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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온 기회…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전형적인 '창조경제의 영역'인 제약산업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제약회사들이 각자 처지에 맞게 20년이상 R&D에 투자해 온 성과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때 맞춰 한미약품이 성공 사례를 보여준 것은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자, 아득했던 신약개발의 꿈을 우리나라 제약산업계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웅변해 주는 것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온 나라가 신약개발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이런 때야 말로 냉정할 필요가 있다. 한미약품이 조단위 기술거래의 물꼬를 텄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환경과 국내 산업계 여건을 고려해 냉혹하게 평가해 보면, 국내 제약산업계의 역량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걸음마라도 했으니 앞으로 반드시 걷고 뛸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 혹은 믿음을 분명하게 확인했을 따름이다. 가능성, 다시말해 산업계 공통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정부와 산업계가 각자 위치에서 꼭 해야할 일이 있다.정부는 제약산업에 대한 원초적 편견을 버리고, 귀를 열어 제약산업 R&D 제약산업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R&D 투자가 많은 기업, 200여 다양한 형태의 제약사 이익을 대변하는 제약협회, 연구개발 진흥에 꾸준히 앞장서온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등이 다 현장일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카피약을 만들어 컴컴한 리베이트로 장사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신약개발 가능성과 국가 경제적 가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R&D 관련 정책'에 대한 산업계 요구를 외면했던 게 사실이다. 이 참에 정부는 산업계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새로 그려야 한다. 지금도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에 닿는 현장의 사연들이 담겨야 실효성은 더 담보될 것이다.정부의 신약개발 R&D 중장기 계획이라면, R&D 지원금 증액같은 단편적 항목의 나열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제약산업을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일관된 방향 설정이다. 방향이 설정이 되면, 정부 R&D 자금이 신약개발 생태계에 맞게 적재적소로 흐르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해 왜곡된 물줄기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연구실 아이디어가 벤처기업의 씨앗이 되고, 씨앗이 싹을 틔워 자금력과 개발경험을 축적한 제약기업에 옮겨져 큰 나무로 자라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정부와 정책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패러독스는 가능성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곳이 대개 '산학연으로 구성된 제약산업계'인데도 정작 이곳에 투하되는 자금은 미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계가 갖고 있는 일상적 불만이다.중국에는 대나무의 일종인 모죽(毛竹)이란 식물이 있다. 씨앗을 뿌리고 5년이 지나도록 자라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 수십 센티미터 씩 자라나 25m 이상 쭉 뻗어 올라간다고 한다. 제약산업에 모죽의 싹이 돋고 있다.다시 강조하지만 정부가 실효성 높은 신약개발 로드맵을 그리려면 R&D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트렌드 용어를 앞세운 몇몇 솜씨좋은 사람들에게 보고서를 내게하면 생태계는 왜곡될 수 밖에 없다. 피끓는 현장의 이야기지만 하도 많이 들어 식상한 약가인하와 신약가격 책정 등의 정책에 대해서도 말하기 전에 새 마음가짐으로 들어야 한다. R&D 조세감면 등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또 그 얘기야?라는 편견을 깨지 않으면 100년만에 찾아온 제약 르네상스 기운은 이내 신기루가 될 것이다.산업계도 이 참에 새롭게 다져야 할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R&D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다. 한미의 성과를 두고 비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업계에서 일고 있지만 끊임없이, 우직하게 R&D를 했다는 점 외에 비법은 없다. 연구원 30명이 랩스커버리라는 플랫폼 기술 개발을 위해 13년동안 몰입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는 연구원 선택사항이 아니라 최고 경영진의 신념과 같은 말임을 산업계는 알고 있다. 그 만큼 최고경영진의 R&D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다른 하나는 분위기가 좋아졌다해도 피해갈 수 없는 불법리베이트 적폐를 '불활화 단계'까지 낮추는 노력을 산업계가 해야한다. 한미 기술수출로 인해 언론이나 정부가 산업계에 모처럼 따뜻한 시선을 주고 있지만 불법 리베이트 한건만 터지면 그 열광은 몇배의 비판과 비난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경향적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축소되고는 있으나 더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는 어떤 성취나 성과도 삼겨버리는 포식자다.2015-11-17 06:15:00데일리팜 -
