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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이점 약사 노력 아냐…문전약국 권리금 배상 60%만"

  • 강신국 기자
  • 2026-07-14 12:01:40
  • 요약
  • 부산고법 "임대인은 대학병원 문전약국 권리금 2억 8528만원 배상하라"
  • 임대인 측 "영업양도 계약이므로 상임법 보호 못 받아" 주장했으나 배척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임대인의 방해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잃은 대학병원 문전약국 약사에게 임대인들이 수억 원을 공동 배상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법은 약사가 약 7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충분히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무형적 가치에 대한 권리금 회수 기회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문전약국 특유의 '장소적 이점'은 약사 개인의 노력으로 창출된 것이 아닌 만큼 임대인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했다.

부산고등법원 제5민사부는 최근 A약사(원고)가 임대인 B·C·D씨(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권리금 반환 청구'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공동우로 원고에게 2억 8528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대학병원 북측 도로변에 위치한 이른바 '문전약국'의 임대차 계약 종료 과정에서 불거졌다. 임차인인 A약사는 2017년 4월부터 해당 점포를 임차해 약국을 운영해 왔으나, 2022년 4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무렵 임대인들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거부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면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임대인들은 "이 사건 계약은 단순한 상가임대차가 아니라 기존 약국의 인적·물적 조직과 자산을 이전받은 '영업양도 유사의 무명계약'이므로 상가임대차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 당시 권리금 역시 시설물에 대한 '시설권리금'에 한정되므로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대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존 약국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특약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점포를 사용·수익하게 하고 차임을 지급하는 '임대차계약'이 명백하다"며 "상가임대차법의 권리금 보호 규정이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권리금 배상 책임의 범위 산정이다. 1심 감정평가 결과, 해당 약국 점포의 무형자산(영업 노하우, 평판, 장소적 이점 등) 가치는 4억 7547만원으로 책정됐다. A약사는 이 금액 전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으나, 고등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원칙을 들어 임대인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책임 제한의 근거로 우선 A약사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약 7년 동안 문전약국을 운영하며 충분한 영업이익을 얻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문전약국의 핵심 가치인 '입지 조건'이 변수가 됐다. 재판부는 "해당 점포는 병원 북측 출입로와 가까워 환자 접근성이 좋은 강력한 장소적 이점을 갖고 있다"며 "감정평가액에 약사의 영업 노하우나 인지도 등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러한 '장소적 이점'은 원고(약사)의 영업활동에 의해 창출된 것이 아니므로 무형적 가치 전부를 온전히 약사의 대가로 귀속시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A약사가 당초 입점할 때 지급했던 권리금(1억 8000만원)과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실제로 받은 권리금(2억 3000만원)이 법원 감정가액(4억 7547만 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임대인의 책임 범위를 낮추는 참작 사유가 됐다.

한편 이번 판결은 대학병원 문전약국 등 독점적 입지 조건을 가진 약국의 권리금 분쟁에서 '장소적 이점'의 소유권과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보호 가치'를 명확히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향후 약국가 임대차 분쟁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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