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업의 정보 은폐·왜곡은 범죄입니다
- 안경진
- 2018-09-27 06: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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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로비스사는 EGFR 티로신키나아제(TKI) 투여 후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들 대상으로 3세대 폐암 치료후보물질 로실레티닙(rociletinib)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오늘날 6조원 규모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현재는 개발이 중단된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당시 로실레티닙의 경쟁상대다. SEC은 클로비스의 최고경영자인(CEO)인 패트릭 마하피(Patrick J. Mahaffy) 대표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얼 마스트(Erle Mast)가 투자유치를 위해 로실레티닙의 유효성 수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덴버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로실레티닙의 유효성 평가지표인 종양반응률이 42%라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보도자료나 IR 자료에 '60%'라고 기재했다. 실제 반응률보다 18%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클로비스가 2015년 7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이 같은 사기행각을 지속했고, 그 덕분에 2억 98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게 SEC의 주장이다.
실제 2015년 11월 로실레티닙의 실제 반응률이 공개된 뒤 회사 주가는 70% 급락했다. 임상 결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일제히 클로비스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로실레티닙 개발을 지속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한 클로비스는 그로부터 6개월 뒤 공식적으로 개발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클로비스는 이 같은 SEC의 주장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2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임상정보 공개 과정에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마하피 대표와 마스트 전 CFO 역시 각각 자신에게 부과된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지불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와 임원진들이 신약개발과 관련된 핵심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90억달러(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바이오벤처기업 테라노스(Theranos)가 끝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투명한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케 한다. 19세의 나이에 스탠퍼드대학을 중퇴하고 '에디슨'이란 혈액진단키트를 개발하면서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테라노스의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즈는 투자자와 의료진, 환자들을 속인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26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던 테라노스의 혈액진단 기술에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라노스 투자자들이 손해 본 금액은 약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홈즈가 향후 10년간 어떤 상장사에서도 임원급 관리자가 되지 못한다는 조건을 수용하고 회사에서 물러났지만, 허위 기술 뿐이던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남아있던 2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8월 말 회사를 떠났고, 회사 측은 주주들에게 공식적으로 기업운영을 청산하고 남아있는 약간의 현금을 채권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바이오기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업의 공시정보 확대와 더불어 과대정보 발표 감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호간 정보를 교환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주식시장에 유통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은폐해 주식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불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2017년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하다며, 공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몇년간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업종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 기술수출이나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막대한 투자금이 제약바이오주로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규모와 무관하게 시가총액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바이오기업들도 속출했다.
문제는 신약개발 자체가 고도로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인 데다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서 정보의 객관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믿고 거액을 투자했지만 몇년째 진전을 보이지 않거나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신약개발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발 맞춰 제약·바이오기업들 스스로 연구개발(R&D) 정보 공개에 대한 달라진 태도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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