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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주주 주식 처분에 대한 고찰[데일리팜=이석준 기자] 11월 30일 진행된 안트로젠 IR(기업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는 임상보다는 대주주(또는 고위 임원) 주식 처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성구 안트로젠 대표 부인, 고위 임원 등이 당뇨병성족부궤양 한국 3상 데이터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왜 주식을 내다팔았는지 이유를 듣기 위해서다. 회사는 임상에 대한 질문을 기대했지만 주주들의 관심은 내부자의 주식 처분으로 쏠렸다.안트로젠 주가는 최근 롤러코스터다. 7월 28일 IR에서 "이르면 8월 당뇨족부궤양 3상 분석 완료"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종가는 7만6700원으로 전일(6만4300원) 대비 19.28% 상승했다. 이후 종가 기준 8월 9일 9만7700원까지 올랐지만 11월 11일에는 5만2000원까지 내려앉았다. 데이터 분석 완료 소식이 늦어지면서 두달새 주식이 절반이 됐다. 11월 30일 종가는 5만4300원이다. 회사는 이날 IR에서 11월 데이터 분석이 완료됐고 내년 1월 3상 탑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안트로젠 주가가 요동치는 동안 이성구 대표 부인, 임원 2명이 주식을 처분했다. 공시된 임원들의 장내매도 처분가격은 주당 9만5000원 이상이다. 해당 기간 사실상 고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주식 또는 전세자금대출 상환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일반 주주들은 내부 정보를 활용한 차익 실현으로 보는 분위기다.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또는 임원) 지분 매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헤이, moral hazard)라는 지적은 오너가 지분 매도 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안트로젠 사례처럼 신풍제약, 부광약품, 녹십자, 신일제약, 국전약품 등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일부지만 전략적 판단 또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주식 처분 자금의 R&D 재투자,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에 쓰일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대주주나 임원들의 주식 처분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사실 대주주 지분 매도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이 필요하다.업계는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대주주(또는 임원)의 주식 매도 목적을 명확히 기재한다면 주가 급락 등 일부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공시 의무는 없지만 주식 매도 목적과 그에 따른 이행 여부를 주주레터나 홈페이지 등에 수시로 공개하는 것이다.기업의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막연한 대주주 주식 처분에 대한 불안감 대신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감시하며 기업 가치 재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대주주 등이 숨겨진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고점에 주식을 내다판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어느정도 지울 수 있다.물론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주주 또는 고위임원의 주식 처분은 부정적인 시그널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어디까지인지도 규정 짓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수반될 때 논란의 크기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향후에도 이어질 대주주 등의 주식 처분. 논란의 크기는 회사의 정보 공개 자세에 달려있다.2021-12-01 06:15:49이석준 -
[기자의눈] 불순물 의약품 회수, 이게 최선입니까?[데일리팜=이탁순 기자] 환자 사용량이 많은 고혈압치료제 '로사르탄' 성분에서 또다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불순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몇몇 제약사가 식약처 최종 지시에 의해 제품 회수에도 나선 상황이다.제약사의 자체 불순물 시험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회수 품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문제는 환자가 가져간 약을 회수하는 일이다. 식약처는 소비자 회수에 대비해 약을 처방하고 판매한 의사 및 약사 단체와 잇따라 간담회를 개최하고, 생산업체와도 회동을 가졌다.이들의 만남의 목적은 명확하다. 소비자 회수 시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주체를 선정하는 일이다. 정부와 의·약단체가 제조·판매업체를 지목하고 있어 회수비용의 대부분을 기업이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런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와의 논의는 빠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소비자가 금전적 피해없이 의약품 재처방과 교체를 위해서는 의·약단체와 제조사 간의 논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하지만 불순물 의약품이 계속 처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조사를 통해 불순물이 초과 검출된 약은 출하금지와 처방을 중단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일괄 발표 전까지 출하금지 또는 처방중단이 어렵다면 이를 보완할 조치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그런데 식약처는 일괄 발표 전 혼란을 우려해 기업 간담회에서 발표 전까지 개별 행동을 하지 말라며 단속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해약을 신속 차단하기보다는 회수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다.