 도입할 저가약 처방 인센티브 등과 연동해서 보면 분명히 진전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거래가상환제는 1999년 11월15일 전격 시행됐다. 제도의 파급력만큼이나 반발도 거셌지만 제약업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지지가 역풍을 막을 버팀목이 됐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의약분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의약사가 약값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마진을 없애버린 것이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실거래가제 정책목표는 의약시장의 건전성 조성, 과잉투약 등 오남용 방지, 우수한 의약품 사용유도, 품질경쟁 유도 및 연구개발 투자 장려, 음성적 거래(리베이트 등) 제거 등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요양기관이 부당이득을 챙기고 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 때문에 변재환 박사는 "실거래가상환제가 아니라 상한가(고시가) 상환제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요양급여비를 전산 청구한 4만5242개 요양기관의 상한가 대비 실거래가 청구율이 99%에 달했다. 특히 약국은 99.97%로 사실상 '상한가' 청구가 일반화됐다. 권순만 서울대 교수는 "실거래가제는 경제학적 개념에서보면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제도였다"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거래가제는 의약품 거래투명성과 실거래가 파악을 통한 약가거품(가격인하) 제거로 이어져야 하는 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옥 건강보험연구원 박사는 '보험약가제도 합리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정부는 2000년 이후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가격인하한 품목 수는 1만5000품목으로 이로 인한 절감액은 약 260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달에도 복지부는 같은 조사를 통해 360개 보험약의 약가를 조정했지만 평균 인하율은 0.72%, 추정 재정절감액은 21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실거래가제의 이런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 2월 시장형실거래가제 도입방안을 제안했다.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요양기관에 제공해 유인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정책목표도 내놨다. 또 저가구매에 따른 혜택을 요양기관과 환자가 7:3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립서비스'도 곁들였다. [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이탁순 기자]2010-06-01 00:32:43의약행정팀 -
재정지원 없는 심야응급약국 추진 '공염불'심야응급약국, 안전한 의약품 복용과 구매 불편 해소의 접점 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논란이 되는 것은 비록 일반약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한 복용을 위해서는 약사의 판매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과 심야시간대 약국에서는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프 메디케이션' 차원에서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일반약은 국민들이 자체적인 판단 하에 복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돼야 하지만 사실상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주장의 출발은 국민들이 필요한 때에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 이를 감안하면 심야응급약국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영구적으로 저지하는 대안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약사 사회의 입장과 국민 여론의 출동을 해소할 수 있는 접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심야약국을 이용한 국민들의 반응이 심야약국을 찾는 불편보다는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심야응급약국이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저지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새벽에도 의약품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상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요구가 크지 않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국민들이 구매를 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불만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적·제도적 지원 없는 심야응급약국 요원…약사회 '고심' 그러나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심야약국들을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제외하더라도 사정이 여의치 않는 지역에 새롭게 심야응급약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적 지원이나 이를 뛰어넘는 운영 동기 없이는 특정 약국에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약사들의 판단이다. 24시간 약국을 운영 중인 강남의 장경현 약사는 "경제적 동기가 수반돼야 심야약국 운영도 가능하다"며 "이를 외면한 채 심야응급약국을 강행할 바에는 국민을 대상으로 상비약 갖추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심야응급약국 운영 예산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재정이 투입되야 한다면 이는 한시적으로라도 약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구 심야약국이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도 2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역시 회원들이 각출한 금액으로 매달 5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예산 상의 이유를 들어 심야응급약국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사회가 개별 약국에 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내느냐는 심야약국운영의 현실화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 포항시약의 경우 과거 전국적인 심야약국 도입 움직임에 맞춰 회원 약국 가운데 한 곳을 24시간 약국으로 지정했지만 근무약사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3개월 만에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경상북도약사회 한형국 회장은 "포항시약 회장 시절 24시간 약국을 지정해 3개월 동안 운영해 봤지만 매월 300만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사회나 지자체, 정부 등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분회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서구약사회 최두주 회장은 "근무약사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지원 없이는 지역별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분회 차원에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지방선거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 지원' 포함 추진 약사회 국민불편해소TF 차원에서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를 감안한 결과이다. 