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약의 신을 기다리는 암환자들을 위해
- 안경진
- 2018-08-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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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소위 '약의 신'이라 불리는 청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가의 항암제 제네릭을 인도에서 공수해주는 일로 큰 돈을 만진 청윤은 제약업계의 압박과 경찰 수사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판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다. 하지만 약을 구하지 못한 백혈병 환자가 약값을 대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제네릭 판매를 재개한다. 암환자들에게 원가만 받고 제네릭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부터 약의 신이란 별칭을 얻게 된 청윤은 밀수와 불법 의약품 판매 혐의로 체포돼 재판장에 서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요소는 고가 의약품으로 고통받는 중국 환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겠다. 실제 이 영화는 인도산 글리벡 제네릭을 복용하던 중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들에게 약을 대신 구매해줬던 백혈병 환자 루융(陸勇)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13년 불법의약품 판매 혐의로 기소된 그는 환자들의 탄원으로 검찰기소가 취소되고, 2015년 1월 석방된 바 있다. 고무적인 건 3년 여만에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영화 '워부스야오션'을 언급하고,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리 총리는 "암 등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는 현실에 대한 호소는 약가인하와 물량확보의 시급성을 반영한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 신속한 정책수립 및 집행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실질적인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수입산 의약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수입산 항암제에 부여하던 5%의 관세를 철폐하고 부가가치세를 기존 17%에서 3% 수준으로 낮췄으며, 일부 항암제를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리 총리의 발언이 최근 '창춘(長春) 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불량백신 사태로 인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일부 제기되지만, 암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웃나라 중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고가 항암제로 인한 진통은 결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건강보험급여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숱한 파장을 낳았던 면역항암제는 여전히 적응증 확대에 따른 분쟁의 소지를 가득 안고 있다. 최초 등재 때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으로 한정됐던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불과 1년새 신세포암과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등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됐다. 자궁경부암과 간세포암, 유방암, 위암 등 1~2년 새 적응증 추가가 예상되는 암종도 상당하다.
정보량이 풍부해진 환자들은 보건복지부 이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는 급여등재 절차를 문제삼기 시작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연일 불만을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에서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개선·보완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진땀을 빼야 했다.
재정지출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도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 건강보험 재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필요하다면 도입 5년차를 맞이한 위험분담제(RSA)에 대해서도 재정비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제목처럼 누구도 약의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환자, 혹은 가족이 의도치 않게 약의 신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국민 3명 중 1명, 누구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 너무 늦지 않게 현명한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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