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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 배송 파고 속 약사회 신뢰 회복이 먼저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약 확대안에 이어 정부의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확대 방침까지 연이어 발표되면서 약사사회가 좀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향했던 분노는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졌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한약사회는 비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이 과정에서도 지부장들과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약 배송 확대 논란의 출발점이 정부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돼 온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향과 달리 정부가 갑작스럽게 처방약 배송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고, 현재로서는 그 배경과 명분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일선 약사들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회원들이 묻는 것은 정부가 왜 입장을 바꿨느냐만이 아니다. 정부가 움직이는 동안 대한약사회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상황의 변화를 언제 감지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묻고 있다. 약사들이 우려했던 위기가 정부 발표로 현실화된 이후 담화문과 긴급회의가 이어졌지만 안전상비약 확대 방침에 이어 약 배송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집행부의 대관 역량과 위기 대응에 대한 불신이 쌓인 뒤였다. 집행부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은 이 같은 불신을 봉합하기보다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비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누가 위원장을 맡고 어떤 방식으로 비대위를 구성할지를 두고 집행부와 지부장들 사이 의견이 엇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는 결국 상임이사회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집행부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일부 지부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를 상대로 힘을 모아야 할 때 약사사회가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렇다고 '지금은 단결할 때'라는 이유로 집행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덮어두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단결은 요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비대위 역시 왜 지금의 구성으로 출범했는지, 기존 집행부의 대응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떤 권한과 전략으로 정부를 상대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그간 집행부에 힘을 실어왔던 한 지부장의 말이 와닿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회원들의 '불안'이라고.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 생긴 불안이 조금씩 불신과 분노로 옮겨가고 있는 게 우려된다고 했다. 지금 약사회에 필요한 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둘러싼 공방에 머무는 것이 아닌 '이 위기를 책임지고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책임을 묻는 일과 단결하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것도 아니다. 책임 있는 설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제대로 된 단결도 가능하다. 약 배송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정부와의 협의뿐만 아니라 국회 입법과 대국민 여론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비대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비상 대응체계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집행부와 생각이 다른 지부까지 끌어안고 회원이 믿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비대위라는 이름에도 힘이 생길 것이다. 잇따른 현안은 약사사회에 정책 대응을 넘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위기 앞에서 대한약사회라는 조직이 어떻게 회원들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동력 삼아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회원들에게 단결을 요구하기 전에 집행부가 먼저 믿고 함께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일 역시 약사사회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2026-09-04 06:00:40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비대면 진료, 산업 논리 보다 공공성이 먼저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다이어트 주사제 최저가 검색', '원하는 전문약 골라 담기'. 전자상거래 쇼핑몰의 프로모션 문구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뤄야 할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현주소다. 환자 편의성을 앞세워 출발한 비대면 진료가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무분별한 소비를 유도하는 약 쇼핑 창구로 변질된 지 오래다. 물론 비대면 진료 확대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일리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유망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산업적 논리 역시 무시할 수만은 없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도서·산간 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접근성의 가치 또한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혁신의 방향성이다. 일선 약국들이 플랫폼 제휴를 철회하며 등을 돌리는 이유는 기술 혁신 자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 공급자를 옥죄어온 '빅테크 잔혹사'의 기시감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뼈아프게 목격했다. 배달의민족은 무료배달 유료 멤버십으로 소비자를 묶어둔 뒤 중개 수수료 인상과 배달비 전가로 자영업자를 코너에 몰았다. 카카오택시 역시 무료 배차로 시장을 장악한 뒤 과도한 가맹 수수료와 유료 멤버십으로 기사들의 부담을 키웠다. 약국가가 민간 헬스케어 플랫폼을 바라보며 느끼는 공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닥터나우방지법으로 도매 유통을 통한 우회 수익이 막히면 플랫폼은 결국 병·의원과 약국에 중개 수수료와 시스템 사용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보건의료는 배달이나 택시와 같은 일반 상업 서비스와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의료와 의약품은 자본의 논리로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라, 빈부나 지역에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공공재다. 만약 준비 없는 약 배송 전면 확대가 강행된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막대하다. 본인 확인의 허점을 파고든 외국인·타인 명의 도용 '약 쇼핑'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화돼 결국 국민의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질병 내역과 처방 정보, 국가 의약품 유통 통계 등 민감한 의료 데이터가 민간 기업을 통해 해외로 무단 유출되거나 상업적으로 남용될 위험도 도사린다. 