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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국에 다시 찾아온 의약품 회수 악몽[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라니티딘 사태에 약국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발사르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벌어진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269품목 전량 회수 조치에 일선 약국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약사들은 이번 라니티딘 회수 조치가 발사르탄 사태 그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량 회수 조치이다 보니 대체조제가 불가능하고 관련 성분 약을 처방받았던 환자는 일일이 병원을 찾아 재처방받고, 약국에서 다시 약을 투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보니 약사들은 약봉투에서 일일이 라니티딘 제제 약을 골라낸 후 변경된 약을 넣어 재조제하는 수고를 떠안게 됐다. 30일 이상 장기처방의 경우 약국이 감내해야 할 수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형병원 문전약국들이 회수 조치 발표 전부터 초긴장 상태였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재조제와 일반약 교환, 환불도 문제지만 이번에도 역시 환자들의 원성과 항의는 약국의 몫이 될 듯하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 민원은 약을 만든 제약사도, 이를 검사하고 회수 조치를 내린 식약처도 아닌 병원, 약국이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때 질릴대로 질리게 경험했던 약사들이다.어느 개국약사는 “불량약을 만든 건 제약사인데 처방약을 뜯고 약을 다시 분리해 조제하고 환자 불만을 다 감내해야 했던 수고는 누굴 위한 봉사였나. 더 복잡하고 긴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재조제, 이로 인해 다른 약국으로 가버린 환자 등을 생각하면 약국의 손해는 단정할 수 없다"며 지난 발사르탄 사태 당시를 회상했다.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 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약사는 지치고,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 이상 제3의 발사르탄 사태는 없길 바란다.2019-09-26 20:46:11김지은 -
[기자의 눈] '불순물 라니티딘' 깊어지는 산업계 우려[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온 약업계가 전전긍긍하며 식약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추석연휴 이후 라니티딘 불순물 검출 뉴스가 끊이지 않으면서 업계 불안감도 높아진다.모두가 이번 라니티딘 사건을 바라보며 발사르탄을 떠올리는 건, 그만큼 지난해 7월7일 발생한 발사르탄 사건 후유증이 깊고도 오래 갔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허가한 원료를 사용하고도 '발암물질 든 고혈압약을 만들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 취급을 받았다. 약을 교환받고자 약국에 들이닥친 환자들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항의를 받은 약사도 만만치 않다. 병을 고치려 먹은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 심정은 또 어땠을까. 잘못된 원료의약품 하나가 모두에게 고통으로 남았다.이 가운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발사르탄 제제 회수에 쏟아부은 유통 사정은 미처 알려지지도 않았다. 문제 의약품을 골라내 낱알 단위의 수백가지 품목을 약국으로부터 회수해 제약사에 전달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통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매업체들이 불순물 의약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인력, 전산 비용을 감당했지만 이걸 보상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제약, 유통, 약국, 환자 중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모두가 피해를 봤으니 보상받을 방법이 묘연했다.업계는 일부 제품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강제회수 명령이 떨어지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그 발표의 내용이 어느정도 수위가 될 지, 이번에도 아무 대가 없이 낱알을 세고 반품, 정산을 처리하느라 온 직원이 밤을 새야 할지 걱정하는 유통업체가 한둘이 아니다.정당한 유통마진을 받고 배송하는 만큼, 의약품 문제 발생에 따른 반품, 회수도 유통이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약품 생산, 유통에 걸친 모든 주체가 별다른 보상 없이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던 만큼 특별히 유통만 손해를 보았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그러나 발사르탄 사태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정산을 마무리짓지 않은 제약사, 문제가 생기면 손놓고 제약과 도매, 약국에서 알아서 해결하길 기다리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유통업계의 목소리가 허황된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고통을 다른 주체에게 떠넘기려는, 크고 작은 관행이 아직도 업계에 팽배하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라는 이름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소규모 업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제약사든 의약품 유통업체든, 국민 건강을 위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만으로 버티기 힘든 시절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데, 이제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의약품 이슈의 뒷수습까지 군소 유통업체가 떠맡고 있다. 만약 라니티딘도 회수 명령이 내려진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제약사와 유통업체 한숨이 깊어진다.2019-09-25 06:10:28정혜진 -
[칼럼] 동물용 구충제 파나쿠어와 약사의 소통“나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그 약을 샀지만 남편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 약을 거부했다. 나는 한 꾀를 내어 병원에서 준 약을 캡슐에서 쏟아버리고 대신 그 약을 채워서 복용토록 했다. (중략) 나는 그 약을 믿었을까. 안 믿었던 거 같다. 그저 후회나 안 하자고, 하는데 까지 다 해보자고 한 짓이 아니었을까.”(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고양이 구충제 파나쿠어가 기적의 말기 암 치료제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 개인의 체험과 완치에 대한 환상,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의 전파력까지 더해졌고 직구 세력까지 합심하여 때는 이때다 ‘팔고 있다’ 파나쿠어를 실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앞서 인용한 남편의 암 말기 병상을 지킨 작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 파나쿠어 영상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그 절절함에 뭉클하다.