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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상 실패보다 아쉬운 코오롱의 태도[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수차례 실패한 뒤 다시 일어나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는 영웅 서사의 클리셰다. 넘어져 봐야 자신의 한계를 알고 좌절을 겪어야 비로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실패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런데 유독 '실패'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는 업계가 있다. 바로 바이오 업계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좀처럼 실패를 고백하는 법이 없다. 실패한 임상은 '절반의 성공'으로 둔갑한다.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난 미미한 반응은 '약효 가능성 확인'으로 포장된다.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세우기도 한다. 코오롱티슈진도 익숙한 대응 방식을 되풀이했다. 코오롱티슈진은 개발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 미국 임상 3상(TGC-15302)에서 통증과 기능 개선이라는 두 가지 주요 평가지표 모두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핵심 지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회사는 어김없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이오는 결국 데이터로 성패가 갈리는 산업이다. 사전에 정한 핵심 지표를 충족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기준인 이 산업에서 '절반의 성공'이란 존재할 수 없다. 코오롱티슈진이 위약군의 이례적인 개선 폭을 이유로 약효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더라도 사전에 정한 공동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상 임상 결과는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신약개발은 본래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큰 영역이다. 임상 3상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일은 글로벌 빅파마에도 흔하다. 시장과 투자자 역시 바이오 투자가 지닌 높은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임상 실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마주하고 대하는 기업의 태도와 소통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오롱티슈진의 대처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회사는 주요 평가지표 미달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를 앞세우는 데 집중했다.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공시와 보도자료, 간담회 발표 자료 간 주요 수치를 제각각 다르게 기재하며 혼선을 자초했다. 2차 평가지표의 경우 외신 배포 자료에는 담았지만 국내 보도자료에서는 제외하기도 했다. 불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과도한 낙관론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코오롱티슈진은 과거에도 TG-C 허가를 자신했지만 결국 허가 취소와 장기간 임상 중단을 겪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번 임상 3상 결과 발표 전까지 공식 석상에서 성공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두 번째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면 한 건의 데이터만으로도 미국 규제당국 품목허가 협의가 가능하다며 기대를 불어넣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미국 임상 3상에 다시 도전한 코오롱티슈진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바이오 기업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은 시장과 언론 모두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같은 미봉책이 반복된다면 임상 실패보다 더 큰 신뢰의 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 코오롱티슈진에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결과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자세다. 앞으로 있을 임상 결과 발표에서는 조 단위 기업가치에 걸맞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소통을 이어가길 바란다.2026-07-23 06:00:42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규제 취지와 제약현장 사이의 간극[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공장 살균제 이슈를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규제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 사이의 거리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과 살생물제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사전에 관리하고,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제도 취지는 필요하다. 다만 제도가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약품 제조현장처럼 이미 강한 품질관리 체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작은 기준 변화도 여러 절차와 검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살생물제품 관리 제도가 시행됐고, 제약공장도 기준에 맞는 소독제와 살균제를 쓰면 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현장에서는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도 단순한 구매 품목 변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백신 제품 자체의 성분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살생물제가 백신 원액에 들어가거나 완제품에 섞이는 문제가 아니다. 쟁점은 제약공장의 작업실, 클린룸, 청정구역 등 제조환경을 소독하는 제품이다. 제약공장에서는 작업실과 클린룸의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소독제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안에서 관리된다. 특히 백신과 주사제처럼 무균 관리가 중요한 품목에서는 제조환경 자체가 품질관리의 일부다. 소독제 하나도 사용 구역, 사용 방법, 사용량, 교체 주기, 품질문서 안에서 관리된다. 새 제품으로 바꾸려면 기존 제품과 같은 살균 효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하고, 설비나 자재에 부식성·반응성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청소·소독 절차, 환경모니터링 기준, 작업표준서까지 손봐야 한다. 제도상 승인된 제품이라고 해서 곧바로 GMP 제조현장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과 제약공장의 무균환경 유지에 적합한 제품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처별 관리체계의 빈틈이 드러난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식약처가 관리하지만, 제조환경에서 쓰는 살균제는 환경부 규제와 맞물린다. 역할 구분은 타당해 보이지만, 의약품 제조소라는 공간에서는 두 영역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 살생물제품일 수 있지만, 식약처 관점에서는 의약품 제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GMP 관리 요소다. 같은 제품을 두고 규제의 시선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교훈은 분명하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규제가 또 다른 공급 리스크를 만들지 않도록 현장 적용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감백신처럼 특정 시기에 공급돼야 하는 품목은 작은 변경도 부담이 된다. 소독제 교체와 검증에 시간이 걸리면 생산·출하 일정 관리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 취지를 지키면서도 제약 제조현장의 GMP 특수성을 반영한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유예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용 제품을 점검하고 제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규제는 촘촘해지고 있지만, 부처 간 경계에 걸친 현장은 종종 사각지대에 놓인다. 제약공장의 소독제 이슈는 그 단면이다.