여기에 약 변질이나 오배송 사고가 발생해도 플랫폼과 배송기사는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 공백 문제, 플랫폼 독점으로 인한 동네 약국의 연쇄 폐업, 중개 수수료와 과잉 처방 유도로 인한 환자 의료비 부담 극대화까지 겹치며 결국 '편리함의 탈을 쓴 의료 민영화'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의 대처는 무책임하다. 식약처는 전문약 명칭·가격 노출을 두고 모호한 법 해석으로 플랫폼에 면죄부를 줬고, 약 배송 완화를 추진해 온 인사의 입각 소식까지 겹치며 정책의 무게추가 공공성이 아닌 산업 논리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편입 시한인 12월 24일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스타트업 육성과 IT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민 건강과 의료 공공성이라는 기본 토대를 흔드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비급여 의약품 가격 노출 및 환자 유인 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 민간 독점을 견제할 공공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 명확한 배송 사고 책임 소재 명시 등 제도적 안전망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배민과 카카오의 전철을 밟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마저 민간 플랫폼의 수익 놀이터로 넘겨준다면, 12월의 제도화는 의료 공공성의 붕괴를 알리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것이다.2026-09-03 06:00:40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10년에 걸친 약가인하, 반품·정산 대책 마련을[데일리팜=정흥준 기자]내년부터 10년에 걸친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매년 일선 현장에서는 약가인하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4월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가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약가 인하에 뒤따르는 반품과 정산의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역시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책임져야 할 과제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이뤄지는 1단계 약제와 2030년부터 2036년까지 이뤄지는 2단계 약제는 매년 2%의 단계적 약가인하가 예정돼 있다. 53.55%의 약가가 45%로 서서히 인하되는 구조다. 기준요건을 미충족한 품목은 해당 연차의 인하율에 80% 약가로 떨어진다. 각 품목별로 보자면 인하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규모에 있다. 사후관리 정례화에 맞춰 매년 4월 또는 10월에 수천개 품목의 약가인하가 예상된다. 아직은 약가인하 대상 품목을 분류하는 데 모든 행정적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그 뒤에는 약가 조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또 4월과 10월에 약가인하되는 품목은 기등재 재평가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정례화에 따른 사용량-약가연동 품목도 포함된다. 수천개 약제가 한꺼번에 약가인하되면 약국은 재고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대대적인 차액 정산에 나설 것이다. 기존 약가인하 방식처럼 촉박한 일정으로는 현장에서는 반품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최소 1개월 전 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을 투명하게 확정 공고해, 약국과 유통업계가 차액 정산 등의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일괄인하 때에도 서류상 반품 원칙을 마련하고, 차액 보상이 이뤄졌지만 품목수가 많아 현장 혼란이 불가피했다. 기등재 재평가는 무려 10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시장을 흔들게 된다. 일회성 충격이 아닌 10년간 매년 현장에 영향을 미칠 연례 행사가 된 만큼, 당장 내년 첫 단추를 꿰기 전에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완충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약바이오협회, 유통협회, 약사회 등과 협의를 거쳐 대책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약가제도의 완성도는 새로운 가격을 결정하는 정교한 산식뿐만 아니라 현장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혼선 없이 작동할 때 결정된다.2026-09-02 06:00:40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기등재 약가인하, 다른 출발선의 불공평[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두 사람이 100m 달리기 시함을 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같은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심판은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뒤로 이동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은 그 자리 그대로 서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다. 이때 심판이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똑같이 뒤로 20m 물러나서 출발하라”고. 얼핏 같은 규칙이 적용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약가도 그렇다. 2012년 약가개편 이후 14년 동안 품목별 약가는 같은 경로를 밟지 않았다. 실거래가 약가인하나 사용량-약가 연동 등 여러 제도를 거치며 수차례 가격이 조정된 품목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었던 품목도 있다. 같은 시점에서 출발했지만 2026년 현재 서 있는 위치는 달라진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등재 품목에 새로운 산정률 45%를 적용하면서 ‘현재의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품목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과거의 차이가 다시 문제가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약가가 조정된 품목은 그 인하가 반영된 가격에서 새로운 산정률을 적용받는다. 상대적으로 약가 변동이 적었던 품목 역시 같은 45%를 적용받는다. 산정률은 같지만, 그 산정률을 적용받기 전의 출발점은 같지 않다. 이번 개편을 단순히 ‘약가를 또 깎는 중복 인하’로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2년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약가 조정을 거친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에 동일한 45%의 산정률을 적용하는 게 과연 형평에 맞는지 따져야 한다. 결국 관건은 어디를 새로운 산정률을 어디에서부터 적용할 것인가다. 2012년 약가개편 직후의 가격을 출발점으로 볼 것인지, 이후 14년간의 각종 약가 조정을 모두 거친 2026년 현재 가격을 출발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같은 45%라는 산정률이 가져오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제도 운영 측면에서는 명료하고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가가 현재 수준에 이르기까지 거친 과정까지 단순화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지금의 약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2012년 이후 각 품목이 거쳐온 약가 조정의 결과가 누적돼 있다. 이 누적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제도 적용의 편의성은 확보할 수 있어도 품목 간 형평성까지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온 품목을 어디에서 다시 출발시킬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행정 편의성이 정책적 형평성보다 앞선 것은 아닌지, 정부가 답해야 할 문제다.2026-09-01 06:00:42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플랫폼 최저가 전문약 판촉, 정부는 뭐하고 있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비대면진료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특정 비만치료제의 상품명은 물론, 용량, 1개월분 가격 등이 최저가 순으로 나열된다. 