[칼럼] 꿀벌들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 유한양행 R&D10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史에서 작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고지의 문을 열어젖힌 '버들표 유한양행'엔 찬사만큼이나 물음표도 따라 찍힌다. 매출 1조원의 벽을 깨 일등이 됐는데도, 제약산업계 안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해 박수를 쳐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박수보다 되레 평가절하의 쓴소리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기업 덩치와 다르게 동급 경쟁자들과 견줘 매출액 R&D 투자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국적제약회사 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아 '과연 제약회사란 무엇인가' 따위의 정체성 논란의 진원지가 된 탓도 있다. 매출액 R&D 비율은 그 크기 자체로도 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회사 경영진의 R&D에 관한 의지를 보여주는 척도도 된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유한양행에 대한 우호적 평가는 대개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의 후광으로부터 나왔다.이 고질적인 물음표는 지난 3월 이정희 대표가 취임한 이래 빠르게 느낌표로 변모되는 듯하다. 유한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산업계에서 샘물처럼 솟아나기 시작했다. 바이오벤처 최적의 생태계 조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열린 '데일리팜 21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에선 유한양행의 최근 행보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 등과 개방형 R&D에 집중하며, '꿀벌로 비유되는 바이오업체들'의 희망으로 부상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유한은 양봉업자가 되는 셈이다. 유한은 지난 9월 실력있는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바이오니아에 1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해 면역항암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10월23일에는 제넥신과 신약연구개발 및 사업화 협업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근래 드러난 것은 이것 뿐이지만, 유한은 국내 다양한 바이오업체와 접촉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한에 따라 붙었던 '판매전문회사(CSO)가 되려는 것인가' 따위의 비아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유한양행이 바이오 산업계의 희망"이라는 바이오 산업계 관계자의 칭찬과 "R&D 협력 모델의 궁극적 지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수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상무)는 답을 했다. "국내 M&A 환경은 오너십이 강한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있다. 해서 회사는 최근 R&D에 관해 매우 유연하게 생각한다. 기술있는 벤처와 협력해 IPO(기업공개)나 (벤처등과) 함께 글로벌 기술이전 등을 고려한다. R&D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회사 밖에 바이오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세우는 등 스핀오프(Spin- off) 컴퍼니를 만드는 것을 놓고 매우 활발하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단지, 한가지 기술이전을 받아 이에 전념하기 보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쌓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비용을 유한이 대 출발하면서 중간 과정에서 벤처캐피탈 도움을 받아 가치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고 했다. 전형적인 R&D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다. 유한은 지금 다양한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유한양행이 신약개발 R&D 분야서 뛰는 것은 누구보다 유한 스스로를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이차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건설적인 R&D 투자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정희 사장 취임으로 유한양행의 R&D가 봄날을 맞은 것은 여러모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R&D는 지속성이 관건이다. 강력한 오너가 버티고 있는 회사인 경우 일단 오너가 R&D에 꽂히면 이를 끝까지 견인해 갈 수 있다는 게 산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 생각이다. 그래서 제약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게 '오너 산업'이라고 까지 불리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강력한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은 과연 일관되게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유한의 오너는 사실상 '이사회'다. 지금까지는 이사회 일원인 이정희 사장의 비전이 관철되고 있는 중이지만, 중요한 지점은 R&D가 계획대로 속도를 내지 못할 때일 것이다. 신약개발 R&D는 비용도 천문학적이지만, 조개가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개 연구개발자보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약한 게 사실이다. 