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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A 협상 약제, 약가인하율은 언제·어떻게 결정될까?

  • 박준섭 이사
  • 2026-08-27 06:00:42
  • 요약
  • 박준섭의 Between the lines
  • 청구액 증가율 동일하면 매출 클수록 인하율 증가
  • 가중평균가 초과 여부·재정 영향 등 인하율 보정 변수
  • "목표 매출 설정했다면 예상 인하율 사전 준비해야"

약가 담당자의 개인 캘린더에는 남들과 다른 표시가 하나 있다. 6월, 사용량-약가 연동협상(이하 PVA) 시즌의 시작이다. 이 시즌은 여름 내내 이어지다 9월 1일, 약가인하 고시로 마무리된다.

이 계절을 맞이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에게는 연례행사고, 어떤 회사에게는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일이고, 또 어떤 회사에게는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연례행사인 회사조차 이 시즌을 가볍게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이 협상의 본질이 '깎으려는 쪽'과 '덜 깎이려는 쪽'이 매번 새로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진다고 쉬워지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처음 겪는 회사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절차 자체가 낯선 데다, 회사 전체가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나서도 이게 잘 대응한 결과인지 아닌지 판단할 기준조차 없다.

그래서 이 협상이 정확히 어떤 제도이고,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 가·나·다, 그리고 이 글이 다루는 것

PVA는 약제의 등재 방식과 협상 이력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매년 9월 1일의 풍경을 만드는 것은 이 중 대부분 유형 '다'다. 예를 들어 2026년을 기준으로 하면, 2024년 청구액과 2025년 청구액을 비교해 2026년 6월 협상 대상이 지정되고, 60일간의 협상을 거쳐 9월 1일 자로 약가인하가 적용되는 흐름이다.

이 글은 이 중에서도 유형 '다', 즉 산정으로 등재된 제품이 겪는 협상을 중심으로 다룬다. 국내 제약사가 보유한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대상이 된다는 것의 의미

협상 대상이 됐다는 건 그만큼 청구액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니, 그 자체로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그 성장이 그대로 인하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좋은 성과에 아쉬운 결과가 뒤따르는 구조이기도 하다.

협상대상 품목 여부는 이미 그 전 해에 정해져 있었다

유형 '다'의 기준일은 등재 익년 1월 1일이고, 비교기간과 분석대상기간 모두 달력 연도, 즉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청구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반화하면, 협상과 시행이 이뤄지는 해를 N년이라 할 때 비교기간은 N-2년(전전년도), 분석대상기간은 N-1년(전년도), 그리고 통보·협상·시행은 N년(6월~9월) 안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2026년 9월 1일 자로 조정되는 유형 '다' 품목이라면, 비교기간은 2024년(1월~12월), 분석대상기간은 2025년(1월~12월)이다. 즉 2026년 9월의 인하 여부와 폭은 이미 2025년 안에서 갈린 셈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전년도(2024년) 청구액은 이미 고정돼 있고, 분석대상기간(2025년) 청구액은 그 해 내내 쌓여가는 숫자였다. 그래서 대상 여부는 반드시 2025년 12월 31일이 되어야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성장 속도가 뚜렷하다면, 그해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기준 초과가 확실해지는 경우도 있다.

대상이 이미 선정되어 있다고 해도 협상이 형식적인 것은 아니다. 확정되는 건 대상 여부와 청구액 증가율뿐, 실제 협상은 그 위에서 벌어지는 별개의 과정이다. 협상참고산식이 계산해낸 숫자를 두고, 공단은 그 숫자대로 혹은 그보다 더 깎으려 하고, 회사는 그 숫자보다 덜 깎이려 한다. 매해 다른 품목, 다른 시장 상황 위에서 같은 줄다리기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담당자 개인이 경험을 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대응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협상은 매출이 쌓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협상 대상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비교기간 대비 분석대상기간 청구액이 60% 이상 늘거나, 10% 이상 늘면서 그 증가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협상 대상이 된다. 이 기준선은 매출 규모에 따라 실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다.

예시 계산이며, 실제 판단은 개별 품목의 비교기간·분석대상기간 청구액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60% 기준보다 10%·50억 기준이 먼저 도달하는 지점이 낮아진다. 이 두 기준이 정확히 맞바뀌는 교차점은 비교기간 청구액 약 83.3억 원이다. 60% 성장액(0.6×83.3억)과 10%·50억 조건의 하한선(50억)이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매출이 작은 품목은 60% 기준이 먼저 걸리고, 이보다 크면 10%·50억 기준이 먼저 걸린다. 83.3억 원 부근의 매출을 가진 품목이라면, 아주 근소한 성장률 차이로도 적용받는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구간에 있는 품목일수록 성장 곡선을 더 촘촘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문턱을 넘을지 여부는 자사의 매출 추이만 있으면 사전에 계산할 수 있다. 협상대상 제외기준(연간 청구액 30억 미만, 산술평균가의 90% 미만 등) 역시 조문에 명시되어 있어, 미리 검토해둘 수 있다. 협상은 공문을 받은 순간 시작되는 게 아니라, 매출 데이터가 쌓이는 매달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기준점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협상참고산식은 협상의 기준점을 만들 뿐이다. 그 기준점에서 얼마나 더 조정할 수 있는지는, 협상이 열릴 때마다 새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 판단에 참고할 잣대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보정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해도, 결국 그 안에서 공단과 협의해야 하는 구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아쉬운 지점이 있어도, 결과는 정해진 정답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협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협상이 잘 방어된 것인지 가늠하려면 '다르게 대응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애초에 알 수 없는 비교값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협상을 준비하는 회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산식 안에서 어디까지가 계산으로 이미 정해진 몫이고 어디부터가 협상의 여지인지를 먼저 구분해내는 일에 가깝다. 다만 그 구분이 분명해진다고 해서 결과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애매함 자체가, 협상을 준비하는 회사가 매해 다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협상참고산식의 구조