현재 TF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출마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포함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자치단체가 조례 등을 통해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할 경우 다른 지자체 역시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목표 하에 자연스럽게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문위원 자격으로 TF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시약사회 민병림 회장은 "명확하게 밝힌 단계는 아니지만 서울시장 후보 공약에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약 역시 포항시 등 규모가 큰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부각시켜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보조금 및 홍보 활동 등을 지원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형국 회장은 "선거 이후 지자체장들과의 접촉을 통해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아니라면 중앙회 차원에서라도 특별회비 등을 통해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보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TF는 현재 병원 응급실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 부각시키는 등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심야약국의 명칭을 '심야응급약국'으로 확정한 배경에는 이 같은 재정적 지원을 위한 고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 김영식 약국이사도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대한 복지부와 약사회의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차후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필요한 건의사항들을 정리해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야응급약국 근무약사 구인난…회원 당번제 근무도 '검토' 심야응급약국에 대한 재정 지원과 함께 실제 심야시간대 근무약사를 찾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약사회는 유휴 근무약사 확보를 통해 심야응급약국에서 근무할 약사들을 충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연중 무휴로 운영돼야 하는 심야응급약국의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력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불편TF 내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지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약사회관 내에 심야약국이나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해 회원들이 당번제로 근무를 하는 방안도 운영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약사회관 내에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하거나 이를 약사들이 순번제로 운영하는 방안은 법률적인 검토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약 김호정 약국위원장은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심야응급약국의 근무약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자칫 하면 휴일 심야시간대 근무의 경우 개인 약사가 떠 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취지를 떠나 실제 누가 이를 감당하느냐의 문제"라며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지정해 약사회가 경영 지원을 하면서 전체 회원이 순번제로 운영하는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야응급약국, 불법행위 '관리'…방범체계 구축 필요 이와 함께 일선 약국가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따른 철저한 약국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심야응급약국의 경우 운영 상의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자칫 불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고 이 경우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론을 저지하기 위해 도입한 방안이 오히려 약국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국가에서는 일부 심야약국의 불법행태로 인해 인근 약사들이 지역 내에 심야약국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홍보하기를 주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약국과 인근 약국들이 상호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적극적인 홍보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심야약국들에 대해 마냥 홍보만 하기에는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특정 약국을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면 일반약 판매가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야응급약국이 약사회관 등이 아니라 특정 약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들 약국의 방범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심야약국 취재결과에서도 확인바 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다고 하더라도 새벽 3시가 넘어가면 급격히 인적이 뜸해진다는 점에서 취약시간대 심야약국은 범죄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회원들 의지 없으면 심야응급약국 도입 공염불" 이처럼 산적한 해결과제를 극복하고 심야응급약국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약사회를 중심으로 지역 약사회와 회원들의 실천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 직능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희생을 감내한다는 공감대가 약사 사회 전체에 형성되지 않는다면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지난 2007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회 집행부 내에서조차 심야응급약국 도입의 긴급성에 대한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약사회 국민불편해소TF가 지난 4월 초부터 구성,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약사회장들에게 심야응급약국 도입 필요성 및 방향성을 설명하는 중앙회 차원의 자리는 5월 27일로 예정된 시도약사회장 회의가 처음이다. 구본호 국민불편해소TF 팀장은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예산 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도약사회장 및 분회장들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회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3년 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 팀장은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약사 면허가 가지는 권리이자 의무"라고 하고 "심야시간대에 어떤 약사가 나서 의약품을 판매하겠느냐는 말은 약국 외에 일반약을 내어주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회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하영환 전 약국이사은 "약사회가 나서 시·도약사회장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며 "집행부가 이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의지 없이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심야응급약국 도입에 '냉소'…지역별 격차 해소도 숙제 약사회가 전국 50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 시범사업을 현실화시킨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시민단체들은 약사회 차원의 심야응급약국 도입을 대국민 서비스 강화보다는 업권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하고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약사회가 24시간 약국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당시에도 경실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24시간 약국이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방안이 결코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겨우 50곳의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약사들의 이권을 위해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을 절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는 약사회가 심야응급약국 50곳을 도입한 것으로 국민적 불편을 해소했다고 자위하기 보다는 심야응급약국 확대 등 대국민 서비스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 비해 도 단위의 경우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야응급약국 운영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우선적으로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요구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하고 평가를 거쳐 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도약사회장 간친회장을 맡고 있는 홍종오 대전시약사회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도 단위의 경우 군별로 상당한 지리적 격차를 보여 군별로 심야응급약국을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도약사회장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 회장은 "소수의 약국을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도 단위는 거점을 정하기도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라며 "이는 광역시 등과 다른 도약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보완한 후 전국 확대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약 김준수 회장은 "농촌과 도시는 생활 패턴의 차이로 심야시간대 일반약 구입에 대한 요구도가 다를 수 있다"며 "심야응급약국이 극히 제한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2010-05-19 12:26:54박동준 -
