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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발사르탄 진정국면 뒤엔 그들이 있었다

  • 이혜경
  • 2018-07-23 12:06:52

소동이 따로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토요일) 정오쯤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의약품 219품목에 대한 판매 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유럽의약안전성(EMA) 발표 검토 후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국내 환자 160만 명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종적으로 문제 의약품 처방·조제가 확인된 환자는 17만8000여 명이다.

하필 주말이어야 했을까. 이틀 동안 밤샘 현장조사를 했다는 식약처는 9일 219품목 중 104품목에 대한 판매중지를 풀었다. 그리고 아직 판매중지 중인 115품목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량과 위해성 여부도 모른다. 조사가 끝난 이후 후속조치까지 마련하고 요양기관이 문을 여는 월요일(9일) 오전, 최종 115품목 판매중지를 공개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식약처의 행정절차 과정은 발사르탄 고혈압약 회수가 모두 이뤄지고, NDMA 위해성이 공개된 이후에 또 다시 평가가 있으리라 본다. 그 중간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교환율이 의미하는 바다. 판매중지 의약품 115품목을 처방·조제한 환자 중 14만명 이상이 다른 고혈압약으로 교환을 마쳤다. 정확히 2주만에 80%가량이 재처방·재조제를 마쳤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리콜 조치에 들어간 유럽 22개국과 미국은 교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급하게 결정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미 발암물질 유발 가능성으로 식약처의 판매중지가 내려진 상황에서 국민정서상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 교환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의약품 교환 결정이 내려지면서부터의 과정은 보건복지부가 맡았다. 실무 작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권한을 쥐고 있다. 심평원은 의약품안전대책추진단을 구성했고, 공단 또한 발사르탄 대처를 위한 임시조직을 계획하고 있다.

복지부, 심평원, 공단, 그리고 의료계와 약업계가 함께 했다. 심평원은 DUR을 활용해 요양기관이 판매중지 의약품을 처방, 조제할 수 없도록 차단조치를 했다. 식약처가 7일 219품목에서 9일 115품목으로 판매중지 의약품을 조정했을 때도 심평원 DUR관리실은 24시간 대기하면서 DUR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바빴다. 판매중지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이 발행되면서 잡음이 일었지만, 이는 'DUR 온·오프' 기능 탑재로 인해 '오프'한 요양기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요양기관이 DUR을 켜뒀더라면, 판매중지 이후 처방·조제가 이뤄진 발사르탄 고혈압약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또한 빛을 봤다. 심평원 의약품종합관리센터는 판매중지 품목을 확인 후, 제약사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어느 요양기관에 공급했는지를 일련번호를 통해 파악했다. 올해부터 제약회사에 의무 적용된 '일련번호 즉시보고'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결과다. 만약 도매업체, 요양기관까지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졌다면 어느 환자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복용했는지 까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교환부터 회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까지는 도입 전에는 각 이해관계로 인해 반대가 심했지만, 도입된 이후 빛을 발하는 제도도 한몫했다.

그리고,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의사와 약사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에서 처방이나 조제가 이뤄진 내역을 파악할 수 있지만, 환자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내를 할 수 없다. 공단은 수진자별 개인정보가 있지만, 어쩐지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 요양기관이 나서서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 조제 받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식약처 발표 이후 주말 내내 환자들의 민원을 받아낸 사람들도, 교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마찰까지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도, 모두 현장에 있던 의·약사였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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