한편 안타까웠다. ‘음모론’(제약회사와 의사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항암제를 팔기 위해 고양이 구충제를 제품화 하지 않는다는) 과 ‘불신임’(전문가의 말에 대한 불신임)과 ‘완치환상’(이것만 먹으면 완치할 수 있다는 환상)의 설득은 이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 자체로 용서 받는 현실이 그저 씁쓸했다.이런 일은 비단 파나쿠어 뿐만이 아니다. 매 해 기적의 OOO 는 언론을 휩쓸고, 모든 사람들의 집에 쌓이고 나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만약 어떤 병원에서 그런 사기를 쳤더라면 당장 고소감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약이나 민간요법은 속고 나면 그 뿐이고 뒤끝이 없다. 그게 도리어 생약이나 민간요법의 정당한 발전을 저해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기꾼이 끼여들 수 있는 허점이 되고 있는 거나 아닌지.”(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그렇다. 사실 어떤 물질은 약이 되기 위해 ‘절차에 따른 정당한 발전 과정’을 거친다. 수십, 수백,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써도 되는지의 임상 과정을 한다. 이후에도 사후 부작용 보고 및 관리를 통해 약의 이름을 유지한다. 실제 한 개인의 효능, 효험의 결과가 아니라 대다수의 인간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의 ‘정당한 발전 과정’은 어렵고 중요하다.전문가는 이러한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조언과 설득을 꾸준히 해내가는 사람이다. 이번 파나쿠어 사건 직후 뉴미디어-약사들이 보여준 콘텐츠들과 그 댓글들을 통해 필자는 전문가의 소통에 대한 확장적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파나쿠어 복용은 가짜뉴스라고 표현한 의학기자와 암 전문의의 컨텐츠와는 사뭇 다르게 약사들의 컨텐츠는 ‘약이 되기까지의 정당한 과정’관점에서 파나쿠어를 바라본 것들이 많았다. 논문을 통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위험이 크다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었다.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영상에는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는 반면, 임상 3기는 끝나야 먹을 수 있다는 영상에는 당신이 말기 암이라면 안 먹겠느냐, 이런 걸 왜 올리느냐, 말기 암 환자의 절절한 마음을 알고 있느냐, 어차피 곧 죽는데, 못 먹을 이유가 있겠냐. 이럴 때는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영상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댓글들을 보기 전에는 나 역시 약사로서, 영상을 만든다면, 거짓부렁이여~라고 말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시한부 환자가 완치 확신을 하고 파나쿠어를 먹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속더라도, 잠깐이라도 희망에 취해보고 싶을 뿐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마음과 [안전성, 유효성]을 기반으로 [약의 정당한 절차를 감시하고, 주도하는 일]을 하는 약사라는 직업이 소통할 수 있을까.어렵다. 예전에는 정말 몰라서, 정말 정보가 적어서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이제는 엄청난 정보 속에서, 개인은 나름의 수많은 정보를 찾아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 하고 선택을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약사의 소통 방식을 ‘선택’ 과 ‘사람’ 에 따라 다면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파나쿠어 영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건강한 사람 둘째, 암 치료를 하고 계신 분들 셋째, 유튜브 예시로 나온 시한부 말기암 환자분들. 이 세 그룹에 약사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우선 건강한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호해야 한다. 2019년 현재, 파나쿠어는 결코 항암제가 아니고 동물약을 인간이 먹는 것은 (알 수 없는)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먹지 말라,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문가는 주어야 한다.둘째, 혹여 암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다른 항암제를 드시고 있거나, 암 치료 과정에 있는 분들은 [전문가의 지시대로] 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전문가는 언제나 모든 치료 방법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을 중심으로 환자를 돕는 사람이다. 그러니 전문가의 방법대로 따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진실로 모든 방법의 마지막에 서 계신 분들. 이 분들에게 우리는 과학적 소통 그 이상의 소통을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그 분들의 주치의도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하며 우리는 그저 옳음이라는 잣대로 그들의 선택을 정상인들의 선택에 사용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약사의 역할은 약물 치료 효과의 극대화 그리고 삶의 질 개선이다. 약물 치료 극대화의 순간을 넘긴 이후는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 개선도 소통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있다.정보가 널린 세상, 정보의 폭탄 속에서, 우리는 소통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존재로서의 환자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통해 스스로 몸의 주인임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하나인 소통이 아닌, 다면체 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려운 소통의 방법이 약사에게 과제로 주어졌다는 것을 파나쿠어 사건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2019-09-23 14:49:47데일리팜 -
[기자의 눈] 라니티딘 불순물, 어떻게 마무리될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조사결과지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이라고 적힐 경우, 연 2700억원 규모의 라니티딘 시장에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관건은 조만간으로 예상되는 식약처의 조사결과 발표다. 현재 식약처는 잔탁 오리지널 3개 품목(긴급조사 결과 미검출)을 제외한 나머지 392개 품목과 원료의약품 제조소 11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10곳 중 4곳을 지목해 원료약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만약 이 추가조사에서 NDMA가 과다 검출될 경우, 제조·판매 중지나 회수 등의 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어느 결정이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라니티딘 제제를 판매 중인 국내사는 단일제의 경우 99곳, 복합제의 경우 139곳에 달한다. 사실상 주요 제약사 대부분이 판매 중이다. 파장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기준 라니티딘 제제의 전체 생산·수입실적은 2664억원에 달한다. 