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약정원 논란에 선긋는 약사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학정보원은 약사회와 분명 별도 법인입니다. 약정원 논란에 대한 해명을 약사회가 나서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지난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제기된 약정원 관련 논란에 대한 약사회 입장을 묻는 질의에 약사회 한 임원이 내놓은 답변이다. 약정원은 분리된 법인인 만큼 약사회가 나서서 운영상의 문제나 논란에 대해 답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대의원총회 현장에서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이 약정원 관련 질의들에 직접 나서 답변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제기된 논란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의문과 지적은 여전하다.약정원에 대한 현 집행부의 선 긋기는 이번만이 아니다.언론에서 올해 초 진행된 약사회 감사단의 약정원 결산 감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을 때도 돌아온 답변은 “약정원은 별도 법인인 만큼 약사회 차원에서 공개할 내용은 없다”였다.감사단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할 것을 약속하며 굳이 수위를 낮춰(?) 작성한 결산 감사 자료조차 약사회는 또 다시 별도 법인을 이유로 언론 공개를 거부했다. 약정원 역시 결산 감사 결과 자료에 대한 기자의 정식 요청에 대해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별도 법인을 이유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선을 긋는 약사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답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최광훈 회장은 약정원의 이사장으로서 조직의 전반을 최종적으로 관할할 책임을 갖고 있다. 지난해 약정원 내부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결국 최광훈 회장이었다.더욱이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불거진 약정원 관련 논란의 대부분은 약사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이날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약사회와 약정원 ‘전산업무 협력 협정’은 약정원이 아닌 약사회 주도로 약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2년 넘게 별다른 변경이 없던 협정이 지난해에만 두 차례 변경됐고 그 내용이 결국 약사회 권한은 축소하고 약사회 사업에 대한 약정원의 우선권은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인데,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약정원이 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이날 제기된 또 다른 문제인 약사회 홈페이지, 연수교육 사이트 개발 사업 역시 약정원이 아닌 약사회가 주도하는 사업이다.각각 4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번 사업은 약사회와 약정원이 계약을 맺고 약정원은 다시 외부 업체에 용역을 맡긴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대의원들이 이번 사업 진행 절차나 예산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한 답변 역시 약사회는 약정원이 별도 법인인 만큼 답할 수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대의원총회에서 제기된 일련의 논란에 대해 약정원 측은 내일(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설명, 해명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가 선을 그으며 답을 꺼린 논란들이 약정원의 입을 통해 얼마나 해소될지 지켜볼 일이다.2023-03-26 19:26:43김지은 -
[데스크시선] '아는만큼 돈버는' 특허발명보상제도[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인센티브 5만원은 정당한 보상일까. 최근 A바이오기업이 특허 출원·등록에 따른 연구소 직원에게 지급한 직무발명보상금이다. 사규에 근거, 상호합의에 따른 보상금일지 모르나 누가 보더라도 코웃음이 나올법한 금액이다. 반면 B바이오기업은 물질명에 개발자 이름을 붙여준다. 이를테면 홍길동 연구원이 A후보물질을 개발했을 경우, HKD001(영문 이니셜+시리즈 넘버)로 표기해 주는 특전을 주고 있다. 특허등록시점에는 100만원~1000만원을, 상업화 성공 시에는 매출액 기준 러닝 개런티 0.3%를 지급하고 있다.실제 헬스케어산업군에서도 특허발명보상과 관련한 소송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00년 초반 1심법원은 제형변경 개량신약 제법특허와 관련해 개발자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발명자인 종업원으로부터 발명에 관해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승계받아 특허출원을 마치고, 그 승계받은 권리에 기인해 전용실시계약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이익을 얻었다면, 발명자인 종업원은 등록된 특허권의 처분을 전제로 하는 회사의 직무발명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해 정당한 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당시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은 제약기업이 직무발명과 관련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얻은 계약금과 실시료 뿐만 아니라 현재가치로 환산된 장래의 추정실시료를 합산한 총액을 직무발명으로 인해 얻을 이익으로 정하고, 발명자들에 대한 보상률을 5%로, 발명자들 중 원고의 기여율을 30%로 정해 직무발명보상금의 액수를 산정했다. 