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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신약도 차별적 효과 없으면 약가인하"

  • 정현용
  • 2006-11-09 06:40:29
  • 이레사 약가인하 처분취소 소송 기각...복지부, 판례 의미 부여

보건복지부와 아스트라제네카,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정부·제약사·시민단체가 충돌한 법정대결에서 재판부가 복지부와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복지부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시민단체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재판부는 약가인하처분의 근거가 대체로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혁신성 근거 부족...복지부 주장 대부분 수용

재판부는 핵심쟁점인 이레사의 '혁신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세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레사가 '신물질의약품'으로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작용기전과 편리성만으로 혁신신약으로 인정받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2상 임상시험에 이어 대규모 집단을 피험자로 하는 3상 임상시험에서 객관적인 증명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ISEL임상시험의 동양인 하위군 분석결과에 대해서는 동양인과 위약 투여군을 비교한 통계적 유의미성만으로 효과면에서 혁신성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로 삼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2상 임상시험이나 국내에서 시행된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은 엄격한 3상 임상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뒤집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레사가 기존 항암제보다 효과가 뚜렷이 개선된 혁신적 신약임이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혁신신약도 문제 있으면 지위상실" 판례 마련

복지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약가결정 후 재조정할 수 있는 '판례'가 만들어진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양준호 사무관은 "환자단체가 의약품에 대한 조정신청을 제기해 약가가 인하된 점이 의미 깊다"며 "과학적으로 인하요인이 입증됐기 때문에 재판부가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사무관은 "단지 새로운 약을 내놓았다고 해서 혁신신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얼마든지 혁신성 지위를 상실할 수 있고 약가도 인하될 수 있다는 판례가 마련된 점도 의미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다만 이번 판결로 향후 혁신신약 등록과정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월등히 비용절감 효과가 높고 차별적인 효과를 인정받는 항암제가 있다면 기존과 마찬가지로 2상 임상결과만으로도 혁신신약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양 사무관은 강조했다.

시민단체 "환율연동 약가인하 문제도 제기"

건약 변진옥 약사
3자 소송으로 참여한 시민단체는 혁신성 불인정에 따른 보험약가인하처분 인정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종선고에 참여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변진옥 약사는 "신약은 무조건 혁신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혁신성은 새로운 약제를 출시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치료효과와 비용효과에 모두 적용돼야 한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정확하게 지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 약사는 "미국이 FTA 협상을 통해 고평가된 A7 약가를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A7 약가가 불합리하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다국적제약사와의 가격협상이 정말 객관적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팀장은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특히 ISEL 서브그룹 연구결과와 관련해 동양인에 대한 임상적 효과가 의미가 없다는 사실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주기로 약가 재평가가 있긴 하지만 가격변동 요인으로 환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부분에 따른 약가인하 근거도 많이 존재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임상적 효과 외에 환율변동에 따른 약가인하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여부 미지수....아스트라 "9일 결정 후 발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결정에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회사측은 선고일인 8일 재판장을 찾지 않았고 항소여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회사 관계자는 "항소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9일 결정 후 공식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복지부와의 장기 법정싸움은 곧바로 결정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 회사가 항소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난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판부가 현재 진행중인 국내 3상 임상 결과를 근거로 '혁신성'을 입증하라고 지적, 즉각 항소하더라도 승산이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아스트라제네카측이 부담을 안고 항소할지, 아니면 소송을 중단할지 회사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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