발사르탄 사태 때의 시장규모(약 2900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얼마나 많은 원료약 제조소에서 문제가 발견되느냐에 따라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더 큰 매출타격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그러나 이번 사태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커져선 안 된다. 제약사의 손해를 정부가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제조중지든 판매중지든 회수든 적절히 조치하면 된다.다만, 사태의 책임을 제네릭 의약품과 이를 생산하는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돌리진 말자는 것이다. 발사르탄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네릭 난립이 근본원인이라며 각종 조치를 단행했다.작년여름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과연 공동생동 폐지와 제네릭 약가인하, 그리고 정부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보건복지부 검토 중)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이번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될까.2019-09-23 06:10:33김진구 -
[데스크 시선] '불순물 의약품' 정부 학습능력 기대한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한주 제약업계는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을 촉발시킨 불순물이다.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추가로 파장이 악화하지 않은 상황이다.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잔탁에 함유된 NDMA가 극미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도 잔탁과 잔탁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원료의약품 검사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수입 또는 국내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업계는 혹시라도 불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생산·판매 중인 라니티딘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다.지난 20일 식약처가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사용현황 전수조사에 나서자 제약업계에선 불안감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제조소 4곳을 지목하고 제약사들에 해당 원료의약품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생산·수입량이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의 사용내역을 파악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지만, 제약사들은 일부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제약사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라니티딘의 유해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악몽 때문이다. 발사르탄 파동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지난해 7월6일 유럽 22개국에서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을 회수한다고 발표되자 식약처는 이튿날 해당 원료가 등록된 219개 품목의 판매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7월9일까지 추가조사를 거쳐 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을 구제했다. 이후 추가로 NDMA 검출 원료를 사용한 60개 품목을 확인하면서 판매금지 제품은 총 175개로 늘었다.판매금지 발사르탄 의약품은 모두 회수가 이뤄졌다. 제약사들은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제약업계가 라니티딘의 후속조치를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라니티딘에서도 NDMA는 규격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이다. 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진 뒤 한 달 가량 지난 후에야 NDMA의 기준치가 설정됐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NDMA 검출 발사르탄제제의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제약사들의 허탈감이 커졌다.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을 때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도 관건이다. 불순물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공인 시험법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지난해 제시한 발사르탄의 시험법을 통해 라니티딘의 NDMA 검출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표준화된 시험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체 시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처지다. 아직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NDMA 시험법을 제약사들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NDMA 발사르탄제제를 유통한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도 임박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발생 이후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주면서 투입된 21억1109만원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의도다. 이 조치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행정이다.물론 매뉴얼에 없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때 정부 입장에서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정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라니티딘제제의 유통을 중단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회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차원의 단호한 결론을 기대하기엔 어정쩡한 상황이긴 하다.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부는 발사르탄 파동의 대책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조치로 혼란을 부추겼다”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의 발사르탄 후속조치는 투명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해당 의약품의 자진 회수를 독려하면서도 사실상 강제 회수를 종용했다고 한다. 발사르탄 파동은 한번만 겪어야할 교훈이 돼야 한다. 정부의 학습능력을 굳건히 믿어본다.2019-09-23 06:10:15천승현 -
