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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분의 일] 매일 몸에 독소 쌓이는 소율이 이야기

  • 대부분 10세 이전 사망…최근 국내 치료제 개발 나서
  • 한살 때 뮤코지질증 2형 희귀유전질환 진단
  • 뮤코지질 축적되며 심장병·뼈 구축·각막 혼탁 등 증상

#뮤코지질증(뮤코리피드증) 2형

세포내 리소좀의 여러가지 분해효소가 부족해 세포 내에 뮤코지질과 뮤코다당류가 축적되는 상염색체 열성의 리소좀 축적 질환. 독특한 거친 얼굴 모양, 골격계 이상, 발달 지연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70명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대략 4만 명당 1명 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대증요법과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시키기 위한 지지요법이 쓰인다.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 5살이 된 소율이는 80cm에서 멈춘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두 팔과 다리는 일자로 곧게 뻗지 않습니다. 억지로 뻗으려 했다간 뼈가 부러질 수 있어요. 소율이의 골밀도는 80대 노인에서 나올 법한 정도로 수치가 낮기 때문이죠. 10명 중 7명이 70대에 걸리는 손목터널증후군도 소율이는 갖고 있습니다.

2019년 2.8kg으로 태어난 소율이는 고관절이 탈구된 상태로 세상을 만났습니다. 생후 6개월쯤에는 장이 사타구니 쪽으로 튀어나오는 서혜부 탈장을 겪기도 했어요. 소율이의 작은 척추 뼈는 약간 휘어진 듯했죠. 뱃속에서부터 아이가 잘 자라지 않아 걱정이었던 부모는 소율이가 혹시 아픈 게 아닐까 싶어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0.01%의 희귀병만 아니면 잘 클 겁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부모는 조금 안도했습니다. 성장이 더디고 병치레가 잦은 것 외에 뒤집기나 눈 마주침, 웃는 것 등 소율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희귀질환으로 소율이는 잦은 고열과 폐렴 위험을 안고 살아갑니다(사진 환아 가족 제공).
하지만 소율이는 0.01%의 희귀병이 맞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환자 수가 손에 꼽히는 '뮤코지질증 2형'이라는 질환이었죠. 저성장증, 고관절 탈구, 척추측만, 배꼽·서혜부 탈장 등 소율이가 한 살이 되기도 전에 겪어야만 했던 여러 증상들이 모두 이 병 때문이었습니다. 이 병은 치료제가 없어 점점 증상이 악화하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지 못하고 사망하는 난치병입니다.

소율이는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효소가 부족해 다량의 산성 다당질, 당지질 등이 몸 속에 축적되는 상태입니다. 넓게 보면 리소좀 축적 질환 중 하나에 속하죠. 이로 인해 나타나는 합병증은 매우 다양해 의사들도 명확히 어떤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 정의하기 힘듭니다. 어떤 아이는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중이염이 심하거나 각막이 혼탁해지기도 합니다. 소율이처럼 고열이 자주 나거나 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엄마가 소율이를 데리고 해마다 재활센터에서 3~4개월씩 지내는 이유입니다.

뮤코지질증 2형의 주요 증상(자료 질병관리청).
"뮤코지질이라는 독소가 어디에 쌓이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대요. 소율이랑 같은 병이 있는 아이들만 봐도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 천차만별이에요. 소율이는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쪽이 관절이에요. 무릎이 다 펴지지 않고 팔도 일자로 뻗을 수 없어요. 만세가 안 돼 손으로 자기 귀를 만질 수 없죠. 손가락 발가락도 안으로 굽었는데 재활하면서 조금 나아졌어요. 꾸준히 재활로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어요. 잇몸에도 독소가 쌓이면서 이빨이 이제 몇 개 안 남았네요. 음식을 건더기 없는 죽 위주로 먹어야 해요."

재작년과 작년, 열심히 재활을 한 덕분에 소율이는 보행기의 도움을 받아 두 발로 걷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던 키도 조금 커졌죠. 그런 모습을 보는 엄마의 벅찬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소율이의 병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죠.

걸음 연습을 하는 소율이(사진 환자 가족 제공).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뮤코지질증 환아 중에 걸을 수 있는 케이스가 생긴 것일 뿐, 병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결국엔 약이 없어 다시 또 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니까요. '아 정말 희망을 가지면 안 되는 거구나' 싶었죠."

현실은 때때로 가느다란 희망조차 허용하지 않습니다. 소율이와 같은 병을 지닌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매번 슬픔을 삼킵니다. 언제 어디서 소율이에게 닥칠 지 모르는 일에 덜컥 겁이 납니다. 국내에서 이 병으로 진단된 아이들의 임상적 특징을 조사한 논문('새로운 GNPTAB 유전자 돌연변이로 진단된 뮤코지방증 2형 1례를 포함한 국내 뮤코지방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환아들은 대부분 2세 정도의 유아기에 진단을 받고 생후 10년 이내에 사망했습니다. 호흡기 문제가 사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소율이와 같은 병을 앓는 부모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단톡방이 있어요. 9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2명이 우리 곁을 떠났어요. 최근에 떠난 한 명의 아이는 이례적으로 10살을 넘겨서 저희에게 기둥과도 같았거든요. 이제 소율이도 진단된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제법 있는 편에 속해요. 그래서 소율이가 재활을 힘들어하고 서럽게 울 때면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어요. 소율이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게 해줘야 하는 건가 싶죠. 그래도 여길 다니면서 걷기도 하고, 빨대 쓰는 법도 배우고, 인지능력이 좋아져서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거의 다 알아듣게 된 걸 보면 희망을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소율이는 영락없는 5살 소녀입니다. 엄마는 소율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다시 희망을 찾아봅니다. 소율이가 좀 더 세상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엄마는 SNS로 소율이의 병을 알리고, 치료제를 만들어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율이 엄마는 정말 기적같은 전화를 한 통 받았다고 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율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니 참여해 달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님 사칭 계정 이야기로 기사화가 많이 되었는데, 사실 그 계정이 사칭 계정인지 저는 몰랐어요(웃음). 그저 삼성서울병원이 뮤코지질증의 친척뻘 되는 뮤코다당증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 아이 치료제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아시다시피 이 병은 너무 희귀해서 환자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안 돼요. 돈도 안 되는 이 병에 누가 시간과 돈을 쏟을까 싶긴 해요.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이재용 회장님 (사칭) 계정에 매일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낸 건데 이렇게 연락이 와서 너무 놀란 거죠."

소율이는 다음 달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각종 검사를 받게 됩니다. 약해진 뼈를 보호하기 위한 주사도 맞을 거고요. 4박5일의 검사와 치료가 끝나면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갈 예정입니다. 호흡기가 특히 약해 겨울이 위험한 소율이를 위해 가족들은 여름에 부지런히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여름에 소율이랑 열심히 놀러 다니려고요. 그리고 소율이의 병을 알리고 소율이가 재미있어하는 수업도 받을 수 있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소율이와 제가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 병을 알게 되고 좋은 방향으로 진척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소율이와 뮤코지질증 환아들이 건강한 10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소율이의 웃는 얼굴을 매년 볼 수 있도록. 엄마는 오늘도 힘을 냅니다.

엄마를 보며 웃는 소율이(사진 환자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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