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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부작용 메시지와 노세보 효과(4)사람들은 새로운 약물 요법을 시작하거나 약물 요법을 바꿀 때, 효능과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웹 서핑을 한다. 약의 효능 메시지는 약의 효과를 경험하는 플라세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반면, 약의 부작용 메시지는 약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노세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임상신경과학자인 울리케 빙겔(Ulrike Bingel)과 동료들은 건강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레미펜타닐(강력한 진통제)을 투여한 후, 열 자극을 주고,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은 (약의 효과에 대해) 기대를 유도하지 않은 그룹, 긍정적인 기대를 유도한 그룹, 부정적인 기대를 유도한 그룹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결과에 따르면 각 메시지에 반응하는 뇌의 부위는 달랐으며, 긍정적 기대를 유도한 그룹에서는 진통제의 효과가 2배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 기대를 유도한 그룹에서는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주관적 효과는 통증과 관련된 뇌 영역의 신경 활동의 변화로 입증되었는데 긍정적인 효과는 내인성 통증 조절 시스템(endogenous pain modulatory system) 활성과 관련이 있었고, 부정적인 효과는 해마(hippocampus) 활성과 관련이 있었다. 신경과학자 파브리치오 베네데티(Fabrizio Benedetti)의 연구에 따르면 부작용 메시지는 불안(anxiety)을 거쳐 통증 전달을 촉진하는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자는 불안에 의한 통각 과민증(anxiety-induced hyperalgesia)을 설명하며, 부정적 메시지가 발현시키는 통증 증가 노세보 효과를 검증했다. 노세보 효과는 고지혈증약 복용 과정에서도 관찰된다. 스타틴 요법 약을 먹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 에서는 유의한 근육 통증 부작용 (clinical spectrum of statin-associated muscle symptoms; SAMS)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스타틴계열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 약을 중단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근육 통증 부작용의 원인이 꼭 스타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연구자들은 의, 약학 전문가들이 부작용 메시지에 의한 환자들의 “일시적인 노세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이 환자들의 부작용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맞지만, 노세보를 포함한 다른 원인으로 부작용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스타틴 치료를 조기에 중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작용 메시지는 복용을 회피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생성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1995년 10월 영국의 안전 의약품 위원회(UK Committee on Safety Medicine)는 피임약이 정맥 색전증(venous theomboembolism)과 관련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피임약 표지에 표기했다. 이후 피임약 사용 비율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원하지 않는 임신 및 낙태 비율은 2배 가까이 상승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공중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October 1995 oral contraceptive pill scare' 사건이라고 불렸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대체 (정확히 이해되기 어려운) 부작용 정보를 왜 공개해서, 사람들을 쓸데없이 걱정시키는 게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기본적인 안전 욕구이며, 실제 부작용을 미리 알고 이에 대처한 이로운 사례도 적지 않다. 일례로 콧물을 억제하는 약의 부작용이 졸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운전 전에 콧물약을 복용하지 않음으로써, 졸음운전을 피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이 위장 출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빈속에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위 점막 손상을 피할 수 있다. 항생제의 부작용이 장내 미생물 총의 불균형에 의한 위장관 불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좀 더 챙겨 먹어 설사 등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부작용 메시지 공개가 건강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필자는 부작용 메시지에 의해 생성되는 수용자의 위험 인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부작용 메시지에 관한 환자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위험이 왜곡되지 않는 방향으로 부작용 메시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데 수용자 중심으로 메시지 전략을 실행하자는 목표는 단순해 보이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다. 왜냐면 메시지 전략은 심리,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을 습득하고, 의약학 맥락에 적용하는 융합적인 사회과학 사고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은 정답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학문은 “사람들이 왜 오해할까? 왜 의심할까? 왜 위험을 과대 추정할까?” 등의 다양한 “왜”를 탐구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그 문제해결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회과학적 사고방식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하지만 현재 약대 커리큘럼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적 커뮤니케이션 교육과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지금 당장 개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해보는 걸 권유한다. 우선, 칼럼을 읽으면서 제시된 문제를 차곡차곡 정리해보자. 