[기자의 눈] 첩약급여서 약사·한약사 빼자는 한의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의사, 약사, 한약사, 시민단체 등이 협의중인 한약(첩약)급여 시범사업이 난항에 빠졌다.지난 4월 구성된 한약급여화협의체 첫 회의 이후 5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협의체는 아무런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표류중이다.회의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했던 첩약보험은 예측을 한 뼘도 비껴나가지 않고 한의사, 약사, 한약사 직능갈등을 심화하고 있다.갈등 배경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첩약보험 시범사업 내 약사와 한약사 비중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한의사 주장이 갈등 악화에 한 몫 톡톡히 했다.사실상 '한의사의, 한의사에 의한, 한의사를 위한 첩약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일부 강성 한의계 인사들과 대한한의사협회 생각이다.약사·한약사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한의협 최혁용 회장 집행부의 입장 표명에도 일부 한의사들은 "우린 약사·한약사와 같이하는 첩약보험을 허락한 적 없다"며 한의사 단독 정책이 아니면 협의체를 파기하란 식의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한의사들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첩약보험 정책을 제 입맛대로 주무르려 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더군다나 한의협은 이미 한약제제 분업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한약제제 분업이 자칫 미래 한방완전분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한의계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결과적으로 한의사는 '한약제제를 포함한 한방분업 절대 반대'와 '약사·한약사 낀 첩약급여 절대반대'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직능 간 이해관계를 떠나 일부 한의사들이 이같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약사·한의사는 물론 환자와 국민 비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첩약보험은 특정 직능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꼭 필요한 한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낮춰 건보적용률을 높이는 게 첩약보험의 목표다.애초 오는 10월 시범사업을 예고했던 첩약보험은 연내 협의체 합의안 도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한약사는 한의사 중심의 첩약급여 시범사업이 도입된다면 차라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약사 역시 첩약 안전성 문제 해결을 필두로 한약제제와 한방완전분업이 이행될 때 바른 한약급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결국 한의계가 한약사와 약사를 배제하고 한약급여 등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일방적인 계획을 철회하고 상호 합의안 도출에 협력할 때 협의체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첩약급여는 지난 2013년 약사·한약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한의계 반대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7년여만에 재결성된 협의체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자 과거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감이 곳곳 감지된다. 만약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복지부 역시 치명상을 입게 된다.협의체 참여 직능단체들이 타 직능을 배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지엽적 회무를 철회하고 '국민 한약 안전성·보장성 강화'란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합의안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기대한다.2019-09-20 06:13:16이정환 -
[기자의 눈]계약해지에도 쿨한 렉시콘의 여유[데일리팜=안경진 기자]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와 미국 제약사 렉시콘 파마슈티컬스가 끝내 결별했다. 7월말 사노피의 계약해지 통보 이후 렉시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퀴스타(성분명 소타글리플로진)' 공동개발 계약을 둘러싼 양사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2개월 여간의 협상을 거쳐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다.렉시콘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9월 9일부로 양사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진퀴스타'의 1·2형 당뇨병 적응증 관련 글로벌 판권을 전부 되찾았다고 밝혔다. 사노피가 진퀴스타 관련 임상시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신 총 2억6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합의 조건에 따라 사노피는 계약종료와 동시에 2억800만달러를 렉시콘에 건내고, 12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렉시콘은 계약해지 과정에서 확보된 위약금을 진퀴스타 개발에 전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형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프로그램을 비롯해 '진퀴스타'의 핵심임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고,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에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양사의 결별과정을 지켜보다보면 기술수출 계약해지라는 악재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잇속을 챙긴 렉시콘사의 여유가 인상적이다. 사노피는 지난 2015년 3상임상 단계의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소타글리플로진을 도입하면서 렉시콘사에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3억달러를 지급했다. 또한 최대 14억달러의 경상기술료와 10% 이상의 판매로열티를 보장했다. 간판제품인 '란투스'를 대체할 차기 성장동력이 그만큼 절실했단 얘기다.구체적인 계약해지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뇨병 시장 입지가 4년 전보다 한결 좁아진 사노피가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진퀴스타를 반환한 데는 시장성공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당뇨병성케톤산증(DKA)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진퀴스타의 1형 당뇨병 치료제 허가를 거부한 점이 계약해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향후 진퀴스타가 당뇨병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계약성사부터 해지에 이르기까지 렉시콘이 사노피와 일방적인 갑을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사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로넬 코츠 렉시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종료와 관련 "지난 4년간 이어온 사노피와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생산적이었다"고 자평했다.아름다운 결별은 없다지만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계약해지가 아닐까. 렉시콘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계약체결 당시부터 해지에 대비한 조항을 철저하게 마련한 덕분일 것이다. 이미 파이프라인 상업화가 임박했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냈을 가능성도 높다.아직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게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결별에도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생겨나길 기대해본다.2019-09-18 06:10:53안경진 -
