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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리더의 책임감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 직원들이 흔히 겪는 고충 중 하나는 '리더의 무책임'이다. 한국법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수장이지만, 글로벌에서 보면 수많은 국가의 지사장 중 하나다. 당연히 좋든 싫든 글로벌 본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본사의 지시가 우선이 되다 보니 일부 리더는 사내 문제가 불거져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도 한다. 대충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문제를 방치해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MSD의 모습이 딱 그랬다. 당시 한국MSD는 과도한 CP 규정, 계약직 위주의 직원 충원, 임금체불 등을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었다. 갈등은 MSD에서 오가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격화됐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 동의 없이 오가논으로 발령을 통보하고, 이를 문제제기하는 노조와도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사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극으로 치달았고, 대표는 한국을 떠났다.

2020년 11월 후임자로 부임한 케빈 피터스 한국MSD 대표는 한국에 오자마자 막중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오가논 분사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고,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던 직원들의 마음도 달래줘야 했다. 이미 노조는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강경행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피터스 대표가 부임한 지 세 달 뒤, 한국MSD에서 첫 단체협약 체결 소식이 들려왔다. 2018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 체결된 첫 단협이다. 단협엔 복리후생, 근로조건 등 노조의 요구사항이 다수 반영됐다. 새로 설립되는 한국오가논도 동일한 근로조건을 적용해 이동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웠으며, 추가 격려금을 지급했다. 대신 노조는 기업분할 과정과 신설 회사 설립에 최대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전임자가 몇 년을 끌어왔던 문제를 어떻게 불과 세 달만에 봉합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알 순 없지만,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에 큰 의지를 보인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는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단협을 계기로 한국MSD의 한국오가논 분사는 순탄하게 이뤄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인력 감축으로 진통을 겪는 시기에도 한국MSD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불만없는 회사는 없겠지만, 적어도 피터스 대표는 한국 직원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여진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탁월한 소통능력이 돋보였다. 굳이 질의응답에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지만 피터스 대표는 자처해 질문석에 앉았고, 기자회견 주제와 벗어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했다.

그가 수장에 있던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MSD는 4년 간 넘지 못했던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 확대를 이뤘고, 조직이 안정화 됐다. 지난달 독일 발령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을 때 직원들은 진심을 담아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피터스 대표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아는 리더가 얼마나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 입증했다. 2년 간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한국MSD에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리더의 책임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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