비대면진료 이용자(환자)는 의사와 비대면으로 만나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는 비대면진료를 받기보다 원하는 약을 장바구니에 담듯 선택한 뒤,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대중광고가 엄격히 금지된 전문의약품이 온라인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창구로 마치 공산품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같은 편법성 비대면진료 운영을 관리하고 규율해야 할 정부부처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행 약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 금지' 조항를 비대면진료 앱 운영 실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부처 간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다. 약사법 제68조6항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 즉, 백신을 제외하고는 대중광고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플랫폼의 상품명·가격 노출 행위의 위법성을 두고 명확한 근거나 기준을 내놓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비대면진료 환자 알 권리를 위한 단순 상품명·용량가격 정보 안내라는 플랫폼 주장과, 특정 약물 처방을 유도하는 사실상의 불법 전문약 광고·홍보 의료계·약계의 주장이 맞부딪히는 현상을 야기중이다. 비대면진료가 처음으로 시행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시범사업 단계에 놓여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플랫폼 운영 행위를 없는 듯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무부처의 흐릿한 기준 제시는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는 물론, 보건의료·의약품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의 불신과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대중 인기가 높은 GLP-1 계열 비만치료 주사제나 탈모약, 여드름 치료제 등 오남용 위험이 큰 비급여 전문약에 대한 비대면진료 과잉 처방 문제는 시범사업 시행 초기부터 의·약사가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이슈다. 지금처럼 전문약이 비대면진료 시행 의료기관들의 가격 경쟁 마케팅 수단으로 광고·소비되는 행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대면진료 보조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를 연착륙시키겠다는 정부 취지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플랫폼 내 허용 가능한 의료행위, 전문의약품 정보 등의 범위와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에 앞서 이뤄질 의료법 하위법령 개정 단계에서 불법과 편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행정이 동반되길 기대한다. 정부부처의 명확한 기준 수립과 법령 설계는 환자 건강과 생명, 비대면진료 산업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2026-08-28 06:00:42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투자 관행도 달라져야[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손질했다.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중요 정보를 공시보다 언론을 통해 먼저 알리는 관행도 제동을 걸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실적보다 개발 중인 신약의 성공 가능성, 기술이전 가능성, 향후 시장 규모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에 전달되는 정보는 항상 충분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술이전 계약이다. 기업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총 계약 규모'를 앞세웠지만, 실제 계약 체결과 동시에 받는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 성공을 전제로 한 마일스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총 계약 규모가 1조원이라고 해도 당장 기업에 유입되는 계약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개발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임상이 중단되거나 허가에 실패하면 상당 부분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1조원 기술수출'이라는 숫자가 먼저 소비된다. 확정된 가치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여지가 생긴다. 금감원이 기술이전 계약을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계약 규모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상시험과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마찬가지다. 예상 시장 규모와 임상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과 비용 등 기업가치 산정의 전제가 되는 가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성공했을 경우의 기대가치뿐 아니라 그 과정에 존재하는 실패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당국이 공시 제도뿐 아니라 '언론보도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자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공시에는 담기지 않은 설명이 보도자료에 추가되거나, 객관적인 사실보다 기대감을 키우는 표현이 앞서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요 정보를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도록 하고 공시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자료에 추가하거나 공시 내용과 다른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내부에도 보도자료 배포 전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도록 권고했다. 다만 공시 기준을 강화한다고 제약·바이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 만큼이나 시장이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특정 질환이나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단편적인 사업 연관성만으로 기업을 '테마주'로 묶는 투자 관행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조차 특정 질환이 다시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나 실적, 연구개발 성과와 무관하게 과거 한때 해당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붙은 테마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개발 중단이나 임상 실패가 공시돼도 시장에서는 과거의 키워드가 다시 소환된다. 기업이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더라도 투자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골라 소비한다면 공시 개선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특히 경계해야 한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특정 질환과의 막연한 연관성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신약 개발의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기술이전 계약이라면 총 계약 규모뿐 아니라 실제 계약금과 마일스톤 조건을 살펴야 한다. 임상 결과 역시 '성공'이라는 표현보다 사전에 설정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는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정 질환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관련주를 찾기에 앞서 해당 기업이 실제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언론의 역할 역시 가볍지 않다. '1조원 기술수출', '임상 성공', '글로벌 신약 기대'와 같은 기업의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근거가 희박한 '○○ 관련주'라는 꼬리표를 반복해 붙이는 관행도 돌아봐야 한다. 