그리고 앞으로 연재될 수많은 오류 사례들을 통해 [오류를 줄여가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자. 그 합이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다.2022-10-05 08:53:0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효능 메시지와 플라세보(placebo) 효과(3)피그말리온(Pygmalion)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Galatea)라 이름 지었다. 피그말리온은 매일 마음을 다해 그녀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였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준다. 기대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계에서 로젠탈 효과로 다시 증명되었다. 1968년 사회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는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대 효과에 관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학기가 끝날 무렵, 지능이 높다는 암시를 받은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유의하게 향상됐다. 반면,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효과라 명명한다.사람들은 미지의 것(미래, 결과)을 예측하거나, 기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대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많은 믿음은 현실로 나타난다.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는 의약품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효과가 없는 성분일지라도 효능 메시지와 함께 제공되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맞춰 기대하고 놀랍게도 약효가 발휘된다. 약의 메시지를 먹는 것이다. 메시지의 생리활성 메커니즘은 2000년도 초반, 의약품 메시지에 반응하는 뇌와 기관의 호르몬 방출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활용한 뇌신경학 실험들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효능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메시지를 처리하며 치료 결과에 관한 기대를 했다. 그리고 기대는 미래를 상상하는 뇌 영역에 자극을 가했다. 이 자극은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쳤고,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효능 메시지는 통증 감소, 피로 감소, 치료 효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기대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발달하기 때문에 개인차가 존재한다.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단서로는 병원이나 약국의 브랜드, 약의 모양, 전문가의 친절한 표정, 흰 가운, 주사기, 약을 삼키는 행동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약국이 깨끗했다. 전문가가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약 모양과 색도 과거의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색이다. 약을 편하게 삼켰다. 결과를 경험했다." 등의 과정 누적이 기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성분이지만, 굳이 나는 하얀색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나는 연질이 더 좋다는 분, 나는 저 약국보다 이 약국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등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기-충족적 기대 효과들이 발생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는 배제되어야 할 것으로만 치부되었다. 왜냐면 약에 의한 효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심리는 그 자체로 치료 결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긍정적 기대 효과를 [환자의 관점에서] 최적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커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디자인 혁신, 고객 경험의 순간을 반영하는 브랜드 약국 공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하는 의약품들의 목표는 고객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경험하는 치료의 모든 과정에 '긍정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그 병원에 가면 잘 낫더라, 그 약국에 가면 잘 낫더라, 저 브랜드의 약이 효과적이더라, 나는 그 약이 좋아" 같은 단편적인 평가부터 "그 약국 약사는 좀 달라. 그 사람 말은 믿을 수 있어" 등의 인간적인 신뢰를 포함한 복합적인 기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치료받는 사람의 마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간 및 제품 메시지는 고객을 위해 어떤 긍정적 기대를 주려고 노력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현재 공식적으로 허가받고, 유통되는 암로디핀 효능 메시지도 살펴보자. "고혈압, 관상동맥의 고정 폐쇄(안정형협심증) 또는 관상혈관계의 혈관 경련과 혈관수축(이형 협심증)에 의한 심근성허혈증. 최근 혈관조영술로 관상동맥심질환이 확인된 환자로 심부전이 없거나 심박출량이 40% 미만이 아닌 환자의 관상동맥 혈관재생술에 대한 위험성 감소". 이 효능 메시지들은 환자에게 어떤 기대를,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까? 생각해볼 문제이다.2022-09-26 15:10:2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는 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2)인간은 메시지를 읽고, 해석하고,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 인지심리학자의 선구자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최대 7±2의 항목(메시지 조각)을 단기기억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7을 매직 넘버라 지칭했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넬슨 코완(Nelson Cowan)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 항목 수는 7개보다 더 적은 4개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의 뇌는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이고, 완벽하지 않다는 인지심리학의 전제로 활용된다. 