"심야 일평균 200명 내방"…수익성엔 한계약사회, '개인' 심야약국 적극 활용…전국 현황 파악 현재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운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기존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을 파악, 이들을 심야응급약에 포함시켜 적극 홍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약사회 차원에서 일부 심야시간대 약국 현황을 파악해 운영형태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심야응급약국 도입 및 향후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불편해소TF 관계자는 "기존 심야시간대 운영 약국은 가급적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운영 실태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야시간 운영 약국, 상가·유흥가 집중…"일평균 300명 내방" 데일리팜이 대한약사회가 파악한 심야약국 운영현황 및 현장취재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의 상당수는 위치적으로 유흥가 밀집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심야시간대에도 유동인구가 많아 일반약 판매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낮 시간대 못지 않은 매약 중심의 매출이 심야시간대 운영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24시간 약국이 있는 강남구 논현동 지역에 온누리제일그랜드약국, 강남오렌지약국, 건강한세상행복약국 등 3개 약국이 인접해 운영될 수 있는 것도 압도적으로 높은 심야시간대 유동인구 때문이다. 이들 약국들 역시 일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심야시간대에 발생하는 등 매출증대에 따른 경제적 동기가 심야시간대 운영의 목적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 약국 외에 약사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지방의 심야약국 3곳 중 2곳도 24시간 약국 운영 후 경영수지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지난 99년부터 24시간 운영을 지속해 온 제일그랜드약국 장경현 약사는 "개국 초기에는 낮시간대만 약국을 운영했지만 심야시간 운영 이후 매출증대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며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심야시간대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 약사는 "심야시간대를 기준으로 일평균 300명 정도의 고객이 약국을 찾는다"며 "경제적인 동기가 없이 심야시간대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야약국 매출 향상은 오해"…대구 심야약국 일매출 50만원 불과 그러나 심야시간대 운영이 약국의 매출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약국의 개별적 특성이나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시약사회가 정책적으로 도입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회관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야약국 현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구시약이 복지부에 전달한 심야약국의 일평균 방문객은 50명 내외로 일평균 매출 역시 50~60만원에 머물러 약값 및 인건비, 관리비를 합한 월평균 총지출액 2266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구시약 심야약국의 경우 약사회 등의 보조금 지원 없이는 사실상 약국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사회가 그랜드약국, 대구시약 심야약국 등을 포함해 전국 5곳의 심야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심야시간대 일평균 방문객은 최대 180명에서 최소 43명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24시간 운영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직접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O심야약국의 Y약사 역시 심야약국 운영을 매출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Y약사는 "심야시간대만 본다면 일평균 100여명의 고객이 방문을 하지만 실제 매출향상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다른 심야약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시간대의 높은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않고서는 야간시간대 운영에 따른 이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와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에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하물며 여타 지역에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심야약국, 오전 4시 이후 개점휴업…해열제·소화제 판매 집중 더욱이 이들 심야약국들은 오전 3~4시 이후부터는 방문하는 고객이 급감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회가 파악한 심야약국들의 시간대별 방문고객수를 보면 밤 10시~12시 사이가 36.2%, 12시~2시 28.8%, 2시~4시 14.8% 등으로 새벽 4시까지 전체 이용객의 79.8%가 해당 시간대에 집중돼 있었다. 대구시약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심야약국 운영 현황에서도 전체 일평균 고객 60명 가운데 10시~새벽 2시까지에 40명이 방문하는데 반해 2시~6시 사이에는 20명만이 약국을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약국 간 격차에도 불구하고 심야약국에서 주로 판매되는 일반약은 사실상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나 종합감기약, 해열진통제, 위장약, 숙취해소제 등이 집중 판매 품목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심야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가 넘어가면 사실상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혹시 의약품을 필요한 고객을 돌려보낼 수도 없어 새벽 6시까지는 운영을 하고 있다" 말했다. 심야시간 근무약사 구하기 하늘에 별따기…"고임금도 부담" 특히 현재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은 일제히 관리약사 채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아 약국 직원 관리가 향후 심야응급약국 운영 현실화에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시사했다. 심야시간대 근무약사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금도 만만치 않아 심야약국 운영의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강남 지역 근무약사들의 낮 시간대 평균 시급이 1만5000원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는 반면 심야약국의 근무약사 시급은 적게는 1만7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 이상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온누리제일그랜드약국의 장경현 약사는 심야시간대 근무할 수 있는 젊은 약사들을 찾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장 약사는 "심야약국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을 꼽자면 심야시간대 근무할 약사들을 찾는 것이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임금도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장 약사는 또한 "50대 이상의 연배가 있는 약사들 외에는 심야시간대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젊은 약사들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에 만난 20대의 젊은 심야약국 근무약사 역시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심야약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낮 시간대 근무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체력 부담에 안전문제까지…"심야약국 운영 쉽지 않다" 심야약국 운영과 관려한 또 하나의 고충은 상당한 체력적 부담과 방범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해당 약사들은 입을 모았다. 