만약 소비자 회수 조치가 실시된다면 한정이라도 더 많은 양을 회수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식약처의 지난 조치를 보면 매뉴얼만 만들어놓고, 교환방식은 소비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홍보나 사후처리가 미진하다. 지난 불순물 의약품 회수에서 소비자 회수율이 얼마나 됐는지 통계라도 잡아봤는지 의문이다.어쩌면 소비자 회수는 여론 환기 차원의 조치일 뿐, 실제로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의·약 단체나 제약사 모두 소비자 회수를 반기지 않는다. 소비자 회수가 들어가면 재처방과 재조제, 비용 환급 같은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식약처는 위해약 차단을 위해 소비자 회수가 불가피하다면 의·약 단체나 제약사와 협의에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최소한도로 피해를 보지 않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미 소비자 회수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일괄 발표 전 사전 조율 작업 자체가 회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2021-11-29 15:13:02이탁순 -
[데스크시선] 톡신 논란과 식약처의 용단[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톡신 논란 청문회가 종료되고, 이제 식약처의 결과 발표만 남았다. 방향성은 두 가지다. 기존 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굽히지 않고, 소송전을 펼치거나 오인·과잉처분에 대한 착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처분철회로 선회하느냐 '선택의 문제'다. 이번 행정처분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하면서도 확증된 증거자료를 미비한 채 '선처벌 후대처' 방식을 택한 그야말로 '묻지마 탁상행정'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의약품 품질·부작용 이슈가 아닌 단순 법리적 해석과 입법미비 그리고 가이드라인 준수와 관련한 민관 신의성실의 원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황망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물론 식약처의 의견과 입장대로 기업이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며 일탈행동을 벌였다면 일벌백계의 본보기 그리고 무관용 원칙으로 법의 잣대로 처벌함이 분명 옳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국민 건강과 관련해 심각하고 중대한 그리고 긴급을 요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조급히 사태를 미리 예단하고 집행에 들어갔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상컨대, 지난 A사의 품질 부적한 판정을 받은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국내 유통 사건과 결부해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섣부른 확증적 예단이 가져온 대참사로 두 기업은 감내하기 어려운 심각한 이미지 타격과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지난 10일, 식약처가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6개 품목에 대해 허가 취소를 비롯해 제조·판매 업무정지 및 회수 폐기 조치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렸을 때, 업계 일각에서는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는 반신반의 의견이 중론이었다. 왜냐하면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규제과학을 선도함은 물론 그동안 객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관리·감독을 펼쳐 온 식약처가 아무런 증거자료와 대책없이 최고 수위 행정처분이라할 수 있는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을리 없다는 그동안의 신뢰감이 반영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식약처의 반전 물증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아직까지 언론 등에 공개된 이번 사건과 관련한 확증자료는 태부족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진행된 청문회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SNS에 게재된 다양한 종류의 국내 생산 톡신 제품을 근거자료로 제시했지만 이들 제품들은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식약처가 제시한 SNS 게재 톡신 제품 이미지에는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뿐만 아니라 기타 톡신 제조·판매사 품목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거자료에 나타난 톡신 제품에는 '국가출하승인-검증필' 표시기재가 뚜렷이 박혀 있어 초동조사 단계에서부터 완전한 오인조사라는 판단이다.식약처가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 톡신 제품에 대한 허가 취소와 제조판매 업무정지 및 회수·폐기 명령을 내린 이유는 수출용 제품의 내수 판매라는 불법 정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주장대로 수출용 톡신 국내 유통 증거자료가 조만간 공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공개된 '국가출하승인-검증필' 톡신 제품의 증거자료 채택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유발할 정도의 행위로까지 치닫고 있다. 입법·사법·행정부의 정책·제도적 판단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고, 더욱이 잘못된 행정처분 자체만으로도 기업은 존폐가 좌우된다.이렇게 엄중하면서도 중차대한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사전에 사실 확인 절차를 충분히 갖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물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국가출하승인' 표시기재가 확실히 찍힌 내수용 제품을 두고, 수출용 톡신의 내수용 둔갑의 증거자료로 본 이번 사건은 실수와 오인으로 치부하기에는 기업의 손실이 너무 크다. 