사람들은 매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모두 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어떤 메시지는 깊게 생각하고 처리하지만, 어떤 메시지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혹은 별생각 없이 처리하기도 한다. 1981년 리처드 페티(Richard E. Petty)와 존 카시오포(John T. Cacioppo)는 사람들이 인지적 노력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의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경로는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 정보를 처리하는 중심 경로(central route),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메시지를 분석하는 경로이다. 두 번째 경로는 최소한의 노력 혹은 자동적으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 쉬운 말로 대충 생각하는 경로이다. 이러한 경로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며 두 저자는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 ELM)로 메시지 처리 과정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자. 약국에 들어가서 파스를 살 때, 파스의 특징을 범주화하여 자신의 상태에 가장 맞는 파스를 고르기 위해 머리가 깨질 듯한 인지적 노력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3분 안에, 약사의 추천 혹은 광고 및 지인의 추천 혹은 사전 경험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정보를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 제품의 브랜드가 즉각적인 판단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주변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 방식이다. 반면, 몇십만 원 이상의 영양제를 구매하는 경우 혹은 수술 여부처럼 내 생명에 밀접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메시지의 질(argument quality)에 따라 설득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풍부한 근거, 메시지의 논리성, 주장의 타당성들을 토대로 찬찬히 생각하고 결정하려 한다. 이것이 중심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이다. 우리는 자신을 [언제나, 항상]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합리적, 이성적 인간이라 평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존 바그(John A. Bargh)와 타냐 샤르트랑(Tanya L. Chartrand)은 인간을 "The Unbearable Automaticity of Being" 말 그대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동성(즉각적 반응)에 의존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사실 우리는 매사, 별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인지 능력은 앞서 말한 대로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절약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로 불리기도 한다. 게다가 중심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동기, 둘째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나랑 상관있는 주제여야 한다. 그래야 그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생각(동기)이 든다. 아울러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일지라도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체계적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심 경로를 활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약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동기가 충만해도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입맛에 맞는 [생생한 근거, 논리적인 구조를 가진 가짜 뉴스]에 더 열광한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메시지를 중심 경로로 정보를 해독했다고(찬찬히 열심히 읽었다!) 착각하기 때문에 더 믿는다. 정리하면, 인간은 웬만하면 인지 능력을 아끼고, 메시지를 대충 처리한다. 동기가 충만하고, 능력이 뒷받침될 때만 메시지를 이성적, 체계적으로 처리한다. 내 메시지가 이성적으로 해석되길 바란다면, 상대의 능력을 높여주고, 동기를 고양해야 한다. 혹은 타인이 내 메시지를 [내 의도대로] 잘 처리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메시지 자체를 [자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도출해야 한다. 찰떡같이 말해야, 마음에 붙는다.2022-09-26 15:04:1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를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1)밀가루를 동그랗게 빚어 포장지에 넣고 진통제라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여러 사람이 통증 경감을 경험한다. 메시지를 바꿔보자. 가려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몇몇이 긁는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에프킬라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어르신들이 자기 전 온 방에 에프킬라, 들에 나갈 때 온몸에 에프킬라, 물린 곳에 축축하게 에프킬라 등 다양하게 에프킬라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쓴이가 에프킬라를 몸에 뿌리면 어떡하냐며 질문하니, 모기약이 달리 모기약이냐며 모기랑 관련된 곳에는 다 써도 된다는 답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약의 메시지가 (만든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 자체로 생리 활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앞의 예시처럼, 효능 메시지는 기대한 효능을 경험하게 하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를, 부작용 메시지는 기대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노세보(nocebo)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모기약의 사례처럼 약의 메시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결과 기대(outcome expectation) 신념을 만든다. 사람마다 모기약이라는 메시지를 읽고 모기를 잡는 약, 모기를 위한 약, 모기를 쫓는 약,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 등 다양한 의미와 약을 연결한다. 