근무약사를 고용하지 않은 이상 개설자가 24시간 약국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심야약국 운영은 약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5월부터 대구시약 심야약국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는 한정숙 약사는 운영 초기 한 동안은 직접 심야시간대 근무를 지속하다 건강 상의 문제를 겪고 나서야 결국 순번제 근무로 전환했다. 심야약국의 경우 시간대별로 고객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범죄의 위험을 감수하는 등 방범 문제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대구 심야약국의 카운터에 운영 초기에는 없었던 방범창이 마련된 것도 약국 운영 과정에서 몇 차례 불안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구 심야약국 한정숙 약사는 "남자 약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여약사의 경우 심야약국 운영에서 방범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약국 운영 과정에서 불안을 느꼈던 상황이 몇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국 이용객,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해소에 호평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의약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일제히 구매 불편 해소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는 점은 심야응급약국 운영의 필요성에 힘을 더하는 대목이다. 응급실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심야약국을 찾은 응급환자들은 약국을 찾는 수고로움보다는 의약품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약사회가 심야약국을 상대로 고객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방문객들은 '필요할 때 약을 구할 수 있어 고맙다', '야간시간대 약을 살 수 있어 다행', '편리하다' 등의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기자가 직접 대구 심야약국을 찾았을 당시에도 약국을 찾은 대구시민들은 심야시간대 약국 운영에 호평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당시 12시를 넘겨 약국을 찾은 한 시민은 "심야약국 운영은 대구시민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아니냐"며 "앞으로 더 많은 심야약국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도 "지난 번에는 해열제를 사기 위해 온 동네를 다 돌아다녔는데 이 약국은 몇 시까지 운영하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며 "늦은 시간까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고맙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장경현 약사는 "응급환자라고 할 수 있는 방문객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급하게 약이 필요한 환자들 중에는 인근에서 약국을 찾지 못한 채 경기도 일산이나 분당 등에서 오는 고객들도 있다"고 강조했다.2010-05-18 12:20:02박동준 -
24시간 약국, 슈퍼판매 국민여론 잠재울까약사회, 3년 전 24시간약국 전국확대 시도…결과는 불발 약사회는 지난 4월부터 구본호 수석 정책기획단장을 팀장으로 하는 국민불편해소TF를 구성해 '심야응급약국'이라는 명칭 하에 전국적으로 최소 50곳에 이르는 심야시간대 운영 약국 도입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약사회가 도입하려는 심야응급약국은 명칭은 다르지만 2007년 원희목 집행부 2기 출범과 함께 '24시간 약국'이라는 이름 하에 유사한 형태로 전국 확대가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약사회는 5월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국민 약국서비스 확대 차원에서의 24시간 약국 도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시·군·구 1곳 이상씩 전국적으로 140곳의 24시간 약국을 1차로 선정,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약사회의 이러한 방침은 대구시약사회가 정책적으로 회관 내에 심야약국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사업의 본격화를 위한 움직임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으며 결국 전국 단위의 24시간 약국 도입은 '공염불' 되고 말았다. 약사회 전직 임원은 "당시 24시간 약국 도입은 원희목 전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실무 위원회 차원에서 구체화가 논의된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외부에 발표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털어놨다. "24시간 약국 도입 무산, 시·도약사회 공감대 형성 실패 원인" 약사회 내에서는 24시간 약국 도입이 무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 중앙회의 추진 의사가 시·도약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비록 24시간 약국 전국 확대가 약사회 상임이사회, 시·도약사회장 회의를 거쳐 발표된 사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시·도약사회 차원에서 기존 약국들의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현실화를 위한 고민들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약사회 역시 시·도약사회가 24시간 약국 도입을 위한 고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동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위한 노력들이 수반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엄밀한 의미에서 24시간 약국의 전국 확대는 실패했다기 보다는 흐지부지됐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직 시·도약사회장은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24시간 약국 도입을 위해서는 이를 끌고가기 위한 시·도약사회장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당시에는 기반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도약사회장 역시 "당시 시·도약사회별로 운영이 가능한 약국들을 추전받기도 했지만 이후 별 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약사회나 시·도약사회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보는 시각도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이후 경제부처 슈퍼판매 의지 분출…"2007년과 상황 다르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지난 2007년 24시간 약국 도입과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내부적으로 다소 다른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민들의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해소라는 대전제는 동일하지만 24시간 약국 도입이 국민불편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저지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사회 내에는 일반 회원들이 느끼는 것이 이상으로 6.2 지방선거 이후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추진에 대한 총공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내년부터는 이명박 정권이 사실상 임기 후반기에 돌입하면서 각종 정책의 추진동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동안 주요 정책현안들의 추진을 확정짓기 위한 경제부처의 의지가 일시에 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심야응급약국 도입이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방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조건이라는 것이 약사회의 설명이다. 복지부 전재희 장관 역시 5월 2일 열린 전국약사대회에서 당번약국 운영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 여론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약사들이 나서 이를 해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 장관은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해 약사들의 취지를 받들어 일하고 있지만 슈퍼나 마트에서 일반약을 팔며 가격이 싸진다는 주장과 새벽에 약을 사는 것이 불편하다는 주장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며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저지를 위해 이 두가지 문제를 약사들이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내외부적 상황이 200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실정이다"며 "심야응급약국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시기를 놓친다면 일반약 약국 외 판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약사회, 전국 50개 심야응급약국 도입…"반드시 현실화 시킨다" 이에 약사회는 이르면 5월 중 전국 단위의 심야응급약국 명단을 사실상 확정하고 6월 중에는 구체적 시행방안 점검 및 대대적인 홍보를 거쳐 7월부터는 심야응급약국을 본격 운영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는 서울 25개 자치구별 1곳, 경기도 10곳, 광역시별와 도 단위는 지역 중심지를 대상으로 1곳 등 총 50곳의 심야응급약국 도입이 주요하게 검토되고 있다.