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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약품, 신약 명가의 시험대[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신약 명가’로 불렸던 한미약품의 이름 앞에 최근 더 자주 붙는 단어는 연구개발이 아니다. 경영권 분쟁이다. 3년째 이어진 갈등은 일시적 잡음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사회 구성과 지분 구도,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이견이 반복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구 성과가 기업가치를 설명하던 구조에서 지배구조가 변수가 되는 국면으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내부 성 비위 사건을 둘러싼 회사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확산됐다. ‘성비위 임원 비호’ 의혹에서 출발한 갈등은 대주주의 경영 간섭 논란으로 번지며 조직 전반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의 갈등 및 경영 간섭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본부장 및 임원들이 본사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공개 성명을 낸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다. 조직 내부의 신뢰와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지난해 12월 팔탄공장 소속 임원의 성추행 제보에서 비롯됐다. 이후 해당 임원에 대한 중징계를 둘러싸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안의 본질이 무엇이든, 대응 과정에서의 혼선은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지분 구도 역시 또 다른 변수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30%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그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4자 연합’으로 묶였던 주주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지분 확대는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회사의 중심이 연구 현장이 아닌 이사회와 지배구조 이슈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은 속도와 일관성이 핵심이다. 경영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글로벌 파트너와 투자자들의 시선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한미약품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강조해온 ‘인간존중’과 ‘가치창조’를 기업 정신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최근 논란은 그 가치가 조직 전반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임상 데이터의 신뢰, 경영의 투명성, 윤리적 조직 문화가 함께 구축돼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내부 갈등이 반복될수록 기업가치는 할인되고, 신약 명가라는 타이틀의 무게도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분쟁의 종결이 아니라 이후의 변화다. 최대주주와 오너 일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을 봉합하고 명확한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한미약품그룹이 다시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아닌 성과와 경영 안정성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2026-02-26 06:00:38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난치암 신약의 무진행생존기간에 대한 접근[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난치암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질환과 다른 예후가 공존한다. 백금저항성 난소암, 소세포폐암, 담도암 등 공통점은 명확하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평균 생존기간이 짧으며 다음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영역에서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환자 수는 제한적이고 질환의 생물학적 이질성(Heterogeneous)은 크며 진단 시 전신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많아 임상시험 설계 자체가 까다롭다. 대조군 설정도 쉽지 않고 교차투여(crossover)나 후속치료로 인해 전체생존기간(OS) 차이를 명확히 입증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임상 성과는 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위험비(HR) 개선으로 제시된다. 대조군 대비 PFS 차이가 1개월 남짓에 불과한 연구도 있다. HR 0.73,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27% 감소. 위험비가 1 미만이면 치료 효과가 있다는 뜻이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다. 그러나 환자가 체감하는 것은 상대위험 감소율이 아니라 실제로 확보된 시간이다. 중앙값 PFS가 3.8개월에서 5.2개월로 늘어난 연구라면 HR 0.73라는 수치와 함께 1.4개월 연장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통계적으로는 분명 진전이지만 임상적 의미는 그보다 복잡하다. 그렇다고 짧은 PFS 개선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치료 옵션이 거의 남지 않은 환자에게 6주, 8주의 질병 통제는 다음 치료로 이어질 기회이자 삶의 질을 지키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객관적반응률(ORR)이나 PFS2가 의미 있게 나타나고, 반응 지속기간(DoR)이 긴 환자군이 존재한다면 중앙값 뒤의 ‘롱테일’은 결코 작지 않다. HR 0.72라는 숫자 속에는 서로 다른 환자의 시간이 섞여 있다. 문제는 이 수치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기대를 전제할 때 발생한다. PFS 1~2개월 개선이라는 결과는 독성 부담, 치료 중단율, 환자보고결과(PRO)와 함께 해석돼야 한다. 특히 OS 데이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PFS 중심 평가가 반복될수록 ‘의미 있는 시간’의 기준은 더 복잡해진다. 이 고민은 임상 현장을 넘어 제도 판단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어떤 약을, 어떤 환자군에, 어느 시점에 허용할 것인가. 사망 위험을 20% 낮췄다는 사실이 곧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얼마나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는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효과를 어떻게 확인하고 보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난치암 영역일수록 접근은 더 정교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근거가 확인된 환자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실제 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를 축적하고, 일정 기간 후 OS, PFS2, 치료 지속성, 삶의 질 개선 여부를 재점검하는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문제는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난치암이라는 절박함과 통계적 유의성 사이에서 판단은 더 섬세하고 더 투명해야 한다. 