이런 오해가 진짜 있을 것 같냐고? 생각보다 너무 많아 문제다. 게다가 다양한 채널로 의약품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메시지 격차는 다변화되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의약품에 관한 메시지가 전문가에게만 있었다. 그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배제하고 효과 중심의 의약품 메시지를 주로 사용했다. 왜냐면 의, 약학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자신들의 직업적 목표 안에서, 부작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의 이중성(효과와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며, 빈번한 부작용과 드문 부작용까지 알기를 요구했다.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대다수 국가는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모든 의약품 메시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월드와이드 웹, 2007년 아이폰 출시는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순간, 무엇이든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약품 메시지와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는 예상대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건강심리학자 다이엔 베리(Diane Berry)는 환자와 의사에게 16개 의약품 관련 카데고리를 주고,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중요도 순위를 각각 매기게 한 후 그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부작용에 관한 논의를 가장 중시했다. 반면, 의사들은 약물 상호작용, 세세한 약에 관한 질문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부작용은 10위에 머물렀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에겐 효능 메시지보다는 부작용 메시지가 더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 내는 의미는 각자의 맥락에서 “보이는 대로”일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주저하는 편이다. 약사 앤드리아 딕(Andria Dyck)과 동료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설명하는 약사들의 복약지도를 녹화해서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약사들 역시 최대한 모호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부작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벨기에의 건강심리연구자인 밴더 스티클(Vander Stichele)과 동료들의 연구를 보자. 그들은 543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우 20%만 의약품 메시지 제공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의사의 44%는 양면적, 3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의약품 메시지의 선택 편향이라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메시지는 이미 “완전 공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건강 심리 연구자 케이트 파세(Kate Faasse)의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논문 제목을 기억하자. 그리고 사람들은 약을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이 사실을, 현장의 모든 맥락에서 고려하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건네주는 약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사사건건) 예측하자. 예를 들어, 혈압약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혈압약을 혈압을 조절하는 약으로 이해한다. 사람들도 그럴까? 혈압약을 혹여, 혈압을 치료하는 약으로 보진 않을까?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먹은 후 정상 혈압이 되었다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혈압이 떨어지면 치료가 된 것이니까 꽤 안심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고민이 메시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메시지의 오해 문제는 꽤 오랜 시간 곳곳에 존재했지만, 그간 구체적인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면, 문제를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메시지 문제의 핵심은 메시지가 사람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의약품 메시지를 읽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하루 자신의 근처에 있는 약을 들고, 약을 둘러싼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어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 같은가?2022-09-23 10:46:15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국에서 '명현반응'이란 말은 없애자약사 면허는 내려놓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에 종사하다 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접할 기회가 많다. 2018년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해 섭취했다가 피부발진 등 이상 반응을 겪었던 건이다. 판매 업체는 소비자의 연락을 받고 ‘건강이 호전되는 명현반응’이라면서 안심하고 드시라고 대응했다. 소비자는 업체의 말을 믿고 병원을 가지도, 섭취를 중단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더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되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섭취했다. 소비자의 이상 반응은 악화됐다. 안타깝게도 급성 괴사성 근막염에 이어 패혈증이 발생했고, 응급실에 갔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무리한 이윤 추구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해당 업체는 사망한 소비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명현반응은 약사들에게도 꽤 친숙한 말로, ‘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을 지칭한다. 