이에 따라 피고(제약사)는 원고(개발자)에게 3억원+알파(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등)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해 그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의 부담으로 정했다.직무발명보상제도(특허발명보상제도)는 종업원이 회사에서 본인의 업무와 관련해 발명한 경우, 해당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기업이 승계해 소유하고,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을 하는 제도다. 근거규정은 발명진흥법 제10조~제19조에 명시돼 있으며,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2020년 기준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특허출원 중 기업 등 법인의 특허출원이 80.2%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미루어 짐작할 때, 관련 제도의 필요·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은 종업원의 발명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우수한 특허 창출을 유도하고, 이는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및 수익 증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다시 말해 정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회사·구성원의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구심점이다. 때문에 특허청에서는 기업들의 보상규정 도입을 장려하고 직무발명에 대한 합리적 보상문화 확산을 위해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 인증, 직무발명제도 컨설팅, 사내 직무발명위원회 운영 관련 자문위원 파견 등의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이른바 돈을 아끼려는 꼼수 또는 좀팽이식 특허발명보상 규정 운영이 아닌 공생발전을 기치로 관련제도를 도입할 경우 그에 합당한 정부 차원의 혜택도 다양하다.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으로 인증받으면, 특허·실용신안·디자인 출원 우선심사, 특허·실용신안·디자인 4~6년차 등록료 추가 20% 감면, 정부지원사업 가점 부여, SGI 서울보증 보험 가입시 보험료 10% 할인·보증한도 확대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시대가 변했다. 이제 직원은 기업과 종속관계가 아닌 파트너다. ESG경영이 화두인 지금, 최고경영자의 특허발명보상 마인드도 바뀔 때다.2023-03-25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타그리소 1차 급여, 이제는 속도전이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가 1차치료 급여 첫 발을 뗐다. 5번의 도전 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했다.타그리소는 지난 2018년 12월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한 뒤 적극적으로 급여 확대에 나섰지만 번번이 암질심에서 거절 당했다. 3상 하위분석 데이터를 보니 아시아인에서의 전체 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아이러니하게도 타그리소 효능 논란은 일본이 일으켜 일본이 종식했다. 타그리소 3상 FLAURA 임상에서 일본은 아시아인 OS값을 대조군과 별 차이 없게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약제 스위칭이 자유로운 의료 환경이 미친 여파다. 정작 피해는 한국 환자들이 봤다. 일본에서는 하위분석 결과와 관계없이 1차 급여가 적용되는데, 한국은 이 데이터 때문에 4년을 넘게 비급여로 치료를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아시아에서의 OS 의구심을 잠재운 것도 일본이다. 지난해 일본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가 나오면서다. 리얼월드 데이터는 통제된 환경의 임상이 아니어서 임상에서 나온 데이터보다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타그리소는 일본 리얼월드에서 3상 때보다 더 긴 무진행 생존기간과 3년 이상의 전체 생존기간을 보여줬다. 더 이상 3상 하위 데이터를 두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이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글로벌 트렌드는 1차 타그리소 요법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작년 인터뷰로 만났던 독일 혈액종양학 교수는 "1·2세대를 먼저 쓰고 3세대를 쓰는 순차치료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소 난색을 표했다. 타그리소 이후 단 한 번도 순차치료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대답은 "독일에서도 일부 소수의 병원에서 순차치료를 택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이미 타그리소가 명백한 1차 표준치료제가 됐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순차치료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답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였다.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타그리소가 1차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으려면 조금 더 기다림이 필요하다. 암질심은 항암제 급여의 첫 단추일 뿐 앞으로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이제는 속도전이다. 약평위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냐에 따라 타그리소 급여확대는 해를 넘길 수도, 연내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에 최대한 협조해 신속히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은 상태다. 심평원은 얼마나 큰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다.물론 심평원도 급여 적정성을 심사해야 할 많은 신약들이 있다. 하지만 자그마치 4년이다. 타그리소 1차 급여 청원이 5만명을 넘겼다는 건 그만큼 절실함이 최대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들의 기다림이 5년을 넘기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2023-03-24 12:10:48정새임 -
