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약개발, 기다림과 인내심의 미학
- 안경진
- 2018-12-31 06: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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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4개 부처가 공동 개최하고 108개국, 총 5770팀이 참여하는 데다 총 상금이 18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제법 화제성을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각 스타트업 대표가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면 투자, 컨설팅, 엑셀러레이터 등 현업에 종사 중인 기업 대표들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신약개발 스타트업 메디노 주경민 대표의 오디션 장면 때문이었다. 성균관의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주 대표는 자체 개발한 신경줄기세포치료제를 소개하기 위해 심사위원들 앞에 섰다. 치료유전자를 발현함으로써 손상된 신경조직을 재생시키고, 퇴행성 신경질환의 원인을 교정하는 혁신형 치료제가 주 대표의 창업 아이템이다.
심사위원들은 성공할 경우 상당한 시장성이 보장되는 혁신치료제에 높은 관심을 표하면서도 장기 연구와 고액 투자를 요하고, 실패 시 위험부담이 크다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스타트업에 목숨을 걸었다면 학교를 그만두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약개발은 10년 넘게 걸리는 일이다. 불확실성도 높은데 투자자나 다른 직원들에 대해 책임질 자신이 있나"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도 쏟아졌다. 주 대표는 질문세례에 진땀을 빼면서도 신약후보물질이 뇌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원리와 전임상 결과 등을 차분히 소개한 끝에 최종 입상 10팀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방영은 최근 몇년새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스타트업 붐'을 반영한다. 2000년대 당시 IT 업종이 창업 열풍을 주도했다면, 오늘날에는 신약개발 전문의 바이오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객관적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17 바이오 중소·벤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300개가 넘는 바이오기업이 창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479개가 창업한 2016년의 창업 열기가 이어진 셈이다.
바이오업종에 관한 투자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10월 기준 올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7016억원으로 지난해 총 투자액(3788억원)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 말까지 역대 최대치인 바이오기업 13곳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했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10월 기준) 중 10곳이 바이오기업으로 조사됐다.
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관심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비록 일부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은 있었지만, 2015년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올해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기술수출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꿈도 영글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신약개발은 호흡이 긴 산업이다. 의약품의 효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대리평가변수를 활용하고,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심사절차를 간소화 하려는 보건당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최근 10년 중 최대치였다는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건수는 46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올 하반기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을 신약에 대해서는 '임상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는 '임상1상 개시 승인'으로 제시했다. 신약개발이 평균 15년 넘게 걸리고 성공률이 0.01%에 불과한 고위험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제약바이오업계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임상3상 개시 승인 이후 정부의 최종 승인율은 약 50%에 그쳤다.
실제 올 한해 국내사들의 글로벌 진출성적을 돌아봐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2종이 FDA 허가를 받은 반면, 연내 허가 기대를 받아온 GC녹십자의 혈액제제와 SK바이오팜이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등은 심사일정이 지연돼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던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최종 10팀으로 선정된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켠 조심스러움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제품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10년에 가까운 기다림을 요구하는 바이오업종과 짧은 순간 상품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칭이 과연 적절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
국내 개발 신약의 미국시장 진출 꿈을 내년으로 미루게 된 지금, 제약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정부를 향해 던지고 싶은 주문은 인내심과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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