추후 이와 관련한 명백한 확증자료가 없을 시, 행정소송이라는 최악의 승부수를 던지더라도 증거 불충분에 따른 식약처의 패소가 확실시 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이번 톡신 사태를 놓고, 식약처 내부에서도 처분철회론과 소송강경론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논쟁 문제가 아니다. 선량한 기업에 대한 부당한 행정처분과 행정착오를 원점으로 바로잡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법집행의 정당성은 증거우선의 원칙 채택으로 완성된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자백마저도 증거가 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99.999% 증거자료 없는 법집행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못 먹어도 고' 식의 소송 강행은 시대유감 처사다. 식약처는 이시대 행정집행의 정당성과 집단이성이 살아 있음을 소송이 아닌 처분철회로 이를 증명하라. 법 뒤에 숨지 말라.2021-11-29 06:15:00노병철 -
[기자의 눈] 제약사가 자초한 약가인하 환수법[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이 국회 첫 관문을 통과했다. 남은 관문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다. 올해 정기국회 기간 안에 남은 관문마저 통과할 경우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은 정부 절차를 거쳐 내년 시행이 유력하다.김원이·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는 데는 복지위 전문위원실이 낸 의견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전문위원실은 복지위에 제출된 법안이 제도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각계의 주장을 종합해 ‘검토의견’에 담아 복지위원들에게 전달한다. 복지위원들은 이 검토의견을 토대로 법안소위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대개 큰 이견이 없는 한 복지위 전문위원실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에 대해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찬성표를 던졌다.집행정지는 행정소송 본안판결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이지만, 처분 위법성을 심리하는 게 아니므로 집행정지 인용·기각에 따른 제약사의 경제적 이익·손실을 본안 판결에 맞춰 사후 정산해야 한다는 게 전문위원실 견해다.흥미로운 점은 6년 전 사실상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을 땐 전문위원실이 ‘우려’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정부는 이번 약가인하 환수·환급법과 비슷한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바 있다.당시 전문위원실은 소송패소 등의 이유만으로 공단이 제약사로부터 손실 상당액을 징수하는 것은 특허권자가 선의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며, 건보공단에게 과도한 행정권을 부여한다고 우려했다.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당시 복지위는 이 개정안을 부결했다. 6년 새 전문위원실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180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제약업계 내외부에선 집행정지 제도의 악용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정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 5년 간 제약사가 복지부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한 건은 총 42건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의 집행정지가 인용된 반면, 본안소송에선 정부가 100% 이겼다.이 과정에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손실만 5년 간 4088억원으로 집계된다. 또, 약가등락에 따른 약국의 행정업무 부담도 매번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결국 제약업계의 집행정지 제도 악용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제약업계 내부에서조차 그동안 ‘해도 너무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금껏 집행정지를 신청한 제약사 가운데 ‘제도의 악용’이라는 비판 앞에서 당당한 곳은 몇이나 될까. 복지위 전문위원실이 6년 만에 의견을 180도 바꾼 이유에 대해 제약업계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2021-11-26 06:15:20김진구 -
[칼럼] 약가인하 환수법, 소송권 침해 아닌가제약사는 관행적으로 정부의 약가인하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처분의 효력을 선고일까지 정지시켜 약가를 유지하는 소송 전략을 사용해 왔다.최근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러한 제약사의 소송 전략을 무력화시켜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막자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요지는 제약사 등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으나 본안에서 패소하면 그 기간 동안 지급된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할 수 있게 하고, 승소한 경우 제약사 등에게 발생한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제약사 등이 소송을 할 수 없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특히 리베이트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일반 행정소송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인하되지 않은 약가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가 패소하면 그 금액을 일시 또는 분할로 징수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경영의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푼돈으로 받았다가 목돈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이라면 적은 금액의 약가인하처분은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조치에 분통을 터트리는 의사들이 그 금액이 적으면 귀찮아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하다.