유한양행 이사회도 시간이 흐르면 시험에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이사회는 한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故 유일한 박사가 유한양행을 세워 무엇을 하려했는지 말이다.2015-11-03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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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약개발·글로벌 진출·윤리경영은 "생존의 길"한국제약협회가 26일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 비전이자 시대적 과제를 명징하게 그려 공표했다. '신약개발·글로벌 진출·윤리경영·사회적 책임과 실천'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제약산업계 종사자는 물론 정부 관계자, 일반 국민까지 오래전부터 공감해 온 내용이다. 제약산업계 미래 생존과 국익 창출의 길 역시 네가지 비전과 과제의 달성으로 완성될 것이라는데 우리는 한치의 의심도 갖지 않는다.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 모든 산업분야 중 유일하게 '석양이 깃들지 않을 성장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작년 1000조원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민국이 자동차와 전자산업으로 압축 성장했다지만, 지금까지 성취가 위협받을 만큼 나라밖 경쟁자들의 기세는 세고, 미래는 낙관적이 않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일 크고, 성장 가능성 높은 의약품 시장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타깃이 되어야 한다.하지만 의약품은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물론 미국 화이자, 이스라엘 테바 등 이름만으로도 위압적인 글로벌 맹수들(빅파마들)이 득실거린다. 이 뿐 아니다. 이들과 생명선을 맞대고 있는 세계 곳곳의 바이오벤처들과 1인기업(버투얼 기업)이 불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에게 위안이 된다면 '애초에 블루오션이란 없었다'는 말뿐이다. 레드오션 안에 블루오션이 있고, 블루오션은 금세 싸움터가 된다. 결국 실력이다.R&D 투자와 신약개발은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경쟁 요소다. 1990년대 신약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2000년대 신약개발을 본격화 해 최근에는 미국 FDA 문턱에 글로벌을 겨냥한 파이프라인을 줄세워 놓았다. 이는 한 때 "화이자의 연간 R&D 비용이 대한민국 의약품 시장보다 크다"는 따위의 회의론을 극복한 빛나는 결과다. '쥐꼬리 만한 연구비'를 부여잡고, 시큼한 연구실의 고된 시간을 견뎌낸 우수한 두뇌들이 분투한 결실이다. 이 결실들은 이제 제약산업과 개별기업들에게 글로벌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한때 '세계화'라는 말처럼 이제 글로벌 진출은 식상하고 피곤한 용어로 다가오지만, 국내 제약산업계에겐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병아리 눈물만큼 작은 내수'에서 미래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서 미국으로 유럽으로, 남미로, 아프리카로 경쟁의 영토를 넓힐 수 밖에 없다. R&D 투자와 신약개발이 바탕이 되어야 겠지만 이 부문의 역동성은 어느 때보다 나아졌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 이제 더 필요해 진 것은 글로벌로 나가 성공해보겠다는 결단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어린 도전 뿐이다.신약개발이든, 글로벌진출이든 앞서 할일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다. 사회에서 지지 받지 못하는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정부가 사회적 저항을 감당하며 육성정책을 펴기는 어려운 탓이다. 10여년 묵은 숙제인 불법 리베이트는 최소한 불활화 상태까지 개선돼야 한다. 신약개발과정서 윤리 문제도 중요하다. 최근 '독일차의 윤리적 배신'을 보고 있지만 이게 의약품 문제였다면 상황은 한층 심각했을 것이다. 글로벌 진출하려다, 기업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윤리경영에 눈떠야 한다. 제약기업들도 더 적극적으로 사회 일원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제약산업이 국가 신성장 동력이 되려면, 정부 역할과 애정을 빼놓을 수 없다. R&D 등 직접 지원도 의미있지만, 산업이 산업으로서 생존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먼저다. 이름 거창한 정책 대신 R&D에 투자하면, 돈좀 만질 수 있다는 신뢰 프로세스 확립이 우선이다. 그렇게되면 기업은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또 지식산업으로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천문학적인 만큼 고부가가치가 인정되고,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산업계가 이젠 웬만한 약가인하에 대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게됐다지만 R&D 선순환이 이뤄지는 합당한 선은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다.이 뿐만 아니라 대학연구실의 연구가 직접 다국적제약회사로 팔려 나가지 않고, 국내 제약회사에서 좀더 부화돼 빅파마로 연결됨으로써 그 부가가치가 국내 산업계에 환류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기술이전과 벤처캐피탈의 더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약산업이 창조경제의 씨앗이 되도록 연구자, 투자자, 기업가, 산업계의 자율성이 작동되는 큰 틀의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대한민국 신약개발 역량이 분산되지 않고 모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2015-10-27 06:15:00데일리팜 -