다만 난치암의 질환적 특성과 개발의 어려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오로지 OS 개선만을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낮을 수밖에 없다. 특정 암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기회가 더 좁아지는 구조는 정당화되기 어렵다.2026-02-20 12:03:52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펜터민 규제 늪에 빠진 청소년 비만치료[데일리팜=이정환 기자] GLP-1 유사체를 필두로 한 비만치료제 열풍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와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는 18세 이상 성인에 이어 12세 이상 소아청소년 투여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치료제 선택권을 넓힌 상태다. 그런데도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내분비대사내과 등 의료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 중증 비만 환자에게 쓸 약이 마땅치 않다"는 호소가 나온다. 왜 일까. 현장 의료진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전히 경직된 '저용량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제품명 큐시미아)에 대한 처방 기준이 걸림돌 중 하나였다. 저용량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복합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비만치료제로, 투여 적응증이 18세 이상부터다. 처방 의료진들은 소아청소년 치료제 옵션을 늘리기 위해 복합제 투여 연령대를 12세 이상 등으로 낮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마약류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펜터민 성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다소 모순적인 부분은 복합제보다 향정신성 성분 용량이 높은 펜터민 단일제의 투여 허가 연령대가 16세 이상으로 저용량 펜터민 복합제보다 더 넓다는 점이다. 펜터민 단일제 용량은 37.5mg,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의 1단계(최저용량) 펜터민 용량은 3.75mg으로 단일제의 10분의 1 수준이다.(참고로 복합제 2단계 펜터민 용량은 7.5mg, 3단계 11.25mg, 4단계 15mg이다.) 이를 이유로 의료진들은 "제한적인 조건을 걸어서라도 고도 비만이나 성인병 위험군 소아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펜터민 복합제를 쓸 수 있게 처방 트랙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식약처도 의료진들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펜터민이 자칫 중독 위험을 높일 수 있는 향정 성분이라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에서 반 발자국도 못 물러서는 실정이다. 더욱이 식약처는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펜터민 복합제 등 향정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더라도, 사후 충분한 의학적 소명 절차를 완수한다면 처방 의료진의 불이익은 없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펜터민 복합제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요구인데, 이는 임상 환자를 모집하기 어려운데다 일부 윤리적 문제까지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향정 마약류 규제당국의 단단한 입장에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미국 FDA가 펜터민 복합제에 대한 투약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유연하게 운영중인 점 등을 살펴 '제한적 처방 허용'에 대한 허가 트랙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더욱이 현장 의료진들은 식약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처방 의사들도 소아청소년 저용량 펜터민 복합제에 대한 까다로운 처방 제한이나 모니터링 행정을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소아청소년 마약류 처방 옵션을 한 꺼풀 더 벗겨보면, GLP-1 유사체의 경우 제형이 주사제인데다 투약 비용이 백 만원 수준에 달한다는 장벽이 있다는 점이다. 반면 펜터민 복합제는 한 달 투약 비용이 15~2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수 년째 일본과 중국, 대만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치료제 옵션 확대를 주장하는 의사들의 견해다. 규제당국이 '처방 후 의사 소명서 제출' 또는 '소아청소년 환자 직접 임상시험 실시' 등 딱딱한 행정에 머물러있을 게 아니라 우울감과 사회 부적응, 고혈압·당뇨·고지혈 등 성인병 위험에 노출된 소아청소년들을 위해 최소한의 처방 트랙을 만들기 위한 적극행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4단계 처방 용량 중 최저 용량에 대한 연령 금기 조정을 위한 데이터를 제약사에 요구하거나, 처방 의료진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 기전을 마련하는 등의 행정을 위해 의료진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처방 의료진과 제약사도 소아청소년에 대한 저용량 펜터민 복합제의 비의존성과 함께 고도 비만 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증례 확보를 토대로 규제당국의 합리적인 행정을 지원해야 한다. 향정약이란 이유로 늪에 빠진 저용량 펜터민 복합제가 소아청소년 중증 비만 환자들의 정상 체중을 위해 국소적으로나마 처방될 수 있는 민관 협의를 기대한다.2026-01-29 06:00:41이정환 기자 -
[칼럼] 작년 글로벌 제약 특허 주요 사건과 올해 전망2026년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제약 특허 분야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판결과 제도 변화가 잇따랐다. 그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미국에서는 암젠 대 사노피 판결의 연장선상에 놓일 만한 의미 있는 판단이 나왔다. 2025년 12월 2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은 화이자의 자회사 시젠(Seagen)이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시젠의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항암제 엔허투(Enhertu)와 관련된 소송으로, 엔허투는 2024년 기준 약 37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문제 된 특허(U.S. Patent 10808039)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관한 것으로, 청구항 제1항을 간략히 표현하면 ‘항체–링커–펩타이드–약물’ 구조의 ADC를 포괄적으로 청구하고 있었다. CAFC는 이 특허가 두 가지 측면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는 명세서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 불비다. 해당 청구항에서 펩타이드 부분(Ww)은 글리신(Gly)과 페닐알라닌(Phe)으로 구성된 테트라펩타이드를 의미하며, 이론적으로 81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허 명세서에는 Gly·Phe로 구성된 테트라펩타이드가 단 하나도 특정되지 않은 채, 아미노산이 2개부터 12개까지 연결된 약 47만 개 이상의 펩타이드가 가능하다는 수준의 일반적 기재만 존재했다. 법원은 ‘81’이라는 수가 ‘47만’이라는 범위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며, 명세서가 Gly·Phe 테트라펩타이드라는 특정 아종(subgenus)을 충분히 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실시가능성(Enablement) 요건 불비다. 