이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절대가치는 아닌 것이다.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악법이 하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통해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사무장병원이라고 확인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물론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이자를 더하여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다. 현실은 지루한 재판과정에서 요양급여비용을 받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자금문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병원이 망한 후에 돈을 줘봐야 뭐하나. 의료진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실직하게 되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개정안과 유사하지 않은가. 무죄추정의 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사고다. 우리 헌법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식의 입법은 제약사 등의 소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처분의 효력 또는 집행정지는 전적으로 법원이 결정하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 집행정지의 인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제약사 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오히려 정부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공공복리-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2021-11-26 06:13:48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병원약사, 이제는 인력·처우 논의할 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병원약사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병원약사회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올해 있을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는 병원약사 유권자가 전체의 16.3%(5747명)을 차지하며 '병원약사 표심 잡기'가 주요 과제가 됐으며, 후보들 역시 병원약사 관련 정책들을 쏟아냈다. 병원 내에서도 조제에 치중돼 오던 약사역할이 의사, 간호사, 영양사와 함께하는 회진, 퇴원환자 복약지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러한 역할은 일부 병원에만 국한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같이 규모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진 곳들에서 약사들의 임상약료 실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일 뿐, 여전히 중소병원이나 지방에서는 '딴 나라 얘기'다.중소, 지방 병원들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 인력체계다.200병상 이하의 경우 주 16시간만 근무해도 법적으로 무관하기 때문에 구태여 약사를 고용하려 하지 않고, 16시간 동안 병원에서의 모든 약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약사들 역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중소·요양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혀를 내두르고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올해 초 데일리팜 역시 요양병원에 주 40시간 근무를 요구했다가 권고사직 당한 약사의 사연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약사는 "조제에 약 주문, 마약류 보고, 신약 등재까지 늘 일이 넘쳐나 오버타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가고 그야말로 '쩔쩔매며' 근무했다. 특히 입사 전부터 맞지 않았던 마약 갯수를 맞추느라 그야말로 노심초사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견디다 못한 약사가 원장에게 '일이 너무 많다. 근무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즉답을 피하고 다른 인력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다. 약사는 사실상 권고사직에 가깝게 병원에서 퇴사하게 됐다.마통 보고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은 약사도 있다. 상주적십자병원에 근무하던 약사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마약류 취급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며 마약류관리법 제44조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물론 마약류관리자로서 약사가 마약류 일괄처방해 사용하고 남은 폐기량을 없는 것으로 작성해 마통에 보고한 부분은 잘못된 점이지만, 병원 내 시스템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로 인해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데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이 조항으로 인해 전체 요양기관이 57%가 최소한의 인력 기준만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시간제 약사가 없어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곳도 51개소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번 창립 40주년 병원약사회 병원약사대회 및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종별 상황에 맞게 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자동화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한약사회 김대진 정책이사의 지적에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인력 개선에 대한 요구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것으로 안다. 