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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기품절약 약가인상이 해답일까

  • 이혜경
  • 2023-02-13 10:42:06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보건복지부에 수산화마그네슘 제제의 약가조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화마그네슘 제제의 대표적 품목은 삼남제약의 마그밀정이다. 마그밀은 원료 공급 문제를 겪으면서 지난해 8월부터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대한약사회가 약국 균등배분사업 2차 대상으로 마그밀을 선정하면서 조금씩 품귀현상이 해소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더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요소수 사태 등 글로벌 이슈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원료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을 불러왔다. 결국 지난해 2월 감기약 공급대란 사태를 한 번 겪은 우리나라는 10월 계절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약국가를 중심으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품절이 이슈화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가인상의 요구도가 높아지자 복지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mg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최대 90원까지 차등 인상, 올해 12월부터 일괄 70원으로 조정된다.

43~51원의 보험약가를 70원으로 조정하는 폭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약가인하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컨트롤 했던 정부가 나서서 약가인상을 위한 약가협상을 진행했다는데 굉장한 의미가 있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 앞으로 채산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낮은 약가로 인해 공급을 포기하는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상 기회가 열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사례를 경험 삼아, 앞으로도 가격으로 인해 수요가 있는데도 생산이 어려운 제제를 파악해 복지부에 약가조정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착을 바라왔다. 그렇게 두 번째 대상을 마그밀로 선정한 듯하다. 보험약가 상한금액이 18원으로 저가인 데다가 원료 수급문제를 겪고, 6개월 이상의 장기품절을 겪은 게 약가인상의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계절독감로 인해 '증산'이 필요했던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한시적 약가인상의 이유가 명확했다. 다른 제품의 생산라인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바꾸고, 향후 1년 동안의 증산 계획서를 제출해 증산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약가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마그밀은 지난해 8월 갑작스런 원료 수급의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던 부분이고, 약사회의 약국 균등 사업으로 인해 수급의 안정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양새다. 과연 약가인상의 근거가 합리적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분명 현장에서 수급이 필요한 약이 있는데, 채산성을 문제로 수급이 되지 않는다면 생산가격원가보전을 해줘야 한다. 가격 인상이 수급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면 당연히 약가인상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다양한 이슈로 장기품절약이 등장하고 있다. 매번 같을 수만은 없다. 장기품절 이슈 해결을 위해 약가인상을 진행한다면, 형평성 때문이라도 장기품절이 발생하는 약의 약가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지도 모른다. 공급 이슈 해결을 위한 식약처의 요청을 재정 건전성을 목표로 하는 복지부가 모두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장기품절의 이슈는 제품별로 다양하다.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원료 수급의 문제는 식약처가 해결할 일이다. 의약품 원료의 주성분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제약회사들이 원료의약품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복지부도 손을 놓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공급중단(장기품절) 의약품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결과는 깜깜 무소식이다. 협의회 운영 당시 '품절약의 정의'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적인 발상만 해왔다. 결국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당 협의체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매일 터지고 있는 공급 이슈약 해결에 매달려야 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약업계에서는 공급 불안정 해결을 위해 한시적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간소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이 됐든, 품절약 해결은 약가인상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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