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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글리벡은 글리벡만의 문제가 아니다

  • 전미현
  • 2001-12-20 11:46:00
  • 요약
  • 국제관행도 무시, 보험재정에 발목잡힌 약가파행 대표급

글리벡에 대한 국내 시판허가가 난지 오늘(20일)로 딱 6개월째다. 그러나 글리벡의 시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노바티스가 제공하는 공짜 약에 의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일본을 비롯 선진7개국중 이태리를 제외한 국가에서 글리벡 약가결정이 이뤄져졌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노바티스가 제시한 2만5천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일본은 3만5천원, 약가가 낮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조차 우리나라보다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또하나의 저 약가책정 국가인 이태리가 가격결정을 내릴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태리는 빠르면 1월중순경 이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글리벡 문제는 해를 넘길 수 밖에 없게 됐다.

복지부와 노바티스의 글리벡 관련 투약범위 ·가격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노바티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손실을 감수한 무상프로그램과 모든 환자에게 글리벡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글리벡 기금' 등 제안내용을 갖고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복지부는 협상테이블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관행으로 일관했다. 보험재정문제에 발목이 잡혀 합리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 고시했고(11월19일) 이에앞서 불쑥 당초 허가사항인 만성골수병환자 모두에 적용키로 했던 대상을 대폭 축소할 것을 지시(11월12일)하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가격결정이 날때까지 무상공급프로그램을 지속키로 했다. 지금까지 매달 6억원씩 약 36억원어치를 제공했다고 한다.(2만5천원 기준)

이를 복지부측이 고시한 1만7천원대로 적용한다하더라도 25억2천만원어치를 무상공급한 셈이다. 이같은 노력에 대해 복지부는 앞으로 벌어갈 속셈에서 나온 선심성 행위로 간단히 생각해 버리고 있다.

글리벡의 문제는 단순히 '글리벡'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들은 모든 나라에 인정적 혹은 동정적 차원에서 약을 공급하진 않는다.

막대한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일정약가를 견지해야 하고 이 가격을 흐려 국제적인 암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나라에는 공급을 회피한다. 생명을 건지는 신약이 국가기금에 의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이같은 제약회사의 경제적 보상을 위한 정책에 색안경을 쓰고 봐서는 안된다.

노바티스는 글리벡 공급과 관련 당초 저소득층 환자 30%에 대해 무상공급안을 제안했지만 복지부는 이를 거절했다.(9월21일) 그후 노바티스는 환자들의 높은 본인부담금을 감안해 만성골수성 백혈병 재단을 설립, 모든 만성골수성 백혈병환자에게 무상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복지부는 이 또한 보험제도의 혼란을 사유로 거절했다.

복지부는 이제 이태리마저 2만5천원대 이상 가격을 획득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노바티스의 제안을 받아들여할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안돼왔던 글리벡 기금문제도 확정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글리벡 기금'을 조성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제안에 대해 마뜩치 않아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이윤의 30%를 포기하는 희생적 제안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색내기'라는 다소 감정적인 시각이다.

보다 더 속내에는 글리벡 약값의 30%를 차라리 복지부에 환원하길 바라고 있다. 일부를 저소득층 환자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보험재정에도 보탬이 되는 쪽으로 그 기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말로 복지부가 환자들에게 생색을 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신약도입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글리벡 시판허가와 보험약가 결정(11월27일)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글리벡에 대한 '점수'는 후한편이다.

일본의 임상실험결과 인터페론으로 치료하지 않은 만성기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서 글리벡의 완전혈액학적 반응률이 94%에 이르렀고 이중 절반가량이 골수에서 종양의 원인이 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사라졌거나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글리벡의 혁신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혁신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든 글리벡문제는 앞으로 들여 올 또다른 '혁신적 신약'에 대한 일종의 사인을 던진 셈이다.

어쩌면 복지부 측에서 그같은 계산(고가신약 도입에 대한 경계)마저 완료한채 글리벡 문제를 지연시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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