실무 부서인 의료기관정책과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력 기준 개선이 필요한 충분한 근거와 논거, 다른 직역에 대한 설득이 반영됐을 때 제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령화 사회에서의 약물 사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 연도별 인구 추이 및 장래인구 추계만 보더라도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러 질환으로 인해 다제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환자들의 의약품 사용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적절한 약물을 복용케 하고, 부작용이나 효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병원들이 약사 인력을 충원케 하고, 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병원의 약사 채용이 이뤄지기 위해 우선돼야 하는 부분은 인력 기준에 대한 법적 정비의 선행이다.인재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개국 뿐만 아니라 병원, 제약·유통, 공직까지 구석구석 뻗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의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2021-11-23 19:57:14강혜경 -
[데스크 시선] 식약처의 신속한 불순물 조치 기대한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제약업계에서 고혈압치료제 ‘로사르탄’의 불순물 이슈가 화제다. 많은 기업들의 로사르탄제제에서 불순물이 초과 검출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소문도 퍼지면서 특정 제품의 품절 소동도 연출됐다.급기야 식약처는 지난 16일 로사르탄을 취급하는 제약사들에 불순물 점검 진행현황을 다음날까지 제출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지난 9월 식약처는 제약사들에 시중 유통 가능한 로사르탄 원료와 완제의약품 유효기간내 모든 제조번호에 대해 AZBT 시험검사 결과를 11월30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제약사들이 자료 제출 마감시한을 앞두고 시험검사를 진행한 결과 AZBT 초과 검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불순물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국내 제약업계의 활발한 위수탁이 불순물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제네릭 시장은 위수탁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동시다발로 진입했다는 특징이 있다. AZBT 초과 검출 결과를 도출한 업체들인 자체 생산을 중단했고, 이 사실을 위탁사들에 공유했다. 위탁사들은 갑작스럽게 판매해오던 제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제약업계 전반으로 로사르탄제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기준을 적용해 공급중단을 결정했지만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불순물 위험성이 없다고 나서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속출하는 형편이다.과거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등의 불순물 조치는 식약처의 조사로 시작됐다. 해외에서 불순물 이슈가 불거지자 식약처는 동일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했거나, 직접 수거검사를 통해 위험성을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내렸다.하지만 이번 로사르탄제제는 제약사들의 자체 시험 검사만으로 위험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식약처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는데도 업계에서 먼저 불순물 우려가 커지게 된 배경이다.이미 로사르탄제제는 불순물 초과 검출로 회수되면서 위험성이 제기된 약물이다. 식약처는 지난 9월 로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 사르탄류 3개 성분이 함유된 36개사 73개 품목의 183개 제조번호에 대해 제약사의 자진 회수 소식을 알렸다. 이때 로사르탄은 10개 품목의 22개 제조번호가 회수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에서 로사르탄제제의 불순물 초과 검출 사례가 꾸준히 나오자 국내에서도 정밀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제약업계에선 로사르탄제제에서 광범위하게 불순물 초과 검출로 과거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사례와 같이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2018년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무려 175개 제품의 판매가 원천봉쇄됐다. 2019년 식약처는 라니티딘제제에 대해 전 제품의 판매 중지 조치를 결정했다. 니자티딘제제는 불순물 초과 검출 제조번호에 대해서만 회수를 결정했지만, 회수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 메트포르민제제는 불순물이 초과 검출된 31개 제품 전체에 대해 제조·판매중지와 처방제한 조치를 내렸고 이후 문제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판매를 허용했다.최근 식약처가 불순물 기준을 초과한 제조번호에 한해 회수와 함께 판매중지·사용제한 조치가 내리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과거 일괄 판매금지에 따른 혼선은 재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동일 제품이라도 기준 이내 제품은 제조와 판매 등을 허용하면서 제약사들의 손실과 혼란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월 무려 73개 품목이 불순물 초과 검출 사실이 드러났지만 제약업계나 환자, 약국 등에서의 혼선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경험한 불순물 학습효과다.