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약품 유통거인 ‘스즈켄’이 이중 혁신에 나서는 이유
- 김진구 기자
- 2025-12-02 06:00:56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스즈켄, 낮은 영업이익률 고민에…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혁신 병행
- ‘스마트 로지스틱스’ 도입…물류 자동화 넘어 제조-물류-도매 연결
- ‘큐빅스’로 57억엔 절감…의료인 플랫폼 구축해 데이터 기반 성장 모색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연매출 2조4000억엔(약 21조원) 규모의 일본 의약품 유통 거인 스즈켄(Suzuken)이 품고 있는 고민은 한국 의약품 유통업계의 오랜 고민과 궤를 같이 한다.
일본 의약품 유통 시장은 스즈켄을 포함한 4개 업체가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 체제지만, 이들 역시 낮은 영업이익률과 인건비·물류비 급증이라는 구조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스즈켄이 선택한 해법은 ‘이중 혁신’이다. 스마트 로지스틱스와 큐빅스(Cubixx)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혁신과 의료종사자 대상 콜라보 포털(COLLABO Portal) 구축이라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결합해 유통 산업의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마진 돌파를 위한 거대 의약품 유통업체의 실험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스즈켄은 메디팔(Medipal)·알프레사(Alfresa)·토호약품(Toho Yakuhin)과 함께 일본 의약품 유통업계의 ‘4대 거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막대한 규모와 시장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통 마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린다. 최근엔 일본 내 인플레이션과 운수업 노동시간 상한 규제인 ‘물류 2024 문제’ 등으로 인건비·물류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작년 기준 스즈켄 매출의 82.7%는 의약품 도매가 차지한다. 다만 최근엔 Specialty 의약품 유통 수탁(10.5%)이나 지역 의료·요양 지원(3.4%)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오가와 타카후미 스즈켄 경영기획부 총괄과장은 "의약품 유통의 본질은 안정적인 공급이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선 낮은 영업이익률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라며 ”스즈켄은 기존의 의약품 유통이라는 핵심 사업을 ‘스마트 로지스틱스’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는 이중 혁신 전략을 통해 이 난제를 돌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로지스틱스’ 제조-물류-도매 통합의 하드웨어 혁신
스즈켄 혁신의 첫 번째 축은 '스마트 로지스틱스' 구축이다. 단순한 물류 자동화를 넘어, 제조·물류·도매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공급망(SCM) 전체를 압축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스즈켄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가동한 ‘수도권 복합형 물류센터’는 이러한 하드웨어 혁신이 집약된 결과다. 일본에선 최초로 의약품 수탁제조 시설과 제약물류·도매물류 시설을 한 곳에 모았다. 제약사의 제조·출고부터 유통업체의 입고·납품 과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운송 단계를 대폭 줄였고, 그만큼 납기와 배송 비용·시간이 동시에 단축됐다.

스즈켄은 첨단 로봇 기술과 화상 인식 기술을 활용해 전표 입력·재고 정리·구내 배송 등을 자동화했다. 배송 비용이 급증하고 인력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적은 인원으로도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의 운전 노동시간 제한으로 배송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실질적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미국 센코라(Cencora)에서 도입한 ‘큐빅스(Cubixx)’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고가 의약품의 재고 관리를 고도화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재고 데이터 기반의 추적 관리를 구축하고, 사용하지 않는 ‘부동 재고(Inactive Inventory)’를 회수·재판매한다. 스즈켄은 큐빅스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에만 57억엔(약 530억원)의 의약품 폐기 비용을 절감했다.

유통 마진에서 데이터 마진으로…‘콜라보 포털 구축’ 통한 소프트웨어 진화
스즈켄 혁신의 또 다른 축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다. 유통을 기반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의료현장의 가치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 중심에는 의료종사자 전용 플랫폼인 ‘콜라보 포털(COLLABO Portal)’이 있다.
현재 38만명의 의료종사자가 이 포털에 가입했다. 기존에 확보한 병원·약국 네트워크에 더해 의사·약사 등 개인 단위의 접점까지 디지털로 재구축했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유통업체만이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관과 종사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구조화해 전달하는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존에 전화·팩스·이메일로 이뤄지던 콜센터 문의(납품 예정 등)의 1차 응답 시간이 평균 30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현장 영업사원은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솔루션 제안에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영업사원의 역할이 ‘주문 접수자’에서 ‘디지털 기반 컨설턴트’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은 제약사에도 유용하다. 콜라보 포털은 제약사가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보와 디지털 마케팅 채널을 제공하는 통로 역할도 수행한다. 스즈켄은 ‘유통 마진’을 넘어 '정보 마진'을 창출하는 이 전략이 저마진 구조를 돌파하는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즈켄의 사례는 자동화 기반의 공급망 혁신으로 비용 부담을 낮추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조·물류·도매를 묶는 통합 구조와 데이터 활용 전략은 저마진에 직면한 유통업 특유의 제약을 완화하려는 접근이다. 한국 의약품 유통업계 역시 낮은 마진과 인력·물류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고민을 안고 있는 만큼, 스즈켄의 이중 혁신 전략은 향후 산업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 사례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
한일 합작 유통연합 출범...동원·복산·한국스즈켄 협력
2025-06-18 05:50:40
-
동원약품그룹·복산나이스·스즈켄, 자본업무 제휴
2025-05-14 10:24:55
-
"한국 약품 유통 급변…변화에 스즈켄 일조"
2016-09-28 06:14:51
-
스즈켄과 손잡은 복산나이스, '제약영업 대행'한다
2016-09-05 06:14:56
-
520억 복산나이스 투자 일본 '스즈켄'의 노림수는?
2016-07-28 12:07:34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상장 바이오 추정 순이익 '껑충'...비교군 한미약품 '최다'
- 2고환율에 복잡한 약가인하...사업계획 엄두 못내는 제약사들
- 3완강한 약무정책과장..."플랫폼 도매 허용 동의 힘들어"
- 4"대통령, 중대사고 엄벌 주문…제약업계도 대비해야"
- 5"웰컴"...K-약국, 해외관광객 소비건수 1년새 67% 증가
- 6[기자의 눈] ‘깜깜이’ 약가인하 혼란, 언제까지 반복할까
- 7성과 증명한 강원호, 2대주주 등극…유나이티드 영향력 확대
- 8[2025 결산] 급여재평가 희비...건보재정 적자터널 진입
- 9사노피 '듀피젠트', 아토피피부염 넘어 천식 공략 눈앞
- 10수두백신 2회 접종 개발 본격화…SK바이오, 임상3상 승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