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이 왜 수개월의 검증과 문서 개정으로 이어지는지, 제도도 이제는 그 현장의 무게를 봐야 한다.2026-07-22 06:00:40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변화의 문턱에 선 제약영업 직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희망퇴직(ERP)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주요 제약사들이 잇달아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인력 효율화에 나서면서 ERP가 반복되고 있다. BMS와 MSD, 다케다에 이어 최근에는 노바티스까지 조직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영업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영업의 쇠퇴로 받아들인다. 디지털 마케팅이 확산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약 영업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경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역시 ERP를 추진하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반면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에서도 ERP가 반복되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최근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제약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의료진을 만나고 제품을 알리느냐에 있었다. 순환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시장을 이끌던 시절에는 영업망과 현장 활동이 성과를 좌우했다.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의료진과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은 시장의 문법이 달라졌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경쟁은 영업력보다 임상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마커, 진료지침, 세분화된 급여기준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치료제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됐다. 이제는 라포보다 신약의 임상 결과의 임상적 의미, 기존 치료 대비 차별성, 급여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똘똘한 신약 하나가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 하고 있다.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경쟁 방식과 영업의 역할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왜 변화의 중심이 영업조직인지도 여기에 답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제약사의 조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디컬, MSL(Medical Science Liaison), 마켓액세스(MA) 등 의료진과 정부를 상대하는 전문 조직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영업조직이 담당했던 기능이 보다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어지는 ERP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력을 줄였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어떤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가다. 근거 중심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영업사원들은 '얼마나 많이 만났는가'보다 '얼마나 수준 높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변화의 문턱에 선 영업 직군이 답해야 할 질문도 결국 전문성이다.2026-07-21 06:00:48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집합 연수교육 논란이 남긴 것[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대면에 해당하는 집합 연수교육이 이슈가 됐다. 집합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한약사회의 방침을 계기로 웨비나의 집합교육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고, 병원·산업약사 등 직역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상회의와 웨비나가 일상적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집합교육으로 볼 수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방식은 연수교육의 접근성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작 연수교육의 본질인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문직의 연수교육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그 출발점은 약사의 전문성 유지와 향상에 있다. 약사의 경우 새로운 치료 환경과 의약품 정보를 익히고, 변화하는 의료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수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교육 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이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연수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약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부 교육을 두고 특정 회사나 제품 중심의 강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사진과 주제가 매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보다 제품 설명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연수교육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약사회마다 우수한 강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회원들의 호응을 얻는 교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정 의무교육인 만큼 교육의 질이 지역이나 강사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요구로 코로나19로 유연하게 적용됐던 집합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수교육 방향을 잡았다. 이번 개편 취지가 단순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 내용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의 학술성과 객관성은 충분한지, 특정 제품이나 기업 홍보로 흐르지는 않는지, 최신 치료지침과 임상 근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회원 약사들의 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우수 강의를 공유하거나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약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합돌봄, 방문약료, 전문약사 제도, 비대면진료, 인공지능 활용까지.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연수교육이 다뤄야 할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연수교육은 단순히 평점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사회와 환자 앞에서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번 집합교육 논란이 온라인과 대면 중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7-16 06:00:40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2026-07-15 06:00:46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인증 없이 쫓기듯 시작하는 약가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신규 제네릭 산정 방안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이 내달 ‘준혁신형’ 제약사 없이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어제(13일)까지 제네릭 산정·가산 개편안을 포함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달 1일 시행 예정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약가제도 개편 목적의 굵직한 뼈대 중 하나다. 혁신 지향적 생태계 마련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주요 목표로 언급된 바 있다.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과 특례 방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신설됐다. 