[칼럼] 팔은 안으로? 동문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대한약사회장 선거가 시작됐다. 12월10일 밤이면 어김없이 새 회장은 선출될 것이다. 그 날의 주인공을 꿈꾸며, 오랜동안 뜻을 품어온 인사들이 출마 선언을 하며 대열을 갖추고 있다. 좌석훈 제주시약사회장(49), 김대업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51), 박기배 전 경기도약사회장(62)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력 예비후보 4명 중 3명이 유권자들에게 진정성과 의지를 호소했다. 남은 한 사람은 일찌감치 몸은 풀고 있었으면서도, 스타트 라인엔 서지않고 때를 기다리는 조찬휘 현 회장(67)이다. 전국 유권자들, 다시말해 약사들에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약사들의 직능 이익을 지켜내야만 살 수 있는 고단한 약사회장이란 의자에 앉겠다는 인사가 4명이나 되고, 모두 헌신 봉사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유권자 직접선거로 회장을 뽑는 대한약사회장 선거는 대한민국 직능 단체 선거에서 단연 발군이자, 자랑거리다. 12년을 대과없이 선거를 이어온 까닭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약사들의 민주적 역량은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만큼 약사 유권자들은 충분히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약사회 선거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민주적 절차로 진행된다. 선거 운동기간에는 진영을 나눠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면서도 그 결과에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훌륭한 모습을 그간 보여왔다. 선거운동 중에는 후보자들의 정견발표가 있고, 후보자 간 토론이 열린다. 이 장면은 탄탄하게 구축된 여러 전문언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선거관리위원회 감시 아래 진행되는 절차도 대통령선거 못지 않다. 3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직접선거는 모처럼 민의를 모으고, 전국 약사들의 에너지를 집약하며, 약사직능의 미래를 고민해 보는 계기로 약사사회여론을 모처럼 생물로 만든다.세상사 모든 일에 빛과 그늘이 있듯 직선제도 마냥 긍정적일 수많은 없다. 여러 부작용이 지적되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동문회가 일반 정치의 정당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동문회가 후보 단일화에 압력을 행사하고, 동문회장은 당대표처럼 나서 다른대학 동문회와 손을 잡고, 추후 자리를 약속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선거가 풀뿌리 약사들의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는데 주력하기보다 정치공학적으로 흐르는 경향도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런 셈법으로 따져보면 약사사회에는 약학대학 숫자만큼 정당이 있는 것이나 한가지다. 서른 다섯개다. 6년제와 함께 신설돼 졸업생이 많지 않은 학교를 제외하면 20개 정당은 되는 것이다. 예전 대의원 선거에서 횡행했던 밀실 합종연횡이 직접 선거에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서 선약사 후동문, 약사당 같은 구호는 선거철이면 무력할 뿐이다. 외려 선거판을 제법 읽는다는 제갈량들만 목에 한껏 힘을 주고 득세를 하는 실정이다. 개인정보법강화로 약사대상 여론조사 리스크 커 죽기살기로 약사 유권자들에게 다가설 수 밖에후보자들은 당선되기 위해 동문회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판이 이처럼 견고한데도 좌석훈 예비후보와 박기배 예비후보가 선언을 했다. 물론 다른 후보들이 '동문회를 등에 업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좌, 박 두 예비후보들은 "동문회에 의탁하지 않고 풀뿌리 약사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연 이같은 도전이 약사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현재로선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법 강화에 따라 약사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역시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사회가 되고보니, 두 후보는 좌고우면 할 것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뛸 수 밖에 없다. 대한약사회가 발간한 회원명부를 가지고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유권자들이 문제 삼으면, 개인정보법에 저촉된다. 후보들은 가슴을 칠 일이겠으나,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일일지 모른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위해 피니시 라인까지 혼신을 다해야 달려야 하기 때문이며 그 결과는 약사들에게 이롭기 때문이다.대놓고 말해, 동문이 밥먹여 주지 않는다. 동문이라는 이유로 지지해 회장에 당선되면 정서상 당연히 기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그 순간 뿐이다. 약사 입장에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아주면 된다. '우리 동문회는 누구를 밀기로 했다'는 말에 혹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해서 당선시켜봐야 결국 돌아오는 건 '한자리 좋아하는 어느 동문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허무함 뿐이다. 동문간 우정은 동문회 행사에서 쌓으면 된다. 정작 중요한 건 누가 약사의 직능을 더 공고하게 다져줄 수 있느냐는데 있을 터다. 약사로서 본업에 충실할 때 자신을 대신해 촉수를 한껏 치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에만 몰두하면 된다. 약사의 미래와 관련해 절박한 사람은 자신이지, 복잡한 정치적 함의로 머리를 굴리는 동문회나 동문회장은 아닐 것이다. 이제부터 출신대학은 단순 참고사항으로 치부하고 개개 인물과 그의 진성성과 그가 내놓게 될 실효성 높은 정책에 주목하면 된다. 동문회의 걱정과 약사의 걱정은 성격이 천양지차다.2015-10-21 12:15:55조광연 -