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약사회관에 심야약국이나 의약품 취급소를 개설해 약사들이 당번제로 운영하는 '플랜 B'도 마련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7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50곳의 심야응급약국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이후 참여약사와 국민들에 대한 평가를 거친 후 2011년부터는 전국 시행을 검토한다는 것이 약사회의 계획이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에서 약사회와 공조체제를 형성해 온 복지부 역시 수시로 약사회와 심야응급약국 운영과 관련한 약사회의 계획을 확인, 점검하며 추진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로는 형태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그만큼 현실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 심야약국 네트워크 구성…슈퍼판매 저지의 '첨병' 특히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단순히 전국 50곳의 약국이 24시간 동안 운영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의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한 전국적인 약국 네트워크 구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 50곳의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경우 이를 중심으로 새벽 2시 운영 약국, 12시 운영 약국 등으로 이어지는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가능 전국 약국망을 구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약사회가 지난 7일 시·도약사회에 24시간 혹은 새벽 6시까지 운영이 가능한 심야응급약국 운영 지역 조사를 요청하면서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이 가능한 약국들을 함께 파악해 달라고 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약사회는 국민들 사이에서 지정된 장소에서 안전하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만 확립된다면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여론도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은 국민들에게 약사들이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좌초된다면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저지를 위한 뾰족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국민들이 약국을 찾아다니는 불편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당번약국처럼 약국이 돌아가면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장소에서 약사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심야응급약국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2010-05-17 12:30:29박동준 -
편법 개발중인 제약…구태 못벗는 의료계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도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아직 오랜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강력한 쌍벌죄 법안이 통과되면 리베이트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제약사 간 경쟁이 남아있는 한 리베이트를 존재케 하는 구조적 환경은 여전하다. 리베이트는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후 제약사 간 경쟁에 의해 본격적인 질적 변화가 시작됐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전문의약품이 처방권자인 의사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환경에서 자사 제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경쟁이 촉발된 것이다. 이른바 주니까 받는다, 달라고 하니 준다는 의료계와 제약계의 공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국내사들이 그간 리베이트 인플레이션을 조성한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멈추면 회사 '휘청'…다음 분기 매출 당겨쓰기 다수의 제약사들은 여전히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베이트를 집행하지 않은 일부 제약사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룰을 위반해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위반자만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가고 있다. 국내 상위사인 A사의 경우 지난 1분기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A사 한 직원은 "정도 경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회사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실적 달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A사는 1분기 마감을 채우기 위해 2분기 매출을 미리 당겨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 부담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 도매 관계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A사의 요청에 따라 최대 2차례에 걸쳐 주문했다"며 "이 경우 여신이 문제가 되는데, A사가 여신 관리를 책임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내 상위사인 B사는 지난 3월 유례없는 매출 실적을 올렸다. 다른 도매 관계자는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B사가 리베이트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등한 매출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앞둔 한 중소제약사의 경우 규모가 엇비슷한 다른 제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직원 빼가기는 물론이고 리베이트를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가깝게는 이번 부산에서 열린 춘계 임상학회에서 난립한 제약사 부스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이미 시행된 공정경쟁규약 세부운용기준에서는 '부스 참여시 사업자는 학술대회 당 1부스 사용으로 원칙으로 하되, 2부스를 초과하여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최대 4부스까지 설치돼 공개된 석상에서 번연히 룰 위반이 자행됐다. 이는 리베이트가 아니면 경쟁할 도구가 없는 국내 제약사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의사는 고양이, 리베이트는 생선?…"이익 없으면 신약 설명 못 듣는다" 의료계의 인식 변화가 요원한 것도 제약업계와 비교하면 만만치 않다. 분업 이후 10여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아온 관성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개원의는 K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지역 의료계 민심을 대변했다. 이 개원의는 "길 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돌을 하나 던지면, 맞게 된 사람이 재수가 없는 것"이라며 "(많이) 배운 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것과, 돈이 없어 변호를 못 받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변호사 수임료도 고시로 해서 상한가를 만들어버리지 왜 의사에 대해서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바닥 민심이 이런 상황이니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도 공식적인 요구에 나서기에 이른다. 이른바 리베이트 합법화론이다. 지난해 8월3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보건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의협 조남현 정책이사는 "배가 고픈 고양이 앞에 생선을 늘어놓고 이것을 먹으면 처벌하겠다 하는 것이 지금 구조"라며 쌍벌죄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했다. 