청구항에서 약물 부분은 임의의 약물로 정의돼 있어, 결과적으로 ‘세포 내에서 절단 가능한 모든 ADC’를 포괄하게 된다. 하지만 명세서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구조적 특징이나 원리가 제시돼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구자가 발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개별 접합체를 하나씩 시험해야 하는 과도한 실험이 요구된다고 봤다. 이는 암젠 대 사노피 판결에서 문제 삼았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 결과 해당 특허는 모든 청구항이 무효로 판단됐다. 최근 미국 특허 판례를 보면 ‘개시한 것’과 ‘청구한 것’ 사이의 간극이 큰 특허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무효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청구항이 반드시 실시예에 한정될 필요는 없지만, 개시 범위를 현저히 넘어서는 과도한 확장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개별 특허의 사업적 가치가 큰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청구항 수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넓은 범위부터 좁은 범위까지 단계적으로 구성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2025년에는 유럽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특허 분쟁이다. 독일 뮌헨 지역법원은 2025년 10월, 리제네론·바이엘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포미콘(Formycon)의 FYB203이 리제네론의 조성물 특허(EP 2364691)를 침해했다며, 유럽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다국가 특허침해 금지명령(Cross-border Injunction)을 내렸다. 주목할 점은 이 판결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아닌 독일 지방법원에서 내려졌다는 점이다. 해당 특허는 이미 UPC 관할에서 옵트아웃(opt-out)된 상태였지만, 유럽사법재판소(CJEU)가 2025년 2월 25일 선고한 C-339/22 판결 취지에 따라, 피고가 소재한 EU 회원국 법원이 국경을 넘는 관할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유럽에서 다국가 특허소송을 검토할 때는 UPC와 함께 CJEU 체제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UPC는 참여국 전체에서 특허를 일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반면, CJEU 체제에서는 중앙 무효 판단이 불가능하다. 아일리아 사례에서 보듯, 이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전략적 판단 요소가 된다. UPC 출범 이후 유럽 특허소송은 CJEU, 개별국 법원, UPC가 얽힌 복합적인 전략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제약사 테바(Teva)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압박 속에 2025년 12월, 부적절하게 등록된 200건이 넘는 특허를 오렌지북에서 삭제하는 디리스팅(de-listing)을 단행했다. 유럽에서는 데이터 독점기간 단축과 볼라 예외(Bolar exemption) 확대를 골자로 한 제약 패키지법(Pharma Package)이 EU 의회를 통과했다. 2026년 역시 변화의 속도는 늦춰지지 않을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는 특허절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발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의약품 포트폴리오가 저분자 화합물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변화는 늘 반복돼 왔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2026년이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의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2026-01-09 12:12:5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아시아로 향하는 글로벌 임상, 한국의 전략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 'ESMO ASIA 2025'의 주요 화두는 단순히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인 서브그룹 데이터를 제시했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번 학회에서 확인된 변화는 임상 성과가 만들어지는 무대와, 그 성과를 따라 움직이는 투자와 개발 전략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이번 ESMO ASIA에서의 아스트라제네카 발표였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현재 소화기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의 60~70%가 아시아에서 모집되고 있다. 연구는 아시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이 지역 전반에서 약 50개의 활성 임상시험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단순히 참여 비중을 넘어 임상 성과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근거가 아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신약 허가와 급여 논의에서도 아시아 중심의 데이터 반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글로벌 제약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지고 있다. 아시아는 더 이상 글로벌 임상의 하위 분석 대상이 아니라, 임상 성과가 먼저 만들어지고 신약개발 전략이 출발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하위군 분석이 아닌 주요 평가지표의 무게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신호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아시아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이상 어떤 국가의 어떤 기업을 전략 파트너로 선택될 것인지는 결국 각 기업의 준비도에 달려 있다. 아시아가 중심이 된 임상과 투자 재편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임상 성과의 이동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 전략 변화로 이어진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후기 임상, 병용 전략, 후속 연구까지 아시아를 중심에 두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임상과 투자가 동시에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의 존재감이다. 중국은 더 이상 환자 수가 많은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임상 인프라 확충, 규제 혁신, 자본 투입을 바탕으로 초기 임상부터 후기 3상까지 독자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 바이오텍을 개발 파트너로 삼아 임상 전략을 설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의 강점은 속도와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기전과 적응증에서는 중국이 글로벌 개발의 출발점이 되는 장면도 나타난다. 이는 아시아로 이동하는 임상과 투자가 다시 중국으로 수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간 한국은 오랫동안 글로벌 임상에서 신뢰 가능한 임상 수행국으로 자리 잡아왔다. 빠른 환자 모집, 우수한 의료 인프라는 분명한 강점이다. 그러나 중국이 설계와 주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수행 역량만으로는 전략적 존재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가 아시아에서 찾는 것은 단순히 많은 환자가 아니라 개발 전략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다. 