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600만원어치 감기약이 불러온 나비효과
- 강혜경
- 2022-12-31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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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주 초 공중보건위기대응위원회를 열어 유통 개선조치 시점과 대상, 판매 제한 수량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약국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의 시발은 경기 하남에서 중국 보따리상이 감기약 600만원어치를 싹쓸이해 갔다는 한 언론사 보도였다.
복지부가 자정을 촉구하고, 약사회가 약국에 대량 판매를 금지할 것을 주문한 이튿날 하남 망월동 지역 약국에서 중국 보따리상이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사갔고, 대량 구매 문의가 있었다는 내용이 발단이 됐다.

10캡슐x120개들이 덱시피드 상자가 무려 17개 있어야 하는데, 가로30cmx세로38cmx높이30cm 상자를 4박스씩 4칸으로 쌓았을 때 크기는 60cmx152cmx60에 낱개 1박스가 된다.
100개들이 한 박스를 가정해 아래칸에 4박스, 위로 5박스를 쌓았을 때 부피를 계산해 보니 일반약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탁센을 기준으로는 가로70cmx세로100cmx높이48cm가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장 큰 이민용 3단 가방의 크기가 가로 54cmx세로100cmx폭34cm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캐리어에 담아 유통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는 산식이 나오게 된다.
'감기약 1통을 3000원으로 가정할 때 2000통에 달하는 양을 1인이 여행용 캐리어로 운반하는 것은 통상적인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남시보건소가 망월동 소재 39개 약국을 전수 조사했지만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약사들도 요즘과 같은 품절 사태에 대형약국이 아닌 일반약국이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보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중국 보따리상에게 감기약 600만원어치를 판매한 약국이 있다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언론 보도 하나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헌신해 온 약사들이 졸지에 영리만 취급하는 소매상으로 호도되고, 자국민들에게까지 판매수량 제한 조치가 이뤄진 부분은 매우 유감이다. 일부 중국 보따리상을 제재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규제가 적용되는 점을 놓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회의에서는 1회 1~2개 박스를 판매하는 제한 조치가 언급됐으며, 대한약사회 포스터에는 1인당 3~5일분만 판매·구매하고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지 않을 것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약국가는 정부의 제한 조치로 인해 오히려 가수요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 품목 등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시 구입할 수 있던 감기약에 제한 조치가 걸리다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개 정도의 상비약을 갖춰 두려는 수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오랜 시간 약국을 해왔던 약사들의 예상이다. 몇몇 중국 보따리상의 움직임과 오리무중에 빠진 600만원어치 감기약 싹쓸이의 나비효과라고 하기에는 매우 큰 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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