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19:25:28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신약
  • #약사
  • 글로벌
  • #질 평가
  • 제약
  • #제품
  • CT
네이처위드

미국-EU, 의약품 15% 관세 합의…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 손형민
  • 2025-07-30 12:00:13
  • 면세였던 의약품에 관세 부과 공식화…최대 190억달러 부담 불가피
  • 사노피·로슈 등 미국 현지 대응 돌입…재고 확대·공급망 재편 가속화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의약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가 공식화됐다. 애초 미국은 의약품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의약품에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정정했다. 그간 면세 품목이었던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며 글로벌 제약업계는 재고 확대, 미국 내 생산 이전 등 공급망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3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지난 27일 의약품·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설정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관세 협상 발표 직후 의약품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이 발생했다. 협상 당시 미국은 "의약품은 15%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고 EU는 "의약품을 포함한 전체 품목에 15%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견이 발생하자, 미국은 협상 다음 날 입장을 정정하며 "EU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도 1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의약품에 최대 2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 15% 수준으로 조정된 것은 파국을 피한 수준이지만, 그간 면세였던 의약품에 처음으로 관세가 적용되면서 산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해졌다.

의약품은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약 60%)을 차지하고 있으며, 면세 지위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일부 제네릭 의약품은 이번 15%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부사항은 아직 미확정된 상태다. 관세 부과로 인해 의약품의 미국 수출에 따른 비용이 급증할 경우 상당 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UBS·ING 등 주요 투자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EU뿐 아니라 영국·스위스 등 다른 주요국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제약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데릭 스타디그 ING 애널리스트는 “무역협정이 공식 체결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유동적이며, 산업계는 비용 상승에 대비해 자체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완화 전략 없이 관세가 고정된다면, 산업계는 최소 130억달러에서 최대 19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감수하게 된다. 추가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사노피는 미국 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뉴저지 생산시설을 미국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에 매각했으며, 로슈는 미국 내 재고 확대를 통해 단기 공급 차질에 대비 중이다. 위탁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재고 비축 등이 주요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수출입 의약품 단가 인상 불가피…직수입·위탁생산 구조 타격

이번 미국과 EU의 관세 협상은 단순한 양자 간 무역 이슈를 넘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EU에서 미국 수출 과정의 관세 인상분이 국내 기업에도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 원료(API) 또는 완제 의약품을 유럽에서 수입해 한국을 거쳐 미국에 공급하는 중간 허브 구조를 운영해 온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미국 진출을 위해 직수입을 활용하거나, 유럽 내 제약사와 공동개발 후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가 바이오의약품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이 가격 탄력성이 낮은 제품군에서는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내 의약품 공급망을 자국 생산 위주로 재편하려는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화는 한국의 위탁생산(CMO)와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주요 국내 CDMO, CMO 기업들은 유럽발 원료 또는 완제를 기반으로 미국 납품 루트를 확보하고 있으나 미국 내 생산 기지로 중심축이 이동하면 관련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단가 조정과 재고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현지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현지 생산-현지 유통’ 구조에 대한 대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