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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공개 획기적 사건…의약 제자리 찾았다"

  • 의약행정팀
  • 2010-07-01 06:50:34
  • 분업 10년 절반의 성공…의약 입장차에 미결과제 수두룩

의약분업 후 의사와 약사 직능의 역할이 분리됐다.
모든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국내 의료시스템의 대변혁을 가져온 #의약분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데서 쉽게 속단할 문제는 아니다.

◇왜 도입했나=#홍춘택(약사) 보건의료단체연합 의약분업 평가위원은 ‘무질서와 부조리’가 의료개혁을 추동시킨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얼마전까지 국회 보좌관으로 일했던 그는 의약분업을 주도하고 갈등을 중재했던 보건시민단체 주역 중 하나였다.

홍 약사에 따르면 당시는 직능역할이 분리돼 있지 않아 의약사 등 보건의료 직능간 무한경쟁과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약분쟁이 대표적인 사례.

'무질서와 부조리'가 의약분업 추동시켰다

의약품 오남용도 심각해 국민건강 훼손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국내 항생제 내성률은 70~77% 수준으로 캐나다와 미국, 영국과 비교해 6~10배나 높았다.

의약품 유통부조리 또한 심각했다. 요양기관은 정부 고시가보다 50% 이상 할인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처방대가 등으로 따로 리베이트를 챙겼다.

홍 약사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제자리 찾기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당시 의료현실은 의약 역할분리를 통한 오남용 억제를 넘어 제약 구조조정, 유통투명화, 의약품 품질향상, 수가 정상화, 병의원 경영투명화 등 다양한 의료개혁 과제를 포함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처방전.
◇성과=전문가들은 대체로 처방내역이 공개돼 의약사간 이중점검이 가능하게 되고, 항생제와 주사제, 스테로이드제의 남용을 줄인 점을 의약분업의 성과로 꼽았다.

정부 측 한 관계자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의사의 처방이 공개돼 환자가 그것을 알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권경희 동국대교수도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약사가 처방에 대해 견제하고 점검해주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처방을 건전하게 견제할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약사회 약국이사는 “직능을 놓고보면 의약사 업무가 분리돼 전문·세분화됐다는 점에서 적절했다”면서 “원칙상으로는 국민에게 적절한 투약을 시스템화했다”고 평가했다.

처방내역 이중점검 체계, DUR 도입 기반제공

#송미옥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은 오남용 억제효과를 세가지 형태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할 전문약 비중을 분업이전 40%에서 60%로 늘려 오남용 소지를 최소화했고, 처방전이 공개됨에 따라 환자들이 같은 성분이나 같은 효능의 약을 중복복용하는 것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의약사가 자기 직능에 충실함으로서 나타난 오남용 억제효과는 처방내용을 이중점검함으로써 가능해졌는데, 이는 약제 적정성 평가나 DUR을 도입하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남용 억제 사례는 심평원 약제적정성평가 대상인 항생제와 주사제, 스테로이드제, 다제처방 등이 손꼽힌다.

실제 의원급 항생제 처방률은 2000년 5월 54.7%에서 지난해 5월에는 30.85%까지, 주사제는 같은 기간 60.82%에서 26.25%까지 급감했다.

"단계적 도입정책 썼다면 완전분업 못했을 것"

의료기관의 처방만 바라보고 사는 약국들이 많아졌다.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분업은 제도 자체만으로도 약물 오남용을 줄이는 제도적 기전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료선진화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단계적 도입정책을 택했다면 완전한 분업을 시행치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체조제 합의로 생동시험을 실시하게 되면서 의약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고, DMF, cGMP 등 생산 및 품질관리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또한 분업의 성과로 꼽힌다.

물론 이 같은 성과평가에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생제 처방감소, 분업성과 연계 거짓말" 이견도

#권용진 서울대 교수는 "약국에서 임의조제했던 항생제 사용이 줄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항생제나 주사제 처방률 감소를 의약분업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건의료 정책을 모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경영연구원 관계자 또한 "항생제 사용이 과연 줄었는지는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아직 숙제가 덜 끝났다"고 일축했다.

◇한계=극복해야 할 부정적인 과제도 남아있다. 약제비 절감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재국 보사연 박사는 “처방전당 품목수가 여전히 외국에 비해 많고 고가약 처방문제가 제도권 내로 진입하면서 결국 약제비 상승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건보재정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약제비 비중을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유통비리 척결효과가 미비했던 것 또한 한계점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분업직전 실거래가상환제를 도입해 약가마진을 제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리베이트가 일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움직였다.

재고약은 분업의 대표적이면서 고질적인 문제다.
약제비 급증-리베이트 거래 성행 실패요인 지목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거품은 분업초기 상당히 사라진듯 보였지만 시장 이윤동기를 꺾을 수 없었다”면서 “제도에 적응하면서 리베이트가 성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문전약국 성행, 재고약, 지역처방목록 등 일부 의약정합의 미이행 등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또 약국의 임의조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는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인지 되새겨야" 신중론도

#이평수 한의사협회 고문(전 건강보험공단 상무)은 “2000년 이후의 변화가 모두 분업으로 인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제도시행과 나타난 현상, 원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치유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우철 의사협회 총무이사도 “제도가 잘못됐으면 개선하는 게 맞다. 그러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약분업은 정부가 나서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해야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동취재= 최은택·김정주·이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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