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청구 실명공개 능사 아니다
- 데일리팜
- 2006-11-20 08: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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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허위·부당 청구를 하는 병·의원이나 약국의 명단을 내년 하반기부터 공개하기로 한 방침에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자칫 소리만 요란한 전시성 행정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치밀한 사전준비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허위·부당 청구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다시 해야 하고 그 사례를 아주 세부적으로 재분류 하는 일에서부터 처벌수위까지 엄정하게 재조정하는 작업 등이 명단공개 이전에 할 일들이다. 하지만 쉬운 일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사 한다고 해도 효율성이 제대로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이 허위·부당 청구인지는 사례들이 있어왔고 제시돼 오기는 했다. 그런 인지된 허위·부당 청구를 일삼는 요양기관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고 실제 강력한 처벌이 요청돼 온 것이 사실이다. 급여환수나 과징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의약계 여론이기도 했다. 그것은 소수의 요양기관들로 인해 전체 의사, 약사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적 불신을 누적시켜 왔기 때문이리라고 본다.
명단공개가 사후조치이기는 하지만 허위·부당 청구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사전조치의 성격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해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약사들은 또 급여환수 조치와 행정적 제재 등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해 왔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인정돼 구제가 되는 일이 있어 왔다. 중요한 핵심은 명단공개 조치 이후에는 여하한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요양기관은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위·부당 청구 사례를 보면 의·약사가 의도했냐 안했냐를 떠나서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부당·청구 유형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착오 청구다. 병·의원의 경우는 간호사나 직원 등이, 약국에서는 전산원이나 종업원 등이 전문성이 결여돼 착오 청구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심지어 장기처방 환자에 대해서는 줄기차게 착오 청구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보험약가 조정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착오 청구는 늘 일어나는 일이고 코드변경이나 삭제 등에 따른 오류청구 또한 그 범주다. 환자 인적사항 관리오류나 처방전 자체의 오기로 인한 착오 청구 역시 마찬가지다. 약국은 또 근무약사의 인적관리 착오로 인해 체감제 부당청구로 내몰릴 때가 있다. 아울러 허위·부당 청구의 원인이 해당 의료기관이 아닌 조제약국에 있거나 그 반대로 해당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에 있기도 하고, 그밖에 부당 급여혜택이나 포상금을 노리는 환자로 인해 발생할 때가 있다. 요양기관들의 이런 의도하지 않은 허위·부당 청구 사례는 이외에도 적지 않다.
물론 위법이나 탈법행위는 의도했냐 안했냐를 따지지 않고 실제행위를 갖고 단죄한다. 하지만 명단공개는 다르다. 실명을 언론에 보도케 하는 조치가 단죄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공개되면 이미 받은 치명적 명예손상은 회복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렇다고 명단공개를 백안시하지 않지만 명단공개의 기준과 절차를 매우 세부적으로 정하고 그 과정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정히 해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행에 들어간다면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복지부와 공단은 이달부터 허위·부당 청구를 적발하기 위한 수진자 조회에 다시 착수했다. 수진자 대상이 무려 240만명에 달하고, 이중 1천여명에 대해서는 공단의 사례관리요원 309명이 대거 투입돼 직접 방문조사가 이뤄진다. 허위·부당 청구를 가려내는 작업 치고는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일이다. 이를 통해서라도 허위·청구가 근절된다면 해볼 만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일을 언제까지 이런 대규모 작업으로 하고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허위·부당 청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이제는 다른 방안을 짜야 한다.
명단공개가 쐐기돌이라고 보면 그것은 착오다. 명단공개가 일시적 효과는 거두겠지만 언론에 명단공개를 하는 일 치고 제대로 성과를 거둔 일이 별로 없었다. 일부의 잘못된 조사와 발표로 인해 지속성을 끝까지 가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는 탓이다. 단 몇 곳이라도 잘못 발표되면 그런 일이 닥친다. 그래서 그것 보다는 요양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유인책을 두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은 그것을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요양기관에게는 일정 주기별로 허위·부당 청구한 내역에 대해 진료나 조제내역을 자진신고 할 기회를 주어 그에 따른 구제방안을 동시에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종의 자발적 예방책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동시에 환자에게는 진료나 조제내역을 공단에 통보해 줄 경우 보험료 경감 등의 자발적 검증방안이 필요하다. 요양기관에게는 허위·부당 청구에 대한 유혹을 스스로 버리게 하고 환자들에게는 검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이 일방적 처벌이나 명예손상 보다 낳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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