[기자의눈] 비대면 진료 3661만건, 이용자들 생각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가시밭길이다.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재진환자,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진료 원칙에 합의하면서 일사천리인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원회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마저 명시적 반대 입장을 개진하면서 다시 안갯속이다.이날 비대면진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다수 의원들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가져올 문제점을 제시하며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대면진료 이후 순차적으로 뒤따르게 될 의약품 배송 제도화를 향한 문제점도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의약단체는 물론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틈 타 우후죽순 생겨난 플랫폼, 관련 업계까지 비대면진료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 시대적인 흐름이 비대면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국과 같이 IT가 발달한 나라에서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비대면진료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진료 현황 실적표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3년 1월 31일까지 2만5797개 의료기관에서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실시됐다.복지부는 고령층과 만성·경증질환 중심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였으며 질환을 기준으로는 고혈압 15.8%과 급성기관지염 7.5%, 비합병증 당뇨 4.9%의 순서로 비중이 컸으며 효과성과 안전성, 만족도 등 성과가 확인됐으며 특히 만성질환자의 처방지속성(치료과정에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정도)이 비대면진료 허용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복지부는 보건산업진흥원의 2022년 설문조사를 토대로 '비대면진료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62.3%였고, '향후 비대면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87.9%였다며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 의료인의 전문성이 존중되고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안심하고 안전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며 제도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하지만 환자의 의료 선택과 접근성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약국 선택권을 단편적으로 들여다 보면, 여전히 환자가 직접 약을 픽업하러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택배나 퀵으로 의약품을 받기 위해서는 'A약국', '제휴약국' 등으로 표기되는 약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최근 올라케어가 환자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약국선택 기능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도 제휴 약국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블루앤트는 "보건복지부 권고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내 약국 선택 기능을 적용했다"며 "이는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576호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내 '환자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준수사항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고 표현했다.복지부 공고가 이뤄진 시점이 지난 8월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올라케어 역시 늑장 행보였고 심지어 다른 플랫폼들은 여전히 관련 사항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또한 남성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건수 역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총 4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호르몬 폭탄이라고 불리며 아주 신중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사후피임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 대리처방, 비대면진료 허점 등 정부의 대책 마련과 개선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 의료인의 전문성이 존중되고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안심하고 안전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겠지만 편법이 난무하는 현재의 플랫폼을 비대면진료로 안고 가기에는 우려를 잠재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비대면진료는 국내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자칫 의료영리화 초석을 놓을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비대면진료는 무려 3661만건이나 이뤄졌다. 비대면진료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의약단체 보다 중요한 이용자들의 인식은 어땠을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지속적으로 복용하거나 사용했던 약이 아니라면 몸져눕는 상황이 아닌 한 의원을 방문할 것 같다.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다 보니 여기에 대한 심도 깊은 의견 청취나 공론의 장이 필요해 보인다.2023-03-22 17:21:12강혜경 -