[기자의 눈] '코리아 패싱' 기획 취재 에필로그[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사 잘 봤습니다." 참 중의적인 피드백이다. 같은 말이지만 기사에 공감할 때도, 반감을 애둘러 표현할 때도 사용된다.지난달 의약품 코리아 패싱 현상을 다룬 3편의 기사(관련기사 참조)는 유독 취재와 작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와 첨예한 입장차는 항시 존재한다지만 '코리아'라는 단어에서 비롯되는 '애국'의 경계가 자칫 밸런스(balance)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우려 탓이었다.제약업계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기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다국적제약사 대상 설문조사는 20개 업체의 대답을 받아내는데, 한달의 시간이 소모됐다.아직까지 '신약=다국적사'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약가가 낮아, 이대로는 우리회사가 약을 안 팔 것이다"라는 말은 부담을 준다. 해당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라는 계층을 내려놔야 한다. 단순히 한국법인을 떠나 본사 차원에서 난감함을 표했다는 여담도 있었다.같은 '익명' 담보라 하더라도, 댓글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제약회사의 대표성을 지닌 의견은 업계 대표성의 일부가 된다.A7을 A10으로 바꾸고 ICER값 상향, 제도의 근본적인 조정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비공개 약가 비중을 높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을 보더라도, 정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들이 엿보인다."자국민 건강을 위해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는 한 다국적사 약가담당자의 말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재정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닌데, 비공개 약가 문제에 선비처럼만 접근할 수는 없다. 참조하기 좋지만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의 딜레마는 짊어져야 할 짐이다. 시민단체 눈치보기는 여전하지만 정부가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확대의 첫발을 뗀 것도 고무적이지만 잔존하는 갈증을 위한, 패싱 최소화를 위한 움직임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그럼에도 바라고 당부하게 되는 것은 '약'이라는 재화에 대한 책임감. 제도개선 과정의 중간에, 본사 설득의 논의 과정에 '우리회사의 약을 우리나라에 가져오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수반됐으면 하는 가치이다."약이 잖아요. 벤츠 자동차가 아니라, 샤넬 가방이 아니라 약이 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씁쓸해요."기사에 나왔던 문구는 정부 측의 코멘트가 아닌, 어느 다국적사 약가 담당자의 고백이었다.2019-09-16 06:12:04어윤호 -
[데스크 시선] 조국 장관 블랙홀과 약사회 6대법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7일부터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막된다.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 4.15 총선모드로 들어간다는 의미다.야당은 조국 법부무장관 해임건의안와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특검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이번 정기국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원대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과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장관 국정조사와 법안 심의를 연계할 경우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이에 대한약사회도 혼돈의 여의도를 바라보며 중점 처리법안 심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지난 7.13 전국 주요 임원정책대회에서 여야대표가 약속했던 약사회 건의 6대법안 추진 약속의 기세를 몰고 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6대 법안은 ▲불법·편법 약국개설 근절 ▲면허허신고제 도입 ▲전문약사 자격인정 법제화 ▲약학교육 평가·인증 도입 ▲약국‧한약국 명칭 및 업무범위 명확화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차단 등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아닌 모법을 개정하기가 이래서 힘들다"면서 "법무부장관 이슈가 블랙홀처럼 버티고 있어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일단 약사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릴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일괄 처리되는 방식을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현재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이 전체의 약 30%라는 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에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에 무더기 법안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 이때 약사회 중점 법안이 포함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특히 지부, 분회, 반회로 구성되는 약사회의 조직력도 총선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원 모두 약사회 요구법안을 무시하기 힘들다.약사회가 약사회원 1인 1국회의원 후원 동참 등을 독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에 약사사회에서도 국회의원 잘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생을 외면하고 '내로남불'식의 정쟁 구도로 몰고가는 모습에 지칠 대로 지쳤다.2019-09-15 22:17:49강신국 -