임상 설계 단계에서의 관여, 특정 환자군에 대한 해석 역량, 후속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단순 참여국을 넘어 임상 설계·해석·확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대형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전문 진료 역량, 특정 암종과 환자군에 대한 축적된 경험, 빠른 데이터 생산 속도는 아시아 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이 역량이 개별 연구자나 기관 단위에 머무르고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묶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로의 이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임상 수행국은 많지만, 성과가 쌓이고 투자가 이어지는 국가는 제한적이다. 중국이 빠르게 개발 주도국으로 이동하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관여하느냐에 대한 선택이다.2025-12-23 06:00:44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휴온스의 자본잠식 기업 인수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휴온스가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에 빠진 크리스탈생명과학 인수를 추진한다. 이 회사는 수년 간 자본잠식 탈피 등 자구책에도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휴온스가 손을 내밀었다. 휴온스는 크리스탈생명과학 100% 자회사 편입을 통해 고형제 등 신규 제품 생산능력(CAPA)를 확보하고 제조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룹사 간 사업 시너지 창출에도 주력해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시장 영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휴온스는 크리스탈생명과학이 보유한 채무 160억원에 대한 담보 제공한다. 휴온스는 CG인바이츠(구 크리스탈지노믹스)로부터 크리스탈생명과학 지분 100%를 확보한다. 언뜻 보면 휴온스그룹의 결정에 의구심이 든다. 완전자본잠식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휴온스그룹의 그간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벌써부터 M&A 마법이 다시 한번 통할까라는 기대감도 든다. 최근 M&A 마법 사례는 휴엠앤씨다. 휴온스는 2021년 법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화장품 부자재 기업 휴엠앤씨(옛 블로썸엠앤씨)를 580억원에 인수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후 휴온스는 의약품 부자재 사업을 맡고 있는 휴베나를 휴엠앤씨에 흡수합병시키며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등 실적 개선에 주력했다. 화장품과 제약·의료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종합 부자재 기업'을 겨냥한 휴엠앤씨는 2022년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아 거래가 재개됐다. 2020년 5월 거래 정지 후 2년4개월여 만이다. 휴온스는 2021년 2월 휴엠앤씨 인수 후 20개월 만에 기업 정상화를 이뤄냈다. 휴엠앤씨는 올 3분기 누계 매출액 371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올렸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50%, 192.3% 오른 수치다. 어느덧 그룹 한 축을 형성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휴메딕스(옛 에이치브이엘에스)는 휴온스그룹의 대표 M&A 작품으로 꼽힌다. 휴온스그룹은 2010년 매출 50억원, 영업적자 20억원이던 휴메딕스를 사들여 지난해 매출 1232억원, 영업이익 260억원 회사로 키웠다. 2014년 12월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올 3분기 누계 매출(1155억원)과 영업이익(321억원)을 감안하면 최대 실적이 점쳐진다. 휴온스그룹은 제약업계에서 M&A로 커온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은 수차례 M&A를 통해 그룹을 7000억원대 회사로 만들었다. 휴온스의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크리스탈생명과학 인수. 보통은 우려가 앞서지만 휴온스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또 한 번의 M&A 성공 사례를 기대케 한다. 윤성태 회장의 또 한번의 승부수가 던져졌다.2023-12-26 06:00:21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40)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룹의 의견을 미루어 짐작하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한 신념으로 확언을 내뱉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늘은 세 가지 심리적 특징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1. 공부를 많이 하는 A약사를 만났다.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반짝이는 능력이 다른 약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강의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저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라고 말한다. 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약사들은 의외로 자신이 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성취한 건, 운이 좋아서 혹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로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걱정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8년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는 깊게 공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그들이 근거 없는 불안을 호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특징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가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은 그저 암기를 잘했을 뿐이에요,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요 등의 생각을 하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정으로 똑똑하지 않고,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챌 거로 판단하여 불안해 한다. 2. 약과 관련한 이슈에 관해 명징한 관점을 가진 B약사를 만났다. 문제 분석 및 해결 방안 도출 과정이 체계적인 사람이었다. 연재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거에요. 제 의견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니까요. 다음에 해볼게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플로이드 올포트(Floyd Allport)와 다니엘 카츠(Daniel Katz)는 목소리가 큰 몇몇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라 가정하고, 다수의 사람이 그 생각을 수용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원적 무지로 명명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기사의 댓글에 달린 글이 다수의 생각이라 착각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다원적 무지 현상의 일종이다. 3. 