다만 로사르탄제제는 연간 3000억원대 처방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사용이 많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불순물 후속 조치에 따라 제약사나 환자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업계 전반에 걸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크게 확산한 상태다.같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인데도 불순물 검사 결과가 다른 제품도 등장하면서 오해와 불신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정쩡한 상황이 길어질 수록 불안감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제약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식약처의 신속하고 현명한 조치를 기대해본다.2021-11-22 06:15:02천승현 -
[분쟁·조정사례] 담낭결석 제거시술 중 스텐트 추가 사례▶진료과정과 의료사고의 발생 경위 신청인(남/60대)은 담석증(12년 전, 무증상으로 수술 안함) 및 위식도역류질환(GERD, 2020. 4.)의 과거력이 있었습니다. 신청인은 2020년 5월 복통으로 피신청인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으며, 복부골반 CT 검사 상 담낭결석으로 인한 담낭염(intramural air density and mild wall thickening of GB with about 3.4cm gallstone. : R/O emphysematous calculous cholecystitis), 담도결석으로 인한 총담도 및 간내담도 확장 소견(Dilatation of CHD and both IHDs : R/O CBD stone)을 보여 다음날 입원하였습니다.입원 후 시행한 복부 MRCP 검사 상 담도확장이 동반된 총담도 원위부의 담도결석(A small stone in distal CBD with upstream bile duct dilatation), 만성 결석성 담낭염(Wall thickening of GB with about 2.5cm air contaning gallstone.: R/O chronic calculous cholecystitis)의 소견을 보였습니다. 입원 2일 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이하 ERCP)을 시행 받았으며, 담관담석 제거에 성공하였으나, 내시경적 역행성 췌장액 배액관(이하 ERPD)의 첫 번째(1st) 이탈(migration)이 발생하여 회수를 시도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시술을 종료하였습니다. 다음날 ERCP를 통해 이탈되었던 ERPD 회수를 시도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추가 ERPD(2nd) 삽입 중 이탈(migration)이 발생하여 회수를 시도 하였으나 실패하여 추가 ERPD(3rd) 삽입 후 시술을 종료하였습니다. 시술 5일 뒤 십이지장경 검사를 시행 받았으며 ERPD(3rd) 제거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복강경하 담낭절제술 및 부분 장절제술(laparoscopic cholecystectomy with colon segmental resection)을 받고, 보존적 치료 후 피신청인병원에서 퇴원하였습니다. 퇴원 일주일 뒤 ◯◯병원 내원하여 ERPD 제거 계획 후 2020년 8월 입원하여 시행한 췌장 CT 검사 상 이탈된 ERPD가 확인되었고, 급성 췌장염 소견은 없었습니다(Migrated two ERPD proximal tip at side branch of uncinate process and body. No definite evidence of acute pancreatitis).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통해 ERPD 1개를 제거(2nd)하였으며, 보존적 치료 후 퇴원함. 3개월 후 재입원하여 ERPD 추가 제거 예정입니다.▶분쟁의 요지 신청인의 주장 "내시경을 통해 담관결석을 제거한다고 하였는데 술기 부족으로 인해 스텐트가 이탈되었고 스텐트를 회수하지 못한 채 시술 종료하였으며, 제거를 위한 추가시술에도 스텐트 제거 실패 및 추가 스텐트 이탈로 불필요한 시술을 받게 되었고, 치료기간도 연장되었으며, 현재 타병원에서 췌관 스텐트를 제거할 예정입니다." 피신청인의 주장 "담석증에 의한 담낭염으로 진단하고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통해 담석을 제거하고 시술 후 췌장염 예방차원에서 ERPD 삽입 시도 중 불가항력적으로 스텐트 이탈이 발생하였으며, 스텐트 회수를 위한 추가시술을 실패하여 수술적 제거를 고려하였으나 환자가 거부하여 담낭절제술만 시행하였습니다. 수술 후 췌장염 등의 특별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퇴원하였습니다." 이 사안의 쟁점은 진단 및 1·2차 ERCP 시술과 담낭절제술 및 경과관찰의 적절성 여부와 시술에 대한 설명이 적절했는지 여부입니다. ▶감정결과의 요지 12년 전 담석증 진단 과거력이 있는 60대 남자가 복통으로 피신청인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i) 담낭염 및 담낭결석, ii) 담도확장 → 급성 담도염 및 담도결석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하였습니다. ERCP로 총담관담석은 성공적으로 제거하였으나 시술 후 췌장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췌관 스텐트(1) 삽입 시술 중 예기치 않은 췌관 내 이탈이 발생하였습니다.다음날 이를 제거하기 위해 ERCP를 다시 시행하였으나 스텐트 제거에 실패하였고, 더불어 췌장염 예방을 위한 추가 스텐트(2)도 삽입 중 췌관 내 이탈 다시 발생하여 제거에 실패하였으나 이를 의료상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환자는 복강경 담낭절제술 시행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여 스텐트(2)는 내시경 시술로 제거하였으나 아직 한 개의 스텐트가 췌관 내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추가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손해배상 책임유무와 범위에 관한 의견 신청인은 치료비 및 위자료 등으로 7000만원을 주장하였습니다. ▶합의에 의한 조정 성립 당사자들은 조정부로부터 감정결과 및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합의하였습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금 800만원을 지급하고, 신청인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민·형사상 청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그 명예나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2021-11-22 06:09:37의료분쟁조정중재원 -