[모연화의 관점] 태도를 공략하는 메시지 전략(26)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태도라는 단어를 흔히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몸의 모양새, 마음가짐, 대상에 대한 특정 입장이 그것이다.설득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대상에 대한 특정 입장'이라는 태도 정의에 주목해왔다. 왜냐면, 어떤 정치인에 관한 입장이 긍정적이라면, 그를 뽑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어떤 약사에 관해 좋은 견해를 가진다면, 상비약은 그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에서 구매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 때문이다.상식적으로 태도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 또한 존재한다. 그 정치인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투표는 하지 않았다거나, 그 약사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지만, 구매는 하지 않는다거나!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인 마틴 피쉬바인과 매사추세츠 대학 심리학 교수인 아이섹 아젠(Martin Fishbein & Icek Ajzen)은 합리적 행위 이론(Theory of Reasoned Action)에서, 앞서 말한 태도와 행동 간의 괴리를 설명하고자 했다.핵심은 태도가 "다양한 대상"에 관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가령, 투표를 생각해 보자. 한 인간이 투표장에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대상에 관한 입장이 존재하는지 말이다. 먼저 '투표에 관한' 태도와 '투표하러 가는 행동'에 대한 태도는 다르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사람들에게 투표에 관한 태도를 물으면, 대부분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투표에 호의적이라 해서 투표하러 가는 행동에 호의적이진 않다. 예컨대, 투표는 중요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는데 투표하는 것이 옳은가 같은 태도 차이가 대표적이다.투표율을 높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합리적 행위 이론은 '투표하는 행동에 관한' 태도를 공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령, 투표장을 알려주고 고작 몇 분이면 된다고 설명하며 귀찮음을 낮추는 것. 투표장에 줄을 선 시민들을 보여주고, 투표하는 행동의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 차선이라도 택하라며 투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상비약 구매라는 행동 역시, 약사에 관한 태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약국이라는 공간에 관한 태도, 동선에 관한 태도 등 아주 다양한 대상들에 관한 태도가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흔히, 나를 좋아하면 굳이 먼 동선이어도, 내 약국이 구매하기 편하지 않아도, 그럼에도! 나에게 와서 물어보고 살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의외로 드물다.구매율을 높이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약국에서 구매하는 행동에 관한 태도를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가령, 구매 동선을 개선하는 전략, 가격을 미리 비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전략, 약사의 설명을 경험하게 하는 전략, 약사의 보증을 경험하게 하는 전략을 활용하며 말이다.약물치료 영역을 살펴보자. 현재, 국내 처방 약제비 규모는 20조 정도이다. 문제는 이 약을 처방받은 사람들이 잘 먹느냐인데, 그렇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매년 수조의 약이 사용되지 않은 채 집 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추정된다.신약을 개발하고, 적절한 처방을 하는 것만큼이나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복용하게 하는 영역도 중요하다.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합병증을 예방하며 사망률을 낮추는 만성 질환약의 경우 특히나 관심이 필요하다.이러한 맥락에서 임의 중단이 가장 잦기로 소문난 고지혈증약을 들여다보자. '고지혈증약에 관한' 태도와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행동에 대한' 태도는 어떻다? 다르다!메시지 전략 차원에서 살펴보면, 고지혈증약의 특징, 기전, 정의에 관한 설명은 고지혈증약에 관한 태도를 주로 형성한다. "고지혈증약을 먹으면(행동) 동맥경화 발생 위험이 내려갑니다" 같은 메시지는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행동에 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지혈증약의 복용률을 높이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행동에 관한 태도를 공략할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정리하자면, 대상에 대한 태도와 대상과 관련한 행동에 대한 태도는 다르다. 만약에 내 설득 목표가 우선 대상에 대한 태도라면, 대상에 대한 메시지만 개발해도 괜찮다. 