의약품 복용 중 부작용(side-effect)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쉽게 설명하고 환자의 눈높이에서 안심되도록 설명하기 위해 몇몇 약사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례에서 보듯 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단어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명현반응이라는 말이 근거가 빈약한 용어라는 점이다. 한의학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된 단어로 오해받고 있지만, 사실 그 유래가 의학 서적이 아니라 정치철학서인 사서삼경으로 확인된다. 해당 고서에는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고통이 있어야 약이 잘 든는다’는 말이 쓰였는데, 실제 말뜻은 ‘신하가 임금에게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적 수사였다. ‘명현’은 중국의 의학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더라도 잘 나오지 않는 단어다. 일본 한의학 문헌에서도 드물게 등장하긴 하나, 그 뜻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된 것은 찾기 어렵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계와 한의학계 모두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없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된다. 식약처 역시 이런 용어가 의학계는 물론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도 남발 및 악용되어 강하게 경고했던 바 있다. 식약처는 명현반응을 주장하는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일시적으로 몸이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현상'이라는 거짓 설명으로 환불& 8231;교환을 거부한 뒤 같은 제품을 계속 섭취하도록 유도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혹자는 이런 무리스러운 거짓말을 온라인, TV 광고, 다단계 업체들만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약사들 역시 환자를 대상으로 처벌 또는 시정조치를 지시받은 사례들도 확인된다. 2019년 대구의 한 약국에서는 100만 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과 가공식품을 아토피 피부염에 특효라고 판매했다. 피해자는 아토피가 낫기는커녕 부종과 피부 변색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사는 오히려 증량해서 드시라고 안내했다가 법정 소송까지 이어져 벌금형을 받았다. 어디 약국뿐인가. 약사들이 차린 건강기능식품 기업에서도 이런 위험한 용어사용이 발견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약국에 건강기능식품을 유통하는 기업 최소 5곳이 자신들의 홍보 또는 안내자료에 ‘이런 부분은 명현반응이니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계속 드시라고 말씀하세요’라는 뉘앙스의 홍보내용을 담고 있다. 약사들은 같은 약사 직종 내부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일파만파 퍼져 여러 약사들이 잘못된 약국 상담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 위험이 더 크다. 필자가 확인한 홍보자료들은 약사가 직접 경영하거나, 약사들이 개입하여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이다. 어떤 기업의 경우 약사들을 모아놓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공연하게 명현반응이니 믿고 섭취시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체는 아예 약사들을 모아서 하는 온오프라인 강의에서 명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해당 기업들이 준비한 자료가 학술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경우에 따라 따져볼 일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약사들의 명예를 담보로 하는 일이니만큼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일이다. 사람들은 가운 입은 사람들이 힘을 주어 말하면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약사가 한 말이 만약 환자에게 독이 되는 말이라면, 약사에게는 그런 말을 삼갈 의무가 있다. 하물며 평범한 판매자도 지키는 법규인데, ‘부작용 관리’가 핵심 직무 중 하나인 약사들이 부작용마저 미화시켜 건강기능식품을 무결점의 상품으로 판매한다면 약사의 품위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필자는 이 글을 읽는 약사님들이 이제 이 ‘명현반응’이라는 단어를 대체하셨으면 한다. 약을 설명할 때에도, 영양 상담을 할 때에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용어다. 대신, “흔하게 발생하는 이상반응이에요”, “사람에 따라 이럴 수 있어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는게 어떨까요?”, “이런 경우라면 중단하시는게 좋겠어요” 등으로 케이스 별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2022-09-04 20:14:40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이 없는 약국과 안일한 정부오늘도 병원에 전화를 하며 약국 업무를 시작한다. “아세트아미노펜 650mg 아직도 품절이고요. 프레드니솔론 시럽제도 오늘도 없습니다. 처방하시면 조제 어렵습니다” 약국에 약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약국 업무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요즘 약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약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이런 글들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회사 상관없이 2.5배로 구합니다.’ 며칠전까지 2배에 구한다는 글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2.5배 심지어 3배에 구한다는 글도 보인다. 대부분 글에 답변이 달리지 않는다.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약가 이상의 웃돈을 주겠다고 해도 약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확진자 처방량이 증가해 해열진통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증상 관련 약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약품 품절은 비단 코로나19 상황 때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료 불순물 발생에 따른 의약품 회수 이슈가 발생할 때도 동일성분 의약품의 품귀현상이 발생한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로 제약사가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될 때도 약국의 입장에선 품절 이슈가 생긴다. 