[칼럼] "진료는 의사, 약료는 약사"지난 칼럼에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코닥필름의 영광이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바닥으로 추락해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된 필름 산업 현주소를 공유하면서 이 케이스가 약사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없는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2020년 12월 하버드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잡지 중 하나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헬스케어 디지털전환 환경에 코비드 팬더믹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제목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 공급자 중심 양적서비스를 통한 소비자(환자) 케어가 환자 중심 맞춤형케어로 변화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즉, 기술과 인터넷 융합은 헬스케어 공급자로 하여금 환자가 원하는 형태와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소비자 가치중심케어’ 환경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 진단했다.여러분은 지난 수십년 간 보아온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독자 마다 해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이라는 제품(물질)을 취급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문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그런데 코닥필름의 사례, 4차산업혁명, 최근의 팬더믹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일관된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변화(change)’다. 그러면 약사(pharmacist, 藥師)업무인 약사(藥事)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 약제사규칙에 ‘약제사는 약국을 개설하고 약재의 진위를 판별하고 조제에 능숙한 자를 말한다’로 돼 있었다. 일본의 법이 준용되던 일제시대를 거쳐 1953년도에 약사(藥事)에 대한 정의가 법률로서 제정돼 현재 ‘약사(藥事)’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鑑定)·보관·수입·판매[수여(授與)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사항으로 정의돼 있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른 약사의 업무는 초기 의약품 조제 및 투약에서 약물치료의 최적화를 위한 모든 행위(의약품 품질관리, 투약, 환자교육, 환자상담, 지역사회 서비스등)로 확대됐다. 미국플로리다 약학대학 교수인 Hepler and Strand 교수는 1990년도에 발표한 ‘약료에 있어서 기회와 책임 (Opportunities and responsibilities in pharmaceutical care)’이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약료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약사의 직접적이며 책임있는 약물관련 보살핌(케어)를 제공하는 것(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medication-related care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definite outcomes that improve a patient’s quality of life)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그 후 수 십년 동안 약사사회뿐만 아니라 많은 건강관련종사자(Healthcare provider)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미국 병원 및 기타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약사를 대표하는 조직이고, 보통 한국에선 미국병원약사회로 칭하는 ‘ASHP(American Society of Health-System Pharmacists.)는 약료의 정의를 구분해 자세하게 설명한다.이에 따르면 약물관련(medication related)서비스란 단지 약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 맞춤 약물투여를 위해 적절한 약물선택, 용법, 용량, 투여경로, 약물모니터링, 관련약물정보, 환자상담을 포괄하는 개념이다.또한 보살핌(Care)이란 다른 건강관련종사자들이 제공하는 의료, 간호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약료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의약품의 적절한 투약 및 모니터링을 위한 전문가들과 소통 및 팀 활동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 well-being을 위한 맞춤형 상담등 포괄적 활동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약료서비스 정의에서 결과(Outcome)는 질병치료, 증상경감 또는 제거, 질병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정지, 질병이나 증상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렇듯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어야 한다. 즉 증상이나 질환에 맞는 약물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효능 효과가 맞지않는 약물이 사용된 것은 없는지, 복약순응도에 문제는 없는지, 용법 용량에 맞게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물상호작용이나 부작용 문제는 없는지 등 약물관련문제점을 파악해야 약료서비스 정의에 부합하는 약사 업무를 할 수 있다. 