[칼럼]판례 통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들여다보기의료기술은 발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의료기술은 기존 기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여 개선된다는 속성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 기술에 비하여 발전적인 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에 제공되는 의료기술 역시 의학적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될 필요성이 있는데 최근 판결을 중심으로 법원이 신의료기술 해당 여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의료행위에 제공되는 의료기술 역시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에 터 잡아야 하므로 아직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새롭게 기술된 의료시술에 대하여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1도8694 판결 등 참조).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2항, 및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이하 ‘신의료기술평가’라고 한다)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평가의 대상이 되는 신의료기술은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 및 이에 해당하는 의료기술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잠재성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을 말하며,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의료기술의 사용목적, 사용대상 및 시술방법 등을 변경한 경우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도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다.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2006. 10. 27. 법률 제8067호로 의료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도입되어 2007. 4. 28.부터 시행되었는데,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14조는 법률 제8067호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의 시행일인 2007. 4. 28.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4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비용으로 정한 내역에 포함된 의료행위(비급여 의료행위를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제53조의 개정규정에 따라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시행일인 2007. 4. 28. 이후에 새롭게 개발된의료기술이 시술의 목적, 대상, 방법 등에서 기존 의료기술을 변경하였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 되어, 법령의 절차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이 경우 변경의 정도가 경미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원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의료기술평가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입법 취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 사건(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두34585 판결)은 원고 A가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항암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받은 환자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수령하였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혈맥약침술에서 이용되는 혈맥이 한의학적으로 경혈과 같이 치료의 대상이기는 하나,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할 때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혈관(혈맥)에 약물을 주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의료기술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항암혈맥약침술 비용을‘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확인하고 환급을 명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결국 혈맥약침술이「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123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즉, 만약 혈맥약침술이 이 사건 고시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로 평가된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게 될 것이나, 만약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혈맥약침술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다.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아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A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도,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법원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약침술’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을 통하여 물리적 자극을 전달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근거로 하여 침과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 의료행위로 치료 경혈 및 체표 반응점에 약 0.1~수 ml 전후로 시술한다. 관련 교과서에서 “약침술은 혈관 등을 피해서 주입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는 반면,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을 주입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되며 ‘산삼약침’이라고도 소개되고 있으며, 한의학에서 혈맥(血脈)은 해부학에서의 동맥이나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을 총칭하는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산삼약침에서의 혈맥은 정맥에 국한된다. 혈맥약침술은 고무줄로 상박을 압박하여 혈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을 주입하고, 20~60ml를 시술하므로,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하여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과 달리,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즉,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하여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아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이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생각건대, 최근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당 의료기술이 기존의 비교대상기술과 치료의 목적, 치료의 원리 및 효과 등에서 일부 같거나 유사한 점이 있더라도 ‘치료 방법’에만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의료기술은 비교대상기술에서 정한 의료기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 의료기술은 의료행위와 결부되어 국민의 생명과 신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본다면, 이러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새롭게 도입된 의료기술과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과의 비교는 비교적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할 것이다.2019-09-09 06:15:2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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