조 이사는 "의사는 아무 이득이 없으면 제약사의 신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이유가 없다"며 "학구열에 의해 시간을 배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시장형 실거래가제 공청회에서도 조 이사는 같은 입장을 반복해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이는 조 이사 개인 의견이 아닌 의협의 입장임은 물론이다. 의협은 지난 12일자로 경만호 회장 명의로 국회에 보낸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죄 논의에 관한 서신'에서 리베이트를 장려대상으로 분류했다. 경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달리 보건의료법령에서는 판채촉진을 위해서 제공된다는 이유만으로 (리베이트가) 위법한 것이 된다"며 "유독 의료인들만을 대상으로 특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늬만 마케팅 대행, 우회 법인카드로 리베이트 제공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신종 리베이트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문제없는 돈을 받기를 원하는 의사와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자 하는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들어맞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용하는 새로운 기법은 단속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사인 C사는 마케팅 대행업체에 예산을 집행해 아웃소싱 형태의 위성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이다. 이 대행사에서는 법인카드를 다량 발급하고, C사 영업사원 등이 이를 사용하거나 카드깡을 일삼는 것이다. 또는 영수증이 대행사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 제약사 명의의 법인카드를 통한 접대와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자, 대행사의 법인카드로 대체해 리베이트를 일삼는 것이다. 한 다국적사 관계자는 "대행사를 이용하는 수법은 M사와 P사가 예전부터 즐겨쓰던 것"이라며 "협회에서 이런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조사권이 없는 복지부는 물론, 업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서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거나 내부고발이 없다면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기존 수법이 변형된 것도 있다. 기존에는 종합병원에서 인테리어 비용 등을 요구할 경우, 복수의 제약사가 소요 비용을 나눠 부담하던 행태가 있었다. 최근 규약 시행으로 해외학회 지원에 제한이 가해지자 이 같은 방식이 차용된 것. 즉 해외 학회시 호텔 숙박비는 A사가 담당하고, 비행기표는 B사가, 기타 부대비용은 C사가 나눠 내는 식이다. 결국 법률 또는 규약 등을 완전히 정비한다 해도 회피할 구멍을 하나둘씩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2010-04-21 06:49:04박철민 -
검경, 리베이트 옥죄기…적발 병원 정상영업지난 2월 말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회에 만연한 토착비리 척결을 주문했다. 공사하도급 비리와 복지 관련 국가보조금 편취, 의약품 리베이트가 이른바 토착비리로 지목됐다. 국세청은 감사관실을 대폭 확대해 일종의 토착비리 근절 TF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경찰은 각 지방경찰청에 토착비리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후속조치가 뒤따르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검찰 또한 기소를 머뭇거리지 않고 있으며, 대구지검의 경우 D사에 대한 수사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기부금도 대가성 의심되면 리베이트" 정부기관 내 토착비리 적발 성과 경쟁이 시작된 이후,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리베이트 수사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부산 소재 ㅅ의료재단에서 벌어진 회계장부 조작과 횡령, 환자 유인과 의약품 리베이트 등으로써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백화점식 범죄가 드러난 것이다. 부산경찰은 리베이트의 경우, 6개 제약회사가 2005년 5월경부터 2009년 7월17일까지 총 32회에 걸쳐 26억원의 리베이트가 건네졌다고 밝혔다. 의약품 납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기부금이 건네졌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부산경찰청에서 만난 송채윤 경위는 그 동안의 수사 경과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대목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부금은 대가성이 인정되는 리베이트라는 판단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는 경우, ▲목적 ▲금품 종류 ▲목표액 ▲방법 ▲기간(1년 내) ▲보관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모집계획과 ▲조달방법 ▲사용방법 ▲사용기한 등을 기록한 사용계획을 해당 정부기관에 제출해 등록을 받아야 한다. 송 경위는 "해당 의료재단이 자체 정관에 따라 환자 지원사업을 실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할 보건소장에게 승인받지 않은 기부금 모집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기부금 모집 위반 의료기관, 최대 징역 3년 향후 이번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리베이트의 범주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기부금법의 절차를 위반한 경우 리베이트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경찰은 구체적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관련 제약사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처방 증대에 대한 서면 계약이나, 구두 약속 등의 증거가 없더라도 기부금법을 위반했으니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기부금법은 처벌 수준도 높다. 기부금법은 관할 관청에 등록을 하지 않고 기부금을 모집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쌍벌죄 법안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인 것에 비하면, 징역 부분에 있어 더 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검경은 나아가 기부금법을 위한한 기부금을 제공한 제약사에 대해서도 리베이트로 처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송 경위는 "순수한 목적의 기부금이라며 영업사원이나 제약사들은 불법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검사도 형식은 기부금이지만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말해 기소와 처벌을 자신했다. 수사기관 처벌 의지 가장 높아…적발 의료기관 정상영업 경찰의 이러한 자신감은 다시 토착비리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리베이트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벌 의지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K제약 리베이트를 수사하는 대전 경찰 관계자는 5개월여 간의 수사에서 복지부 등과 긴밀하게 협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도 마찬가지이다. 즉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경찰은 일반 국민의 상식을 기준으로 현행 법령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결국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원인도 국민의 상식에서 찾게 된다. 송 경위는 "리베이트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 단단히 근절돼야 한다"며 "수사해 보니 제약사 마진이 너무 많아서 30~40% 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료기관은 큰 피해가 없어 보였다. 경찰이 12일 ㅅ의료재단 정모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틀 뒤인 14일 ㅅ의료기관은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도 별 반응이 없고, 타격이 별로 없다"며 "정 이사장도 출근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이번 사건을 전혀 몰랐지만, 환자 유인행위는 부산 전 지역에 만연한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신부전증 환자는 "부산 병원들은 원래 다 이렇다"며 "환자들은 돈 한푼도 안 내고 있어서 병원 다니기가 좋다"고 말했다. 한 도매 관계자는 "신장투석을 주로 하는 ㅅ의료재단과 같은 전국의 병의원은 대부분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환자 한 명을 붙잡는 것이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환자 유인과 리베이트는 항상 붙어 다닌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방법원은 16일 영장실질심사를 실시, 정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 결정했다.2010-04-20 06:59:35박철민 -