언론이 근거 없는 테마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테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산업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패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어느 산업보다 정보와 숫자 하나의 무게가 크다. 이번 공시 개선은 투자자에게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투명한 공시만으로 건전한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은 기대와 위험을 같은 무게로 알려야 하고, 언론은 이를 검증해야 하며, 투자자는 화려한 숫자와 익숙한 테마 대신 현재의 사업과 객관적인 근거를 살펴야 한다. 공시가 달라진 만큼 시장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질 때다.2026-08-27 06:00:40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R&D 뚝심이 만든 빅딜…한미약품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차지현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취재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났다. 각자가 강조하는 명분과 경영 방향은 달랐지만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 대목이 있다. 바로 '임성기 정신'이다. 저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뜻을 잇겠다고 했고 그 중심에는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신약 개발과 제약강국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최근 한미약품의 행보를 보면 내부에서 줄곧 강조해온 임성기 정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R&D 투자를 지속했고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도 멈추지 않았다.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긴 했으나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신약개발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이 같은 R&D 뚝심의 결실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24일 올해 두 번째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에 지속형 GLP-2 아날로그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로슈그룹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넘겼다. 두 계약의 총 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선급금 규모다. 이번 제넨텍 계약의 선급금은 1억9000만달러(2629억원)로 전체 계약액의 8.2%에 해당한다. 한미약품은 앞서 릴리와 체결한 계약에서도 전체 계약의 6.0% 수준인 7500만달러(1129억원)를 선급금으로 확보했다. 올해 한미약품이 두 계약으로 확보한 선급금만 2억6500만달러(3758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한미약품 영업이익(2578억원)보다도 45.8% 많은 금액을 선급금으로 확보한 것이다. 기술료 수익이 후속 신약개발의 재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은 2290억원이다. 이는 한미약품 매출의 14.8%로 전통 제약사 가운데 유한양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런 R&D 투자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도 바라보고 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다시 R&D에 투자해 또 다른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특히 이번 한미약품 빅딜은 개별 기업의 호재를 넘어선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투자 심리 위축과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장 수급이 반도체 대형주에 쏠리면서 바이오주는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R&D 투자가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과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한미약품의 사례는 업계에도 반가운 신호다. 한미약품의 지난 10여년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2015년 릴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 산업에서 기술수출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개발 중단과 권리 반환의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실패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섰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저마다 계승하겠다고 했던 임성기 정신은 이런 끈질긴 도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미약품이 이 정신을 이어 더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2026-08-25 06:00:43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의료AI 구독, 두 번째 결제를 만들 수 있나[데일리팜=황병우 기자]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설명에서 '구독'이라는 단어가 부쩍 늘었다. 솔루션을 한 번 공급하고 끝내는 대신 계약기간이나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적자가 이어지는 의료AI 기업에는 매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다. 병원도 고가의 시스템을 한꺼번에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이나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의료AI 사용료 지원에 나서며 도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독 전환은 아직 출발선에 가까운 모습이다. 구독 방식으로 공급했다는 발표는 늘었지만 계약기간과 금액, 실제 사용량, 갱신 여부까지 공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구독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적인 반복매출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구독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지 제품의 가치를 입증한 결과가 아니다. 병원이 솔루션을 설치한 뒤 의료진이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진료 과정에서 어떤 효율을 얻었는지, 계약이 끝난 뒤 자체 예산으로 다시 비용을 지불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의료AI 기업들이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의 병원 공급 발표에서는 계약금액과 기간은 물론 실제 사용량과 재계약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병원에 제품이 들어갔다는 사실과 기업의 매출 체질이 바뀌었다는 판단 사이에는 아직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최근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에서도 구독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용자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서비스별 기능이 나뉘면서 여러 상품을 동시에 결제해야 하는 부담과 구독 피로도 함께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용자는 가장 자주 쓰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만 남기게 된다. 