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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 이후 약국 전용 건기식 가격관리 '딜레마'

  • 김지은 기자
  • 2026-08-24 11:59:54
  • 요약
  • 네이처스팜 마이타민 일부 약국서 가격 하락…약사들 민원 잇따라
  • 과거 경고·공급중단 등 관리했지만 공정위 시정명령 이후 사실상 제동
  • 업계 "특정 업체만의 문제 아냐…약국 전용 건기식 시장 고심 커져"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전용 건강기능식품의 판매가격을 둘러싼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처스팜의 판매가격 지정·강제 행위를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린 이후 약국 현장에서는 일부 대표 제품의 판매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약국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정위 판단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동안 가격질서를 관리해 온 업체의 개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약국 전용 제품의 가격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같은 고민은 네이처스팜에 국한되지 않는다. 약국 전용 제품을 공급하면서 일정한 유통·가격질서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던 건강기능식품 업체들도 공정위 결정 이후 가격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9만원 제품이 6만원대로…"가격 무너지는데 손쓸 방법 없어"

11일 약국가에 따르면 최근 네이처스팜의 대표 제품인 마이타민의 약국별 판매가격 편차를 두고 일부 거래 약국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약사들에 따르면 기존 9만원 선에서 판매되던 제품이 최근 일부 약국에서 6만3000원 수준에 판매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업체가 이러한 가격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네이처스팜이 2017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소비자 판매가격을 설정하고 거래 약국에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네이처스팜은 할인판매나 사은품 증정, 온라인 할인판매 등을 '비정상 판매'로 규정하고 제보가 접수되면 미스터리 쇼퍼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경고나 공급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독립된 사업자인 약국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권을 통제하고 유통단계의 가격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 이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약국 현장에서는 당시 우려했던 가격경쟁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의 한 약사는 "과거에는 가격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업체가 확인을 거쳐 경고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관리했지만 공정위에서 이 부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에는 사실상 업체가 가격 문제에 손을 대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타민처럼 인지도가 높은 대표 제품의 가격이 일부 약국에서 크게 낮아지면 다른 거래 약국들의 항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업체가 판매가격을 이유로 해당 약국에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딜레마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 가격 자율성은 당연하지만"…전용 제품 시장은 고심

약국가에서는 이번 문제가 네이처스팜 한 업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약국의 판매가격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과 별개로 '약국 전용'을 내세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특성상 극단적인 가격경쟁이 확산될 경우 제품을 취급하는 다수 약국의 경쟁력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공정위 결정 당시에도 약국가에서는 약국 전용 건기식이 온라인에서 할인 판매되고, 일부 판매자가 제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별정보를 훼손하는 사례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가격 통제가 사라질 경우 할인 판매나 끼워팔기 등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역의 또 다른 약사는 "이 문제는 네이처스팜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약국 전용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특정 판매처에서 가격을 크게 낮추더라도 이를 제지하기가 쉽지 않아진 만큼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두 곳에서 가격을 크게 낮추고 그 정보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 다른 약국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업체가 직접 제재할 경우 다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대응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약국 전용 제품은 일반적인 건기식과 달리 약사의 상담과 제품 추천, 제한된 유통채널 등을 경쟁력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가격경쟁 심화가 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월 공정위 결정 직후 약사들은 가격경쟁이 심화될 경우 단순히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데 그치지 않고 약사의 상담과 제품 선택에 대한 전문적 가치까지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결국 공정위 제재 이후 약국 전용 건기식 시장에는 새로운 숙제가 남게 됐다. 독립된 사업자인 약국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유출이나 과도한 저가판매로부터 '약국 전용'이라는 유통채널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또 다른 약사는 "약국의 판매가격을 업체가 통제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극단적인 가격경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약국 전용 제품을 취급하는 약국과 업체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시장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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