심지어는 전쟁이나 무역분쟁같은 국제적인 정세에 따라 원료나 부자재 수입 부족, 가격 상승 등의 이슈가 의약품 수급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의약품은 재난 상황에서 필수적인 재화 중 하나다.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다. 특히나 감염병 상황에서 해열진통제 수급이 불안정 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식약처의 태도는 안일해도 이렇게 안일할 수가 없다. 약국들이 약을 구하기 위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웃돈을 주고 조제용 의약품을 구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식약처는 ‘모니터링 결과 공급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품절의 정의가 무엇인가.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 이다. ‘생산·수입량이나 출하량이 발생하는 확진자 수 보다 많으니 품절이 아니라는 식약처의 주장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서 나오는 한가한 소리다. 현재 약국에 약이 없는 이유가 대체조제를 하지 않고 특정 제약회사 제품에 쏠림 처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의 담당 부처의 분석은 약국에 1시간만 담당자가 나와 보아도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약국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의약품의 적정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품절이 아닌가. 의약품 유통과정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식약처의 품절에 대한 개념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철저히 약국에서의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제약사의 생산량이나 도매로의 출하량만으로 잡히지 않는 유통 불균형과 왜곡 현상들이 산재한다. 지역약국은 방문하는 환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의 재고를 확보해 수요에 맞게 적절히 공급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의약품 수급의 불균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곳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바로 약국 현장이다.2022-08-21 18:20:47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대 증설 10년과 약과학자 양성의 현실약학대학 학제가 6년제 개편될 때 명분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약산업 선도를 위한 ‘전문 연구인력 약사’의 양성이었다. 6년제 전환과 같은 명분으로 20개 대학에서 37개로 약학대학 증설 및 정원 증원이 됐으나 여전히 제약업계 현장의 약사/약과학 전공자는 부족해 보인다. 제약업계의 성장과 별개로 업계 내 약사/약과학 전공자의 역할과 입지는 확대 됐는가. 약학대학 6년제 전환과 ‘전문 연구인력 약사’의 양성이 그저 대학별 약대 유치 경쟁의 허황된 명분이 아니었다면, 이제 정부와 제약업계는 지난 10여 년의 결실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약업은 인명과 보건에 직결되는 정밀화학 및 바이오산업으로 개발, 임상, 인허가, 제조, 약가산정, 유통 등의 과정을 주 업무로 한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의약품이라는 재화의 안전성 확보 및 특허권 보호를 위해 약사는 연구, 허가, 개발, 영업, 마케팅, 제조관리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법적으로 약사면허가 꼭 필요한 업무는 제조관리 업무이고, 나머지는 타 전공자들도 가능한 업무다. 물론 사무직인 허가개발(RA)이나 마케팅(MR)의 경우 약학 전공지식이 상당히 필요하기에 타 전공자들보다는 약사가 선호되는 편이나 중견기업 이하 사업체에서는 이직률이 높고 재직자 수도 적은 현실이다. 2021년 대한약사회 회원통계에 따르면 약국 및 의료기관 약사는 2010년 각 23,024명(80.0%) 및 2,989명(10.1%)에서 2021년 27,980명(70.83%) 및 6,427명(16.27%)로 증가했고, 같은시기 제약/유통업계는 1,704명(5.8%)에서 2,577명(6.85%)로 증가했다. 전체 분포율을 보자면 지난 10년간 1%밖에 증가하지 않았으며,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상장/비상장 총합)의 수가 600여개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관리 업무 등의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산업계에 종사하는 약사들의 수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느낀 직관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내 제약산업이 요구하는 약사 고유직능은 극히 일부이며, 그마저 비용을 이유로 잠식되고 있다. 소수의 상위 제약사가 제네릭 의약품 성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표적항암치료제 등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주도하는 국내 제약 생태계에서 나머지 제약회사들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달했으며, 약사/약과학 전공자가 하게 될 업무는 반복적이고 한정적이면서 약국 종사 약사에 비해 보상은 적다.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학제를 개편하고 약사를 늘렸는데, 막상 배출된 6년을 공부하고 나온 인력들이 여전히 산업계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학제개편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약사로서도 제약업계 입사 직후부터 은퇴 후의 고민을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데. 연구직은 타 이공계열 출신자들이 훨씬 많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박봉에 지방 근무 확률이 높다. 글로벌 제약사는 사내 복지가 월등해 모두가 취업공고가 나기만을 기다리지만, 국내사는 잦은 야근, 자유로운 연차사용의 어려움, 업무 부조리 등 군대식 사내문화의 잔재가 남아있는 기업들도 많다. 반면 개설약사 및 근무약사는 전체 약사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비교적 구직이 쉽고, 지방으로 갈수록 급여가 상승한다. 제약업계의 장점도 물론 있지만, 사회 초년생에서 장년까지 상대적으로 타 직종 약사에 미치지 못하는 상대적 박봉이라는 점은 큰 약점이다. 