유형 '다'의 협상참고가격은 다음 산식으로 산정된다. 이 산식이 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숫자를 만든다. 다만 이 산식만으로 결과가 끝나는 건 아니다. 뒤에서 다룰 가격 포지션(가중평균가 대비 고가·저가 여부)이 이 출발점 위에서 또 한 번 작용한다.

계수(X),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계수 X는 청구액 규모에 따라 네 단계(0.95~0.80)로 나뉘는데, 이 단계가 유형 '가'와 유형 '나·다'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칸씩 밀려서 적용된다는 점이 실무에서 종종 놓치는 부분이다.

유형 '다'만 놓고 보면, 규모가 클수록 낮은 계수(더 큰 Ⓑ 비중)가 적용된다는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계수가 같아도, 증가율이 인하폭을 가른다

계수만 보면 청구액 규모가 클수록 Ⓑ의 비중이 커지니 더 많이 깎일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인하율을 청구액 증가율별로 계산해보면, 인하폭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드러난다. 바로 증가율이다. 계수가 같더라도 증가율에 따라 인하폭은 크게 달라진다. 아래는 유형 '다'에 실제로 적용되는 세 계수(0.90 / 0.85 / 0.80) 기준이다.

같은 청구액 증가율(60%)에서 세 계수의 인하율이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보면 계수의 무게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30억~50억 구간(X=0.90)은 3.75%, 50억~300억 구간(X=0.85)은 5.63%, 300억 이상 구간(X=0.80)은 7.50%. 같은 성장률이라도 매출 규모(=적용 계수)에 따라 인하율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진다.

이렇게 보면, '10%·50억 원' 기준으로 걸리는 경우와 '60% 성장' 기준으로 걸리는 경우는 같은 '대상 편입'이라도 체감되는 인하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매출이 완만하게 늘어 10%·50억 기준에 걸린 품목보다, 가파르게 늘어 60% 기준에 걸린 품목의 인하폭이 산식 구조상 더 크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자사 품목이 어느 기준으로 대상이 됐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곧 그 시즌의 난이도를 가늠하는 일이 된다.

가중평균가 위에 있는가, 아래에 있는가

협상참고산식은 계수와 청구액 증가율만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산식 밖의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협상참고가격의 보정이다. 규정은 협상 대상 약제의 청구액 증가가 보험재정에 미친 영향, 대체제를 포함한 시장 전체의 가중평균가에 미친 영향 등을 비교해 협상참고가격을 보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보정 구조 때문에, 자사 제품이 동일 성분·동일 치료군의 가중평균가보다 높은 가격대에 있는지, 낮은 가격대에 있는지가 협상의 양상에 영향을 준다. 이 방향성이 규정에 고정 공식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실무 협상에서는 이런 흐름이 반복적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으로 가중평균가보다 비싼 제품은 협상 테이블에서 산식 대비 추가적인 인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에 서게 되고, 가중평균가 이하 제품은 보정 조항을 통해 인하율을 완화받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즉 협상참고산식은 협상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가격 포지션에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두는 일이, 산식이 제시하는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출목표를 세우는 순간, 이미 알 수 있는 것들

지금까지 짚은 내용을 실무에 그대로 옮기면,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매출목표가 세워지는 순간, 그 목표 안에는 이미 다음 PVA의 가능성도 함께 들어 있다. 그 목표치를 협상참고산식에 대입해보면 대략적인 인하율까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에 앞서 본 가격 포지션도 함께 봐야 한다. 자사 제품이 동일 치료군의 대체제보다 고가라면, 방어는 산식이 제시하는 숫자보다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100억 원을 팔았다면, 올해 150억 원을 넘기는 순간 10%·50억 기준으로 대상이 된다(100억 원의 60% 기준은 160억 원이지만, 그보다 앞서 150억 원에서 10%·50억 기준이 먼저 걸린다). 만약 올해 매출목표가 200억 원이라면, 이 품목은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무조건 협상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앞서 본 인하율 표에서 상당히 높은 구간에 해당하는 폭으로.

협상 자체를 잘 이끄는 일은 분석과 설득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결과를 미리 예측해 공유해뒀는지는, 분석이나 설득과는 다른 준비의 영역이다. 이 차이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대응 방식뿐 아니라, 최종 인하율을 조직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준다. 제도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맞이하는 인하와, 산식상 이미 5% 안팎이 깎인다는 걸 알고 협상에 들어가 그 결과를 협상으로 얼마나 완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정도부터 다르다.

미리 알고, 같은 방향으로 대응한다

이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규칙 위에서 매해 반복되는 절차다. 그렇다면 대상 여부와 대략적인 인하율은 협상 시즌이 오기 전에 미리 계산해, 조직 내부에서 먼저 협의해두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고,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도 회사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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