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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글로벌 스탠다드 맞춘다"…제약업계 집중투표제 적용 확산

  • 차지현 기자
  • 2026-02-13 06:00:57
  • 삼성로직스·에피스홀딩스·셀트·유한·녹십자 등 정기주총 안건 상정
  • 9월 2차 상법 개정안 시행 앞두고 자발적 정관 정비, 거버넌스 강화
  • 소수주주 권한 확대 기대 vs 경영권 안정성 우려 공존…실효성 논란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적용을 예고했다. 그간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정관에서 배제해왔던 조항을 스스로 삭제하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나선 것이다. 오는 9월 2차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정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제약바이오, '집중투표제' 빗장 푼다…주총 앞두고 정관 '배제 조항' 삭제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달 20일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정비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행 정관 제29조(이사 등의 선임) 제2항에는 "한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 제382조의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는 회사가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적으로 배제해 온 조항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문구를 전면 삭제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배제 조항을 없애 향후 복수 이사 선임 시에도 상법상 집중투표제가 그대로 적용되도록 정관을 정비하겠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변경 목적을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관 정비에 나선 건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도 내달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셀트리온의 현행 정관 제33조(이사의 선임) 제3항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 제382조의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또 제35조(이사의 보선) 제2항 역시 "2인 이상의 이사를 보선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82조의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 신규 선임뿐 아니라 보선 상황에서도 집중투표제를 배제해왔다.

셀트리온은 이번 개정안에서 해당 조항을 모두 삭제한다. 이사 선임과 보선 모두에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 상법상 제도가 그대로 작동하도록 정관을 정비한다. 이에 따라 복수 이사 선임·보선 시에도 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외에도 삼성에피스홀딩스, 유한양행, 녹십자 등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정비 또는 배제조항 삭제 안건을 올렸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일제히 집중투표제 적용을 전제로 한 정관 정비에 나선 셈이다.

9월 상법 개정안 시행 대비...'주주권 강화' 기대와 '경영권 위협' 우려

집중투표제는 이사 2인 이상을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대주주가 선호하는 후보가 이사회를 독식하는 것을 막고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상당수 상장사는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둬 사실상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상법상 집중투표제를 허용하면서도 정관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삽입하면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단서 조항을 활용해 제도의 실효성을 사실상 무력화해 왔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정관 정비 행보를 상법 2차 개정 시행에 대비한 대응이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8월 본회에의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뒀다. 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업이 정관을 자발적으로 정비하면서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중투표제 적용이 글로벌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이사회 독립성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 여부를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만큼 이번 정관 정비가 중장기 자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업계의 반응은 분분하다.

소액주주 측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고 주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긍정적 제도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정관으로 제도를 배제해온 탓에 소액주주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일부 경영진과 대주주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경영권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외부 세력이 이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 기업의 장기 전략 추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주장이다. 특히 기관·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형사는 외부 세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장기 R&D 투자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기업가치 제고와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고려아연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집중투표제를 전격 도입했으나 실상은 지분율이 낮은 현 경영진이 외부 세력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됐다. 집중투표제가 본래 취지인 소수 주주의 감시 기능 강화에 머물지 않고 기업 내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되면서 제도 취지 왜곡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집중투표제의 순기능과 부작용이 교차하는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번 도입 움직임이 실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는 향후 이사회 운영 과정과 독립성 확보 수준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장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또 다른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면서 "제도 도입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기업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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