동네약국 지갑 털고, 제약회사 생살 깎겠다는 것인가정부가 '구입가미만 판매 금지 규정(약사법 시행규칙 44조)'을 없애려하는 것은 가격을 두고, 약국은 약국대로, 제약회사는 제약회사대로 무한 출혈경쟁, 이전투구를 하라는 적극적인 주문과 다르지 않다. 달리말해, 동네약국에겐 구입가대로 파는 것도 못마땅하니 제로마진도 포기하라는 요구에 다름아니며, 제약회사에겐 최저가 입찰에서 1원 낙찰도 부족하니 할 수 있다면 '전단위 경쟁'까지 하라고 신작로를 깔아주는 꼴이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경제적으로 구매활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주먹구구만 해봐도 근시안적 소탐대실임이 금세 드러난다. 주춧돌이 눈에 거슬린다고, 이를 빼내 건물을 무너뜨리자는 것과도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제일 먼저 염려되는 지점은 바잉파워 면에서 뒤쳐지는 동네약국의 몰락이다. 판매력 높은 대형약국과 동네약국이 제약회사나 도매업체로부터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가격은 애초부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가격경쟁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고, 동네 곳곳에 포진해 소비자들을 맞는 소형약국은 견딜 재간이 없게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해 당연히 대형약국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소형약국은 경영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맛에 대형약국을 찾게될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동네약국이 하나 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격경쟁 분위기에 편승해 대형약국이 일부 미끼 품목으로 가격유인을 할 경우 양상은 한층 심각해 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네의원에서 처방을 받고도 나중에는 대형약국을 찾아 거리로 나서야 할 판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아예 동네의원조차 멀리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도 마땅한 해법이 없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한 예다.'구입가미만 판매금지 조항'이 사라지게 되면 제약회사 또한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될것이다. 진원지는 지금도 1원 낙찰로 인해 적잖은 문제가 유발되고 있는 대형병원의 전문의약품 입찰시장이다. 만약 '구입가 미만 판매 금지 조항'마저 사라지게 되면 최저가 입찰제, 구매력 높은 대형병원의 그칠줄 모르는 저가구매 욕구, 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저가구매 장려금제가 어우러져 출혈 경쟁은 막장까지 갈 게 틀림없다. 문제가 내재화돼 있는 상황에서도 입찰시장 질서가 그나마 꾸역꾸역 가고 있는데는 구입가미만 금지조항의 긍정적 역할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1전에라도 낙찰시키려'는 도매업체의 원초적 욕망을 견제하고, 그나마 일부 품목이나마 적정 입찰 하도록 견인하는 장치가 바로 약사법 시행규칙 44조다. 대형병원 원내 입찰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원외처방으로 이어져 이를 포기하기 힘든 제약회사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적어낼 수 있는 도매업체들의 볼펜 끝'에 따라 춤출 수 밖에 없다. 알려진 것처럼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약들이 유통가를 휘젓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통제를 가하는 보건산업과 보건의료시스템에서 '공정한 거래'는 공급자들이 무한 출혈경쟁을 하도록 유인해 소비자가 싸게사도록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과 보건의료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적정 생태계를 관리,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정거래일 것이다. '국민이 싸게살 수 있다는데 무슨 토를 다느냐'는 식의 주장은 포퓰리즘의 구호에 불과하다. 구입가 미만 판매 금지 조항의 해체는 시장 자율경쟁의 첨병이라는 판매자표시가제(오픈프라이스제)와도 크게 어긋난다. 판매자표시가제는 대형약국이든, 소형약국이든 구입능력 등 각자 공급자 처지에 맞게 가격을 책정해 경쟁하라는 뜻이다. 여기에 구입가미만 판매 금지조항이 덧붙는 것은 자율경쟁의 기반에서 제로마진까지 소비자를 위해 내놓아도 좋다는 의미다. 제로마진 이하의 경쟁을 금지하는 것은 공급자, 다른 말로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원들에게 '최소한의 산소호흡기'를 나눠준 것이나 한가지다. 구입가미만 판매금지 규정은 '싼게 비지떡'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2015-10-13 06:15:41데일리팜 -
[사설] 면피용 약가제도 개선협의체는 안된다제약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는 5일 '2016년 3월 약가인하' 정부 수정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종전 1년 유예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제약협회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기간 7개월(2014년 2월~2014년 8월) 거래 내역과 장려금 지급 실거래가 상환제도 시행기간 5개월(2014년 9월~2015년 1월) 거래내역을 분리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손실을 줄여주겠다는 정부 수정안에 도장을 찍어 '약가인하 논란의 해피엔딩'을 완성했다.강경했던 제약업계가 마음을 돌린데는 이처럼 구체적 수정안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 보다는 복지부의 약속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수정안이 마지막이라고 압박하면서도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정부-산업계간 약가제도협의체를 구성해 실거래가 조사기간 및 조정주기, 구입가 미만 불법 판매, 입원환자용 원내의약품 공급차질, 청구실적이 아닌 공급내역 기준 약가인하 등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그동안 '정부와 민간 협의체'는 문제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한 진정한 논의와 대화, 협의의 장보다 '팽창할대로 팽창한 압력밥솥의 수증기를 빼내는 압력추같은 출구노릇'에 더 가까웠던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약가제도협의체가 면피용이라는 우려를 씻고 제 역할을 하려면 '산업발전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라는 시소(SeeSaw)의 균형점'을 찾는다는 정부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매년 약가인하하자(정부)는 안과 3년에 한번하자(산업계)는 의견이 상충할 때 서로의 입장을 충실히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기 때문이다. 