확신에 차 있는 C약사를 만났다. 자신의 사업 모델이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는 확언, 많은 사람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으므로 '탄탄대로'라는 그의 설명을 듣는 중에 그의 자신감만이 부러웠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 많아 몇 개를 슬쩍 찔러보았다. 그런 건 별거 아니라는 손사래와 함께 이미 많은 사람이 변화에 동참했다는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낸다. 이러한 현상은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허위 합의 효과는 대다수가 자신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남들도 자신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잘못 가정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실제보다 더 널리 수용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 찍는 특징도 보인다. 허위 합의, 혹은 허상의 합의를 쉽게 하는 사람은 자기 향상 메커니즘을 잘 돌리며 높은 자신감을 보인다. A, B, C 세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할까? 쉬이 상상할 수 있다. A 약사는 여전히 공부를 더 하고 말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룰 것이고, B 약사는 집단의 의견에 따르며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C는 말이 없는 다수가 이미 동의를 했다고 착각하며, 더 크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결론은? C의 말이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A와 B를 위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면증후군과 다원적 무지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명칭은 진실을 깨닫게 한다는 순자의 말을 기억하면서, 물 위로 올라가려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의 겸손이 어쩌면 사회적 공포의 일종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자. 과거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C를 위한 결론은 시간이 약이지 않을까. 부디 자기 과시적 확언을 통과한 후에 겪을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지식 체계에 도움이 되길 바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도 그 과정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겸손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권유하는 바이다.2023-06-12 13:20:3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39)폐암 말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펜벤다졸)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라는 사연이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후, 일시적으로 구충제 토네이도가 약국가를 덮쳤다. 많은 약사가 한 사람의 사연이 약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과학적 진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흘러 복용자 개개인이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돌풍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사례 혹은 체험례라는 이름으로 특정 성분은 유행을 탄다. 펜벤다졸의 예처럼 한사람에게만 효과적인 물질은 약학이라는 학문 관점에서 약이 될 수 없다. 학문적 관점에서 약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 타당성과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당성과 보편성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축적된 체계적인 지식체계인 학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타당성은 연구에서 측정하거나 조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조사하는 정도를 말한다. 내부 타당성 관점에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낫는다는 인과를 '다른 변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편, 보편성은 일반성을 뜻하는데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타나야 보편적이라고 평가된다. 즉, 펜벤다졸이 만인에게 효과적이어야지 특정인에게만 효과적이라면 그것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약사들은 체계적인 학문 과정을 통해 약의 과정과 기능에 관한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특정 가설의 타당성과 보편성을 증명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약사들은 TV에 나온 누군가의 '노니는 누구누구를 치료했기 때문에, 약입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보편성과 타당성 그리고 검증가능성이 부족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사들 역시 범주가 바뀌면, 학문의 과정과 정의를 쉬이 잊어버린다. 일례로, 커뮤니케이션을 정답이 있는 기술로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다. 커뮤니케이션학은 인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하며 보편타당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다양한 변인과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효과를 예측하여 커뮤니케이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과학 학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보 평등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막연하다. 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몇 가지 단편적인 기술로서 습득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출 커뮤니케이션, 항생제 커뮤니케이션, 진통제 커뮤니케이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덧붙여, 약사들의 정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환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현장의 체감은 있지만, 그것을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정량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것 또한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몇가지 기술만으로 습득되지 않는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효과성 검증은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따라야 관련 저널에 게재될 수 있다. 