다만, 시행일을 앞둔 현재 준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준혁신형과 혁신형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시행일을 수개월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준혁신형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해둔 뒤 차후 대상 기업을 선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준혁신형 제약사는 10~20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산정률 45%, 인증 이후에는 50%의 산정률이 적용된다. 약가 가산은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약가제도 개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약가 가산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혁신성에 따라 가산이 부여된다. 즉, 준혁신형 인증이 붙어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약가의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각 등재 품목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 산정률, 4년의 가산 유지 적용에 따라 매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혁신형 신청 대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10~20곳의 제약사들은 준혁신형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급여 출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혁신형 인증을 새로 받으려고 하는 소수의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인증을 받는다면 60% 가산과 4년의 가산 유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증까지 약 5개월은 제네릭 등재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제네릭 출시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약가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약가를 더 주거나, 깎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약산업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제약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미흡한 준비로 서둘러 시작하는 약가제도 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2026-07-14 06:00:46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보건의료 입법, 여야·직능 이익 쏠림 없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진전없이 교착에 빠지면서 보건복지위원장을 여야 중 누가 맡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맡았던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내주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 구성 재협상을 촉구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 행위를 번복하지 않으면 7개 상임위원장도 포기하는 안까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맡게 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복지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이 맡게 될지 여부에 따라 국회 계류중인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논의 경과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계와 약사회, 정부부처는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진행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드는 생각은, 국민 건강과 생명,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입법 성패가 과연 여야를 비롯한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의 파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당연시 바라봐도 될것인지다. 국민 중심 의정활동이 넘쳐 흐르는 국회가 아닌 여야, 의사와 약사 직능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나 로비력에 따라 국회가 운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는지, 의사나 약사 직능이 여야 각각 어떤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운명이 180도 뒤바뀌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과 직능단체는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유리하다면 여야, 의·약사를 떠나 가장 합리적인 입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작동·운영돼야 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제한적 성분명 처방 허용법'이 처한 상황을 보면 후반기 국회 복지위원장을 여당이 맡을지 야당이 맡을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민의힘과 의사들은 의료진의 진료권 보호·보장을 위해 아무리 제한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 부분적 허용 법안을 절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인 대비 민주당과 약사들은 필수약 품절 문제를 근절하고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은 여야 정치적 셈법과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 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실종된 '국민 중심' 의정활동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진영 논리와 직능 이익 우선주의가 결합된 지금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국민 건강·생명과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선진화,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란 미션을 이해관계 없이 해결할 때 국회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치권이 의료계와 약업계 이익을 따지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사이, 정작 정책의 실수요자이자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 목소리는 배제된다. 여야 또는 특정 직역의 타격이나 수성이 입법 목표이자 성패의 잣대가 돼선 안 된다.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여야 누가 맡게 될지, 여야 복지위원 의·약사 직능 구성이 어떻게 꾸려질지와 상관없이 국가 보건의료 정책 일관성과 국민 우선 의정활동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입법 심사가 필요하다.2026-07-10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복잡한 약가 제도와 씁쓸한 로펌의 특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의 발걸음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형 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 도입될 혁신형·준혁신형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은 유연계약제와 사후관리 규정의 법적 틈새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도 변화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약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업계 전반이 공감한다. 그러나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이를 적용받는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 로펌들만 특수를 누리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로펌은 단순한 법률 자문 역할을 넘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규제가 복잡해지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로펌의 영향력은 비례해서 커졌다. 정부의 입법이나 고시개정에 방어 논리를 마련하고, 복잡한 규제를 풀이해주며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약가 인하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에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기도 한다. 