약가인하로 인한 부수적 피해처인 약국에 관한 어려움도 들을 수 있는 장치 또한 필요하다.2015-10-06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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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체조제를 수익모델 삼는 제약사가 있다면만약, 국내 한 제약회사가 제네릭 의약품과 대체조제를 권장하는 홍보물을 만들어 약국에 비치하는 용기를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건보재정 절감에 앞장섰다며 정부 표창을 받게될까? 순진한 생각이다. 상 대신 부도에 직면하고 말것이다. 확률 100%다. 처방권을 가진 의료계에 공공의 적으로 찍혀 어떤 약도 처방받지 못할테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본은 흥미롭다. 대체조제를 운운하며 홍보물까지 만드는 제약회사 조차 너끈히 활동하는 관용성 때문이다(한정선 약사의 일본 의약환경 리포트, 데일리팜 소개). 어이없게도 의사처방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대체조제 만을 수익모델로 삼는 제네릭 회사 설립을 상상해 본다. 대체조제가 갖는 장점들, 그 중에서도 값은 싸면서 효능은 다를 바 없는 제네릭 의약품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마음껏 홍보하는 회사 말이다. 이 회사 성공의 제일 조건은, 약국이 지금과 다르게 의지를 갖고 대체조제에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도 그리 기대할만한 원군은 못된다. 약국도 오랜세월 위, 아래, 옆의 심기를 살피며 대체조제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에는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라는 게 있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생동성이 입증된 제네릭 의약품으로 약국이 대체조제를 하면 장려금을 주는 제도다. 대상 약제만도 8600개에 이른다. 이렇게 정부가 제네릭을 권장하는데도, 국민들은 '대체조제'를 잘 알지 못한다. 얼마전 서울시약사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 건강서울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적잖은 시민들이 "대체조제가 뭐예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설사 안다손쳐도 이 제도에 대해 호두껍질처럼 단단한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대체조제란 말을 마치 '사과로 처방된 것을 배로 조제한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제도자체가 너무 알려지지 않은데다, 대체조제를 하면 마치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위험성을 과대포장해 울타리를 치려는 의료계의 그간 대응이 한 몫한 탓도 있다. 해서 약사들은 "대체조제라는 용어는 틀렸다. 동일성분 조제다"라고 소리내 외쳐보지만, 찻잔속 태풍일 따름이다. 약사들은 법으로 문제를 풀겠다며 절차를 간소화한 대체제도 관련법을 원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대체조제와 연관시켜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변화가 국내 제약산업계로부터 번져 나오고 있다.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 경쟁이다. 최근 만성B형간염치료제인 엔테카비어 성분의 바라크루드 제네릭 의약품들이 저가 경쟁을 펼쳤다. 이 의약품 뿐만 아니라, 근래 1~2년 새 제네릭 가격은 제약사간 저가 경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가발전하는 것이다.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던 예전 모습과 다르다. 하지만 이는 광범한 현상이라기 보다, 환자선택권, 다시 말해 'ㅇㅇㅇ으로 처방해 주세요'라고 환자가 의사에게 입김을 불어 넣을만한 질환의 품목군에서 나타나는 제한적 현상일 뿐이다. 한데 따져보면 숨겨진 함의는 파괴력이 작지 않다. 만약 환자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알게되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제네릭 저가경쟁엔 그야말로 불이 붙을 것이다. 연구개발력이 더 많이 들어간 신약은 높은 가격, 특허가 풀린 제네릭의약품은 초저가라는 미국식 체계로 이행될 것이 틀림없다. 부수적으로 이 보다 더 선명한 R&D 방향성 제시 정책은 없을 것이다.저가 제네릭 경쟁의 화룡점정은 대체조제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일 것이다. '영주사과라는 처방을, 충주사과로 바꾸어 바구니에 담아주는 게 대체조제'라는 단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다시피 영주사과나 충주사과나 품질면에서 대동소이다. 한데 희한하다. 정부는 제네릭 가격이 낮아지고, 그렇게되면 건보재정을 적정하게 쓰는데도 좋은데, 달랑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만 던져놓고 아무런 추가 정책을 펴지 않는다. 대체 이 제도의 목표가 뭔지 의심이 들정도다. 처방약이 없을 때 약국이 보유한 의약품으로 조제하라고 둔 'SOS 제도'인지, 산업을 위한 '제네릭 활성화 대책'인지, 건보재정 절감을 위한 보완적 하부 정책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정부는 대체조제에 관한 정책 홍보 등에 적극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다루기 편한 약가만 손대고, 소소한 인센티브로 약국의 고군분투를 끌어내려는 시늉만 할 뿐이다. 