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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경제보복 불똥 튈라"…제약업계, 예의주시

  • 천승현
  • 2019-08-05 06:20:46
  •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로 동결건조기 등 3개 의약품 설비시설 영향권
  • 수입약 중 일본산 9%...의약품으로 수출제한 확대시 영향 미미 전망
  • 제약사들, 약사 불매운동 확산으로 매출 타격 '전전긍긍'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경제보복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수출 제한이 예고된 전략물자 중 의약품 산업에 사용되는 품목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반일정서 확산으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의약품 영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계 제약사 뿐만 아니라 일본제약사와 교류 중인 국내제약사도 피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동결건조기 등 3개 설비 백색국가 제외 영향권...제약사 피해 제한적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를 말한다.

일본은 그동안 백색국가로 지정한 국가에 대해 자국 기업이 수출할 경우, 군사전용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도 최초 허가 후 3년간 개별 신청을 면제해줬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일본에서 생산되는 전략물자를 수입하려면 개별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 수출허가제도 개요(자료: 일본규제 바로알기)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조치로 인해 관련된 전략물자의 수는 1194개로 파악했다. 이중 159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의약품 산업에 사용되는 품목 중 동결건조기, 여과장치, 발효조 등 3개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3개 품목은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설비로 분류된다. 하지만 모두 대체불가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생산설비의 경우 일본산이 아니더라도 독일이나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30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일본 전략물자 수출제한 품목 조사를 진행했다.

협회는 “우리나라가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전략물자 중 완제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외에도 동결건조기, 여과장치, 발효조 등 전반적 물품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제약업체들이 예상하는 피해 현황 조사에 나섰다.

협회는 제약사들에 중점관리 품목, 수급불안정 상황과 향후대책 등을 지난 1일까지 답변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2일까지 백색국가 제외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답변은 접수되지 않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제약사들에 일본 전략물자 수출제한에 따른 피해현황을 조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약바이오 업체 개별적으로 수급불안정을 예상해 일찌감치 대책을 마련하는 발빠른 움직임도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본 수입산 원부자재 중 현재로서는 ‘바이러스 필터’만 유일하게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품목인데, 이미 1년 이상의 안전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며 대체 방안 수립을 완료해 완전 교체를 진행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의약품 일본 수입 의존도 8.8%...수출금지 포함돼도 영향 미미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산 의약품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의약품은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대응으로 한국 수출을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모두 일본산 제품의 의존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대체 가능한 제품이 많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낮은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일본은 전체 수입 국가 중 5위(5억7003만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수입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이중 원료의약품 수입 규모는 중국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전체 의약품 수입에서 일본산의 비중은 높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의약품 중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불과하다. 지난해 총 65억134만달러 규모 의약품이 수입됐는데 이중 일본으로부터 5억7003만달러어치 수입됐다.

완제의약품보다는 원료의약품의 일본 수입량이 많다.

지난해 일본산 완제의약품은 2억6667만달러 규모 수입됐고, 3억336만달러 규모 원료의약품이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전체 완제의약품 수입에서 일본산의 비중은 6.0%에 그쳤다. 일본산 원료의약품은 전체 수입에서 14.7%를 차지했다.

연도별 원료의약품 수입 중 일본산 비중(단위: %,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원료의약품의 일본 의존도가 완제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수입 비중은 감소세다. 지난 2014년 일본에서 들여온 원료의약품은 3억3846만달러로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17억265만달러)의 19.9%에 달했다. 일본산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은 2015년 15.1%로 떨어진 이후 점차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만약 일본산 원료의약품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기업의 완제의약품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일본산 원료의약품의 대체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수 있을뿐더러 현재로 일본기업의 수출 제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 거래처로부터 원료의약품의 수출은 종전대로 유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약사단체, 일본산 의약품 불매운동 확산...제약사들, 노심초사

제약업계는 일본산 의약품과 제조설비에 대한 고민보다는 불매운동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약사들의 일본산 의약품 불매운동 선언이 확대되면서 일본계 제약사 뿐만 아니라 일본산 의약품을 취급하는 국내제약사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북약사회를 시작으로 강원도, 서울시, 전남, 충북, 충남, 경기도, 제주 등 지역약사회들이 일본산 의약품 불매운동을 천명했다.

약사들 자발적으로 약국이나 SNS, 블로그, 유투브 등을 통해 일본산 의약품 불매운동 동참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이다. 약국에서 취급하는 일본산 일반의약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전 국민적으로 펼쳐지는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도다.

지역약사회와 약사들을 중심으로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계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반일정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유니클로의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본산 완제의약품 중 대형제품이 많지 않아 큰 타격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일본제약사의 일반의약품 중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제품은 1개도 없다.

제약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처방의약품 영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아리셉트, 하루날, 베타미가, 릭시아나, 세비카 등 일본제약사가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들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는 사례가 많다.

매출 규모가 큰 일본산 전문의약품은 대부분 국내기업이 영업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제약사의 주력 전문의약품 중 상당수는 일본제약사로부터 판권을 넘겨받고 판매 중인 제품이다. 만약 일본 전문의약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일본계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도 영향권에 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는 달리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산 전문의약품은 모두 오리지널 의약품이어서 대체 약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반의약품에 비해 치료영역이 상대적으로 중증질환인 전문의약품 특성상 불매운동 목적으로 처방 중인 약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약사단체가 불매운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의사단체들은 공개적으로 불매운동을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개별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제약사의 전문의약품을 동일 성분의 제네릭이나 대체 가능한 다른 약물로 처방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증질환이면서도 대체약물이 많은 치료제에 한해 제한적으로 불매운동을 동참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경기도약사회는 최근 “경기도내 약국과 병의원이 뜻을 같이해 일본 의약품의 처방 중단 및 국산의약품 처방조제 운동을 공동으로 전개하자"면서 처방의약품의 불매운동 동참을 제안하기도 했다. 성남시약사회도 "대한의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주권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행사인 일본의약품 불매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주문했다.

국내제약사 한 관계자는 “많은 국내기업들이 일본제약사와 오랫동안 우호적인 교류를 하면서 판권 도입이나 공동판매로 일본산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강한 불매운동 기류가 워낙 강해 가급적 판매 중인 제품이 일본산이라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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