규제와 행정이 맞닿는 영역에서 이제는 로펌이 개입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 로펌들이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 출신 전관들을 앞다퉈 영입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물론 개인의 전문성을 살린 재취업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 입장에선 복잡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줄 전문가가 절실하다. 로펌 역시 시장 수요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자연스런 판단이다. 엄격한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를 거쳤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서글픈 모순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 제도의 틀을 설계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규제 문턱을 높였던 이들이, 퇴직 후에는 정반대의 편에 서서 그 규제를 우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컨설팅하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설계했던 이들이 로펌의 이름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한다.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논리를 산다. 정책 변화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기이한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자원 배분이다.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쓰여야 할 비용과 자원이 규제 대응과 법률 검토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는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 기업들의 혁신 경쟁이 아닌 규제 대응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라면, 근본적인 설계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아니라 대형 로펌이라면, 제도 설계와 추진 방식이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2026-07-09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ESG 경쟁력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지주사와 중견 제약사, 바이오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공시 체계와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올해만 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이 잇따랐다. 기존 보고서를 내던 기업들은 공시 범위를 그룹 전체로 넓히거나 국제 기준을 반영해 보고 체계를 고도화했다. 계열사별 ESG 활동을 하나로 묶고, 이중 중대성 평가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ESG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경영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요건이 됐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원료 공급 등 글로벌 협력 과정에서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 인권, 윤리경영, 정보보안, 탄소배출 관리 수준까지 함께 검증받는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국내 기업들의 ESG 접근법이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봉사활동이나 친환경 캠페인 등 사회공헌 중심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혁신, 의약품 접근성,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 공급망 관리, 사업장 안전보건처럼 제약산업의 본업과 직결되는 의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ESG를 별도의 활동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에 보고서를 발간해 오던 기업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시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공시 기준을 반영하고 그룹 차원의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이슈를 도출하는 등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가 형식적인 도입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부 기업의 보고서는 여전히 '무엇을 했다'는 활동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량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좋은 사례만 나열한 보고서는 홍보 자료로만 보여질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는 이제 보고서를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나 꾸준히 개선했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고서의 두께가 기업의 신뢰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ESG 2.0 시대의 경쟁은 '발간'이 아니라 '증명'이다.2026-07-08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코스닥 30년, 화려한 기념식보다 중요한 것[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이립(而立). 서른 살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341개 기업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지난해 기준 1827개 기업이 상장한 시장으로 커졌고 시가총액은 개장 당시 7조원에서 지난달 기준 58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숫자로 보면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립의 나이에 들어선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불성실공시, 반복적인 자금조달, 우량기업 저평가 등 누적된 문제가 시장 신뢰를 흔들어왔다. 현재 코스닥은 외형 성장의 단계를 넘어 성숙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당국은 상장 유지요건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 밸류업, 기술특례상장 고도화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통해 부실·한계기업은 신속히 걸러내고 우량기업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스닥의 본래 역할인 '모험자본 시장'의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이미 완성된 기업만 골라내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로 선별과 퇴출에만 무게를 두다 보면 성장 시간이 필요한 기업까지 한계기업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사업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지표만으로 평가받을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기업이 위험기업처럼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그먼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을 따로 구분해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우량기업과 관리 대상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시장 내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전략보다 어느 군에 들어가느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제도 개혁이 기업을 나누고 솎아내는 방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기업을 퇴출할지 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시간을 줄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제약바이오처럼 사업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업종에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식보다 분명한 원칙이다. 우량기업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역할을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 30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걸러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이 시장 안에서 버티고 성장했느냐로 평가될 것이다.2026-07-07 06:00:40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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