해서 제약회사들이 대체조제를 권장하고 다닐 수 있는 일본 의약환경이 부럽고, 또 의료계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대체조제용 의약품만 생산, 판매하는 회사'까지 상상해보는 허튼짓을 하게 만든다.2015-09-25 12: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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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 제 모습 보게 만든 건강서울 페스티벌오랫동안 새장에 갇힌 새는 나는 걸 망각한다. 노래마저 잊은 건 아니지만, 도무지 흥겹게 부를 기분을 살려내지 못한다. 해서 가끔 부르는 노래엔 기쁨 대신 슬픔만이 가득하다. 자기 목소리로 울지 못해 그럴것이다.요즘 약국을 보면, 새장에 갇힌 새처럼, 조제실에 갇혀버린 약사의 모습이 겹쳐지곤 한다. 의약분업 이후 획일화된 업무, 다시말해 처방조제에 익숙한 동선이 상상되는 탓이다. 물론 처방에 따른 정확한 조제와 복약상담은 약사에게 맡겨진 가장 가치있는 역할이며, 이를 목숨처럼 지켜내려는 약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진 일상은 자신의 활동반경뿐만 아니라 생각의 넓이와 깊이도 제한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야하는지까지 잊게 만들곤 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의사의 사과 요구에 어서 상황을 정리하자 싶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고,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는 최근 어느 약사의 이야기처럼 말이다.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이 최근 조제실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서울시약사회 소속 약사 600여명은 13일 시청광장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건강서울 페스티벌이다. 약사들은 중년과 백세 건강을 이야기 했고, 동물의약품과 건기식, 일반의약품의 가치를 원없이 전달했다. 2000년 8월이후 가슴에 멍울이 진 대체조제에 대해 "약국에 처방받은 약이 없거나, 약을 보다 경제적으로 먹고 싶을 때 믿을 수 있는 대체조제를 이용해 달라"고 웅변했고, "그런 것도 있었느냐"는 동문서답 같은 시민들의 반문에서 오히려 희망을 엿보았다. 이 자리에 나섰던 한 약사의 말이 그렇다. 제발로 걸어와 건강에 관해 묻는 시민들의 발길에서 '약국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는 약사도 있었다. 직업체험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된 코너에 학생들이 대거 몰려, 이것 저것 물을 때 약사 자신의 모습이 꽤 근사함을 돌아보게 됐다는 약사도 있었다. 이런 곳에 '약사의 적은 약사'라느니, '약사는 조제로봇'이라느니 같은 자조는 설 수 없을 것이다.어느 누구라도, 컨베이어 벨트같은 눅눅한 일상에 젖어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지나치게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우거나, 보잘 것 없는 인물로 낮추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지 모른다. 건강서울 페스티벌이란 거울에 비춰본 전문인으로서 약사와 시민들의 얼굴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시민들이 보여준 태도는 건강에 대해 말을 걸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약사님, 거 한가지 만 물어봅시다." 약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처방조제와 복약상담이 집중 강조되면서 자신들의 롤을 한정해 두었다는 반성일지 모른다. 건강이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놓고 시민들과 할일이 많다는 사실의 자각 말이다. 시청앞 광장에서 만났던 시민들의 눈빛과 자신들이 무엇인가 해 주었다고 생각할 때 몸으로 받아들였던 그 기억, 약국으로 끌고 들어오면 시민이나 약국 모두에게 퍽 좋을 것 같다. 이젠 그 느낌 아니까.2015-09-15 12:1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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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법 시행규칙 44조 유지돼야정부가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를 손보기 위해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핵심은 이 조 1항2호 '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등의 개설자는…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부분인데, 정부는 구입가 미만 판매 허용으로 180도 고치려 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부치면, 그만큼 소비자들이 얻는 이익이 크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몰이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해서 어불성설이다. 조항대로만 봐도 구입가 미만 판매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되기 때문이다. 이 조항 개정을 어불성설로 보는 이유는 단순히 약국의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기 때문은 아니다. 약업계에서 '구입가 미만 판매금지법'으로 통용되는 이 조항은 공공성의 토대위에 세워진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을 지키는 수문장인 때문이다. 이 조항은 '약업계의 심리적 가격안정선' 노릇을 한 것은 물론 꿈틀거리는 자본의 욕망을 꾹 눌러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만약 이 조항이 바뀌어 무한 가격경쟁 체제로 이행되면 소비자들이 싸게살 수 있는 잇점 그 이상되는 부작용들이 고개를 들것이다.부작용의 메커니즘은 단순하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은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 자명하다. 예컨대 A라는 약국이 도매상으로부터 실제 구입한 가격보다 아래로 팔기시작하면, 경쟁우위를 위해 이웃 B약국도 동참하게 될것이다. 