"제약회사 영업 5년, 남은 것은 전과자 딱지""후회한다." 지난주 대전 경찰청 앞에서 만난 K제약 영업사원 최모 씨(30)는 단 네 음절의 말로 5년간의 제약 영업사원에 대한 소회를 표현했다. 그는 현재 3가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황이다. 리베이트를 누구에게 줬느냐에 따라 뇌물공여와 배임증재 및 약사법 위반이라는 다른 조항이 적용된 것이다. 경찰은 리베이트가 공중보건의 등 공무원에게 건네지면 뇌물로, 의료법인 소속 의사에게 제공시에는 배임증재, 의원급에 제공된 것은 약사법 위반을 적용했다. 지난 12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그는 리베이트에 대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빚더미에 범법자…"제약사 영업사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 최 씨는 제약업계에 뼈를 묻고 싶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선배의 권유로 한 상위 제약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다. 신입사원 집체교육을 받으며 MR이라는 직업에 대한 포부를 키웠다. 연봉도 높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의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것에도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지점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왕이면 홀어머니가 계신 고향에서 일하고 싶었다. 가장 조건이 좋았던 K제약으로 옮긴 뒤부터 일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약 영업에 발을 디딘 때부터가 잘못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K제약으로 옮기고 마이너스 통장 2000만원에 은행 대출 15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최 씨는 "전 직장인 H사에서도 예산은 넉넉하게 나왔지만 지점장은 늘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 지점장이 떼먹어서 메꿔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고 했다. 고객의 차를 세차하고, 출산시에 미역을 사들고 가는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 사내에서 한 품목의 영업 1위도 차지했다. 결국 평균 60%에 불과한 지점의 목표달성률과 달리 최 씨는 140~160%의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최 씨는 "업무시간에 당구를 치고, 스크린 골프연습장에 가는 대신 노력하고 방문한 만큼 성과가 뒤따랐다"며 "의사라는 훌륭한 고객들과 대화를 나눴고, 매일매일 바빴다. 바쁜 것이 즐거웠다. MR이란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수사, 리베이트를 폭로한 배신자라는 낙인, 빚더미와 전과자가 될 상황이 그는 모두 제약 영업을 선택한 것 때문에 빚어진 일로만 생각된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이토록 위험한 영업은 하고 싶지 않다"며 "의사들을 상대하지만 리베이트, 돈이 매개되지 않으면 갑을 관계조차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 허황된 꿈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와 개인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밀어넣기' K제약과 최 씨가 현재 위기에 처한 것은 속칭 '오시우리'라고 불리는 '밀어넣기'로부터 비롯됐다. 밀어넣기란 주문이 없어도 일방적으로 매출이 있는 것처럼 처리해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외형 부풀리기에 급급한 제약업계에 만연한 부작용이다. 최 씨는 "K제약 대전지점은 당시 월 5억원의 마감 목표가 잡혔지만, 실제 능력은 3억원에 불과했다"며 "당시 지점장이 매달 오시우리를 치라고 지시하는 이유였다"고 했다. 밀어넣기가 반복될수록 K제약 대전지점 사무실에는 약이 쌓여갔다. 그는 "주로 D도매와 B도매에 약을 보냈다. 당연히 해당 도매에서는 난리가 났고, 그러면 다시 도매 담당자가 가져와 사무실에 쌓아놨다"면서 "2008년 9월에는 4억원 상당의 의약품이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영업 관계자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영업사원들에게 약이란 현금과 마찬가지"라며 "각자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와 무관지 않은 문제가 K제약 대전지점에도 발생했다. 사무실에 쌓아 놓은 재고 중 일부가 사라진 것. 최 씨는 "4억원 상당의 의약품 중 3500만원어치가 도난된 것으로 확인되자 누군가 1800만원 어치를 택배로 다시 보내왔다"며 "이 때문에 내가 대전 둔산경찰서의 조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경찰, 리베이트 수사결과 이달 내 발표 내부자를 의심하고 도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최 씨의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뭉치돈이 오간 것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최 씨는 "한 의원급에 1300만원을 선지원했고, 다른 의료재단에 2000만원을 송금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2년여 동안 제공한 금액이 1억원 정도라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결국 K제약의 과도한 매출 목표가 밀어넣기라는 부작용을 낳아 재고 도난과 리베이트 수사까지 이어진 모습이다. 대전 지역 도매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에 의료인 120여명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두 다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수사 규모에 대전과 논산 및 서산 등 충청지역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제약과 최 씨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이 때부터였다. 최 씨는 K제약 본사 Y이사가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찰이 수사 중 리베이트가 오간 것을 인지하자, Y이사가 의사에게 돈을 꿔줬다고 하라고 지시해서 그대로 진술했다"면서 "이후 사실대로 진술을 번복하고, 지금은 회사와 접촉하는 채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약 1년간 무단결근 상태이다. 서울 강남지점으로 발령이 났지만 대부분의 임직원이 백안시하는 상황에서 출근이 두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K제약 사원이다. 최 씨에 따르면 회사는 그의 앞으로 부과된 4대 보험을 계속 납부한다고 한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월급은 지급되지 않았다. K제약은 "조사중인 사건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대전경찰청도 수사 내용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5개월 동안 리베이트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이를 곧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2010-04-19 06:57:06박철민 -
"저가구매제 여론호도, 환자부담 감소 말뿐"4월 임시회 공청회서 '시장형' 무용론 공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이 분주하다. 시장형실거래가제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청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담당 입법조사관은 공청회에 참석할 전문가 선정을 위해 각 의원실에 추천을 요청했다. 물론 공청회는 여야간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달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방침을 정한 데다, 변웅전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현재로써는 예정대로 진행될 공산이 커 보인다. 예상시기는 4월 임시국회 상임위 기간인 내달 13일 이후.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의약품 거래 및 투명화 방안’(이하 ‘투명화 방안’)이 전반적으로 다뤄지겠지만, 역시 시장형 실거래가제와 쌍벌죄 ‘선 시행’ 논란이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이나 제약업계, 시민단체는 정부가 부작용이 우려되는 새 제도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복지부는 공청회 등 일련의 논의과정을 거친 뒤 도입여부를 논의하자는 야당과 상임위원장의 의견까지 묵살하면서 시장형실거래가제가 담긴 건강보험법시행령을 지난 22일 입법예고했다. 이른바 ‘투명화 방안’을 발표한 지 34일만의 일이다. 이에 반해 국회를 설득해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전재희 장관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쌍벌죄 조기심사는 오리무중이다. 정부, 시행시기 땜질처방에 제약에 경고 메시지 정부는 이 과정에서 사실상 시장형 제도시행 시기를 최대 1년 유예한 보완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병원 원내의약품 입찰이 예상보다 더 심한 반발에 부딪쳐 유찰사태가 거듭되자 땜질처방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제약계 양대협회와 도매협회, 제약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제약사를 상대로 공정위가 카르텔 조사를 전격 시행했다. 