하지만 만약 대상의 행동까지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 행동에 관한 메시지도 함께 줘야, 행동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ps 1. 글에 대한 태도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태도는 다르다. 글은 좋아하지만, 써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써내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행동에 관한 설득 메시지가 필요하다(나에게 말이다…).ps 2. 공부에 관한 태도와 공부를 해내는 행동에 관한 태도는 다르다. 공부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만큼이나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행동에 관한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에게 말이다…).2023-03-22 14:10:37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병원지원금 근절에 의약사 처벌 감수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 병원에 인테리어, 홍보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불법 지원금은 이미 만연해 있다.수년 전부터 문제로 떠올랐고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됐지만 애석하게도 자정 작용은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불법 지원금이 오갔지만 단 한 건의 처벌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그동안 병원지원금은 조제료의 일정 비율로 매달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임대료를 대납하는 등의 기형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심지어 병원이 양도양수를 하면서 이미 운영하고 있던 1층 약국에 지원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병원이 잘되면 약국도 좋은 게 아니냐는 요구 앞에서 약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금을 건네고 있다.또 불법 브로커는 억 단위로 올라가는 병원 지원금을 연결,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부당 이익을 취한다. 브로커의 부당 이익 역시 약사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물론 불법 지원금이 약사의 억울함으로만 끝나진 않는다. 그랬다면 이미 어디에선가 곪아 터져나왔을 수 있다.병원 지원금에 들어간 비용은 약국 권리금에 더해지고, 돈을 건네는 약사의 마음 한 켠엔 권리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일부 약사들이 불법 지원금을 곧 ‘투자’라고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하지만 약국 권리금엔 불합리한 거품이 생기고, 개설 부담은 꾸준히 상승해 결국 폭탄돌리기가 되는 악순환이다.다행히 국회에서 지원금을 요구한 병원, 돈을 건넨 약사, 이를 연결해 준 브로커까지 처벌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들에게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해 처방전 담합을 막겠다는 취지다.지난 2019년 대한약사회는 악성브로커 신고센터를 운영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남기지 못했다. 병원과 약국의 담합을 깨기 위한 편법약국 법적대응도 줄곧 이어졌지만 불법의 고리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안타깝지만 이미 내부 자정으로는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불법브로커와 의약사에 대한 강한 처벌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 21일 오후 병원지원금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감경 조항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오는 23일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심사를 받게 된다.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길 바라며, 관행이 돼버린 병원지원금을 뿌리 뽑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2023-03-21 17:43:29정흥준 -
[데스크 시선] 의협은 1박 2일, 약사회는 반나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시간이 부족하니 스톱워치를 켜놓고 발언하겠습니다." "5시에 기차표 예약했습니다. 지방 대의원들을 위해 서둘러 회의를 진행합시다."지난 14일 열린 대한약사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지난해 회무에 대한 결산과 올 한해 예산과 사업계획, 정관 개정 등 중요 안건을 심의해야 하는 대의원총회인데 시간은 없고, 대의원들은 이탈하는 악순환이 올해도 반복됐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6시에 총회를 마무리하는 순이었다.그렇다면 대한의사협회는 대의원총회를 어떻게 진행할까? 의협은 내달 22, 23일 양일간 더케이호텔에서 75차 대의원총회를 개최한다.의협 총회는 이틀간 진행된다. 22일 오후 5시 1일차 회의가 시작되며 23일 오전 9시 2일차 회의가 열린다. 대의원들은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 회의를 이어나간다.1일차 회의는 4개 분과로 나눠 진행된다.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 분과위원회 ▲의무·홍보분과위원회 ▲보험·학술분과위원회 ▲법령 및 정관 분과위원회가 오후 5시에 동시에 회의를 진행한다. 여기서 정리된 내용을 2일차 회의에 부의해, 확정 의결하는 방식이다. 의협 대의원은 총 244명이다. 60명 정도가 분과별로 배정된다.의협 총회 방식에서 벤치마킹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 약사회도 그간 대의원 총회 효율화을 위해 노력했다. 시상식을 총회 시작전 별도로 진행하는 것과 올해처럼 전자투표기를 도입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이제는 1년에 한번 열리는 대의원총회인 만큼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름만 걸고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당연직 대의원 문제부터, 충분한 의사소통과 논의의 시간 마련, 분과위원회 도입을 통한 회의 효율화 등이 의제가 될 수 있다.어렵고 힘겨운 일이지만 시간이 없어서 발언을 하지 못했다는 대의원 이야기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2023-03-21 11:24:43강신국 -