구입가격 이상 판매하며 적정 마진을 추구하는 C라는 약국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C 약국의 행위는 가격을 파괴하지 않아 부도덕 한가? 아니라고 말해줄 수는 있으나 현실에서 C약국과 약사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곳은 자본력으로 바잉파워를 형성한 약국이거나, 특정품목을 미끼상품으로 만들어 또다른 상품에서 손실을 벌충하는 곳이 될 것이다. 이게 좋은가?결국 구입가 미만 판매 허용은 자본 크기의 경쟁을 부추길 것인데, 이렇게되면 인체의 말초혈관처럼 동네까지 깊숙이 뿌리내려 질병의 예방을 이끌어내고, 의약분업의 기틀아래 이뤄지는 처방조제와 복약상담(지도)을 해온 동네약국들의 몰락이나 축소는 뻔하다. 환경이 바뀌어 소비자 접근성이 약화되면 또다시 편의점에게 더 많은 의약품을 취급하도록 선물을 주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손해보더라도 싸게팔라는 부추김은 자연스럽게 법인약국을 허용하라는 자본의 여론 혹은 로비로 이어져 공공성 위에 세워진 현행 보건의료시스템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것이다.약사법 시행규칙 44조를 고쳐 자본에 길을 터주려는 게 야금야금 공공성을 해체하는 정부의 수순이 아닌지도 심히 걱정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단일보험으로, 다분히 사회보험의 성격이다. 보건의료시스템에서 무엇이든 무한 경쟁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고 한다면, 얼마안가 민영보험 마저 도입해 현 건강보험과 경쟁시키려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해서 약사법 시행규칙 44조 1항2호는 간단치 않다. 미래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도미노 칩이다. 이 조항은 유지돼야 마땅하다.2015-09-10 12:15:00데일리팜 -
[사설] 셀프메디케이션? 셀프케어의 완성은 약국셀프메디케이션특별전이 오늘 일산킨텍스 전시장에서 개막돼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K-HOSPITAL 2015'의 주요 행사며 데일리팜이 처음으로 주관하는 전시회다. 특별전에는 국내 유명 일반의약품은 물론 기능성을 포함해 약국들이 취급하기 알맞은 품목들이 전시돼 일반 소비자들과 현장에서 직접 만난다. 셀프메디케이션과 이웃해서는 가정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기기가 전시되는 등 홈헬스케어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이는 가벼운 질병치료 및 예방과 관련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셀프케어(Self Care) 시대를 맞아 소비자나 약국에게 적잖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약품 등 '셀프메디케이션'이라는 용어는 낯설뿐 아니라, 썩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 용어가 매우 활발하고,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 정착했다. 대형마트 중심의 소비패턴에다, 그것도 자동차를 타야만 하는 '난감한 접근성' 등 환경적 특수성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셀프메디케이션이 낯선 것은 편의점보다 약국 숫자가 많고, 전통적으로 약국과 약사의 역할이 발달해 있어 그만큼 셀프케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안전상비약이라는 이름의 새 제도를 시행하면서 일부 품목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셀프메디케이션들'이 편의점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언제든 약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비자 편의성이 강조된 제도지만, 의약품 전문가이자 헬스케어 전문가인 약사를 국민건강 증진에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약점도 안고 있다. 오늘날 약사의 쓰임새는 처방에 따른 조제와 복약지도(상담)에 국한된듯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건강전문가로서 예방, 영양, 운동요법, 정신적 요소까지 '상담'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행동하도록 타깃을 맞춘 '건강재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지만, 셀프케어의 완성은 결국 약국이고, 그 만큼 약사의 역할 재인식도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셀프메디케이션 특별전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는 일반의약품들은 결국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추천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셀프메디케이션, 셀프케어라는 용어는 약국과 약사와 유리될 수 없다.최근들어 '미래에도 약사라는 직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 약사사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한 미래 생존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스마트폰 등장과 다양한 건강관련 앱의 등장, 유전정보 분석 후 사업화 과정이 고도화 될 수록 더 자주 등장하곤 한다. 특히 셀프케어라는 시대적 흐름이나, 자동조제기 등의 발전 등이 이같은 우려의 단초가 되고 있지만 어느 시대건 불변인 것은 건강한 삶에 대한 인간의 욕구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약국과 약사는 셀프케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고객과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팩을 내놓고 발전시켜가야만 한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약국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한단계 높여주는 곳으로 진화 발전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역할이 뚜렷하게 정립되는 한 약사의 미래는 탄탄하다.2015-09-10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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