이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도입을 방해하는 제약업계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조사였다는 의혹을 야기하면서 제약업계의 울분을 사기도 했다. . 하지만 제약협회 비대위를 위축시키는 데는 주효했다. 제약협회는 더 나아가 최근에는 회원사 회장제 시행 1년만에 정관을 변경, 상근회장제로 복귀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하루아침에 기세가 바닥으로 떨어진 셈인데, 사령탑이 부재한 제약협회가 다시 전력을 가다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이런 위세가 통했던 것은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정책소식지 "시장형제 추진" 공식화 실제 대통령실은 시행령 입법예고 직전인 지난 18일 정책소식지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에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통한 제약산업발전 정책’을 게재했다. 18페이지 분량의 이 소식지에서 진영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은 ▲의약품 처방 및 유통의 투명성 확보로 리베이트 근절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확대 유도 ▲환자의 약제비 부담완화 및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확보 등 보험약가제도 선진화를 위한 3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복지부가 발표한 ‘투명화 방안’을 재인용한 것이지만 청와대가 정책소식지를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흥미로운 대목은 복지부는 ▲쌍벌죄 ▲처방총액인센티브 ▲시장형실거래가제 순으로 열거한 데 반해, 청와대는 ▲시장형실거래가제 ▲쌍벌죄 ▲처방총액인센티브 순으로 순서를 바꿨다는 점이다. 이번 제도개선의 최우선 순위는 복지부의 말과는 달리 시장형실거래가제에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정부가 시장형실거래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제시한 명분을 들여다보자. 시장형 제도, 요양기관 부당이익 양성화 불과 정부는 “의약품에 대한 구매이윤을 인정함으로써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의약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투명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도록 실거래가제도를 개선.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면 요양기관에게는 약가차액의 70%가 인센티브로 지급되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담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환자의 약값부담도 감소한다며 요양기관과 환자 모두 이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요양기관이 그동안 실구입가가 아닌 상한가 기준으로 계산해 환자에게 실제보다 더 많은 약값을 부담시킴으로써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아 실거래가상환제가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라, 요양기관이 실구입 가격을 속여 부당청구를 일삼고 환자에게 추가부담을 지웠다는 방증인 것이다. 무엇보다 현 실거래가 제도든 시장형 제도든 실제 거래가에 기반해 환자부담비율이 정해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약값 '덤터기' 제어할 강제수단 오히려 절실 다시말해 새 제도에 의해 환자의 약값 부담금이 줄어든다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만큼, 요양기관이 실구입가에 기반해 환자에 약값을 부담시키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논리가 이렇게 귀결된다면 정부의 역할은 요양기관에 부당이득을 양성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강력한 쌍벌죄를 조기 도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야당과 제약업계, 시민단체가 이견을 표명하면서 시장형제 도입안을 폐기하고 쌍벌죄를 우선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새 제도의 이런 한계점들과 비판여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결국 정부가 시장형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센티브제와 수가인상 약속 등을 통해 의료계의 동의를 독려한 뒤, 후속조치를 마련해 간다는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야당 측은 그러나 시장형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의사를 강도높게 처벌할 수 있는 쌍벌죄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투명화 방안 좋은 것 많다"…쌍벌죄 우선시행 야당 측 한 보좌진은 “시행령이냐 본법이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시장형 제도가 타당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하지만 정부는 시장형으로 전환하면 실거래가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투명화 방안에 좋은 대안이 많이 담겨있다. 쌍벌죄 도입, 신고포상금 확대, 처방총액인센티브 등이 그것들인데 여기다 ‘리니언시’ 규정도 추가할 만하다”면서 “이런 보완조치들이 담긴 쌍벌죄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킨다면 시장형 제도 없이도 정책성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쌍벌죄 법안에는 처벌조항 뿐 아니라 전담검사제 도입 등 리베이트 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들이 많다”면서 “시장형 제도는 쌍벌죄를 선시행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시민단체 측 한 전문가는 “정부는 시장형 제도를 밀어붙이는 데 매몰돼 있을 뿐 쌍벌죄는 뒷전인 것 같다”면서 “이번 공청회가 진정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정부 또한 진지한 자세로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용어만 다를 뿐 시장형제-저가구매제는 하나 한편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저가구매인센티브제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용어들은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 이외에 다른 용어를 채택하면서 갖게 된 다른 정치적 지형들을 함유하고 있다. 우선 두 용어 모두 정부가 먼저 꺼내들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또 저가구매제는 지난 정부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건강보험법에 ‘장려금’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으로 입법안을 내놓았지만, 새 정부는 직접 건강보험법시행령에 담긴 실거래가상환제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강 의원의 법안이 국회에서 좌절된 경험을 정부가 학습효과로 취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법안을 저지한 한나라당 의원들 중 전재희 복지부장관,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도 환기할 만한 포인트다. 야당 또한 다르지 않다. 용어와 적용방식만 바뀌었을 뿐 저가구매제나 시장형 제도는 시쳇말로 ‘오십보 백보’에 불과한 데,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 의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반발하고 있다. 한 의원의 경우 지난 국회에서는 강 의원 입법안을 법안소위 심사안대로 통과시키자고 강력히 주장한 이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반대편에 서 있다. "새 제도 명암 바로알고 발전적인 방향 찾아야" 표면적인 잣대만 들이밀면 국회와 정치인 출신 장관, 이사장 등의 이런 태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도입논란을 다분히 ‘정략적’ 논란이자 소모전으로 비치게 한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섯부른 단견일 수 있다. 새 제도가 포함하고 있는 긍정과 부정적인 모습, 바로 ‘양날의 칼’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시각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을 찬반양론 양쪽 모두의 논리와 근거를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제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렴해 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 또한 새 제도의 명암, 양쪽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올바른 정책대안을 모색하기를 진정 바란다”고 말했다.2010-03-29 06:50:38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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