의료AI도 이와 다른 길을 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병원에 여러 영상·진단 보조 솔루션이 동시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한정된 예산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늘어날수록 병원은 모든 구독을 유지하기보다 실제 활용도와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솔루션을 선별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AI의 구독 피로는 일반 소비자 서비스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단순한 결제 부담을 넘어 시스템 연동과 의료진 교육, 업무 절차 변경,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입 과정에서 의료진의 업무가 오히려 늘거나 기존 진료 흐름과 맞지 않는다면 계약기간이 끝난 뒤 우선적인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도 같은 기준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AI 사용료 지원은 병원이 솔루션을 경험하고 기업이 임상 현장의 근거를 쌓도록 돕는 마중물이다. 다만 지원 기간에 체결된 계약 수만 성과로 남아서는 곤란하다. 지원이 끝난 뒤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계약을 갱신하는지, 의료진의 실제 사용이 이어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도 도입 기관 수뿐 아니라 사용량과 갱신율, 진료 효율 개선 등 후속 지표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마중물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제품을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지원 없이도 살아남은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도 병원 수와 계약 건수를 앞세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계약 유지율과 사용량, 유료 전환율을 공개해야 구독 전환의 성과를 시장에 설득할 수 있다. 의료진의 추가 업무를 줄이고 기존 진료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설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료AI가 ‘있으면 편리한 도구’를 넘어 ‘없으면 진료 효율이 떨어지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진단 정확도뿐 아니라 판독시간 단축, 업무 부담 감소, 환자 관리 개선 등 병원이 비용을 계속 지불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AI 산업이 구독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지만 간판만으로 매출 체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병원은 더 정밀하게 구독을 선별할 것이다. 정부 지원이 첫 결제를 만들 수는 있어도 두 번째 결제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료AI가 반복매출을 완성하는 순간은 계약을 따냈을 때가 아니라 병원이 지원 종료 후에도 그 솔루션을 필수재로 선택할 때다.2026-08-21 06:00:44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치매약 효능 검증의 딜레마[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검사 결과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온다. "그럼 지금부터 먹을 약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기대가 함께 섞여 있다. 혹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고, 지금부터 무엇이라도 하면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처방받은 약이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워도 '그래도 복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문제는 인지기능 개선이라는 영역이 그 믿음과 실제 약효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날은 약을 먹고 머리가 맑아진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먹지 않아도 상태가 괜찮다. 수면이나 스트레스,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기억력과 집중력도 달라진다.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하는 작은 변화가 실제 약의 효과인지 자연스러운 변동인지 가려내기도 어렵다. 그동안 국내에서 뇌기능 개선제로 사용돼온 약들이 잇따라 효능 검증대에서 탈락한 것도 이 같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관련 효능·효과가 삭제됐고, 옥시라세탐도 임상재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며 시장에서 이탈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역시 급여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소송이 수년간 이어졌다.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약이 빈자리를 채웠다. 은행잎 추출물과 돼지뇌펩티드 제제가 대체 치료제로 거론됐고, 한동안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니세르골린도 다시 처방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그런데 이들마저 다시 검증대에 오르고 있다. 은행잎 제제와 돼지뇌펩티드 제제 역시 재평가 절차를 앞두고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에서 옥시라세탐, 콜린알포세레이트로, 다시 은행잎과 니세르골린 등으로 처방이 옮겨가는 상황은 흥미롭다. 약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약이 그 자리를 채우고, 사용량이 늘어난 약은 다시 검증대에 오른다. 이를 단순히 재평가 제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오래 사용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이 계속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환자가 효과를 느꼈다는 경험만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다. 임상재평가와 급여 적정성 재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치매와 인지저하 영역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어려운 것은 약 때문만은 아니다. 치매의 발생과 진행 기전에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병리가 핵심적인 특징으로 확인돼 있다. 하지만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하나의 경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신경염증과 혈관 이상, 대사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바라보는 시각도 복잡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아밀로이드 가설 역시 오랫동안 논쟁을 거쳤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 아래 수많은 후보물질이 개발됐지만 실패도 반복됐다.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감소라는 분명한 생물학적 효과에도 임상적 유용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등장한 '레켐비(레카네맙)'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할 뿐 아니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인지기능과 일상생활능력 저하 속도를 유의하게 늦추며 질병 조절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다. 레켐비는 기억력을 다시 좋아지게 만드는 약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치료를 받은 환자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위약을 투여한 환자보다 그 속도가 완만했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질환 진행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한다는 점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 진행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레켐비 등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을 동반할 수 있어 환자 선별과 반복적인 MRI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국 최신 치매치료제에서도 다시 '효과'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치매 치료에서는 인지기능을 직접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악화 속도를 늦추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 역시 중요한 효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임상에서 확인된 점수 차이가 실제 환자의 삶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지는 여전히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뇌기능 개선제의 딜레마도 결국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는 변화가 느리고 환자별 편차가 크다. 