당장 보상이 높지도 않으면서 취소되기 일쑤인 연구 프로젝트들과 씨름하며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 약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화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트렌드에 맞추어 실제로 몇몇 국내 제약사들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속속 도입하면서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달라진 신약 개발 패턴에 따라 기존의 4년제 시스템의 연장선에 불과했던 통합 6년제 약학교육은 특화된 융합지식을 갖춘 약과학자 양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기존에 특성화 대학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빅데이터의 수집, 분석 관련 교육내용은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여 학부와 대학원 교육과정의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 6년제 개편으로부터 만10년이 지난 지금 약업계의 상황은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 포화된 약국시장, 화상투약기 등 난관을 맞닥뜨리고 있다. 임상현장에서의 역할 강화, 약과학자 양성을 통한 제약선진국 도약 운운하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처럼 시작한 6년제 개편과 약대 증원 증설이다. 지난 10년의 결과를 보았을 때 위의 명분들 중 무엇 하나 이뤄진 것이 있는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양성한 인력들이 산업계에선 고작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과반수가 약국이나 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명확한 비전으로 제약업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2022-08-07 18:48:27데일리팜 -
[오늘약사] 그런 공부면 하지 말자전문가들은 끊임없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면허를 받았어도 전문지식을 최신화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약학연맹에서 말하는 약사상인 7 star pharmacist에도 ‘lifelong learner’를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 기회도 다양한데, 의무적인 연수교육부터 제약회사 신약 교육은 물론 다양한 학술제에서도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약국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 강의도 많다. 약사들은 매년 커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에 이어 ‘건강기능식품도 약사에게’ 상담,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상담과 판매에 약사의 전문지식이 접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기획이다. 나 역시 그간 여러 건강기능식품 판매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의들을 접해 왔다. 그중에 약사들이 창업한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제품 강의, 약사들이 함께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건강기능식품들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토록 좋다는 건강기능식품, 왜 약이 아닐까’ 강의를 들어보면 환자들의 불치병, 난치병을 해소할, ‘약’보다도 더욱 효과적인 제품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제품을 복용한 후 수년간, 심지어는 십 수 년간 병·의원에서 치료할 수 없었던 질환들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소위 ‘치험례’가 빠지지 않는다. 격앙된 강의를 이어가는 강사, 그리고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는 약사 동료들 옆에서 다양성 존중과 과학자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혼자만 불편했던 걸까. 심지어 말기 암 환자도 치료했다며 암 덩어리 사진을 보여주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강의도 있었으니, 그것이 사실이라면 환자를 포기하는 내가 무책임한 약사인가 싶을 정도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의 목적은 제품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제품의 효능에 대한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얼마가 됐든 아프고 불편한 곳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싶은 환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상호합의하에 이뤄진 거래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리학, 병리학, 생화학, 약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약의 전문가인 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통한 ‘치험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볼 때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약사들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좋지만, 그런 치험례를 접하면서 ‘그렇게 좋은 제품이면 왜 약으로 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난치병, 불치병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치료됐다 하더라도 약사가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권할 정도의 임상적 유의성이 확보됐는지 의구심을 갖는 게 마땅하다. 비약사가 하면 허위·과장 광고가 되는 똑같은 내용이 약사가 하면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정이 없어도 ‘치험에 따른 이론’이 되고 있다. 다른 보건의료전문가에게 떳떳이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약은 약사에게, 건강기능식품도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은 건강기능식품을 약처럼 사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상담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하고, 현재 복용 중인 의약품, 앓고 있는 질병과 식습관, 생활습관까지 어우러진 포괄적 상담을 할 수 있는 직능이 약사다. 이윤 추구에 대한 욕망을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진심과 약사 전문성으로 합리화하고 포장하는 강의가 계속된다면 오히려 약의 전문가인 약사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약에서도 건강기능식품에서도 약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탄탄한 내공의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조금 어렵거나 귀찮고 당장 약국의 이익과 상관이 없어 보여도 무엇이 올바른 내용이고, 근거에 기반을 둔 이론인지 파악하는 기본기를 갖추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저런 강의는 안 듣고, 저런 공부는 안 하는 게 낫다.2022-07-18 23:14:36데일리팜 -