이는 몇 명에게 효과적이었다는 사실로 약이 되지 않는 약학이라는 학문과 일맥상통하며, 약의 관련된 모든 것이 관련 저널에 게재되어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 즉, 우리가 약학이라는 학문을 다양한 면에서 체득했듯이 커뮤니케이션학 역시 기능적, 구조적, 의미적 차원에서 세분화된 지식체계를 습득해야, 실제 현장에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학의 비조(鼻祖)로 불리는 호블랜드 교수는 메시지 특성, 커뮤니케이터 특성, 매체 특성, 주위 상황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 상황, 상황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정도(내용 유관 요인, 커뮤니케이터 유관요인, 매체 유관요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수용자의 주의-이해-수용의 단계를 통해 의견, 감정, 행동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커뮤니케이션 모형으로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해하고, 내 맥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나열된 특성들을 포함한 이론을 공부하고, 보편타당한 이론의 원리들이 '약국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도 검증되는지 살펴야 한다. 우리는 의사의 속성, 약사의 속성, 약국의 특징, 메시지의 형태, 복용하는 사람의 속성, 문화-사회적 요인 등의 관계를 파악하는 사회과학적 공부를 통해 다양한 맥락에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하면서 약국 맥락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관련 지식체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이 같은 실증적 시도와 과학적 검증이 체계화 하지 않으면, 결코 환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할 수 없다. 덧붙여,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효과 또한 보편 타당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학문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주장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연구는 남이 해주지 않는다. 이에, 융합 학문 관점에서 약사의 정성적 과정과 기능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데 필요한 학문들을 배울 수 있길 바랄 뿐이다.2023-06-12 13:12:57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38)전문가의 리더십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tvN의 '천 원짜리 변호사' 드라마 주인공인, 천지훈 변호사는 시보에게 "사람들은 법에 대해 알고 싶어 오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며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 관점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거라 말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약에 대한 정보만을 위해 약국에 오는 게 아니라, 건강 문제 관련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 약의 복용, 식품의 섭취를 포함해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영역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영역의 다면체적이고 포괄적인 특성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도 가능하게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덧붙여 새로운 미디어 출연과 디지털 혁신은 정보에 관한 독립성을 예전보다 증가시켰고 건강 결정의 중심축을 환자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점검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전문가의 리더십이 더 필요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안내하는 건강 여정 속에서 사람들은 전문적 내비게이션 없이 건강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약사와 사람의 관계, 약사 그룹과 공중(public)의 관계에 필요한 새로운 범주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약사 리더십은 임상 영역을 중심으로 약사가 직접 만나는 사람들에게 근거 중심(evidence-based) 정보를 전달, 그 사람의 건강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전문가 주의 측면이 강조됐다. 그런데 '전문가주의'로 설명되는 목표지향적인 리더십(goal-oriented leadership)은 사람들의 개별적 상황을 인정하고, 맞춤형 동기 부여를 통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relation-oriented leadership)도 약사사회에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리더십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세 가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개별 약사는 사회적 지지, 환경에 관한 이해를 통해, 넓은 맥락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약사는 환자가 속한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및 주변 환경을 고려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안내해야 한다. 둘째, 약사회 및 약학 관련 학회는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회는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약에 관한 최고 권위를 가진 단체로서 사회 및 사회 속의 공중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작금의 다빈도 의약품 품절사례, 어린이 시럽 리콜 사례 등 약물과 관련한 공중 건강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에 임상약학회, 약학회,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한국약사커뮤니케이션과커뮤니티케어학회등 약학 관련 학회들은 적극적으로 가담해 담론을 생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약학 단체들은 약물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제기하고 공중과 관계 맺기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의약품과 관련한 교육에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약사들은 의약품에 관한 가짜 뉴스,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 등에 관해 교육 기관, 법무부와 함께 예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약물 중독의 기전과 심각성에 관한 지식은 약사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예방 교육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마약이 일반 중독과는 다르게 지각된 심각성이 높아야 함에도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략 없이 '마약은 중독입니다' 수준의 플래카드(placard)가 붙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글을 겨우 읽는 아이들에게 호기심만 부추기고, 마약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알아서 대답해 주라는 것인가 싶어 착잡하다. 아이들에게 저것이 왜 문제인지, 어떤 심각성이 있는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눈높이에 맞게 구체적인 위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말이다. 