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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르는데"…바이오 임상 성공확률 공시 기준 논란

  • 차지현 기자
  • 2026-08-03 06:00:56
  • 요약
  • 금감원, IPO 기업가치 산정 기준 구체화…단계별 성공확률·출처 공개 요구
  • 동일 적응증도 조사기관·기간 따라 수치 제각각…자료 선택에 가치 달라질 수도
  • "평균 통계가 개별 신약 성공 가능성 대변 못 해…투자자 오인 우려" 시각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제시한 임상 성공확률 공시 기준을 두고 업계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평균 통계를 개별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확률이 실제 성공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져 투자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새롭게 마련한 임상 성공확률 공시 기준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상 성공확률은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한 평균치에 불과한데 이를 개별 파이프라인의 기업가치 산정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객관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놨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 근거와 기술이전 계약, 연구개발(R&D) 이력 등 공시 기준을 대폭 손질하는 내용이다. 기업별 공시 편차를 줄이고 투자자가 성장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 임상 성공 확률 적용 총괄표 예시 (자료: 금융감독원)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은 앞으로 임상시험 성공확률을 파이프라인과 임상 단계별로 구분해 제시해야 한다. 동일 후보물질을 여러 적응증으로 개발하면 적응증별 성공확률도 따로 산정한다. 성공확률은 적응증과 치료제 유형별 논문이나 외부 통계를 근거로 삼고 자료명과 작성 기관, 작성 시점까지 밝혀야 한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최신 자료 대신 과거 자료를 활용했다면 그 이유도 설명하도록 했다.

기술이전을 전제로 미래 매출을 산정한 경우에는 예상 계약 시점까지 임상 단계별 성공확률을 반영한다. 기술이전 계약 체결 가능성을 별도로 적용했다면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별도로 반영하지 않았다면 계약 무산에 따른 주요 위험을 제시하도록 했다. 상장 이후 기술이전 계약 공시에서는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를 나눠 각각의 지급 조건과 성격을 밝히도록 기준을 세분화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객관적인 성공확률'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동일한 임상 단계와 치료제 유형을 분석하더라도 조사기관과 분석 기간, 표본 구성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 임상시험 건수를 기준으로 집계했는지, 후보물질이나 개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삼았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어떤 통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공확률과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셈이다.

평균 성공률이 개별 파이프라인의 실제 성공 가능성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적응증과 치료제 유형에 속하더라도 작용기전과 효능, 안전성, 환자군, 임상 설계에 따라 성공 가능성은 크게 달라진다.

가령 폐암 치료제만 해도 치료 차수와 유전자 변이, 환자의 이전 치료 경험에 따라 임상 난도가 달라진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역시 환자의 질환 단계와 표적 기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적응증의 평균 성공률이 90%라고 해서 개별 후보물질 성공 확률이 90%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규 기전이나 새로운 모달리티는 산정 근거가 더욱 취약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교 가능한 과거 임상 사례와 표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성공확률을 산정하다가 실제 가능성과 동떨어진 수치를 제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오름테라퓨틱은 항체에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결합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를 개발하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로 DAC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 진입시켰다. 이 경우 동일 모달리티의 과거 임상 데이터가 없어 성공확률 산정에 적용할 객관적인 비교 기준을 찾기 어렵다. 자칫 유사한 치료제나 적응증의 평균값을 적용하면서 실제 후보물질의 특성과 동떨어진 성공확률이 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이전 시점도 객관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다. 기술이전은 후보물질의 데이터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의 사업 전략과 협상 상황, 경쟁 약물의 개발 결과 등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제시한 예상 시점과 실제 계약 체결 시점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더 크다.

공시한 성공확률과 실제 임상 결과가 달라졌을 때 책임 범위도 모호하다. 기업이 당시 이용 가능한 외부 통계를 합리적으로 적용했지만 임상에 실패한 것인지, 유리한 자료를 선택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가정을 제시한 것인지 사후적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기업과 주관사, 평가기관 가운데 누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 IPO 증권신고서상 임상 성공확률 적용 총괄표 (자료: 금융감독원)

임상시험 성공확률은 일부 바이오 기업의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 근거로 이미 기재되고 있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IPO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파이프라인별 현재 개발 단계와 적용 대상 단계, 임상 성공확률, 선정 기준과 참고 자료를 표로 공개했다.

인제니아는 안구 망막질환 후보물질에 임상 3상에서 허가신청 단계로 넘어갈 확률 51.2%, 허가신청 이후 최종 허가 확률 91.1%를 적용했다. 만성신장질환 후보물질은 해당 적응증 통계가 없어 '기타 적응증' 통계를 적용해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넘어갈 성공확률을 63.6%,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갈 확률을 38.6%로 산정했다. 폐동맥고혈압 후보물질에는 심혈관질환 통계를 대신 적용해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넘어갈 확률을 50.0%,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갈 확률을 21.0%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해당 후보물질의 특성을 직접 분석해 계산한 확률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유사 질환의 평균치를 가져온 만큼 개별 후보물질의 실제 성공 가능성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정확한 적응증 통계가 없어 더 넓은 질환군 자료를 대신 쓴 경우에는 이를 기업가치 산정의 정밀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상 성공확률을 일률적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가치 산정표에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면 과거 평균치를 해당 파이프라인의 실제 성공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투자자 이해를 돕기 위한 통계가 후보물질별 차이를 가리고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공확률을 어떻게 산출했는지 공개하는 것과 그 수치가 실제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정확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유사 적응증 평균을 적용하면 숫자는 구체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또 하나의 가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산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평균 통계에 지나친 객관성을 부여하기보다 개별 파이프라인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와 투자자 오인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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