인지기능 검사는 수면과 심리상태, 교육 수준이나 검사 당일의 컨디션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효과가 없는 약을 걸러내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치매처럼 발생과 진행에 여러 병리가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치료 목표 역시 '회복'에서 '진행 지연'까지 폭넓게 논의되는 질환에서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하나의 잣대만으로 가르는 것이 충분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인지기능 점수뿐 아니라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지, 질환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을 얼마나 늦췄는지,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등 치료 효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치매의 발생과 진행 기전에 아직 풀어야 할 부분이 남은 상황에서 의학은 어디까지를 치료 효과라고 부를 것인지, 환자가 가진 불안과 믿음에는 어떤 근거 있는 답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와 이를 평가하는 정부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2026-08-20 06:00:42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공공 역할 맡긴 약국, 희생으로 버틸 수 없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환자가 한 명이 오든 두 명이 오든 약국은 문을 열고 약사는 있어야 하잖아요."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협력약국의 어려움을 취재하던 중 한 약사가 한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 약국은 인근 달빛어린이병원의 토요일 진료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되면서 덩달아 약국 운영 시간도 늘어났다.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약국을 찾는 환자가 2명 안팎에 불과한 날도 있지만 언제 처방전을 들고 환자가 찾아올지 모르니 약사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소아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처방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처방전을 조제할 약국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달빛어린이병원과 협력약국은 사실상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진료는 받을 수 있지만 약을 조제할 곳이 없다면 야간·휴일 소아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의미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원 체계는 확연하게 다르다.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운영을 위한 별도 지원이 이뤄지지만 협력약국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별도 운영비 지원이 없다. 실제 조제가 이뤄지면 일반 조제수가와 별도로 건당 야간조제관리료가 산정되지만 환자가 없어도 약사가 약국을 지켜야 하는 시간까지 보상하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약국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매출과 비용을 따져 운영시간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경영상 책임을 지는 것도 약국 개설자의 몫이다. 하지만 사회가 필요에 의해 특정 시간 약국 문을 열어두도록 요구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환자가 올지 오지 않을지 모르는 시간에도 약사가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단순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소아 환자가 필요한 순간 진료 이후 약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의 한 축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의 가치를 오롯이 개인 약국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는지는 한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고민은 이미 공공심야약국에서도 반복돼 왔다. 공공심야약국은 심야시간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약사의 상담을 통한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본사업까지 안착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참여 약국 확보와 운영비 현실화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자 역시 2년 전 공공심야약국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일부 약사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도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과거 달빛어린이병원 협력약국에 별도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공심야약국과의 중복 가능성을 들었다는 점이다. 정말 두 사업이 같은 역할을 한다면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된다. 반대로 달빛 협력약국과 공공심야약국의 역할과 운영 목적이 다르다면 중복을 이유로 지원 필요성까지 외면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시 따져볼 일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공공약국'이 등장했다. 정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과 판매처 확대를 추진하자 약사사회는 대안으로 공공심야약국 확대와 함께 보건의료취약지역에 공공약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단순히 판매 장소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기보다 약사가 있는 공간을 통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함께 확보하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만 공공약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기존의 공공적 역할을 담당해 온 약국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달빛 협력약국도, 공공심야약국도 결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장소에 약사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약사는 보건의료인인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초고령사회와 통합돌봄, 의료취약지 문제를 고려하면 지역사회에서 약사에게 요구되는 공공적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 비용까지 약사 개인에게 감당하라고 할 수는 없다. 약사의 전문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정 시간과 공간을 지키는 것 역시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사회가 약사에게 더 많은 공공적 역할을 요구하려 한다면 그 역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적정하게 보상할 것인 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공공성은 누군가의 희생만으로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국민이 필요할 때 약국 문이 열려 있기를 바란다면 그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2026-08-19 06:00:38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