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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기자의 눈]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은 공존할 수 없다

  • 이정환 기자
  • 2026-05-06 06:00:38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제약 강국 도약'과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 접근성 강화', '혁신신약 가치 보상 확대'를 목표로 제약바이오 산업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궁극적인 목표도 '신약 창출·필수약 안정공급·환자 급여 접근성 확대'를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전환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정책 비전에도 불구하고 '신약 코리아 패싱'은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성을 입증한 신약 개발 제약사가 한국 시장 출시를 후순위로 미루거나, 아예 출시를 포기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신약 코리아 패싱은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능력이 빠르게 향상하면서 앞으로는 국내 제약사도 코리아 패싱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미래가 예상된다. SK바이오팜과 동아ST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 강국을 표방한 우리나라가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인한 환자 치료 주권을 걱정하는 실정이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고민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약 코리아 패싱의 원인은 결국 '낮은 신약 건보급여 약가'다. 한국의 신약 급여 상한가는 OECD 평균의 절반,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란 비판이 따라 붙는다.

한국의 낮은 약가를 수용했을 때 다른 국가 역시 한국 가격을 참조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제약사들이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에 대한 최종 피해는 환자 즉,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신약 약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는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을 단일 재원으로 신약 약가를 책정하려다 보니 신약 가치에 상응하는 충분한 가격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제약 바이오 강국 실현과 신약 코리아 패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신약의 적정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한 넉넉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건보재정 외 신약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별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당장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건전성 확보와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란 상충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해법 역시 건보재정 단일 재원 탈피로 귀결된다.

별도 재원 마련이란 국가적 숙제이자 숙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여파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제네릭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건보재정 절감으로 이어져 왔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둘러싼 보건복지부, 글로벌 제약사, 국내 제약사, 환자 단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애먼 제네릭 등만 터져나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초고령 시대 진입과 초고가 신약들의 출시 증가 속 혁신 신약 급여 확대를 건보재정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복지부와 국내 제약산업, 환자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비좁아질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을 만드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논의될 수 있다. 영국의 항암제 기금 등 초고가 의약품 전용 기금을 신설하거나 담배세·복권 수익금 등을 일부 재원으로 혁신 신약 급여에 쓸 수 있게 허용하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국회에서 입법안이 발의돼 왔다. 관건은 정부 의지다. 복지부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더 나아가서는 국무총리, 대통령의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애초 제약 바이오 강국 도약, 환자 신약 접근성 강화란 정책 목표를 내건 주체 아닌가.

국회에서는 연일 혁신 신약의 신속 급여, 적응증 확대 급여를 촉구하는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무거운 책임은 으레 복지부 보험약제과에게 돌아가는 풍경이 반복된다. 복지부에게만 신약 급여 확대, 코리아 패싱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을 재촉할 수 있나. 

복지부를 넘어 재정당국이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 마련이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성을 띠고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이 공존하는 모순을 즉각 해소해야 할 때다. "한다면 한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슬로건이 혁신 신약 급여 접근성 강화, 재원 확충에 예외여선 안 된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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