[기자의 눈] 원대했던 '백신 자급률 80%' 계획[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내 백신 산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국가필수백신의 자급률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가필수백신 28종 가운데 자급 가능한 백신은 8종에 그쳤는데, 이를 7년 안에 22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불과 2년 뒤 백신 자급률 80% 달성 계획이 일부 수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의약품 글로벌성장 정책포럼에서 목표 달성 시점을 기존 2020년에서 2022년으로 슬그머니 미뤘다.다시 4년 뒤엔 이 계획이 한 차례 더 바뀌었다. 식약처는 목표 달성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더 미뤘다. 동시에 자급률 목표를 80%에서 75%로 하향 조정했다.그렇다면 현 상황은 어떨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필수예방백신 자급률은 2021년 기준 50%에 그친다. 여전히 28종 가운데 14종만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엄밀한 의미에서의 자급률로 따지면 이보다도 더욱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신 원액 중 상당수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가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공급 가능한 백신은 B형간염, 인플루엔자, 수두, 파상풍/디프테리아 등 6종 내외에 그친다. 자급률로는 3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백신 자급률은 너무도 해묵은 문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백신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은 매년 국정감사 즈음에만 공허한 외침으로 반복될 뿐이다. 정부는 백신 연구개발 지원만 입버릇처럼 되뇐다.지난 3년 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우리는 백신주권의 확보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달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개발 역량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민간기업의 필수백신 개발과 생산을 이끌어낼 동기부여 뿐이다.필수백신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라는 해결 방안은 이미 오래 전에 제시됐다. 그러나 백신주권 확보라는 구호는 아주 잠깐 타올랐다가 이내 꺼진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필수백신 자급률 80% 달성 계획은 여전히 원대한 목표로만 남은 상황이다.코로나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하고 있다. 백신주권 확보라는 원대했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없이 좋은 모멘텀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나서야 한다. 민간기업의 순수한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백신 R&D 지원이나 인허가 규제 개선 같은 간접적인 수단으로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합리적인 보상'이라는 빠르고도 확실한 해결 방안이 있다. 이 해결 방안이 도입되지 않는 한, 올해가 가기 전에 원대한 목표는 다시 한 번 수정될 것이 뻔하다.2023-03-21 06:16:04김진구 -
[데스크시선] 품절약 기준마련 공염불되지 않으려면[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품절의약품 민관협의체가 이달 초 구성됐다. 정부는 환자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 그간 의약품 수급 불균형 해결에 대한 숱한 요구를 받고 고민해왔지만 큰 진전 없이 도돌이표만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4년 전인 2019년에도, 2년 전인 2021년에도 똑같은 논의를 해왔지만 명확한 기준과 정의에 대해 별 다른 진전 없이 '논의를 위한 논의'만 해온 셈이었다.가장 큰 문제이자 근본 문제는 품절약의 정의다. 약국 약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연말 연초 반복되는 특정 제품의 품절이나 소포장 약제를 포함한 지역별, 규모별 수급불균형에 대해 문제제기 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유통 당국은 급여의약품이 아니란 이유로, 기준이 없단 이유 등으로 특정 약국에 국한된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얼버무리듯 넘겨왔던 게 사실이다. 산업계가 기준대로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고, 공급 행위를 진행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가 새로 덧칠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도 이유다.그러다가 코로나19가 창궐했고, 품절 여파가 보편적인 처방약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면서 현재 협의체의 기준 논의까지 가 닿은 것이니, 지금에 와서 보면 이것 또한 필연적인 수순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찌됐 건 정부와 제약·유통 산업계, 소매 단계의 약국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의체가 기준과 정의, 그 이상의 대책까지 고민하겠다고 한 만큼 과거 논의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나오리란 기대도 생긴다.