[오늘약사]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약국의 존재 이유화상투약기와 약 배달 현안 등 약사사회가 외부로부터의 큰 도전을 연이어 맞닥뜨리고 있다. 화상투약기 규제샌드박스 안건 심의를 앞두고 대한약사회는 장외투쟁에 나섰고 화상투약기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약사들의 이권과 직결된 현안을 꺼내 들고 거리로 나왔으면 결과는 불리할지언정 여론이라도 약사사회에 우호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약사사회에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론을 보며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리 편으로 설득할 논리와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약사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많은 현안에 대해 약사회의 반대 논리들을 듣고 있자면 국민들이 기대한 답과 핀트가 어긋나도 단단히 어긋나 보인다. 설득은커녕 공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취임하여 의욕 넘치는 정부와 맨몸으로 싸우는 약사회에 힘을 보태고 함께 연대할 시민 사회나 정치 세력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지금 약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현안은 ‘약사의 역할’에 물음을 던지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약국의 역할’에 대한 물음이다. 약을 구입하고 상담 받는 공간이 왜 약국이어야만 하는가의 질문이다. 자판기여도 되고 라이더 스테이션 창고여도 되고 플랫폼이어도 되고 심지어는 가상의 메타버스 세상이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마주하고 있다. 이 질문에 약사회는 자꾸만 ‘약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완전한 동문서답이다. ‘약사여야 한다. 약사만이 할 수 있다. 약사가 해야만 안전하다.’ 메타버스에도 플랫폼에도 심지어 약 자판기에도 약사가 있는데 말이다. 공간 그 자체로 약국의 의미 그리고 지역에서 보건의료 안전망의 한 거점으로서 약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자판기나 플랫폼이나 온라인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오프라인 공간으로서 약국이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약국의 소중함을 전 국민이 체험했다. 손소독제, 체온계부터 시작해 공적 마스크를 통해 온라인으로 통제할 수 없는 사재기와 품귀현상을 오프라인 거점인 약국들이 수급 안정화를 이루었다.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와 같은 의료기기뿐 아니라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와 코로나를 대비한 상비약과 치료제 등 의약품마저 품귀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동네 곳곳 촘촘히 존재하는 거점으로서 약국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약 자판기 대신 공공심야약국이 더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약국의 기능이 약 판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야시간 취약시간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발생한 비응급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응급실을 즉시 방문해야 하는지, 익일 병원 방문 여부 등이나 가정 보관약 사용법 상담 등이다. 이러한 취약시간대 비응급환자들에 대한 방문 및 유선 상담이 응급실 과밀현상도 줄여줄 수 있다. 심야시간 보건의료 안전망으로 약국이 기능하는 것은 단순히 약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부 재원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사회가 연대의 손길을 요청하며 언론과 시민사회에 꺼내야 할 논리는 이런 약국의 역할을 증명하는 데이터여야 한다. 일정 반경의 지역 사회 보건의료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수많은 약국의 존재 이유들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이 마주하게 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약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판기를 지나 플랫폼으로 인터넷 약국으로 대체되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이 방문하고 가깝게 이용하는 공간으로서 약국의 역할들을 더 많이 제시하고 증명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수진 권고와 부작용 보고, 포괄적 약력관리를 비롯하여 나아가서는 자살 예방, 아동 혹은 노인학대 신고, 약물 중독 감시, 치매안심 사업 등으로 말이다.2022-07-12 17:43:36데일리팜 -
얼굴만 봐도 건강이 보여요 12-미간눈썹과 눈썹 사이를 미간이라 한다. 오늘은 미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미간(眉間) 즉 눈썹과 눈썹 사이의 상태에서도 건강을 읽어 낼 수 있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가로 주름이 생겼다. → 폐의 기능 저하를 관찰해 볼 수 있다. ◆미간에 세로 주름이 생겼다. →간장(肝臟) 건강에 이상 신호이므로 환자에게 간 건강에 유의하도록 하고 개선시키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미간에 세로 주름이 생긴 경우 간에도 세로 주름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간은 화(怒)나는 감정과 스트레스와 밀접하다. 미간의 세로 주름은 스트레스가 쌓여 간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화학적으로 해독이 안 된 노폐물을 동반한 더러운 피가 온몸을 돌게 된다. 그 더러운 피가 뇌로 가면 뇌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잘 안 되고 또한 노폐물을 걷어오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뇌신경 주위 모세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자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짜증이 나면 미간을 찌푸리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주름이 깊어지게 된다. 미간의 주름이 늘어나거나 미간 피부색이 진해지고 있다면 간 건강에 빨간 신호라 생각하고 간 건강을 보살펴줘야 한다. 물론 병원 검사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병상태까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병상태에서 질병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학적인 측면에서도 환자를 케어해야 한다. 간은 혈액을 저장하는 장기이고(간장혈 肝藏血) 간에 저장한 혈액이 충실하지 않으면 다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2022-06-20 18:46: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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