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꿀벌들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 유한양행 R&D
- 조광연
- 2015-11-03 06: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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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史에서 작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고지의 문을 열어젖힌 '버들표 유한양행'엔 찬사만큼이나 물음표도 따라 찍힌다. 매출 1조원의 벽을 깨 일등이 됐는데도, 제약산업계 안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해 박수를 쳐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박수보다 되레 평가절하의 쓴소리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기업 덩치와 다르게 동급 경쟁자들과 견줘 매출액 R&D 투자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국적제약회사 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아 '과연 제약회사란 무엇인가' 따위의 정체성 논란의 진원지가 된 탓도 있다. 매출액 R&D 비율은 그 크기 자체로도 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회사 경영진의 R&D에 관한 의지를 보여주는 척도도 된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유한양행에 대한 우호적 평가는 대개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의 후광으로부터 나왔다.
이 고질적인 물음표는 지난 3월 이정희 대표가 취임한 이래 빠르게 느낌표로 변모되는 듯하다. 유한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산업계에서 샘물처럼 솟아나기 시작했다. 바이오벤처 최적의 생태계 조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열린 '데일리팜 21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에선 유한양행의 최근 행보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 등과 개방형 R&D에 집중하며, '꿀벌로 비유되는 바이오업체들'의 희망으로 부상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유한은 양봉업자가 되는 셈이다. 유한은 지난 9월 실력있는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바이오니아에 1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해 면역항암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10월23일에는 제넥신과 신약연구개발 및 사업화 협업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근래 드러난 것은 이것 뿐이지만, 유한은 국내 다양한 바이오업체와 접촉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한에 따라 붙었던 '판매전문회사(CSO)가 되려는 것인가' 따위의 비아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유한양행이 바이오 산업계의 희망"이라는 바이오 산업계 관계자의 칭찬과 "R&D 협력 모델의 궁극적 지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수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상무)는 답을 했다. "국내 M&A 환경은 오너십이 강한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있다. 해서 회사는 최근 R&D에 관해 매우 유연하게 생각한다. 기술있는 벤처와 협력해 IPO(기업공개)나 (벤처등과) 함께 글로벌 기술이전 등을 고려한다. R&D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회사 밖에 바이오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세우는 등 스핀오프(Spin- off) 컴퍼니를 만드는 것을 놓고 매우 활발하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단지, 한가지 기술이전을 받아 이에 전념하기 보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쌓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비용을 유한이 대 출발하면서 중간 과정에서 벤처캐피탈 도움을 받아 가치와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고 했다. 전형적인 R&D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다. 유한은 지금 다양한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R&D 분야서 뛰는 것은 누구보다 유한 스스로를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이차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건설적인 R&D 투자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정희 사장 취임으로 유한양행의 R&D가 봄날을 맞은 것은 여러모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R&D는 지속성이 관건이다. 강력한 오너가 버티고 있는 회사인 경우 일단 오너가 R&D에 꽂히면 이를 끝까지 견인해 갈 수 있다는 게 산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 생각이다. 그래서 제약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게 '오너 산업'이라고 까지 불리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강력한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은 과연 일관되게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유한의 오너는 사실상 '이사회'다. 지금까지는 이사회 일원인 이정희 사장의 비전이 관철되고 있는 중이지만, 중요한 지점은 R&D가 계획대로 속도를 내지 못할 때일 것이다. 신약개발 R&D는 비용도 천문학적이지만, 조개가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개 연구개발자보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약한 게 사실이다. 유한양행 이사회도 시간이 흐르면 시험에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이사회는 한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故 유일한 박사가 유한양행을 세워 무엇을 하려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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