요약하면 약사는 변혁적, 관계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직면한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약물 남용 및 오용, 중독 문제의 해결에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약사로 구성된 단체 역시 직능을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에 담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부, 법무부 등의 기관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2023-06-12 12:19:4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커뮤니티케어와 커뮤니케이션(37)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고, 단기간에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돌봄(community care)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케어와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기반 기관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간 연결고리는 좀처럼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역약국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에 관한 전략적 공감대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약국과 공중의 건강 관계에 관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의료비용의 절감 및 합리적 커뮤니티케어를 위해, 약사 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적인 의료비용의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건강대계이고, 성패는 ‘지속가능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관리의 지휘부 역할을 누가 수행에 관한 기준 제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한 지역약국 돌봄 활동에는 처방조제, 건강 교육, 처방감사, 부작용 관리, 약물 조정, 전염병 예방 활동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행위인 조제 이외에, 지역약국이 수행하는 다른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약사들이 행동을 수행할 때 행동의 의미를 고객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덜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정책기관이 전문가가 행하는 일 중, 보이지 않는 정성적 가치는 평가 절하하고 키워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처방감사는 현재, 약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이 검토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인식될 수 있는 행위이다. 예컨대, 약사가 눈으로 쓱 처방전을 보는 행위는 그저 종이를 본 것이 아니라, 용법과 용량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에러를 걸러내는 행위이다. 하지만 약사들은 약의 용법과 용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시민은 약사가 처방전의 적합성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물론 정책적 PR을 통해 환자의 처방전이 감사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약사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시민들이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약사가 '당신의 용법과 용량을 검토했다는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돌봄의 안전과 신뢰 측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권고한다. 또 다른 약국 돌봄 활동으로는 약물조정(medication reconciliation)이 있다. 지역약국에는 고령화에 의해 5개 이상의 약물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제약물(polypharmacy) 처방이 빈번하다. 한국 노인의 다제약물 유병율을 조사한 연구(김홍아, 신주영, 김미희, 박병주, 2014)에 따르면 1인당 6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비율은 86.4%, 11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이 44.9%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물 중 효능이 중복되는 약물, 부작용이 중첩되는 약물에 관해 높은 우려를 나타낸다. 효능이 중복되는 경우, 환자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약사는 처방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처방 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해진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약물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환자들은 약물 조정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팀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버려지는 약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부작용 관리 역시 중요한 약국 돌봄 활동이다. 지역약국의 부작용 보고는 타 직역의 보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약동학 및 상호작용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치 있는 정보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사들은 "약을 드시고, 불편하신 부분은 없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들이 약물 복용 이후 겪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함께 탐색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하여 안전을 위한 약물 감시(pharmacovigilance) 체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약국은 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약물학적, 비약물학적 행동과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위험 시, 약국의 관리는 공중의 예방적 집단행동을 촉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약사는 전염병에 대한 고객의 질문에 응대 및 정부의 전염병 예방 지침을 공중에 전달하여 미디어 노출이 적은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에서 생길 수 있는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영국에서 1950년대를 전후로 주창된 복지 개념으로, 일반화된 정의나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전개된다. 커뮤니티라는 용어 역시, 다의적이다. 지역사회라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하는 실천적 개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즉, 공동체의 건강과 국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의, 약료 기관에 어떤 커뮤니티케어 역할을 부여할지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약국은 문턱이 낮은 요양기관으로서, 접근 가능한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고, 취약 계층의 약물치료 과정에도 개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물 복용 행동만큼, 개인의 건강에 꾸준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별적 존재의 건강을 위해 약사와 약국의 커뮤니티케어 역할은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2023-06-05 14:45:2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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