또 환자, 보호자 및 다른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이러한 활동이 적절하게 논의되고 전달돼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정확한 약물선택이나 용법용량등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지식뿐만 아니라 약사의 업무환경 또한 최대한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는 의사, 약사, 간호사 등 건강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환자 및 일반소비자가 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부적절한 약물사용 또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예방이 가능한 사고인 '의약품사용과오(Medication Error)'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며 약료서비스에서 요구하는 필수 기능 중 하나다.참고로 2016년에 발행된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연간 12%의 환자가 의약품사용과오에 노출됐으며 75세 이상에선 38%, 5개 이상 약물을 투여 받는 환자의 경우 30%까지 그 수치가 증가했다. 또 처방전 중 5%에서 에러가 발생했다.또한 이러한 의약품 사용과오의 원인은 부실교육 및 훈련, 열악한 업무환경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 의약품 이름(Naming of Medicines), 의약품포장과 라벨(Labelling and packaging)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세계보건기구는 보고했다.이러한 점에서 국제표준명제도(INN)는 약국의 재고 문제나 환자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 예방 가능한 의약품사용과오를 줄일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한 가지다. 이는 사회경제적 이득이나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할 환자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영역이라 생각된다.이렇듯 내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약료서비스 제공은 팬더믹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환자)의 요구에 응답해야만 하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약사의 업무라 할 것이다.2020년 1월 경기도에서 제정된 조례에 따르면 ‘사회약료서비스’란 ‘경기도민의 건강한 삶의 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사회적으로 의약품 돌봄이 필요한 건강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약사가 약물사용실태조사와 평가, 포괄적 약물정보 제공 및 의약품 사용관리, 약력관리, 약물요법 지원, 복약지도, 올바른 약물사용 및 건강증진 교육, 의료전달체계 및 복지전달체계와 연계 및 협력, 지역 약료봉사, 재난구호 등 사회적 약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한국의 약사사회가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적합하며 국제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명문화하며 이를 공유하고 실천해 공급자중심이 아닌 환자(소비자) 맞춤형으로 약사가 보살핌(care)을 제공한다면 언젠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료는 약사에게’ 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2021-11-21 19:39:15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약국에 날벼락 된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직접 손실 외에 환자 감소 등 간접 손실분까지 지원을 해야 하는지 예를 들면 치료 및 진료병원, 집중관리병원 외에 같은 상가 내 약국 등도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라는 제목의 2015 메르스백서 중 일부 내용이다. 이외에도 백서에서는 '방역조치를 통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결론적으로 5년 만에 되풀이된 감염병 유행에서도 약국의 간접손실 문제는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최근 위드코로나로 인한 위중증 확진자의 증가세로 정부는 병상확보를 위한 행정명령과 함께 전담병원을 추가하고 있다.지난주 거점 전담병원 3곳과 감염병 전담병원 4곳 등 총 7곳의 병원을 추가 지정했다. 전담병원은 대형병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200~300병상의 중소병원들도 지정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정부는 파견인력 인건비, 확보병상단가, 일반 환자 진료비 감소 보상 등을 통해 전담병원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반면 약국의 경우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폐쇄 또는 업무정지, 소독 등의 명령을 받아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손실보상을 받고 있다.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으로 인해 일반 외래 진료를 보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보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이는 보건소 인근 약국들도 마찬가지다.평소 처방과 조제 업무를 나눠 담당하고 있던 병원과 약국은 한 쪽의 운영 방식 변화에 따른 영향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간접손실을 보상할 명분이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일부 보건소와 전담병원 인근 약국들은 이미 폐업 조치를 했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또 병상 확보를 위한 전담병원 지정 운영 확대로 인해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약국의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은 천재지변이라고 토로하던 한 약사는 "페업을 한 뒤에는 보상을 못 받지 않겠냐"며 적자 운영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상 직접손실에 가까운 약국의 간접손실에 대한 보상을 현장의 눈높이에서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2021-11-21 19:23:42정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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