현재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되는 생산, 유통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공급중단 신고 의무 기준상 품절로 규정할 약제는 거의 없다. 그러나 품절약은 공급중단약과는 꽤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공급중단약이 품절약의 범주 안의 일부에 포함될 순 있지만, 품절약은 이보다 더 광범위한 사정을 포괄하고 있단 의미다. 현장과 당국 사이 괴리가 크게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그렇다고 품절약 정의를 규정하고 기준대로 시행하는 몇몇 외국의 것을 우리의 상황에 차용할 수도 없다. 품절약을 정의하고 있는 미국, 벨기에나 네덜란드의 품절약 정의처럼 '14일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모든 임상 대체 가능한 의약품의 총 공급이 환자 수준에서 현재 또는 예상 수요를 충족하기 부적합한 상황'으로 단정하기엔 논쟁의 여지가 있을 만큼 부족하다.우리는 전국민 건강보험과 함께 생산되는 모든 약제의 유통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갖고 있다. 더 명확한 전국 수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되, 강제할 수 없는 약국 사입과 배분으로 나타난 문제, 돌발상황에서의 대안까지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일시적 균등배분과 수급 알림, 플랫폼 마련 등은 이후의 문제로 비교적 간단한 과제다. 이번 만큼은 정부와 국회가 예전처럼 '논의했다'는 근거 만들기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를 주도하길 기대한다.2023-03-19 21:48:52김정주 -
[기자의 눈] 초진 비대면진료 요구와 플랫폼 자충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당장 오늘(20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대형마트 내 약국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다. 지난 3년 전세계가 힘을 모아 인고해 온 코로나19란 길고 캄캄한 터널의 끝이 이제야 두 눈에 보이는 기분이다. 더 나아가 오는 4~5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 이하로 하향조정 되면 국내 감염병 대응 조직과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는 동시에 2020년 2월부터 허용 중인 한시적 비대면 진료도 공식적으로 종료된다.전 국민이 코로나 위기 단계 하향 조정과 일상으로의 회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달리 초조한 표정을 짓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과 맞먹는 위기 단계 하향을 앞두고 정부가 의료계 합의를 거쳐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입법 의지를 드러내자 업계 1위 닥터나우 등 플랫폼 업체들은 복지부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플랫폼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초진 환자부터 허용하라는 성명서를 배포하는 동시에 대통령실에 손 편지를 보내고 용산을 직접 찾는 등 초진 비대면 진료 시스템 정립을 위한 전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커진 몸집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플랫폼 업체들이 초진 비대면 진료 요구와 최근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의사와 약사로 구성된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을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본을 잊은 주장이다.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이 같은 원산협 요구는 의료계와 약사사회, 복지부의 반감을 키우는 악수로 작용하게 됐다. 초진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국내 의료전달 시스템과 지역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요구라는 게 의사와 약사 견해다. 특히 국민의 '보편적 의료권 보호'를 초진 비대면 진료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의사, 약사 분노를 키우는데 한층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차라리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보호와 이윤 창출을 이유로 앞세웠다면 솔직하기라도 했다는 게 의·약계의 냉소 띤 반응이다. 의료계와 약사사회 일각에서는 "비대면 플랫폼 업체가 의·약사 머리 위에 서려 한다. 초진 비대면 진료 요구는 플랫폼이 병원·약국을 패싱하고 국내 의료 흐름을 좌우하는 수문장이 되려는 시도"란 비판마저 나온다.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과 약국 참여 없이는 시행이 불가능하다. 이론 여지가 없는 명제다. 플랫폼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에 없어서는 안 될 의사와 약사를 주적으로 돌릴 생각인 걸까. 일상으로 회귀한 이후 비대면 진료가 정식 제도화 되더라도 플랫폼은 비대면 진료 주체인 의·약사와 호흡을 같이 할 수 밖에 없는 객체다. 초진 허용을 향한 최근의 플랫폼 업체들의 앞뒤 재지 않은 전격전이 아쉬운 이유다.플랫폼(platfrom)의 사전적 의미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기차가 승객에게 제공하는 교통서비스는 병·의원·약국 내 의·약사가 환자를 만나 시행하는 진료·처방·조제·투약 등 보건의료행위에 빗댈 수 있다. 플랫폼은 기차와 승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기차 없는 기차역은 없다. 매개체로서 존재 이유와 가치가 단숨에 사라진다. 닥터나우 등 플랫폼 업체들이 스스로 '비대면 진료 매개체'로서 위치와 역할을 바로 인식해야 할 때다.2023-03-19 14:51:22이정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