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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제약사들의 전략적 한수

  • 이석준 기자
  • 2025-12-16 06:00:55
  • 상법 개정 리스크 앞두고 ‘보유’에서 ‘활용’으로 전환
  • EB·자사주 스왑 확산…의결권·우호지분 다시 계산
  • 중견사 결집 사례 증가…지분으로 짜는 생존 전략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들의 최근 자사주 활용 움직임이 이전과 달라졌다. 주가 안정이나 재무 완충 수단으로 인식되던 자사주가 교환사채(EB) 발행이나 맞교환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어찌보면 평범한 재무 활동이지만, 이를 흐름으로 연결해 보면 제약사들의 대응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가 읽힌다.

올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70곳 가까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균 보유 비율은 5%를 웃돌고, 일부 기업은 두 자릿수 비율의 자사주를 쥐고 있다. 

과거라면 단순 보유로 끝났을 구조지만, 최근에는 자사주 활용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자사주가 더 이상 장부 속 숫자에 머물지 않고, 전략적 선택지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정책 환경이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소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사주는 언젠가 정리해야 할 자산이 된다. 이에 제약사들은 소각 이전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주를 활용하면 즉각적인 주식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동시에 자사주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광동제약 EB 발행 철회 등 금융당국이 공시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이 방식이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사주 맞교환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자사주는 회사가 직접 보유할 경우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가 보유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면 서로의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호 지분이 형성된다. 최근 제약사들이 일방 처분이 아닌 맞교환 방식을 택하는 이유다.

최근 자사주 스왑딜은 잦다.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에 이어, 환인제약을 중심으로 경동제약·진양제약·동국제약이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지분 관계를 맺었다. 이 거래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구조로 이뤄졌다. 개별 기업의 판단으로만 보기에는 반복성이 크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중견 규모이며 전문약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약가 인하 압박과 수익성 둔화, 연구개발 비용 상승이라는 환경 속에서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영권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사주가 선택된 셈이다.

자사주 맞교환은 인수합병처럼 경영권 구조를 흔들지 않는다.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주주 구조에만 연결 고리를 만든다. 구조적으로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 경쟁보다 방어와 안정에 방점이 찍힌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는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삼진제약은 2022년 아리바이오에 이어 일성아이에스와 자사주를 바꾸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경쟁 아닌 연대…지분으로 맺은 느슨한 결합

자사주를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한 제약사가 많다는 점은, 향후 자사주 활용 전략이 추가로 등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 3분기말 기준 상장 제약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일성아이에스다. 발행주식의 46.15%가 자사주다. 이미 일부를 스왑으로 활용한 만큼, 향후 선택지 역시 다양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도 지주사 대웅(29.7%), 현대약품(18.33%), 광동제약(17.94%), 안국약품(12.86%), 환인제약(12.54%), 경동제약(12.38%), 휴젤(12.21%), 한국유나이티드제약(11.6%) 등 다수 제약사가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환인제약, 경동제약 등은 스왑딜을 통해 자사주 비중을 10% 아래로 낮췄고, 진양제약은 자사주를 모두 소진했다.

업계는 이 같은 기업들이 향후 자사주 소각 정책 변화나 경영 환경에 따라 교환사채 발행, 자사주 스왑 등 다양한 활용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 관계자는 "제약사 경쟁의 무게중심이 제품과 매출에서, 지분 구조와 관계 설정까지 포함하는 전략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버티는 전략이 작동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제약사들은 자사주를 통해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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